데드라인(Dead Line): 사형수들의 도시

데드라인(Dead Line): 사형수들의 도시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9-21
Por:  nawoohjEm andamento
Idioma: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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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심판하지 못한 괴물들을 위해, 국가가 직접 지옥을 설계했다." 누명을 쓴 사형수 0번 한도진, 지옥의 왕이 되어 돌아오다. 대한민국 심장부, 광화문에 울려 퍼진 기괴한 뉴스. 흉악범들을 합법적 살육장에 몰아넣는 '아레나 법'이 통과된다. 태화그룹의 황태자이자 완벽한 전략가였던 한도진. 믿었던 친구와 상사에게 배신당하고, 사랑하는 부하 직원을 죽였다는 파렴치한 누명을 쓴 채 그는 이름도 없는 '청라 특수 교도소'로 던져진다. 그곳은 교화의 장소가 아니었다. “죽으라고 이 지옥에 보냈나? 미안하지만, 난 여기서 왕이 되어 나갈 생각인데.” 지옥에서 돌아온 사냥개, 한도진의 처절하고 완벽한 복수극이 지금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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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ítulo 1

제1화. 심판의 날: 황태자의 추락

[광화문 광장, 오후 2시]

대한민국의 심장부는 평소와 다름없이 분주했다. 점심시간을 갓 넘긴 직장인들의 발걸음과 횡단보도를 가득 메운 인파, 그리고 쉴 새 없이 경적을 울려대는 차량의 행렬.

하지만 거대한 빌딩 숲 사이, 세종대왕상을 마주한 대형 LED 전광판에 ‘뉴스 특보’ 자막이 핏빛으로 뜨는 순간, 도시는 약속이라도 한 듯 숨을 죽였다.

[...결국 법안이 통과되었습니다. 강력범죄 포화 상태 해결을 위한 '특수 교도소 내 특별 생존 프로토콜', 일명 '아레나 법'이 가결되었습니다.]

전광판 위로 ‘서바이벌’, ‘합법적 살인’이라는 단어들이 기괴하게 점멸했다. 화면 속 앵커의 목소리는 단호했으나, 그 내용은 인륜을 저버린 광기에 가까웠다.

겉으로는 교도소 과밀화 문제를 해결하고 강력범에게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한다는 명분이었으나, 실상은 달랐다. 그것은 태화그룹 박현석 대표를 필두로 한 기득권층이 설계한 ‘합법적 살육장’의 탄생이었다. 그들에게 감옥은 이제 교화의 장소가 아니었다. 자신들의 앞길을 가로막는 눈엣가시들을 흔적도 없이 지워버릴 수 있는 비공개 소각장이자, 죽음을 구경하며 배팅하는 잔혹한 유희장일 뿐이었다.

시민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경악했고, 누군가는 환호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이 광기의 법안이 가장 먼저 누구의 목을 겨누게 될지.

[태화그룹 본사 32층, 전략기획팀장실]

통유리창 너머로 아수라장이 된 광장을 내려다보는 남자가 있었다.

태화그룹의 전략기획 팀장, 한도진.

명문대 최연소 졸업, 입사 5년 만의 초고속 승진. 세간에서 '황태자'라 불리는 그가 기획한 사업 중 실패한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완벽하게 재단된 다크 네이비 수트와 단 한 올의 흐트러짐도 없는 머리카락 아래, 그의 눈동자는 얼음처럼 차갑게 식어 있었다.

국가가 범죄자들을 사냥터에 몰아넣는다는 기괴한 뉴스보다, 자신을 둘러싼 이 기묘한 정막이 더 불길했다. 3개월 전, 박 대표의 은밀한 비자금 세탁 경로를 거부했던 날부터 전략팀 주변의 공기는 이토록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똑똑-’

날카로운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허락도 없이 들이닥친 것은 정복을 입은 형사 네 명이었다. 도진은 자리에 앉은 채 시선만 돌려 가장 앞선 이의 얼굴을 확인했다. 그리고 아주 찰나, 그의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렸다.

최성욱 경감. 고등학교 시절부터 함께 꿈을 키웠던, 도진의 몇 안 되는 친구였다.

“한도진 팀장님.”

최 경감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깊은 안타까움과 거절할 수 없는 압박감이 동시에 서려 있었다. 그는 품속에서 구속영장을 꺼내 도진의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살인 및 업무상 횡령,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체포합니다.”

살인. 횡령. 마약.

도진의 삶과는 가장 거리가 먼 단어들이 나열되었다. 하지만 도진은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입가에 미세하고 비릿한 미소가 번졌다. 전광판에서 보았던 ‘심판’이라는 단어가 비수가 되어 자신의 가슴에 꽂히는 순간, 그는 깨달았다. 이 판을 짠 설계자가 누구인지.

“누가 보냈습니까?”

도진이 의자 깊숙이 몸을 묻으며 낮게 물었다.

“조 상무? 아니면… 박 대표 본인입니까?”

형사들의 눈빛이 흔들렸다. 태화그룹의 실세라 불리는 이름들이 나오자 그들의 어깨가 눈에 띄게 경직되었다. 대답 대신 돌아온 것은 차가운 금속음이었다.

철컥.

무거운 수갑이 도진의 단단한 손목을 죄었다. 명품 시계가 채워져 있어야 할 자리엔 이제 범죄자의 낙인이 찍혔다. 최 경감은 차마 도진의 눈을 마주하지 못한 채, 수갑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고개를 숙였다.

“최 경감, 당신만은 알 거잖아. 난 그런 짓 안 해. 내 기획안에는 ‘살인’이나 ‘마약’ 같은 지저분한 변수는 넣지 않으니까.”

“팀장님… 아니, 한도진. 이제 법의 심판을 받으셔야 합니다. 가시죠.”

최 경감의 말은 공허했다. ‘법의 심판’이라는 말이 이토록 우스꽝스럽게 들린 적이 있었던가. 설계된 법, 조작된 증거, 그리고 매수된 심판관들.

연행되는 도진의 등 뒤로 광화문의 전광판은 여전히 핏빛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화면 속에서는 아레나 법의 정당성을 홍보하는 박 대표의 웃는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자네는 너무 깨끗해서 탈이야. 하얀 옷은 오물을 묻히기 쉽거든.’

일주일 전, 박 대표가 건넸던 와인잔 속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귓가를 때렸다. 도진은 고개를 빳빳이 든 채 검찰 청사로 향하는 호송차에 올랐다.

누가 사냥개고, 누가 사냥감인가.

그 피의 게임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그리고 한도진은, 결코 순순히 물려 죽어줄 사냥감이 아니었다.

‘박현석, 당신이 만든 그 사냥터에서... 내가 어떻게 당신의 목을 물어뜯는지 지켜봐.’

호송차의 창문 너머로 멀어지는 태화그룹 본사를 바라보며, 도진은 차가운 복수를 설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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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심판의 날: 황태자의 추락
[광화문 광장, 오후 2시]대한민국의 심장부는 평소와 다름없이 분주했다. 점심시간을 갓 넘긴 직장인들의 발걸음과 횡단보도를 가득 메운 인파, 그리고 쉴 새 없이 경적을 울려대는 차량의 행렬.하지만 거대한 빌딩 숲 사이, 세종대왕상을 마주한 대형 LED 전광판에 ‘뉴스 특보’ 자막이 핏빛으로 뜨는 순간, 도시는 약속이라도 한 듯 숨을 죽였다.[...결국 법안이 통과되었습니다. 강력범죄 포화 상태 해결을 위한 '특수 교도소 내 특별 생존 프로토콜', 일명 '아레나 법'이 가결되었습니다.]전광판 위로 ‘서바이벌’, ‘합법적 살인’이라는 단어들이 기괴하게 점멸했다. 화면 속 앵커의 목소리는 단호했으나, 그 내용은 인륜을 저버린 광기에 가까웠다.겉으로는 교도소 과밀화 문제를 해결하고 강력범에게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한다는 명분이었으나, 실상은 달랐다. 그것은 태화그룹 박현석 대표를 필두로 한 기득권층이 설계한 ‘합법적 살육장’의 탄생이었다. 그들에게 감옥은 이제 교화의 장소가 아니었다. 자신들의 앞길을 가로막는 눈엣가시들을 흔적도 없이 지워버릴 수 있는 비공개 소각장이자, 죽음을 구경하며 배팅하는 잔혹한 유희장일 뿐이었다.시민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경악했고, 누군가는 환호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이 광기의 법안이 가장 먼저 누구의 목을 겨누게 될지.[태화그룹 본사 32층, 전략기획팀장실]통유리창 너머로 아수라장이 된 광장을 내려다보는 남자가 있었다.태화그룹의 전략기획 팀장, 한도진.명문대 최연소 졸업, 입사 5년 만의 초고속 승진. 세간에서 '황태자'라 불리는 그가 기획한 사업 중 실패한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완벽하게 재단된 다크 네이비 수트와 단 한 올의 흐트러짐도 없는 머리카락 아래, 그의 눈동자는 얼음처럼 차갑게 식어 있었다.국가가 범죄자들을 사냥터에 몰아넣는다는 기괴한 뉴스보다, 자신을 둘러싼 이 기묘한 정막이 더 불길했다. 3개월 전, 박 대표의 은밀한 비자금 세탁 경로를 거부했던 날부터 전략팀 주변의 공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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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하얀 옷에 묻은 오물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한도진은 태화그룹의 '황태자'였다.명문대 최연소 졸업이라는 타이틀은 시작에 불과했다. 입사 후 그가 내놓는 기획안은 단 한 번의 오차도 없이 시장을 뒤흔들었고, 그룹의 매출 곡선은 그의 손끝을 따라 수직으로 상승했다. 회사의 이익이 곧 자신의 이익이라 믿었던 시절, 도진은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고 있다고 믿었다.하지만 완벽주의자였던 도진이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비즈니스의 세계에는 효율보다 '충성'을, 실력보다 '라인'을 중시하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그들의 저열하고 잔인한 시기심은 때로 논리적인 기획안보다 강력하다는 사실이었다.“한 팀장, 이번 프로젝트는 자네가 독식하기보단 조 상무님 라인으로 넘기는 게 어떻겠나? 좋은 게 좋은 거 아닌가.”박현석 대표의 부드러운, 그러나 뱀처럼 서늘한 제안을 도진은 단칼에 거절했다.“라인은 제 전공이 아니라서요.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 효율대로 진행하겠습니다.”그것이 화근이었다.박 대표와 조 상무에게 한도진은 사냥감의 목을 정확히 물어오는 완벽한 사냥개였으나, 동시에 그들의 무능함을 적나라하게 비추는 가장 날카롭고 눈부신 거울이었다.“자네는 너무 눈부셔. 그래서 곁에 두기엔 내 눈이 너무 아프거든.”박 대표의 그 말은 칭찬이 아니라 사형 선고였다.질투의 결실은 일주일 전, 도진의 성과를 축하한다는 명분으로 열린 ‘비밀 축하 파티’에서 맺어졌다. 태화그룹 본사 최상층 펜트하우스. 화려한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그곳에서 박 대표는 직접 크리스털 와인잔을 들어 도진에게 건넸다.“수고했네, 한 팀장. 오늘 밤은 독주가 아니라 자네처럼 깔끔한 화이트 와인을 준비했네.”도진은 의심 없이 잔을 비웠다. 그러나 목줄기를 타고 넘어간 액체는 청량함이 아닌, 타는 듯한 마비감을 몰고 왔다. 순식간에 신경계가 무너져 내렸다. 손에 쥔 와인잔이 카펫 위로 떨어져 소리 없이 굴렀다.도진이 정신을 잃고 고꾸라지던 찰나, 박 대표의 구두가 그의 시야 끝에 걸렸다. 비릿한 향수 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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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법정의 광대들: 사형
[서울중앙지법 제312호 대법정]공기는 무겁고 비릿했다. 수백 명의 방청객이 내뱉는 숨결이 법정의 높은 천장에 고여 질척이는 압박감을 만들어냈다. 피고인석에 앉은 한도진은 수갑이 채워진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불과 일주일 전, 태화그룹의 기획안을 검토하던 그 손에는 이제 닦이지 않는 환상 통증 같은 피가 묻어 있었다.“피고인 한도진에게 사형을 선고한다.”탕, 탕, 탕—.판결봉 소리가 거대한 단두대의 칼날처럼 법정에 울려 퍼졌다. 도진의 시야가 하얗게 점멸했다. '사형'. 대한민국에서 실질적으로 집행되지 않는 형벌이라지만, 오늘 통과된 '아레나 법'과 결합하는 순간 이 단어는 문자 그대로의 '죽음'을 의미했다.검사석에 선 민강림 검사는 승자의 여유조차 보이지 않는 차가운 표정으로 도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태화그룹의 법무팀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로 정교하게 조작된 증거들을 마치 예리한 메스로 난도질하듯 법정에 들이밀었다. 도진의 결백을 주장하는 모든 항변은 민 검사의 입을 거치는 순간 파렴치한 소시오패스의 구차한 변명으로 둔갑했다.하지만 도진을 더욱 절망하게 만든 것은 바로 곁에 앉은 국선 변호사, 김호철이었다.그는 재판 내내 무력함을 연기했다. 민 검사가 결정적인 조작 증거를 제시할 때마다 그는 졸고 있거나, 서류를 뒤적이며 시간을 허비했다. 제대로 된 이의 제기 한 번 없었다. 심지어 도진이 구치소에서 밤을 새워 정리한 반박 자료와 알리바이 증거들은 '실수'를 가장해 법정에 제출조차 되지 않았다.도진은 직감했다.이 변호사 역시 박 대표의 돈에 영혼을 판, 또 하나의 사냥개이자 이 거대한 연극의 광대라는 것을.“이건 조작이야! 난 민우를 죽이지 않았어! 박현석이 시킨 일이라고!”도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절규했다. 법정 경위들이 달려들어 그의 어깨를 눌렀다. 방청석에서는 "살인마 주제에 누굴 물고 늘어져!", "뻔뻔한 놈!"이라는 야유가 쏟아졌다.이미 법정의 시선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교도관들에 의해 강제로 끌려 나가는 도진의 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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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0번 사형수: 아레나의 개막
[청라 특수 교도소 호송차 안]어둠을 가르는 호송차의 차창 밖으로 서울의 화려한 야경이 빠르게 뒤로 밀려났다. 강남의 빌딩 숲이 뿜어내는 인공적인 불빛들은 마치 도진이 누렸던 짧은 영광의 파편들처럼 명멸하다 사라졌다.도진은 무릎 위에 놓인 손을 내려다보았다. 차가운 수갑이 손목을 파고들었지만, 그는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 억울함에 치를 떨지도, 다가올 죽음에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감정은 이미 차갑게 식어 분노라는 이름의 정교한 동력원으로 치환된 지 오래였다.유도 선수 시절, 그는 매트 위에서 뼈저리게 배운 진리가 하나 있었다.가장 무서운 적은 압도적인 힘을 가진 자가 아니다. 나의 습관을 알고, 나의 기술을 알고, 내가 언제 숨을 들이마시는지까지 파악하고 있는 ‘나를 가장 잘 아는 친구’가 기술을 거는 순간이 가장 치명적이라는 사실이다.박 대표는 도진의 ‘완벽함’을 이용했다. 결벽에 가까운 그의 성격과 일 처리를 역이용해 그를 빠져나올 수 없는 올가미로 밀어 넣었다. 하지만 박 대표는 한 가지를 간과하고 있었다. 도진이 가진 그 완벽한 이성은, 복수를 설계할 때 세상에서 가장 잔혹하고 예리한 무기가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똑같이 돌려줄게.”도진의 입술이 미세하게 달싹였다. 차창에 비친 자신의 눈동자를 응시하며 그는 맹세했다.“당신들이 만든 이 시나리오보다 훨씬 더 처절하고, 훨씬 더 완벽하게.”[청라 특수 교도소 정문]호송차는 인천 앞바다의 짙은 안개를 뚫고 지도에도 표기되지 않은 섬, 청라에 도착했다. 육중한 강철문이 녹슨 비명을 지르며 열리자, 그 뒤로 거대한 콘크리트 장벽이 위용을 드러냈다.고급 수트를 벗어던진 도진에게 주어진 것은 거친 질감의 회색 수의 한 벌뿐이었다. 그리고 왼쪽 가슴팍, 심장과 가장 가까운 곳에는 선명한 핏빛으로 적힌 숫자가 박혔다.‘0’사형수 중에서도 가장 먼저 죽어야 할 자, 혹은 존재하지 않는 유령이라는 의미의 번호였다.도진이 교도소 내부로 첫발을 내디딘 순간, 공기는 달라졌다. 그것은 산 사람의 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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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지옥의 조력자: 증명의 시간
청라 특수 교도소의 아침은 기계적인 수감자 분류와 폐부를 찌르는 차가운 해풍으로 시작되었다.이곳의 시간은 밖의 세상과는 다르게 흘렀다. 초 단위로 승부를 보던 태화그룹의 전략팀장 시절, 도진에게 시간은 곧 돈이었으나 이곳에서의 시간은 곧 ‘생존의 유통기한’이었다. 입소 사흘.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도진은 특유의 관찰력으로 이 거대한 콘크리트 미궁의 생리를 완벽히 파악해냈다.교도관들은 신념 대신 돈과 권력에 매수되어 눈을 감는 법을 먼저 배웠고, 죄수들은 각자의 죄질과 이익에 따라 하이에나처럼 무리를 지었다.그중에서도 도진이 주목한 곳은 감시카메라의 사각지대이자 고압의 스팀이 시야를 가리는 ‘중앙 세탁실’이었다.치익-!세탁실 내부를 가득 채운 희뿌연 증기 사이로 도진이 땀에 젖은 수감복을 세탁기에 밀어 넣었다. 거친 쇳소리가 진동하는 가운데, 도진은 옆자리에서 묵묵히 시트를 정리하는 사내를 곁눈질했다.임철수. 전직 강력계 형사이자, 지금은 아동 성범죄자라는 누명을 쓰고 이곳에 들어온 사내. 하지만 도진은 알고 있었다. 그가 누명을 쓴 진짜 이유는 1년 전, 박현석 대표의 비자금 수사팀에 소속되어 핵심적인 증거를 수집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도진과 철수의 첫 만남은 사흘 전, 입소 첫날 식당에서 이루어졌다.당시 도진은 식판을 들고 빈자리를 찾고 있었다. 그때, 구석에서 조폭 무리에게 둘러싸인 채 린치를 당할 뻔한 철수를 목격했다. 교도관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고개를 돌려 자리를 피했다. 명백한 '사주'에 의한 공격이었다.조폭 하나가 너클을 낀 주먹을 휘두르려던 찰나, 도진이 그들 사이로 끼어들었다. 식판을 던지거나 소리를 지르는 하수의 방식이 아니었다. 도진은 철수의 어깨를 짚으며, 오직 그에게만 들릴 정도로 나직하게 읊조렸다.“사건번호 2024-고합-402, 박현석의 비자금 세탁 장부. 그거 제가 만들었습니다.”철수의 눈동자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자신을 사형수로 만든 그 지옥 같은 사건, 모든 진실의 열쇠인 '장부'의 설계자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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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고스트(Ghost): 여사동의 서아란
오후 노역장인 목공실은 비명이 섞인 전기톱 소리가 고막을 찢을 듯 울려 퍼지고 있었다. 자욱한 톱밥 가루가 서치라이트 불빛에 반사되어 유령처럼 부유하는 공간. 도진은 묵묵히 거친 판자를 자르는 척하며, 작업장 가장 구석진 자리에서 납땜기에 코를 박고 있는 작은 체구의 수감자를 지켜보았다.서아란.여사동 소속이지만 특출난 전자 기기 수리 능력 덕분에 예외적으로 남사동 목공실 기술 지원을 나온 수감자. 하지만 그녀의 진짜 정체는 10대 시절 국정원 서버를 장난삼아 털어버렸던 천재 해커, 코드네임 ‘고스트(Ghost)’였다.그녀가 이 청라 교도소라는 심해에 가라앉게 된 건 단순한 해킹 범죄 때문이 아니었다. 박현석의 태화그룹이 국정원 고위층과 결탁해 벌인 ‘민간인 사찰 프로젝트’의 암호화된 증거를 건드렸다가, 소리소문없이 사회에서 매장당한 것이었다. 가족도, 친구도, 기록조차 남지 않은 그녀에게 이곳은 창살 있는 감옥이 아니라, 데이터가 영구 삭제된 ‘죽은 서버’나 다름없었다.도진은 입소 첫날, 철수를 통해 파악한 보안 시스템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그녀의 배식구 안으로 작은 비타민 한 알과 함께 ‘메모'를 던져 넣었다.[ 0101... 태화 라이브 서버 접속 코드. 네가 잃어버린 '로그인 권한', 내가 돌려주지. ]그것은 아란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순간까지도 접근하지 못했던, 자신을 파괴한 박 대표의 비밀 서버 주소였다. 아란은 그날 밤, 도진이 던진 미끼를 확인하고 전율했다. 0과 1로 이루어진 그녀의 세계에 다시 불이 들어오는 순간이었다.치익- 납땜기에서 피어오른 매캐한 연기가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았다. 아란은 주변의 눈치를 살피며 나무 조각 사이에 숨겨둔 조잡한 기계 뭉치를 슬쩍 보여주었다.“팀장님, 제가 폐가전 부품으로 개조한 이 '바퀴벌레 드론' 보실래요? 교도소 환풍구는 이제 제 전용 고속도로예요.”아란이 씩 웃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초점 없던 그녀의 눈동자엔 이제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자신을 지워버린 시스템을 역으로 부수겠다는 파괴적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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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7구역의 포식자: 유도 vs 특수부대
청라 교도소의 공기는 지상과는 차원이 다른 밀도를 가지고 있었다.지하실의 눅눅한 곰팡이 냄새, 창살마다 눌어붙은 녹슨 쇠 비린내, 그리고 내일이 없는 인간들이 내뿜는 지독한 악취가 뒤섞여 폐부를 찔렀다. 이곳에 들어온 순간부터 인간의 존엄은 거친 죄수복의 질감 아래로 파묻혔다.‘운동시간’이라 불리는 하루 30분의 짧은 휴식은, 실상 교도소 내의 ‘서열 정리’를 위한 합법적인 아수라장이었다. 감시탑 위에서 총을 든 교도관들은 총구만 겨눈 채 이 잔혹한 유희를 방관했고, 아래에서는 짐승들의 약육강식 논리가 지배하는 사냥터가 펼쳐졌다.연병장 한쪽, 서열 1위인 조폭 두목 ‘용태’가 십여 명의 부하를 거느리고 서슬 퍼런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그 반대편에는 아무도 근처에 가지 못하는 진공 구역이 존재했다. 전 국민을 공포에 떨게 했던 연쇄살인마 '백도끼'. 그는 무심한 얼굴로 바닥을 기어가는 개미를 으깨며, 도진의 목줄기를 노리는 뱀 같은 눈동자를 번뜩였다.“도련님, 여기서 살아남는 법은 딱 하나야. 우리 형님 발가락 밑으로 기어 들어오든가, 아니면 오늘 밤 차가운 시체가 되어 실려 나가든가.”도진의 앞을 막아선 것은 교도소 내에서 이른바 '백정'이라 불리는 거구, 강태식이었다.전직 특수부대 블랙요원 출신. 그는 한때 국가의 가장 어두운 곳을 청소하던 칼이었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보상은 훈장이 아닌, 아내를 잔혹하게 살해했다는 누명과 사형 선고였다.박현석 대표는 이 교도소 안에서도 치밀했다. 그는 교도소장을 통해 강태식에게 은밀한 거래를 제안했다. ‘한도진의 목을 가져오면, 네 아내 사건의 진짜 범인이 담긴 CCTV 원본을 주겠다’는 거짓 희망이었다. 강태식에게 도진은 단순한 사냥감이 아니었다. 아내의 한을 풀고 진실에 닿을 수 있는 마지막 비상구였다.태식이 투박하고 커다란 주먹에서 칫솔을 갈아 만든 송곳을 꺼냈다. 그는 그것으로 도진의 뺨을 툭툭 건드리며 낮게 으르렁거렸다.“귀하게 자란 놈이라 그런지 살점이 아주 연해 보이는군.”도진은 피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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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지옥의 리얼리티 쇼: 카운트다운
심야, 0번 독방.사방이 차가운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이 좁은 공간은 누구에게는 절망의 끝이겠지만, 한도진에게는 가장 완벽한 '전략 통제실'이었다.도진은 어둠 속에서 거친 벽면을 손가락으로 천천히 덧그렸다. 겉으로는 체력을 단련하는 척하며 푸시업을 반복했지만, 그의 뇌 속에서는 서아란이 드론을 통해 보내준 교도소 전체 도면이 실시간으로 시뮬레이션되고 있었다. 간수들의 교대 시간, CCTV의 사각지대, 그리고 내일 벌어질 ‘프리 게임’의 예상 동선까지.태화그룹 시절, 수조 원대 인수합병을 진두지휘하던 그의 천재적인 이성은 이제 자신의 목숨을 건 단 한 번의 '생존 기획안'을 완성해가고 있었다.톡, 토톡, 톡.벽 너머에서 규칙적인 진동이 전해졌다. 옆방에 수감된 임철수 형사가 보내는 모스 부호였다.[ 라이브 서버 구축 완료. 박 대표 측, 내일 오전 10시 ‘프리 게임’에 모든 사활을 걸었음. 외부 VVIP 접속자 수 역대 최고치 기록 중. ]도진은 눈을 감고 소리에 집중하며 짧게 벽을 두드려 답했다.[ 준비 완료. 놈들이 판을 키울수록, 추락할 때의 충격은 커질 것이다. ]바로 그때, 천장의 좁은 환풍구 틈새로 아주 작은 바퀴벌레 모양의 드론이 소리 없이 내려앉았다. 드론의 등에 달린 초소형 스피커에서 치직거리는 노이즈와 함께 서아란의 흥분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팀장님, 낮에 그 강태식을 메치기로 참교육하는 거... 와, 진짜 예술이었어요. 덕분에 의무실에 실려 간 강태식, 지금 눈이 뒤집힌 채 팀장님 이름만 부르고 있다니까요?”도진은 입가에 서늘한 미소를 머금었다.“아란 씨, 전송 준비는?”“완벽해요. 놈들이 다크웹 송출 버튼을 누르는 순간, 제가 그 암호화된 신호를 가로채서 유튜브, 지상파 뉴스, 전 세계 전광판까지 강제로 쏴버릴 거예요. 놈들은 자기들끼리의 은밀한 도박판이라고 믿겠지만, 내일 아침 대한민국 전체가 이 추악한 지옥을 생중계로 목격하게 될 거예요.”도진의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형형하게 빛났다. 박 대표는 아레나를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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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666 프로토콜: 숨 막히는 카운트다운
[청라 특수 교도소, 제7구역 하층 로비]치익―.고막을 긁는 듯한 기분 나쁜 금속성 소음과 함께 천장에서 분사되던 우윳빛 수면가스가 멈췄다.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서 눈을 뜬 한도진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목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손끝에 닿은 것은 살결의 부드러움이 아니었다. 차갑고 묵직한 금속질의 감촉. 검은색 전자기판이 촘촘하게 박힌 **‘리미터(Limiter)’**가 그의 숨통을 조이고 있었다.[치지직―. 아레나 운영국입니다. 1일 차 '666 프로토콜'을 시작합니다.]정적을 뚫고 교도소 전체를 울리는 기계적인 안내방송이 시작되었다. 그것은 곧 사형 집행의 시작을 알리는 장송곡이었다.[제한 시간 6시간. 현재 여러분은 맨손입니다. 구역 곳곳에 숨겨진 '웨폰 박스'를 찾아 무기를 확보하십시오. 종료 후, 무기를 지정된 함체에 반납하지 않은 인원은 리미터가 즉시 폭발합니다. 행운을 빕니다.]방송이 끝나기 무섭게 복도 끝, 굳게 닫혀 있던 육중한 철문들이 일제히 개방됐다. 50명의 굶주린 사냥개가 한꺼번에 풀려난 순간이었다.같은 시각, 여사동 지하 통신실. 서아란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를 신들린 듯이 날아다녔다.“자, 가자... 전 세계가 이 미친 짓을 보게 만드는 거야.”그녀가 준비한 해킹 웜이 라이브 서버의 방화벽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그 순간, 모니터에 시뻘건 경고창이 비명 지르듯 튀어 올랐다.[ ACCESS DENIED: 중첩 방화벽 확인 ][ 외부 송출 경로 차단됨 ]“뭐야...? 왜 안 뚫려!”아란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박 대표 측은 이미 국정원급 보안 요원들을 실시간으로 배치해 외부로 나가는 모든 패킷을 철저히 검열하고 있었다. 아란의 '바퀴벌레 드론'이 가로챈 신호는 메인 서버의 거대한 장벽 앞에서 허무하게 흩어졌다.“안 돼... 지금 송출되지 않으면 팀장님이 죽어!”아란이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며 재접속을 시도했지만, 화면은 여전히 냉담했다. 외부 세계는 여전히 청라 교도소 안에서 벌어지는 학살을 알지 못했다. 오직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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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뼈가 부서지는 소리: 핏빛 로비의 학살
로비의 공기는 비릿한 철분 냄새로 포화 상태였다.도진은 살귀의 손목을 낚아챔과 동시에 놈의 가슴팍 깊숙이 파고들었다. 전직 유도 국가대표 상비군. 그의 몸에는 상대를 바닥에 꽂아 넣는 감각이 세포 하나하나에, 그리고 핏줄 마디마디에 각인되어 있었다. 전략팀장 시절의 냉철한 두뇌가 '인체 파괴의 최단 경로'를 계산하면, 단련된 육체는 오차 없이 그 명령을 수행했다.콰드득!허공을 가르는 비명보다 뼈가 어긋나는 소리가 먼저였다. 도진의 전신 근육이 강궁의 활시위처럼 팽팽하게 당겨졌고, 곧이어 유도의 정수라 불리는 '허벅다리걸기'가 작렬했다.살귀의 육중한 거구는 중력을 상실한 종이 인형처럼 공중에서 뒤집혀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처박혔다.커헉! 충격으로 녀석의 입에서 선혈이 왈칵 쏟아졌다. 하지만 도진의 눈은 여전히 얼음처럼 차가웠다. 감정 섞인 분노가 아니라, 방해물을 제거하는 기계적인 정교함만이 그곳에 있었다.도진은 바닥에 널브러진 녀석의 팔을 붙잡고 그대로 어깨 위로 꺾어 올렸다. 관절이 한계를 넘어 비틀리는 소리가 로비에 울려 퍼졌다. 놈이 고통에 찬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도록, 도진은 안면을 향해 묵직한 주먹을 내리꽂았다.퍽, 퍼억!도진의 무표정한 얼굴 위로 튀어 오른 핏방울이 차가운 눈동자에 맺혀 눈물처럼 흘러내렸다. 주변을 에워싸던 죄수들은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다. 0번 사형수. 단순히 머리만 좋은 줄 알았던 남자가 보여준 기괴할 정도의 냉정함과 폭력성에 압도당한 것이다.“아란아! 안 돼!”그때, 복도 끝 여사동 방향에서 찢어지는 비명이 들렸다. 해킹 실패 후 통신실을 빠져나오던 서아란이 세 명의 거친 죄수들에게 머리채를 잡힌 채 어두운 무기고 안쪽으로 끌려가고 있었다.“비켜, 이 새끼들아!”도진이 아란을 구하기 위해 발을 뗐다. 하지만 그 앞을 가로막은 것은 거대한 어둠이었다. 연쇄살인마 백도끼. 그는 소리 없이 나타나 날카롭게 간 칫솔 칼을 휘두르며 도진의 급소를 노렸다. 뱀처럼 낮고 빠른 움직임이었다.스윽.도진이 간신히 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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