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이혼하자 국가가 나를 보호하고, 전남편이 집착하기 시작했다: บทที่ 51 - บทที่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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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화. 남의 아내에게 전화하지 마

그 순간 소파 아래로 떨어져 있던 재헌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어두운 거실 바닥 위로 화면이 켜지면서 서윤의 시선에도 메시지가 들어왔다.[오빠, 자?]차유리였다.곧이어 두 번째 문자가 올라왔다.[나 또 숨이 잘 안 쉬어져.]조금 전까지 뜨겁게 뒤엉켜 있던 공기가 순식간에 식었다.재헌의 손이 먼저 움직였다. 휴대전화를 집어 메시지를 확인한 그는 곧바로 유리에게 전화를 걸었다.“유리야, 어디야. 약은 먹었어?”조금 전까지 서윤을 끌어안고 있던 남자의 목소리에 다급함이 묻어났다.―오빠…… 나 무서워. 숨이 자꾸 막히고 손도 떨려. 약 먹었는데도 이상해.“가만히 있어. 움직이지 말고 문부터 열어놔.”재헌은 통화하면서 이미 소파에 던져놓은 재킷을 집어 들었다.서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재헌이 현관으로 향하다 그녀를 돌아봤다. 흐트러진 드레스와 붉어진 입술이 그제야 눈에 들어온 듯 발이 멈췄다.“서윤아.”서윤은 대답하지 않은 채 풀려 있던 드레스 자락을 정리했다. 재헌의 손에는 이미 차키가 들려 있었다.“유리가 상태가 안 좋은 것 같아. 사고 이후에 가끔 저런 증상이 있었고, 약을 먹었는데도 안 듣는다고 하니까 내가 가서 상태만 확인하고…….”“다녀와요.”담담한 목소리에 재헌의 설명이 끊겼다.서윤은 소파 위의 클러치를 집어 들며 그의 차키를 한번 내려다봤다.“나한테 설명할 필요 없어요. 문자를 읽자마자 이미 갈 준비 다 했잖아요.”재헌의 얼굴이 굳었다.“그런 뜻이 아니라 정말 상태만 보고 올 거야. 병원에 데려다주고 괜찮은지만 확인하면 바로…….”“아까는 나를 기다리겠다면서요.”재헌이 입을 다물었다.“그런데 차유리 문자 한 통에 당신 몸이 먼저 움직였네요. 내가 무슨 말을 더 해야 해요?”휴대전화가 다시 울렸다. 차유리였다.재헌의 시선이 화면과 서윤 사이를 오갔다. 잠깐의 망설임 끝에 그는 결국 전화를 받으며 현관문을 열었다.“유리야, 지금 가고 있어. 조금만 기다려.”문이 닫혔다.서윤은 텅 빈 현관을 바라보다 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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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화. 나보다 먼저 준비했네

다음 날 오후, 서윤은 몇 년 만에 대학 연구동을 찾았다.문을 열자 시약 냄새와 커피 향이 뒤섞여 밀려왔다. 자료를 정리하던 연구원이 서윤을 알아보고 눈을 크게 떴다.“한서윤 선배님 맞죠? 교수님이 오신다고 아침부터 난리셨어요. 예전에 쓰시던 자료까지 전부 꺼내놓으셨는데요.”교수실에서 백발의 최 교수가 걸어 나왔다.“결혼하고 코빼기도 안 보이더니 이제야 왔어? 그렇게 붙잡아두려고 했는데 이쪽 연구에서 멀어지면 내가 사람 잘못 키운 거지.”타박하는 얼굴에는 반가움이 가득했다.“죄송해요, 교수님. 이번에는 진짜 일하러 왔어요.”“그 말 기다린 게 몇 년인 줄 알아?”교수실 책상에는 오래된 연구노트와 논문, 최근 해외 학회 자료까지 펼쳐져 있었다.서윤이 자료를 넘기다 놀라 물었다.“이것까지 어떻게 구하셨어요? 아직 국내에는 원문 안 풀린 걸로 아는데.”“태하가 준비했어. 네가 예전에 붙잡고 있던 연구 다시 볼 거라고 하니까 필요한 게 뭔지 먼저 알더구나.”소파에 앉아 있던 태하가 웃었다.“서윤이 너, 한번 꽂히면 끝까지 파잖아. 이 자료 없으면 결국 나한테 연락할 것 같아서 미리 받아놨어.”“선배가 아직도 그걸 기억해요?”“내 연구실 컴퓨터까지 뺏어서 밤새 계산 돌렸는데 어떻게 잊어.”연구원들이 웃음을 터뜨렸고 서윤도 따라 웃었다.같은 시각, 재헌은 강성그룹의 산학협력 투자 미팅을 마치고 연구동을 나서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로 향하던 그의 시선이 열린 교수실 앞에서 멈췄다.서윤이 연구자료를 든 채 웃고 있었다.그 맞은편에는 윤태하가 앉아 있었다.“대표님?”동행하던 직원의 부름에도 재헌은 대답하지 않았다. 태하가 익숙한 손길로 서윤 앞에 자료를 밀어주는 모습을 보던 그는 예정된 엘리베이터를 지나쳐 교수실로 들어갔다.책상 위를 채운 수식과 연구자료, 연구원들과 전문용어를 주고받는 서윤은 자신이 알던 아내와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최 교수가 재헌을 알아봤다.“강 대표 아닌가? 서윤이 남편이었지.”재헌이 인사하자 교수는 서윤의 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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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화. 또 그 여자에게 갔다

최 교수가 저녁이라도 먹고 가라며 연구원들을 먼저 내보냈을 때도 재헌은 교수실을 떠나지 않았다.서윤이 자료를 가방에 넣자 태하가 두꺼운 파일 하나를 건넸다.“이건 가져가. 네가 찾던 원자료까지 들어 있어.”“고마워요, 선배. 다 보고 연락할게요.”재헌의 시선이 두 사람 사이를 따라붙었다. 태하가 먼저 교수실을 나가고 최 교수까지 학과장실로 향하자 그는 닫히는 문을 기다렸다가 서윤 앞을 막았다.“윤태하한테는 연락도 잘하네.”서윤은 가방 지퍼를 닫으며 그를 올려다봤다.“어젯밤 차유리 씨한테 달려간 사람이 아침부터 다른 남자 연락까지 간섭하려고 온 건 아니겠죠?”재헌의 입술이 굳었다.“병원에 데려다주고 상태만 확인했어. 의사 오는 것까지 보고 바로 나왔고.”“그걸 왜 나한테 설명해요? 내가 어디까지 해줬는지 물어봤어요?”서윤이 지나가려 하자 재헌이 책상 가장자리에 손을 짚어 길을 막았다. 손목을 잡지는 않았지만 넓은 어깨가 가까워지면서 두 사람 사이가 좁아졌다.“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설명하는 거잖아.”“나는 사실을 말한 건데요. 당신은 또 그 여자에게 갔고, 나는 당신을 기다리지 않았어요.”재헌의 턱이 굳었다.“기다리지 않았다는 말 좀 그만해.”“왜요? 당신은 내가 기다리는 게 당연해서 좋았잖아요.”서윤이 한 걸음 다가서자 오히려 재헌이 책상 끝에 기대게 됐다. 그녀의 손가락이 그의 셔츠 깃을 천천히 쓸었다.“어젯밤에는 내 몸을 그렇게 안아놓고 몇 분 뒤에 다른 여자한테 달려갔으면서, 오늘은 내가 선배랑 웃었다고 또 질투해요?”재헌이 그녀의 허리를 끌어당겼다.“지금 그 새끼 얘기하면서 나 건드리지 마.”서윤의 몸이 그의 가슴에 닿았다. 그러나 그녀는 피하지 않고 오히려 느슨한 넥타이를 손가락에 감았다.“건드리면 어떻게 할 건데요?”재헌의 시선이 그녀의 입술에 내려앉았다.“어제 어디까지 갔는지 기억 안 나?”“기억나니까 묻는 거예요.”넥타이가 당겨지면서 두 사람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재헌의 손이 허리를 감싸는 순간 서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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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화. 저택 앞 두 남자

밤 열한 시가 넘어서야 태하의 차가 저택 대문 안으로 들어섰다.늦은 비가 정원수를 세차게 두드리고 있었다. 현관 처마 아래에서 김 집사가 우산을 준비하는 사이, 태하는 차를 세우고 조수석으로 돌아왔다.서윤이 내리자 그는 재킷을 벗어 그녀의 머리 위로 펼쳤다.“뛰지 마. 구두 젖으면 미끄러워.”“이 정도 비에 뭘 그렇게까지 해요.”“그러다 넘어지고도 괜찮다고 우길 거잖아.”태하가 서윤의 허리 뒤를 받쳐 계단 쪽으로 데려가려는 순간, 맞은편에 세워져 있던 검은 세단의 문이 열렸다.재헌이었다.넥타이도 풀지 않은 채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는지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짙었다. 그러나 태하의 재킷 아래 서 있는 서윤과 그녀의 허리 가까이에 놓인 손을 보는 순간 표정이 완전히 달라졌다.재헌은 우산도 쓰지 않고 빗속을 가로질렀다. 서윤의 머리 위에 있던 재킷을 낚아채 그대로 태하의 가슴팍에 던졌다.“내 아내한테 옷까지 벗어줄 만큼 가까운 사이였습니까?”태하는 날아온 재킷을 한 손으로 받아 들었다.“비 맞는 사람한테 재킷 하나 씌워주는 데 남편 허락까지 필요한 줄은 몰랐습니다.”재헌이 서윤의 허리를 감아 자신의 쪽으로 당기자 그녀가 곧바로 그의 팔을 밀어냈다. 태하도 한 걸음 들어오면서 세 사람 사이의 거리가 순식간에 좁아졌다.“강 대표님, 싫다는 사람 억지로 잡는 건 남편 권리가 아닙니다.”재헌은 젖은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태하 바로 앞까지 다가섰다.“내 아내 허리에 손 올린 남자한테 남편 노릇을 평가받을 생각은 없습니다.”“그 남편이 자꾸 자리를 비우니까 다른 사람이 보이는 겁니다.”재헌의 손이 태하의 셔츠 깃을 움켜쥐었다. 태하도 피하지 않고 그의 손목을 잡아 내리며 어깨로 밀고 들어왔고, 두 남자의 몸이 정면으로 부딪혔다.“대표님!”김 집사가 급히 계단을 내려왔다. 우산을 들고 뒤따르던 사용인들까지 대문 앞에서 얼어붙자 서윤이 두 남자의 가슴 사이로 손을 밀어 넣었다.“내 앞에서 계속 이럴 거면 둘 다 저택 밖으로 나가서 끝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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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화. 내가 선택한 차

다음 날 아침 여덟 시, 저택 앞에는 검은 세단 두 대가 나란히 서 있었다.재헌은 운전석 문에 기대 태하의 차가 들어오는 것을 지켜봤다. 밤새 제대로 자지 못한 얼굴이었지만 태하가 직접 운전해 온 것을 보자 들고 있던 커피를 김 집사에게 넘겼다.“정말 오셨네요.”“서윤이하고 한 약속이니까요.”“남의 아내랑 약속 잡는 데 익숙하신 모양입니다.”태하가 차문을 닫으며 재헌을 바라봤다.“기다리게 해놓고 다른 여자에게 달려가는 것보다는 낫겠죠.”재헌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질 때 현관문이 열렸다.흰 셔츠에 짙은 슬랙스를 입은 서윤이 연구자료를 들고 내려왔다. 재헌이 먼저 조수석 문을 열었지만 태하도 물러서지 않았다.“서윤아, 가면서 아침 먹자. 네가 좋아하던 샌드위치 사놨어.”재헌의 시선이 태하의 조수석으로 향했다. 대시보드 위에 샌드위치와 커피가 놓여 있었다.“아침 취향까지 기억하고 계십니까?”“같이 밤새 연구하던 후배가 뭘 먹는지도 몰랐다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습니까?”그 말이 재헌의 신경을 정확히 긁었다.“오늘은 내 차 타.”서윤은 잠시 두 남자를 바라보다 재헌의 차로 걸어갔다. 그의 입가가 올라가는 순간, 서윤은 열린 조수석을 지나 운전석 앞에서 손을 내밀었다.“차키 줘요.”“내 차를 타겠다며.”“차는 마음에 들어요. 당신보다.”김 집사가 헛기침하며 고개를 숙였다.서윤은 재헌의 손에서 차키를 빼냈다.“선배는 먼저 가요. 내가 따라갈게요.”태하가 웃으며 차에 오르자 재헌이 운전석 문을 짚었다.“내 차 가지고 저 남자 따라가겠다는 거야?”“당신이 고르라고 한 건 차였잖아요. 그래서 골랐어요.”서윤이 그의 손을 밀어내고 운전석에 올라탔다.“회사 가요. 대표님 아침부터 여기서 이럴 만큼 한가하지 않잖아요.”태하의 차가 먼저 대문을 빠져나가자 재헌은 잠시 서 있다가 차 앞을 돌아 조수석에 올라탔다.“뭐 하는 거예요?”“오전 첫 일정 대학 근처야. 출발해.”서윤이 기가 막힌 듯 웃으며 시동을 걸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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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화. 선택은 당신이 해요

대학 연구동 앞은 오전 수업을 시작한 학생들과 연구원들로 붐볐다. 서윤이 운전석에서 내리자 먼저 기다리던 태하가 다가와 자연스럽게 연구자료를 받아 들었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재헌의 휴대전화가 울렸다.차유리였다.[오빠, 나 병원 왔어.] [무서워. 빨리 와.]재헌은 화면을 껐다가 다시 전화를 걸었다.“유리야, 울지 말고 VIP센터에 있어. 지금 갈 테니까.”통화를 끊자 뒤따라온 오세진이 태블릿을 내밀었다.“대표님, 한 시 임원회의 있습니다. 여기서 본사로 가셔야 합니다.”재헌은 유리문 너머 태하와 함께 있는 서윤을 바라보다 차키를 꺼냈다.“네가 들어가. 나는 병원 들렀다 갈 테니까.”“사모님께는 뭐라고 하시려고요?”“본사 간다고 해.”오세진이 굳은 얼굴로 태블릿을 내렸다.“제가 대신 거짓말해드릴 업무는 아닌 것 같습니다.”“그러니까 입 닫고 있으라는 거야.”그때 커피를 들고 나온 서윤이 두 사람 앞에 멈췄다.“아직 안 갔어요? 오늘은 차유리 씨한테 연락 안 왔나 봐요?”재헌은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으며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안 왔어. 오후까지 회의라 늦을 거야.”서윤이 돌아서자 재헌은 그녀의 허리를 감아 멈춰 세웠다. 지나가던 학생들의 시선이 쏠렸지만 그는 오히려 몸을 낮춰 귓가 가까이 말했다.“끝나면 전화해. 내가 데리러 올 테니까 윤태하 차는 타지 마.”서윤이 그의 넥타이를 잡아 조금 끌어내렸다.“당신은 마음대로 누구한테 가면서 나는 누구 차를 탈지도 허락받아야 해요?”“저 새끼한테 가는 건 싫으니까.”“그럼 당신도 내가 싫어하는 짓을 하지 마요. 선택은 당신이 해요. 난 이제 당신 뒤를 쫓아다니면서 확인하지 않을 거니까.”서윤이 연구동으로 들어가자 재헌은 태하와 나란히 멀어지는 그녀를 끝까지 바라보다 차에 올라탔다.대학을 빠져나간 뒤 그는 서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본사 도착했어. 끝나면 연락해.][네. 회의 잘해요.]재헌은 답장을 한참 바라보다 휴대전화를 뒤집었고, 삼십 분 뒤 그의 세단은 본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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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화. 오래된 제안서

오후가 깊어지자 대학 연구동도 한산해졌다. 서윤은 지도교수 연구실에 쌓인 자료를 정리하다 누렇게 바랜 파일 하나를 꺼냈다. 마침 이날 도원에너지테크와 산학협력 미팅이 예정되어 있어 교수도 과거 자료를 다시 꺼내보던 참이었다.한서윤 — 고효율 에너지 소재 상용화 제안서.“이게 아직 있었네요.”지도교수가 파일을 받아 펼쳤다.“네가 박사과정 때 밤새워 만든 건데 어떻게 버려. 기업들 반응도 좋았잖아.”태하도 옆으로 다가왔다.“기술이전 이야기까지 나왔었지. 결혼하고 이쪽 연구에서 멀어지면서 흐지부지됐지만.”서윤은 마지막 장에 끼워진 오래된 명함과 제안서를 발견했다. 수식과 실험 조건마다 검토 의견이 빼곡했고, 마지막에는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연구자와 직접 협의 필요. 조건은 연구자가 정할 것.그 아래 서명은 권도준이었다.“칠 년 전에 도원에서 보낸 거야. 네 기술을 사업화하고 싶다며 사람까지 왔었는데 결국 만나지는 못했지.”그때 복도에서 여러 사람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도원에너지테크 실무진과 대학 산학협력단 직원들이 회의실로 들어섰고, 뒤이어 검은 정장 차림의 남자가 연구실 앞에 나타났다.권도준이었다.그는 서윤이 들고 있는 제안서를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그게 아직 남아 있었습니까?”“권도준 대표님이세요?”“그때는 대표가 아니었습니다.”도준은 오래된 제안서를 펼쳐 자신이 남긴 메모를 확인했다.“칠 년 전에 이 기술에 투자하고 싶었습니다. 연구자를 만나지 못했지만요.”“지금은 너무 오래된 자료예요.”“그러니까 지금 기술로 다시 보죠.”잠시 뒤 회의실 테이블에는 현재 사업자료와 서윤의 연구가 함께 펼쳐졌다. 서윤은 실무자가 제시한 수치를 살피다 펜 끝으로 한 부분을 짚었다.“이 조건이면 실증 단계에서 열화율이 먼저 문제 됩니다. 투자 일정을 잡기 전에 수치부터 다시 검증해야 해요.”실무자가 반박하려 하자 도준이 자료를 밀어냈다.“수정하십시오. 한서윤 박사 기준으로.”회의가 길어지는 동안 서윤의 휴대전화에는 강재헌이라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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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화. 우연은 아닙니다

회의실 안의 시선이 재헌과 도준 사이에 모였다. 재헌이 서윤 앞의 제안서를 집으려 하자 그녀가 먼저 서류 위에 손을 얹었다.“내 자료예요. 궁금한 게 있으면 나한테 물어요.”도준은 실무진에게 자료를 넘겼다.“오늘 수치는 한서윤 박사 의견대로 재계산해서 내일까지 보내십시오. 연구책임자 권한과 조건도 별도로 작성하고요.”재헌의 눈매가 가늘어졌다.“첫날부터 연구책임자까지 정하는 걸 보니 준비를 많이 하셨나 봅니다.”“칠 년 전에 검토했던 기술입니다. 오늘 갑자기 결정한 사업은 아닙니다.”서윤도 도준을 돌아봤다.“그동안 계속 검토하고 있었어요?”“기술 흐름은 추적했습니다. 한서윤 박사 이름이 연구자료에서 사라진 뒤에는 중단된 줄 알았고요.”도준은 태블릿을 서윤 앞으로 돌렸다.“오늘 마주친 건 우연이지만, 이 제안을 다시 꺼낸 건 우연이 아닙니다.”재헌이 테이블 가장자리에 손을 짚었다.“남의 아내 이름을 그렇게 오래 들여다봤다는 말을 남편 앞에서 꽤 태연하게 하시는군요.”도준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제가 추적한 건 강 대표님 아내가 아니라 연구자 한서윤의 기술입니다.”서윤은 두 남자의 시선을 끊듯 제안서를 가방에 넣었다.“검토할게요. 대신 조건은 자료를 다시 확인한 뒤 제가 정하겠습니다.”“그렇게 하십시오. 그걸 원해서 다시 가져온 제안서니까.”회의가 끝나자 재헌은 복도로 나온 서윤을 따라붙어 엘리베이터 앞에서 그녀를 막았다.“저 남자 제안 받을 거야? 내가 싫다고 해도 상관없고?”“내 일인데 왜 당신 허락이 필요해요?”서윤이 그를 올려다보다 움직임을 멈췄다. 가까워진 재헌의 셔츠 깃에서 아침에는 없던 달콤한 향이 희미하게 스쳤고, 그녀의 시선이 느슨해진 넥타이에 잠시 머물렀다.“오늘 정말 본사에 있었어요?”재헌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그래. 갑자기 그건 왜 묻는데?”서윤은 다시 한번 낯선 향을 느꼈지만 더 캐묻지 않았다.“아니에요. 그냥 물어봤어요.”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도준이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잡았다. 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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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화. 한서윤이라는 이름

다음 날 오전, 서윤의 노트북 화면에 도원에너지테크에서 보낸 계약서가 떠 있었다.연구책임자 한서윤.그 아래에는 연구비 집행권과 인력 구성권, 기술 검증 과정에서 연구책임자의 판단을 우선한다는 조항까지 추가되어 있었다.지도교수가 계약서를 훑어보다 웃었다.“도원이 이렇게 빨리 수정안을 보내는 회사는 아닌데, 권 대표가 제대로 마음먹었나 보구나.”“회사도 손해 볼 조건은 아니에요. 검증을 제대로 해야 사업화도 가능하니까요.”서윤은 몇 군데를 다시 표시해 도원 측에 보냈다.잠시 뒤 산학협력단 직원이 서류를 들고 들어왔다.“박사님, 연구책임자 등록 서명이 필요합니다. 기존 소속이 없으셔서 개인 연구자 등록도 다시 진행해야 하고요.”서윤이 서류를 받아들자 배우자와 가족관계를 적는 항목이 눈에 들어왔다.예전 같았으면 가장 먼저 강재헌이라는 이름을 적었을 자리였다.그녀는 빈칸을 지나쳐 자신의 이름부터 또박또박 적었다.한서윤.오후에는 도원 실무진과 화상회의가 잡혔다. 도준은 서윤이 수정한 조항을 확인한 뒤 물었다.“추가로 필요한 게 있습니까?”“실증자료 원본하고 해외 비교군 전체가 필요해요. 누락된 실패 데이터까지 전부요.”실무진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실패 데이터 공개는 내부 승인이 필요합니다.”도준이 곧바로 받아쳤다.“승인하겠습니다. 실패한 이유를 모르는 사람이 성공 조건을 정할 수는 없으니까요.”회의가 끝나갈 무렵 연구실 문이 열렸다.재헌이었다.그는 아무 연락도 없이 들어와 서윤의 책상 위 계약서를 내려다봤다.“이제 여기로 출근하는 거야?”“당분간은요. 연구를 다시 시작하려면 정리할 게 많아요.”재헌의 시선이 계약서 상단에 박힌 이름에 머물렀다.“도원이랑 정말 계약하려고?”“검토 중이지만 할 생각은 있어요.”그때 재헌의 휴대전화가 울렸다.화면에 뜬 차유리라는 이름을 서윤도 봤다.재헌은 잠시 화면을 바라보다 연구실 밖으로 나가 전화를 받았다.“유리야, 무슨 일이야? 지금은 좀 어려운데…… 울지 말고 말해봐.”문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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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화. 남편이 모르는 아내

도원에너지테크 기술검토회가 열린 호텔 컨퍼런스룸에는 대학 연구진과 기업 관계자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정면 스크린에는 연구책임자 한서윤 박사라는 이름이 크게 떠 있었다.강성 측 투자 담당자와 들어선 재헌은 단상 앞의 서윤을 발견하고 걸음을 늦췄다.“현재 자료대로 사업화를 서두르면 실증 단계에서 열화율이 먼저 문제가 됩니다. 성공한 수치만 보고 투자하는 건 검증이 아니라 도박이에요.”반론이 나오자 서윤은 실패 데이터를 띄워 근거를 짚었고, 도준은 그녀의 판단대로 사업 일정을 재조정하라고 지시했다.재헌 옆의 강성 임원이 감탄했다.“한 박사님, 원래 저쪽에서 꽤 유명했답니다. 해외 연구소에서도 제안이 있었다던데 대표님은 모르셨습니까?”재헌은 대답하지 못했다.회의가 끝나자 기업 관계자들이 서윤에게 명함을 건넸고, 태하도 자료를 들고 다가왔다.“서윤아, 네가 찾던 비교군까지 묶어놨어. 저녁 미팅 전에 한번 봐.”“역시 선배가 제일 빠르네요.”서윤이 웃으며 자료를 받는 순간 재헌의 손가락이 굽어졌다. 사람들이 부르는 이름은 강성의 사모님도, 강재헌의 아내도 아닌 한서윤 박사였다.서윤이 라운지로 향하자 재헌이 뒤따라붙어 비어 있는 VIP 대기실로 그녀를 데려갔다. 문이 닫히자 서윤이 날카롭게 돌아섰다.“사람들 다 봤어요. 무슨 짓이에요?”“보라고 해. 나만 멍청하게 몰랐네. 네가 저렇게 다른 남자들 사이에서 빛나는 것도, 사람들이 네 이름 하나 때문에 줄을 서는 것도.”“당신이 3년 동안 나라는 사람을 알려고조차 하지 않았잖아.”서윤이 지나치려 하자 재헌의 팔이 허리를 감아 제 가슴으로 끌어당겼다. 몸이 빈틈없이 맞닿자 그녀가 가슴을 밀었지만 완전히 떨어지지는 않았다.“질투할 게 그렇게 많아요?”“어, 많아졌어. 네가 자꾸 내가 모르는 낯선 여자가 되니까.”재헌의 손이 서윤의 허리선을 타고 내려가다 멈췄다. 서윤은 느슨해진 넥타이를 움켜쥐어 그의 얼굴을 제 입술 가까이까지 당겼다.“3년 동안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한서윤인데, 이제 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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