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이혼하자 국가가 나를 보호하고, 전남편이 집착하기 시작했다: บทที่ 41 - บทที่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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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화. 돌아오지 않은 아내

뒤집어놓은 휴대전화가 테이블 위에서 다시 진동했다.수진이 와인을 따르다 눈치를 보자 서윤은 잔을 내밀었다.“따라줘. 오늘은 끝까지 있을 거야.”“이제 좀 옛날 한서윤 같다. 대학원 때는 새벽까지 마시고도 아침 실험 제일 먼저 나왔잖아.”동기들이 과거 이야기를 보태면서 웃음이 번졌다. 서윤도 얼굴이 붉어진 채 소리 내 웃었다.맞은편의 태하가 빈 잔 옆으로 물을 밀어놓았다.“와인만 마시지 말고 이것도 마셔. 내일 머리 아프다고 누구 탓하지 말고.”“내가 언제 남 탓을 했다고 그래?”“기억 안 나면 수진한테 물어봐. 증인이 많으니까.”다시 웃음이 터졌다.그 시각 저택에는 손대지 않은 저녁이 식어가고 있었다.재헌은 세 번째 전화까지 받지 않는 화면을 내려다보다 김 집사를 불렀다.“누구 만나러 갔어?”“그것까지는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예전의 서윤이라면 먼저 알려왔을 것이다. 누구를 만나고, 몇 시에 돌아오며, 늦으면 기다리지 말라는 말까지.재헌은 오세진에게 전화를 걸었다.“대학가 쪽 와인바 찾아봐.”“사모님 찾으시는 거면 그냥 전화하시죠.”“받았으면 너한테 전화했겠어?”목소리가 서늘해지자 세진도 더는 농담하지 않았다.밤 열한 시가 넘어 모임이 끝났다.사람들이 와인바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수진은 서윤의 팔짱을 끼고 웃었고, 태하는 옆에서 택시를 잡아주고 있었다.계단을 내려오던 서윤의 굽이 틈에 걸렸다. 몸이 기울자 태하가 재빨리 팔을 받쳤다.“많이 취했네. 천천히 내려가.”“이 정도로 뭘.”서윤이 웃으며 그의 팔을 짚고 바로 서는 순간이었다.길 건너 검은 세단의 헤드라이트가 켜졌다.차는 신호가 바뀌었는데도 움직이지 않았다.짙은 유리 너머에 누가 있는지 보이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시선이 느껴졌다.잠시 뒤 세단이 거칠게 유턴해 와인바 앞으로 들어왔다.재헌이 내렸다.그는 곧장 다가오지 않았다.태하의 팔에 손을 얹고 웃는 서윤부터 봤다. 붉어진 뺨과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훑은 시선이 두 사람의 맞닿은 손에 멈췄다.재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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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화. 사랑받는 여자는 나야

다음 날 오전, 서윤이 저택의 묵직한 대리석 현관을 들어서자 거실 소파에 깊게 파묻혀 있던 재헌이 고개를 들었다.어젯밤 옷차림 그대로였다. 구겨진 셔츠에 넥타이만 거칠게 풀어헤친 채, 눈가에 짙게 내려앉은 그늘이 밤새 한숨도 자지 못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김 집사가 서윤의 코트를 받아들기 위해 다가서자 재헌이 먼저 몸을 일으켰다.“다들 나가 있어.”사용인들이 숨을 죽이고 물러나자 서윤은 그를 지나쳐 2층 계단을 올랐다. 재헌이 성큼성큼 뒤따라왔고, 침실 문이 닫히기도 전에 서늘한 목소리가 등 뒤로 꽂혔다.“윤태하랑 얼마나 친한 사이야?”서윤이 코트 소매를 정리하다 뒤를 돌아보았다.“밤새 침대에도 안 들어가고 기다려서 묻고 싶었던 게 고작 그거예요?”“내 아내가 다른 남자 팔에 몸을 기대고 그렇게 낯뜨겁게 웃고 있었는데, 그럼 내가 뭘 물어야 하는데?”서윤이 피식 실소를 흘리며 그를 마주 봤다.“그냥 솔직하게 질투 나 죽겠다고 하면 되잖아요.”“내가? 너한테?”재헌이 비틀린 헛웃음을 흘렸지만 핏발 선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당신은 차유리 몸에 손대고, 안아 들고, 같은 집에 데려다 놓기까지 했어. 그런데 나는 계단에서 넘어질 뻔할 때 남자가 허리 한번 잡아준 것도 안 돼요?”재헌의 얼굴이 험악하게 굳었다. 성큼 다가온 그가 서윤의 턱밑까지 거리를 좁혔다.“그 새끼 이름, 네 입에서 다시는 안 나오게 해.”“내가 싫다면요?”말이 끝나기도 전에 재헌의 손이 서윤의 허리를 거칠게 끌어당겼다.읍-!숨이 막힐 만큼 사나운 입맞춤이었다. 젖은 입술이 거칠게 맞부딪치자 서윤은 반사적으로 그의 구겨진 셔츠 옷깃을 움켜쥐었다. 처음에는 밀어내려던 손이었지만 재헌이 잠시 입술을 떼었다가 다시 깊게 파고들자 손끝에 들어간 힘의 결이 달라졌다.3년 동안 지독하리만큼 익숙해진 남자의 체온과 냄새였다.재헌의 팔이 허리를 단단히 감싸자 서윤의 등이 침실 문에 부딪쳤다. 이번에는 서윤도 고개를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목덜미를 끌어안으며 거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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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화. 애인은 따로, 아내는 따로

유리가 재헌이 내준 집에서 맞는 세 번째 아침이었다.통유리창 너머로 도심이 내려다보였다. 대리석 거실과 고가의 가구, 지하에는 재헌이 쓰라며 내준 수입차까지 있었다. 저택에서 쫓겨난 날의 모욕감은 어느새 확신으로 바뀌고 있었다.재헌은 자신을 버리지 못했다.오후, 박정희와 찾은 백화점 VIP 라운지 별실에는 강씨 집안과 친분이 깊은 여성들이 모여 있었다.한 사모가 유리의 다이아몬드 팔찌를 알아봤다.“그거 재헌이가 사준 거 아니니?”유리가 손목을 들어 보이며 웃었다.“네. 예전에 제가 예쁘다고 했던 걸 아직도 기억하더라고요.”박정희도 만족스럽게 찻잔을 들었다.“사내 마음이 그렇게 쉽게 변하니? 둘이 어릴 때부터 붙어 다녔는데.”그때 직원이 라운지 입구에서 허리를 숙였다.“한서윤 고객님, 주문하신 상품 준비됐습니다.”수진과 함께 들어오던 서윤을 발견한 유리의 손이 멈췄다. 박정희가 앉으라고 불렀지만 서윤은 목례만 하고 지나치려 했다.유리가 일부러 목소리를 높였다.“언니, 내가 지금 사는 집 오빠가 준 거 알고 있죠?”서윤의 걸음이 멈췄다.“무슨 집?”“저택에서 나온 날 오빠가 직접 데려다줬어요. 집도 주고 차도 쓰라고 했는데, 언니한테는 말 안 했나 봐요?”재헌은 유리를 내보냈다고만 했다.서윤은 잠시 유리를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잘됐네요. 어디서 살든 이제 내 집에만 안 들어오면 되니까.”유리의 미소가 굳었다.“언니, 정말 그 집이 어떤 집인지 몰라요?”유리가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띄웠다.지금보다 어린 재헌과 유리가 커다란 통유리창 앞에 나란히 서 있었다. 사진 속 거실은 유리가 지금 살고 있는 바로 그 집이었다.“우리 결혼하면 신혼집으로 쓰려고 오빠가 사둔 집이에요.”서윤의 시선이 화면에 멈췄다.“내가 사고로 사라진 뒤에도 안 팔았더라고요. 우리가 같이 고른 가구도 그대로 두고 몇 년을 관리했대요.”사진이 넘어갔다. 소파에 붙어 앉은 두 사람, 새 식탁 앞에서 와인잔을 든 재헌과 유리, 아직 침구도 놓이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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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화. 차유리의 첫 번째 경고

강성그룹 본사 로비에 차유리가 들어선 것은 점심시간이 막 끝난 나른한 오후였다.몸매 라인을 훤히 드러내는 크림색 원피스에 재헌이 사준 굵직한 다이아몬드 팔찌, 손에는 화려한 고급 브랜드 가방이 들려 있었다. 안내데스크 직원 둘이 그녀를 알아보고 서로 눈치를 주고받았다. 대표와 함께 몇 번이나 회사를 드나들었던 여자였다.“강재헌 대표 만나러 왔어요.”“약속이 있으십니까?”“없어도 늘 만나주는 사이예요.”유리는 방문증을 발급받지도 않은 채 보란 듯 전용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마침 내려오던 오세진이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대표님 회의 중이십니다. 연락부터 드리고 올라가시죠.”“오 실장님도 나 알잖아요. 예전에는 오빠 방에 그냥 들어가도 아무도 안 막았는데.”“예전하고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니까요.”세진이 예의 바른 미소를 유지한 채 길을 내주지 않자 유리의 표정이 굳었다. 주변 직원들의 시선까지 느껴졌다.“그럼 회의 끝날 때까지 여기서 기다릴게요.”유리는 로비 한복판 VIP 소파에 보란 듯 자리를 잡았다.한 시간 가까이 지나 재헌이 임원진과 함께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오자 유리가 곧장 일어났다.“오빠.”임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렸다. 재헌의 짙은 눈썹이 미세하게 구겨졌다.“여긴 왜 왔어?”“나 언제까지 그 집에서 놀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유리가 가방에서 이력서가 든 봉투를 꺼냈다.“나 오빠 회사에서 일할래.”재헌은 봉투를 받지 않았다.“회사 장난으로 들어오는 곳 아니야.”“나도 대학 나왔고 아버지 회사에서 일해본 적 있어. 처음부터 임원 시켜달라는 것도 아니잖아.”“절차 밟아. 낙하산은 없어.”유리의 입술이 굳었다. 예전 같으면 적어도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이렇게 세워두지는 않았을 재헌이었다.그때 로비 회전문 쪽이 술렁였다.수진과 약속이 있어 근처에 왔던 서윤이 건물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전날 백화점에서 그 신혼집 사진을 본 뒤에도 재헌에게 전화 한 통 하지 않았던 서윤이었다.재헌의 시선이 순식간에 서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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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화. 아내가 묻지 않았다

차유리가 친정에 도착했을 때, 오래된 단독주택 대문에는 붉은 압류 예고장이 붙어 있었다.한때 기사 딸린 수입차가 드나들던 정원에는 마른 잎이 지저분하게 쌓였고, 현관 대리석도 군데군데 금이 가 있었다. 유리는 재헌이 쓰라며 내준 최신형 세단에서 내리자마자 압류 예고장을 거칠게 떼어 가방 깊숙이 구겨 넣었다.거실에서는 어머니가 팔려고 꺼내놓은 명품 가방과 보석을 정리하고 있었다.“기사라도 데리고 오지 그랬니. 최 사모 곧 도착한다는데.”유리는 보석 상자를 닫아 서랍에 밀어 넣고, 중고 명품업체에서 보낸 감정가 견적서도 잡지 아래로 감췄다.“그런 거 다 치워요. 차는 오빠가 타고 다니라고 준 거니까 일부러 밖에 세워뒀어요.”재헌이 사준 다이아몬드 팔찌가 잘 보이도록 원피스 소매까지 살짝 걷었다.잠시 후 최 사모가 들어왔다. 현관 앞 세단을 확인한 그녀의 시선이 유리의 가방과 팔찌를 차례로 훑었다.“유리야, 재헌이랑 다시 만난다는 소문이 돌더니 진짜인가 보네. 저 차도 강 대표가 사준 거니?”유리는 휴대전화를 꺼내 재헌이 내어준 펜트하우스 사진까지 보여줬다.“지금은 여기서 지내요. 오빠가 예전에 나랑 살려고 준비했던 신혼집인데, 내가 돌아오니까 다시 들어가라고 열쇠를 주더라고요.”“그럼 한서윤은?”유리가 찻잔을 들며 웃었다.“법적으로 이름만 올렸다고 다 같은 마누라인가요.”마침 재헌에게 메시지가 도착했다.[필요한 거 있으면 오 실장한테 말해.]유리는 최 사모가 볼 수 있도록 화면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보셨죠? 오빠는 내가 조금이라도 불편하게 지내는 꼴을 못 봐요.”최 사모가 돌아가자 유리 어머니가 밀린 대출이자와 관리비 독촉장이 든 서류봉투를 내밀었다.“이것도 재헌이한테 부탁하면 안 되겠니?”유리는 어머니가 보는 앞에서 재헌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오빠, 엄마 집까지 경매로 넘어갈 것 같아. 나 너무 무서워서 눈물만 나와.]답장도 오지 않았는데 유리는 어머니의 손부터 잡았다.“걱정하지 마요. 오빠가 내가 돌아왔으니까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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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화. 내 아내를 아는 남자

토요일 오후, 서윤은 수진과 대학 미술관 기획전을 보고 있었다.천장이 높은 전시실에서 작품 설명을 읽던 서윤이 낯익은 목소리에 돌아봤다.“한서윤?”윤태하였다. 수진이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윤 선배도 초대받았어요?”“교수님이 표를 보내주셨어. 그런데 서윤이는 여전하네. 대학원 때도 작품보다 설명을 더 오래 읽었잖아.”“선배가 옆에서 계속 말 걸어서 못 읽었던 거예요.”서윤이 웃으며 팸플릿으로 태하의 팔을 밀었다.강성문화재단 이사와 약속이 있어 미술관에 들른 재헌은 멀리서 그 모습을 보고 걸음을 멈췄다.제 앞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웃음이었다.태하가 서윤의 머리카락에 붙은 종이 조각을 발견하고 손을 뻗는 순간, 재헌이 성큼 다가와 그 손목을 낚아챘다.“뭡니까?”“머리에 뭐가 붙어서 떼어주려던 겁니다.”재헌은 태하의 손을 밀어내고 직접 서윤의 머리카락에 손을 넣었다. 종이를 떼어낸 손끝이 귓바퀴를 스치자 서윤이 얼굴을 피했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재헌은 대답 대신 서윤의 허리를 감아 자신의 옆으로 끌어당겼다.“주말 약속이라는 게 이 남자 만나는 거였어?”서윤이 그의 손을 떼어냈다.“수진이랑 온 거고 윤 선배는 여기서 만났어요. 내가 누구를 만나든 묻지 말라고 어제 말했잖아요.”“내가 알겠다고 한 적은 없어.”태하가 한 걸음 다가왔다.“서윤이가 싫어하는 것 같은데 그만하시죠.”재헌의 시선이 태하에게 꽂혔다.“내 아내 일에 끼어들지 마십시오.”“그런데 정작 서윤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잘 모르시는 것 같아서요.”재헌의 눈매가 사납게 좁아졌다.태하는 서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연구 얘기만 시작하면 사람이 달라졌습니다. 밤을 새우고도 눈이 살아 있었어요. 그때 서윤이는 꽤 유명했습니다.”재헌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자신이 아는 서윤은 저택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어머니가 정한 병원에 다니고, 자신의 귀가 시간에 맞춰 식탁을 준비하던 여자였다.태하가 아는 한서윤을 자신은 몰랐다.그 사실이 다른 남자의 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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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화. 남편이라는 자격

서윤은 가방에서 자신의 차키를 꺼냈다.버튼을 누르자 두 줄 건너편 검은 세단의 불빛이 차가운 주차장을 짧게 갈랐다. 재헌의 눈빛이 험악하게 변하는 것을 보고도 서윤은 수진에게 고개를 까딱했다.“가자. 대리 불러서 내가 데려다줄게.”재헌이 곧장 앞을 막았다.“내 차 두고 굳이 네 차로 가겠다고?”“당신 차를 타야 할 이유가 없으니까.”서윤이 휴대전화를 꺼내자 태하가 먼저 화면을 열었다.“제가 부르겠습니다. 수진이까지 같이 가면 되겠네요.”재헌의 손이 태하의 휴대전화를 눌러 내렸다.“당신은 빠져.”“서윤이가 결정할 일입니다.”두 남자의 어깨가 맞부딪쳤다. 재헌의 시선이 태하에게 박혔지만 서윤은 그 사이를 그대로 지나쳐 자신의 차로 향했다.운전석 문을 여는 순간 재헌의 손바닥이 문을 도로 밀어 닫았다.쾅―.서윤이 돌아서자 재헌은 양손으로 차체를 짚고 그녀 앞을 막아섰다. 느슨해진 넥타이 아래로 거친 숨이 오르내렸고, 차가운 주차장 안에서도 그의 체온이 느껴질 만큼 거리가 가까웠다.“왜 다른 놈 앞에서는 그렇게 웃어?”“당신 앞에서 웃을 일이 없었으니까.”재헌의 턱이 굳었다.“내가 아직 네 남편이야.”서윤은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흐트러진 넥타이를 손가락에 감아 천천히 끌어당겼다.재헌의 얼굴이 순식간에 가까워졌다.“남편 소리를 듣고 싶으면 아내가 싫어하는 짓부터 하지 말았어야죠.”숨결이 뒤섞일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서윤이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당신은 차유리한테 집도 주고 차도 주고 생활비에 친정 빚까지 갚아주잖아요. 난 한 번도 안 막았어요.”서윤이 넥타이를 한 번 더 당겼다.“그런데 내가 다른 남자랑 전시를 보든, 그 남자 차를 타든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막아요?”재헌의 시선이 그녀의 입술에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왔다.“그 새끼 얘기하면서 내 넥타이 당기지 마.”“왜요?”서윤의 입술 끝에 차가운 웃음이 번졌다.“내가 다른 남자 품에 안길까 봐 질투 나요?”재헌은 이번에는 부정하지 않았다. 차체를 짚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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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화. 아내의 자리를 비운 여자

호텔 그랜드볼룸 앞에는 강성그룹 창립기념 행사에 참석한 재계 인사들이 몰려 있었다.검은 세단에서 서윤이 내리는 순간, 로비에 서 있던 몇 사람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돌아갔다.검은 드레스는 앞에서 보면 군더더기 없이 우아했다. 가느다란 허리선을 따라 매끈하게 떨어지는 실루엣도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았다.그러나 서윤이 몸을 돌리는 순간 분위기가 달라졌다.등이 깊게 파여 있었다.목덜미에서 시작된 맨살이 등 한가운데까지 그대로 드러났고, 검은 천과 하얀 피부의 선명한 대비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저분 강 대표 사모님 아니야?”“실제로 보니까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데.”낮은 목소리가 스쳤지만 서윤은 신경 쓰지 않고 볼룸으로 들어갔다.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박정희였다.그리고 그 옆에는 차유리가 있었다.샴페인색 드레스를 입은 유리의 손목에는 재헌이 사준 다이아몬드 팔찌가 반짝였다.“유리 기억하시죠? 어릴 때부터 우리 집을 제집처럼 드나들던 아이잖아요.”“어머, 차 회장님 따님? 재헌이하고 혼담까지 오갔던 그 아가씨 맞죠?”유리가 웃었다.“옛날 일이에요.”박정희는 서윤을 발견하자마자 눈썹부터 찌푸렸다.“이제 왔니? 그런데 옷이 그게 뭐야. 며느리가 집안 행사에 저렇게 등을 내놓고 와?”서윤은 자신의 드레스를 한번 내려다봤다.“제가 골랐어요.”“누가 골랐는지를 묻는 게 아니잖니. 재헌이 체면도 생각해야지.”그때 볼룸 안쪽에서 재헌이 걸어 나왔다.그의 시선이 서윤에게 멎었다.처음에는 얼굴이었다.목선으로 내려갔던 시선이 서윤이 옆으로 돌아서는 순간 그대로 굳었다.드러난 등이 보였다.그리고 그보다 먼저 재헌의 눈에 들어온 것은 근처에 서 있던 남자들의 시선이었다.한 남자가 서윤을 지나치면서도 한 번 더 돌아봤다.재헌의 턱이 딱딱하게 굳었다.그는 곧장 서윤에게 걸어왔다.“이거 입고 온다고 말 안 했잖아.”서윤이 그를 올려다봤다.“옷도 허락받아야 해요?”재헌은 대답하지 않았다.대신 턱시도 재킷을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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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화. 당신 없이도 괜찮아요

그랜드볼룸 대형 스크린에는 강성그룹의 역대 성과 영상이 흐르고 있었다. 중앙 상석에는 강씨 일가와 주요 주주, 재계 인사들이 자리했다.사회자가 강재헌을 호명하자 박수가 쏟아졌다. 재헌은 단상으로 향하기 전 서윤에게 손을 내밀었다.“오늘은 대표 부부가 함께 인사하는 순서니까 같이 올라가. 사람들 앞에서 나 혼자 세워놓고 빠질 생각은 하지 말고.”박정희도 곁에서 입술을 비틀었다.“이럴 때 남편 체면 세워주라고 네가 그 자리에 있는 거야. 오늘 하루쯤은 강성 안주인답게 행동해.”서윤은 말없이 재헌의 손을 잡았다.단상에 오르자 플래시가 연달아 터졌다. 재헌은 축사를 하면서도 깊게 파인 서윤의 드레스로 향하는 남자들의 시선을 놓치지 않았고, 허리에 감은 손에 힘을 주어 그녀를 제 옆에 붙여놓았다.축사가 끝나고 직원이 샴페인을 내밀자 재헌은 서윤이 잡기도 전에 잔을 가져갔다.“아까도 마셨으니까 오늘은 그만 마셔. 이 정도면 충분해.”“샴페인 한 잔까지 당신 허락을 받아야 해요?”마이크가 켜진 탓에 앞쪽 테이블에서 웃음이 터졌다.“강 대표님이 사모님을 굉장히 아끼시나 봅니다.”재헌은 서윤의 허리를 더욱 깊이 끌어당기며 잔을 들었다.“제 아내 술기운하고 남들 시선 정도는 제가 알아서 관리하겠습니다.”서윤은 웃는 얼굴로 그의 옆구리를 세게 눌렀다.“사람들 앞에서 아내 소유권이라도 선포하니까 기분 좋아요?”재헌도 미소를 유지한 채 귓가에 낮게 말했다.“오늘 네 등 쳐다보는 놈들이 몇인지 알면 그런 소리 못 해. 계속 날 시험하면 여기 있는 새끼들 눈부터 전부 가리고 싶어질 테니까.”“그럼 앞으로 꽤 피곤하겠네요. 이제 당신 눈치 보면서 옷 입을 생각 없거든요.”테이블로 돌아오자 박정희가 재헌 오른쪽의 서윤 이름표를 밀어놓고 유리에게 의자를 빼주고 있었다.“유리야, 여기 앉아. 재헌이 식성은 네가 서윤이보다 훨씬 잘 알잖니.”유리가 의자를 당기며 웃었다.“언니, 괜찮죠? 어머님이 자꾸 여기 앉으라고 하셔서요.”서윤은 자신의 이름표를 집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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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화. 기다리는 남편

재헌은 정말 두 시간을 버텼다.강성그룹 창립행사를 팽개친 대표가 낯선 대학 동문들의 와인 자리에 끼어앉아 있으니 처음에는 모두가 숨조차 편히 쉬지 못했다. 그러나 수진이 일부러 옛 연구실 이야기를 꺼내면서 굳어 있던 분위기도 조금씩 풀렸다.“서윤이가 대학원 때 독종이었잖아요. 밤샘 실험하고도 제일 먼저 술 마시러 가고. 태하 선배가 취한 서윤이 데리러 몇 번이나 왔었죠.”수진의 말에 태하가 웃으며 서윤의 잔을 채웠다.“안 데려갔으면 연구실 소파에서 아침까지 잤을 테니까. 다음 날 발표 있는 것도 잊어버리고.”서윤이 웃음을 터뜨리자 재헌의 손에서 와인잔이 천천히 돌아갔다. 자신이 삼 년 동안 아내라는 이름으로 곁에 두고도 몰랐던 서윤의 스물몇 살을, 저 남자는 너무 자연스럽게 기억하고 있었다.자정이 넘어 자리가 끝나자 태하가 먼저 일어났다.“서윤아, 대리 불러줄까?”재헌이 입을 열기도 전에 서윤이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선배. 오늘은 남편 차 타고 갈게요.”그 한마디에 재헌의 시선이 곧장 서윤에게 박혔다.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는 동안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윤이 조수석에 올라타 드레스 자락을 정리하고 안전벨트를 채우자 재헌이 그녀를 오래 바라봤다.“왜 내 차 타겠다고 했어?”“당신이 두 시간이나 기다렸잖아요. 그렇게까지 기다린 사람한테 기회 한 번은 줘야죠.”차는 저택이 아닌 외곽으로 향했다. 빗줄기가 굵어질 무렵 도착한 곳은 재헌이 가끔 혼자 머물던 교외 별장이었다.현관에 들어서자 서윤이 젖은 머리카락을 목 뒤로 넘겼다. 깊게 파인 드레스 뒤로 드러난 등에 조명이 길게 미끄러졌다.“집으로는 왜 안 가요?”재헌은 젖은 턱시도 재킷을 벗어 소파에 던졌다.“윤태하랑 원래 그렇게 가까웠어? 네가 취하면 데리러 다니고, 네가 뭘 좋아했는지까지 다 알 만큼?”“당신이 차유리 씨를 아는 것보다는 덜하겠죠.”재헌의 턱이 굳었다. 서윤은 피하지 않고 그의 앞까지 다가갔다.“왜요? 당신 첫사랑 챙기는 건 당연하고, 내 과거에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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