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곱 시가 조금 넘었을 무렵, 밤새 제대로 잠들지 못한 서윤은 커피라도 마실 생각으로 1층에 내려왔다.주방에서는 토스트 굽는 냄새가 번졌고, 사용인이 커피를 내리는 동안 서윤은 식탁 끝에 기대 창밖을 바라봤다. 그때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무심코 고개를 돌린 서윤의 시선이 그대로 멈췄다.강재헌이었다.어젯밤 입고 나갔던 셔츠는 심하게 구겨져 있었고, 느슨하게 풀어진 옷깃 아래에는 여자가 일부러 남긴 듯 선명한 붉은 립스틱 자국이 번져 있었다.그 흔적을 보는 순간 서윤의 가슴이 세게 조여왔다. 유리의 전화를 받고 나간 남자가 어디에서 밤을 보냈는지 짐작하고 있었지만,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것과 제 눈으로 확인하는 건 전혀 다른 일이었다.문득 결혼 첫해의 어느 아침이 떠올랐다.해외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기로 한 날, 서윤은 새벽부터 된장국을 끓이고 생선을 구웠다. 하지만 재헌은 밤이 깊도록 돌아오지 않았고, 전화를 여러 번 걸고도 받지 않자 새벽 두 시가 넘어서야 메시지를 보냈다.[오늘 안 들어와요?]한참 뒤 돌아온 것은 짧은 답장이 전부였다.[일 있어. 먼저 자.]다음 날 아침에야 구겨진 셔츠 차림으로 돌아온 남편에게 서윤은 밤새 삼켰던 걱정을 조심스럽게 꺼냈다.“연락도 없어서 걱정했어요. 무슨 일 있었던 건 아니죠?”재헌은 재킷을 벗어 그녀에게 건네며 회사 사람들과 늦게까지 있었다고 했다. 믿어야 부부라고 생각했던 서윤은 더 묻지 못한 채 그의 셔츠를 받아 세탁실로 가져갔다.그때도 정말 회사 사람들이었을까.“사모님, 커피 준비됐습니다.”사용인의 목소리에 서윤은 가까스로 정신을 돌려 잔을 받아 들었다. 그사이 식당으로 들어온 재헌도 그녀를 발견했다.“밤새 못 잔 얼굴인데, 아침부터 여기서 뭐 해?”평범하게 귀가한 남편처럼 묻는 목소리에 서윤은 커피잔을 두 손으로 감쌌다.“잠이 깨서 내려왔어요. 조금 있다가 나갈 준비도 해야 하고요.”재헌이 가까이 다가오자 셔츠에 밴 낯선 향수 냄새가 커피 향 사이로 스며들었다. 서윤의
Last Updated : 2026-09-1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