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이혼하자 국가가 나를 보호하고, 전남편이 집착하기 시작했다: บทที่ 31 - บทที่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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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화. 오늘은 내 방에서 자

박정희를 본가에 내려주고 저택으로 돌아왔을 때는 밤 열한 시가 가까워져 있었다.차에서 먼저 내린 서윤은 재헌을 기다리지 않고 현관으로 들어갔다.사모 모임 내내 굳어 있던 어깨가 이제야 조금 내려앉았다. 귀걸이를 빼 손바닥에 올리고 계단을 오르는데, 뒤늦게 들어온 재헌의 시선이 줄곧 등을 따라붙었다.예전 같으면 한 번쯤 돌아봤을 것이다.오늘 어땠느냐고, 어머니는 잘 들어가셨느냐고 먼저 말을 붙였을지도 몰랐다.하지만 서윤은 그대로 2층으로 올라갔다.복도 끝 자신의 방 앞에서 손잡이를 잡는 순간, 뒤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어디 가.”서윤이 돌아봤다.재헌은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다. 느린 걸음이었지만 시선만큼은 그녀에게 단단히 박혀 있었다.“자러 가요.”“오늘은 내 방에서 자.”서윤의 손이 문고리 위에서 멈췄다.마치 당연한 일을 말하는 것 같은 어조였다.미안하다는 말도, 그동안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설명하는 말도 없었다. 몇 달째 각방을 쓰고 있는 아내에게 느닷없이 자기 방으로 들어오라는 말뿐이었다.재헌이 가까이 다가왔다.서윤은 문에서 등을 떼지 않았다.“왜요. 갑자기?”“부부가 같은 방에서 자는 데 이유가 필요해?”그 말에 서윤의 입가가 아주 조금 비틀렸다.부부.그 단어를 이렇게 쉽게 입에 올리는 남자가 우스웠다.차유리가 저택에 들어온 뒤 가장 먼저 내준 것이 부부의 침실이었다. 유리가 울면 달려갔고, 아내가 기다리는 밤에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제 와 부부니까 같은 방에서 자야 한다고 했다.서윤이 문을 열려 하자 재헌의 손이 먼저 움직였다.쾅.큰 손바닥이 문을 다시 닫았다.서윤의 어깨 너머로 팔을 뻗은 탓에 두 사람의 거리가 단숨에 좁아졌다. 재헌에게서 희미한 술 냄새와 익숙한 향이 섞여 들어왔다.서윤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비켜요.”“한서윤.”재헌은 비키지 않았다.오늘 사모 모임에서 서윤이 다른 사람들과 웃던 얼굴이 자꾸 떠올랐다. 자신이 옆에 있을 때보다 훨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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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화. 남편이 원하는 아내

자정이 넘었는데도 재헌은 잠들지 못했다.침대 한쪽이 지나치게 반듯했다. 예전에는 당연히 서윤이 누워 있던 자리였다. 같은 저택에 있으면서 복도 끝 닫힌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남처럼 자고 있다는 사실이 자꾸 신경을 긁었다.물을 마시러 나온 서윤이 복도 끝에서 걸음을 멈췄다.재헌은 셔츠 단추를 두어 개 풀어놓은 채 방문 앞에 서 있었다. 기다렸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서윤이 방향을 틀자 곧장 앞을 막았다.“오늘은 내 방에서 자. 두 번 말하게 하지 마.”“명령하지 마요. 이제 당신 기분 맞춰주는 아내 아니니까.”서윤이 옆으로 비켜가려는 순간 재헌의 팔이 문을 짚었다.등이 문에 닿았다.재헌은 손 하나 대지 않은 채 그녀를 내려다봤지만, 숨이 섞일 만큼 가까운 거리였다. 서윤이 고개를 돌리려 하자 그의 시선이 천천히 입술로 내려갔다.“그런데 왜 그렇게 긴장해.”“당신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마요.”말이 끝나기도 전에 입술이 겹쳤다.이번에는 처음부터 거칠었다.서윤이 밀어내려던 손으로 그의 셔츠를 움켜쥐었다. 재헌은 그 작은 반응을 놓치지 않았다. 허리를 감싼 팔이 단단해졌고, 맞붙은 몸 사이로 뜨거운 체온이 번졌다.“흣…….”숨이 새었다.재헌의 움직임이 순간 멎었다.서윤 역시 자신이 낸 소리에 놀란 듯 입술을 깨물었다.그 모습을 본 재헌의 눈빛이 달라졌다.다시 이어진 키스는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서윤이 숨을 고르려고 얼굴을 돌리면 재헌의 입술이 뺨과 턱선을 따라 내려갔고, 뜨거운 숨이 목 가까이에 닿을 때마다 그녀의 어깨가 작게 움찔했다.재헌이 그 반응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이것도 싫어?”서윤은 대답하지 않았다.대신 그의 셔츠를 쥔 손에 조금 더 힘이 들어갔다.재헌은 그녀를 안은 채 방 안으로 들어갔다. 뒤로 물러서던 서윤의 다리 뒤에 침대 끝이 걸렸고, 중심을 잃는 순간 두 사람의 몸이 함께 침대 위로 기울었다.흐트러진 이불 위에서 숨이 뒤섞였다.서윤의 머리카락이 베개 위로 흩어졌다. 재헌은 바로 위에서 그녀를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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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화. 한 침대의 두 사람

침실에는 아직 조금 전의 열기가 남아 있었다.흐트러진 이불 한쪽이 바닥까지 늘어져 있었고, 재헌의 셔츠는 침대 아래에 떨어져 있었다. 서윤이 가운을 찾으려고 몸을 일으키자 재헌이 뒤에서 허리를 감아 다시 끌어당겼다.“어디 가.”“내 방.”“오늘은 여기서 자.”재헌은 당연하다는 듯 그녀를 제 품 안에 가뒀다. 조금 전까지 거칠었던 숨결이 목덜미에 닿았고, 허리를 감은 손에는 아직 놓아줄 생각이 없는 힘이 남아 있었다.그때 협탁 위 휴대전화가 울렸다.박정희였다.[난임센터 다음 주로 예약했다. 이번에는 꼭 가.]서윤은 한동안 화면을 바라봤다. 정관수술한 아들을 두고 며느리에게 난임센터를 예약하는 것도 벌써 몇 번째였다. 재헌의 수술은 주변 사람들도 다 아는 일이었지만, 손주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불려가는 사람은 늘 서윤이었다.재헌도 메시지를 읽었다.“가지 마.”“그 말을 어머니한테 해.”재헌의 미간이 좁아졌다.“내가 말할게.”“삼 년 동안 안 했잖아.”이번에는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서윤은 더 묻지 않고 그의 팔에서 빠져나와 가운을 걸쳤다.그때 방문이 열렸다.“오빠…….”차유리가 문 앞에 서 있었다.얇은 잠옷 위에 카디건만 걸친 유리는 방 안으로 들어오다가 멈췄다. 시선이 바닥에 떨어진 셔츠에서 흐트러진 침대, 가운 차림의 서윤에게로 천천히 움직였다.잠깐 굳었던 표정은 금세 사라졌다.“오빠…… 헉, 나 또 그 꿈 꿨어. 자꾸 숨이…….”말끝이 끊기면서 유리가 가슴을 움켜쥐었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어깨가 크게 들썩였고, 문틀을 붙잡은 손에서 힘이 빠지더니 무릎이 휘청 꺾였다.재헌의 얼굴이 변했다.“유리야!”그는 바닥에 떨어진 셔츠까지 밟고 침실을 가로질러 쓰러지는 유리를 받아냈다. 한 팔로 허리를 단단히 끌어안고 다른 손으로 뒤통수를 감싸 제 맨가슴에 기대게 한 뒤, 거칠어진 호흡이 가라앉도록 등을 천천히 쓸어내렸다.“나 봐. 천천히 숨 쉬어.”“오빠…… 무서워.”유리의 두 팔이 재헌의 허리를 감았다.“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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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화. 아침이 되면 다른 여자

아침에 눈을 뜬 서윤은 한동안 천장을 바라봤다.옆자리는 비어 있었다. 어젯밤 재헌이 누웠던 자리에는 구겨진 시트만 남아 있었고, 협탁 아래에는 그가 벗어놓은 시계가 떨어져 있었다. 서윤은 그것을 그대로 두고 욕실로 들어갔다.샤워를 마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평소와 다른 기척이 느껴졌다. 사용인 하나가 따뜻한 물과 수건을 들고 2층으로 올라가고 있었고, 김 집사는 전화기를 귀에 댄 채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었다.“네, 차유리 씨 복용약 확인했습니다. 오늘 오전 진료도 잡아두겠습니다.”통화를 마친 김 집사가 서윤을 발견하고 잠시 머뭇거렸다.“사모님, 일어나셨습니까.”“재헌 씨는요?”“차유리 씨 방에 계십니다.”어젯밤 이후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뜻이었다.서윤은 식당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사용인이 아침 식사와 함께 작은 봉투 하나를 내려놓았다.“어머님께서 아침 일찍 보내셨습니다.”봉투 안에는 난임센터 예약 확인서와 검사 안내문이 들어 있었다. 어젯밤 문자로 끝난 일이 아니었다. 검사 날짜와 담당의까지 이미 정해져 있었고, 준비사항에는 배우자 동반 권고가 굵은 글씨로 적혀 있었다.서윤이 종이를 내려놓을 때 식당 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재헌이었다.어젯밤 입었던 셔츠는 단추가 두어 개 풀려 있었고 소매도 아무렇게나 걷혀 있었다. 밤을 제대로 자지 못한 얼굴로 들어온 그는 휴대전화에서 눈도 떼지 않은 채 김 집사에게 말했다.“오늘 오전 일정 미뤄. 유리 병원부터 다녀와야겠어.”김 집사가 바로 일정을 확인했고, 재헌은 물 한 잔을 받아 마시다가 식탁 위 서류를 발견했다.“그건 뭐야?”서윤이 예약 확인서를 그의 앞으로 밀었다.재헌은 내용을 훑어보고도 별다른 표정이 없었다.“어제 말했잖아. 가지 마.”“당신 이름도 있어.”배우자 동반 검사란에는 강재헌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재헌은 잠시 서류를 내려다보다 휴대전화를 다시 확인했다.“내가 어머니한테 취소하라고 할 테니까 신경 쓰지 마.”서윤은 그 말을 듣고 웃지도 못했다.유리의 병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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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 기다리지 않는 아내

서윤이 차를 몰고 도착한 곳은 대학가 뒤편의 작은 서점이었다.결혼 전, 논문이 막히거나 머리가 복잡할 때면 종종 들르던 곳이었다. 오래된 건물 사이에 자리한 서점은 삼 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문을 열자 익숙한 종이 냄새와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왔다.서윤은 천천히 서가 사이를 걸었다.누구에게 몇 시에 돌아가겠다고 말할 필요도, 저녁 식사 시간을 맞추려고 시계를 들여다볼 필요도 없었다. 재헌이 언제 돌아오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자신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오랜만이었다.책 한 권을 골라 계산대로 향하는데 휴대전화가 울렸다.재헌이었다.서윤은 화면을 확인하고도 받지 않았다. 전화가 끊어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메시지가 도착했다.[어디야?]계산을 마치고 서점을 나서는 순간, 재헌에게서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서윤은 잠시 울리는 화면을 바라보다 전화를 받았다.“왜 전화를 안 받아?”“알 필요 없어요.”수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서윤은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며 횡단보도 앞에 섰다.“어디 있는지만 말해. 기사 보낼 테니까.”“필요 없어요. 차 가져왔어요.”“혼자 운전해서 어디를 갔는데?”재헌의 목소리가 낮아졌다.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사준 차였지만 서윤이 혼자 몰고 나온 날은 손에 꼽았다. 집안 행사가 있으면 기사가 붙었고, 시댁에 갈 때도 재헌의 일정에 맞췄다. 그동안은 그것이 편한 생활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보니 자신이 선택할 일이 별로 없는 생활이었다.“당신은 유리 씨 데리고 어디를 가든 나한테 말한 적 없잖아요.”“그거랑 지금 네 얘기가 같아?”서윤의 입가에 헛웃음이 스쳤다.“나한테는 같아요.”신호가 바뀌자 서윤은 사람들 사이를 따라 길을 건넜다.“한서윤, 지금 어디냐고 물었어.”“오늘은 기다리지 마요. 나도 안 기다릴 거니까.”재헌이 대답하기 전에 서윤이 통화를 끊었다.곧바로 다시 강재헌이라는 이름이 화면에 떠올랐다. 서윤은 잠시 바라보다 휴대전화 전원을 꺼버리고 차에 올라탔다.그 시각 재헌은 병원 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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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화. 그날 밤 어디 있었어?

36화. 그날 밤 어디 있었어?밤이 깊어서야 서윤의 차가 저택 안으로 들어왔다.현관문을 열자 재헌과 유리가 거실에 있었다. 서윤이 들어서자 재헌이 소파에서 일어났다.“휴대전화는 왜 꺼놨어? 어디 있었어.”서윤은 구두를 벗고 가방을 챙겼다.“내 시간 보내고 왔어요.”“누구랑 있었는데 밤늦게까지 연락도 안 받아?”계단으로 향하던 서윤이 돌아봤다.“당신이 그걸 왜 궁금해해요?”“내가 네 남편이니까 묻는 거야.”그때 자리에서 일어난 유리가 자연스럽게 재헌의 팔에 손을 얹었다. 그는 그 손을 떼어내지 않았다.서윤의 시선이 두 사람의 맞닿은 손에 머물렀다.남편이라며 자신의 하루는 따져 묻는 남자가 다른 여자의 손길은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이고 있었다.그 순간 오래 묻어두었던 어느 밤이 선명하게 되살아났다.***결혼한 지 두 달쯤 됐을 때였다.늦은 밤부터 내리던 비가 침실 창을 두드렸다. 욕실 문이 열리고 재헌이 젖은 머리를 쓸어 넘기며 나오자 따뜻한 수증기와 비누 향이 함께 흘러나왔다.대충 걸친 셔츠 사이로 젖은 가슴과 쇄골이 훤히 드러나 있었다.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있던 서윤은 한참 망설이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까이 다가가 그의 가슴에 손바닥을 얹자 뜨거운 피부가 손바닥에 닿았다. 재헌은 그녀를 내려다보기만 할 뿐 손을 잡아주지도, 밀어내지도 않았다.그 침묵을 허락으로 받아들인 서윤이 셔츠 단추 하나를 조심스럽게 풀었다. 입술이 드러난 가슴에 닿자 재헌의 호흡이 잠깐 멎었다.서윤은 조금 용기를 냈다.그의 허리를 끌어안고 몸을 바짝 붙이자 젖은 셔츠가 얇은 잠옷 위로 스쳤다. 발끝을 세워 입술 가까이 올라간 서윤이 조심스럽게 속삭였다.“오늘은…… 나 좀 안아주면 안 돼요?”재헌의 손이 그녀의 어깨를 막았다.방금까지 밀착했던 몸이 단숨에 떨어졌다. 그는 서윤이 풀었던 단추를 직접 다시 채우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싫어.”서윤은 한동안 움직이지 못하다 침실을 나왔다. 쉽게 잠들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아래층에서 따뜻한 차를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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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화. 그거랑 이건 달라

서윤이 계단을 오르려는 순간 재헌이 먼저 난간을 짚었다. 넓은 손이 앞을 가로막자 유리가 그의 팔에서 슬며시 손을 거뒀다.“방금 한 말 무슨 뜻이야. 내가 유리 생각하면서 뭘 했다는 건데?”서윤은 그의 손을 내려다보다 시선을 들었다.“결혼하고 두 달쯤 됐을 때, 당신 서재 문이 열려 있었어요.”재헌의 눈빛이 흔들렸다.“내가 처음 안아달라고 했던 날이었죠. 나를 밀어내고 유리 씨 사진을 보고 있던.”찻잔을 정리하던 사용인의 손이 멈췄다. 김 집사가 눈짓하자 사용인들은 소리 없이 주방으로 물러났다.유리가 재헌의 얼굴을 살피며 숄을 여몄다.“오빠, 그때도 내 사진 가지고 있었어?”놀란 목소리와 달리 입가에는 만족감이 스쳤다.재헌은 유리를 돌아보지도 않았다.“그건 결혼 초 일이야. 지금 네가 연락 끊고 밤늦게까지 돌아다닌 거랑 같은 얘기가 아니잖아.”서윤의 입가에 헛웃음이 번졌다. 사과보다 먼저 나온 것은 변명이었다.“그거랑 이건 다르다는 거네요.”“다르지. 넌 내 아내고, 나는 오늘 네가 어디 있는지도 몰랐어. 전화까지 꺼놓고 밤늦게 들어왔으면 적어도 어디 있었는지는 말해야 하는 거 아니야?”재헌이 가까워졌지만 서윤은 물러서지 않았다.“그럼 그날이 정말 한 번이었어요? 정말 단 한 번?”재헌의 발이 멎었지만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유리가 두 사람을 살피다 재헌의 곁으로 다가왔다.“그 사진, 아직도 있어?”재헌의 눈썹이 구겨졌다.“지금 그게 중요해?”“그냥 궁금해서. 오빠가 그렇게 오래 가지고 있었는지 몰랐으니까.”유리가 다시 그의 팔을 잡으려 하자 재헌이 손목을 잡아 떼어냈다.“유리야, 그만해.”유리의 얼굴이 굳었지만 서윤에게 사과하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서윤은 테이블 위 재헌의 휴대전화를 바라봤다. 화면에는 유리에게 주문한 약과 죽의 배달 완료 알림이 떠 있었다.아내가 어디 있었는지는 그렇게 궁금해하면서, 다른 여자가 무엇을 먹고 약을 언제 먹는지는 이미 챙겨놓은 남자였다.“됐어요. 그것도 대답이니까.”서윤이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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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화. 누구 허락 받고

다음 날 아침, 2층 복도에 여행용 캐리어 두 개가 놓였다.김 집사가 마지막 가방을 유리의 방문 앞에 내려놓자 서윤은 열린 문 안을 바라봤다. 화장대에는 화장품이 빼곡했고, 옷장 절반에는 어느새 유리의 옷이 들어차 있었다.“차유리 씨 짐 전부 맞죠?”김 집사가 난처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큰 짐은 이게 전부입니다. 다만 사모님, 대표님께는 먼저 말씀을…….”“남편이 데려온 여자 내보내는 데 남편 허락까지 받아야 하나요?”계단을 올라오던 유리가 멈췄다. 손에는 재헌이 챙겨 먹으라며 준비해둔 약봉지가 들려 있었다.“언니, 지금 내 짐 빼는 거야?”“호텔 잡아뒀어요. 기사도 준비했고요. 오늘 나가세요.”유리가 캐리어 손잡이를 움켜쥐었다.“오빠가 있으라고 했어. 언니가 뭔데 마음대로 나가래?”서윤의 시선이 올라왔다.“아내요. 당신이 아무리 이 집 안방까지 기어들어와도 그 자리는 아직 내 거예요.”“오빠 마음도 언니 거라고 생각해?”유리가 입꼬리를 올리자 서윤은 오히려 웃었다.“아니. 그건 가져도 돼요. 대신 남의 남편 마음 좀 얻었다고 남의 집까지 자기 집인 줄 착각하지는 마요.”유리의 표정이 굳었다.그때 현관 쪽에서 자동차 문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잠시 뒤 계단을 올라온 재헌의 시선이 캐리어에 꽂혔다.“이게 뭐야?”유리가 기다렸다는 듯 그의 곁으로 붙었다.“언니가 나보고 나가래. 오빠한테 말도 안 하고.”재헌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누구 허락 받고 내보내?”서윤이 헛웃음을 흘렸다.“남편이 다른 여자를 집에 들일 때는 아내 허락이 필요 없고, 아내가 그 여자를 내보낼 때는 남편 허락이 필요해요?”“말 돌리지 마. 유리는 내가 들어오라고 했어.”“그러니까 나가라고 하는 거예요. 당신이 들였으니까.”재헌이 김 집사를 돌아봤다.“짐 다시 넣어. 내가 허락하기 전에는 아무것도 빼지 마.”서윤이 먼저 캐리어 손잡이를 잡았다.“그대로 두세요.”재헌이 서윤 앞으로 다가왔다.“사람들 앞에서 내 말 무시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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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화. 남편이 내보낸 여자

2층 복도에는 차유리의 여행 가방 두 개가 그대로 놓여 있었다.재헌은 서윤을 한참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유리가 그의 팔을 붙잡으려 했지만 손끝이 닿기도 전에 재헌이 팔을 빼냈다.“오빠, 설마 진짜 나가라는 건 아니지? 언니가 질투해서 이러는 걸 왜 오빠까지 받아줘?”재헌은 대답 대신 김 집사를 불렀다.“유리 짐 전부 내려요. 방에 처박아 둔 것까지 하나도 남기지 말고.”“대표님, 짐은 어디로 옮길까요?”“차에 실어요. 이 집에서만 빼면 되니까.”유리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사용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옷과 화장품, 구두 상자가 차례로 방 밖으로 나왔다. 며칠 동안 하나씩 들어와 방 하나를 가득 채웠던 유리의 물건들이 이번에는 반대로 저택을 빠져나갔다.서윤은 계단 난간 앞에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속 시원해?”유리가 젖은 눈으로 서윤 앞을 막았다.“내 짐 몇 개 내보내면 오빠 마음까지 언니한테 돌아갈 것 같아? 삼 년 동안 못 가진 걸 방 하나 되찾는다고 가질 수 있을 것 같냐고.”“착각하지 마요. 당신한테 남편 마음 돌려달라고 한 적 없어요.”서윤은 열린 방문을 가리켰다.“내가 돌려받는 건 내 집이에요. 당신이 남의 남편 등에 업혀서 안주인 행세하던 이 집.”“언니가 그렇게 당당하면 왜 이제야 나가라고 하는데?”“죽은 줄 알았던 첫사랑이라니까 참아줬죠. 그런데 살아 돌아왔다고 남의 집까지 차지해도 되는 건 아니잖아요.”서윤은 유리를 지나 방 안으로 들어갔다. 협탁에 남은 향수 한 병을 집어 쓰레기통에 떨어뜨렸다.“다음부터 남의 집에 들어올 때는 가방부터 풀지 마요. 쫓겨날 때 창피하니까.”유리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뒤따라 들어온 재헌이 서윤 앞에 멈춰 섰다.“한서윤, 아주 끝을 보겠다는 거네.”“끝을 만든 건 당신이에요. 나는 이제 정리하는 거고.”재헌의 시선이 서윤의 입술에 잠깐 걸렸다.“유리 내보내라고 해서 내보내잖아. 그런데도 부족해?”서윤은 남은 작은 가방을 그의 가슴 앞으로 밀어놓았다.“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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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화. 남편에게 허락받지 않습니다

유리가 나간 뒤 처음 맞는 금요일 오후였다.서윤이 드레스룸에서 원피스를 고르고 있을 때 휴대전화가 울렸다. 대학원 동기 이수진이었다.“오늘도 안 나오면 진짜 네 남편한테 청첩장이라도 보내서 허락받는다? 졸업하고 얼굴 본 게 몇 번인지 알아?”서윤은 옷걸이에 걸린 검은 원피스를 꺼냈다.“허락받을 필요 없어. 오늘은 갈게.”결혼 전에는 밤늦게까지 연구실에 남았다가 수진과 학교 앞에서 술을 마시는 일이 흔했다. 결혼하고부터는 모임 날짜를 받아놓고도 재헌의 일정이나 시댁 행사가 겹치면 먼저 취소하는 쪽이 늘 서윤이었다.현관으로 내려오자 김 집사가 코트를 받아 들었다.“사모님, 저녁 식사는 어떻게 준비할까요?”“제 건 안 하셔도 돼요. 늦을 수도 있어요.”김 집사의 손이 잠시 멈췄다. 서윤이 먼저 귀가 시간을 정하지 않은 것은 드문 일이었다.대학가의 레스토랑 문을 열자 긴 테이블에서 웃음이 터졌다.“한서윤 진짜 왔어!”수진이 달려와 서윤을 끌어안았다. 대학원 동기들과 선후배 열댓 명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누군가는 교수가 됐고, 누군가는 기업 연구소로 갔으며 아이 사진을 보여주는 친구도 있었다.서윤 앞에도 와인잔이 놓였다.“너 결혼하고 술 끊은 줄 알았잖아.”“끊은 게 아니라 마실 일이 없었어.”서윤이 잔을 들자 여기저기서 잔이 부딪쳤다. 한 잔이 두 잔이 되고 식사가 끝날 무렵에는 얼굴에 옅은 열기가 올랐다.수진이 웃으며 서윤의 어깨를 쳤다.“이제 좀 옛날 한서윤 같다. 너 원래 연구실 회식하면 제일 늦게까지 남던 애였어.”서윤도 웃었다. 언제 마지막으로 이렇게 소리 내 웃었는지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그런데 윤태하는 왜 안 와? 온다며.”누군가 출입문 쪽을 보며 말한 순간, 늦게 도착한 남자가 코트를 벗으며 다가왔다.“미안합니다. 일이 생각보다 늦게 끝나서.”서윤의 손에 들려 있던 잔이 잠깐 멈췄다.윤태하도 그녀를 발견했다.몇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도 날카로운 눈매와 반듯한 체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예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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