ログイン결혼 3주년 밤, 강재헌은 죽은 줄 알았던 첫사랑 차유리를 집으로 데려왔다. 아내 한서윤을 곁에 두고도 유리에게 달려가는 남편. 그러나 서윤이 이혼을 선택하자 재헌의 무관심은 광적인 집착으로 변한다. 그때 국가가 천재 과학자 한서윤을 핵심인력으로 데려간다. 그녀를 지키다 목숨을 잃는 윤태하, 그리고 오래전부터 그녀를 지켜보며 수집하듯 원해온 권도준. 재헌보다 더 부유하고 위험한 남자조차 서윤만은 가질 수 없다. 이제 선택하는 사람은 한서윤이니까.
もっと見る결혼 3주년이었다.
케이크 위 숫자 3의 초가 절반쯤 녹아내릴 때까지 강재헌은 돌아오지 않았다.
긴 식탁 위에는 그가 좋아하는 음식이 식어 있었고, 함께 마시려고 꺼내둔 와인도 이미 차가운 온기를 잃었다. 밤 열한 시가 넘어가자 한서윤은 녹아내린 초를 뽑아 새것으로 갈아 끼웠다.
[몇 시쯤 와요? 음식 데워둘게요.]
답은 없었다.
[오늘은 일찍 들어온다고 했잖아요.]
읽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서윤은 휴대전화를 뒤집어 놓았다. 지난 3년 동안 재헌은 늘 바빴고, 기다리는 일은 언제나 자신의 몫이었다.
그때 현관문이 열렸다.
서윤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빗물에 젖은 여자가 재헌의 품에 기대어 들어왔다.
재헌은 자신의 코트를 여자의 어깨에 여며준 뒤 자연스럽게 허리를 감쌌다. 결혼한 아내에게는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다정한 손길이었다.
“오빠…… 나 너무 추워.”
여자가 그의 품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젖은 원피스의 느슨한 목선이 흘러내리며 흰 피부가 드러났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재헌의 팔에 몸을 바짝 밀착했다.
서윤의 손이 의자 등받이를 움켜쥐었다.
“누구예요?”
재헌은 그제야 아내를 돌아봤다.
“차유리.”
“왜 이 시간에 우리 집에 데려온 거예요?”
“내가 데려온 사람이야. 당신이 신경 쓸 일 아니야.”
아내의 집에 낯선 여자를 품고 들어와 놓고도 그의 얼굴에는 미안한 기색 하나 없었다.
유리는 서윤과 시선이 마주치자 재헌의 소매를 붙잡고 그의 가슴에 이마를 기댔다. 입꼬리가 아주 잠깐 올라갔다가 곧 힘없이 처졌다.
“언니, 미안해요. 콜록, 콜록…… 저 때문에 불편하시면 호텔로 갈게요.”
말과 달리 유리의 몸은 재헌에게서 조금도 떨어지지 않았다.
“갈 생각 하지 마.”
재헌이 그녀의 허리를 더욱 단단히 끌어안았다.
“누구도 널 여기서 내쫓지 못해.”
서윤은 두 사람이 맞닿은 몸을 잠시 바라보다 재헌에게 시선을 돌렸다.
“지금 그 말, 나한테 하는 경고예요?”
재헌은 대답하지 않고 집사를 불렀다.
“김 집사, 유리 방 준비해. 서윤 방으로.”
김준호 집사의 얼굴이 굳었다.
“대표님, 그곳은 사모님께서—”
“두 번 말하게 하지 마.”
서윤이 곧바로 끼어들었다.
“내 방까지 내줘야 할 이유가 뭔데요?”
“유리는 심장이 약해. 가까이 있어야 내가 바로 볼 수 있어.”
“그럼 나도 아픈 남자를 데려와 당신 침실 옆에 눕혀두고 밤새 돌봐줘도 되겠네요?”
재헌의 눈매가 사납게 좁아졌다. 유리를 감싼 팔에도 힘이 들어갔다.
“말조심해.”
“당신이 하는 건 간병이고, 내가 하면 부정한 짓인가 봐요?”
재헌은 끝내 대답하지 않았다.
“옆 객실까지는 양보할게요. 하지만 내 안방은 안 돼요.”
“오늘 밤만이야.”
“당신에게 오늘 밤이면, 나는 내 침실을 다른 여자에게 빼앗겨도 되는 거예요?”
재헌은 더는 대꾸하지 않았다.
유리를 품에 안은 채 계단을 오르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서윤은 자신의 안방으로 다른 여자를 데리고 올라가는 남편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계단 중간에 이른 유리가 문득 뒤를 돌아봤다.
“결혼까지 하셨길래…… 오빠가 언니를 정말 많이 사랑하는 줄 알았어요.”
서윤의 손끝이 천천히 말려들었다.
유리는 그제야 식탁 위 케이크를 발견한 사람처럼 눈을 크게 떴다.
“그런데 오늘 무슨 날이에요? 언니가 케이크까지 준비했네요.”
재헌의 발이 멈췄다.
그의 시선이 녹아내린 숫자 3의 초와 식어버린 음식 위를 천천히 훑었다.
그제야 기억난 모양이었다.
하지만 미안하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오빠…….”
유리가 그의 팔을 당겼다.
재헌은 식탁 앞에 홀로 선 서윤을 잠시 내려다봤다.
그리고 다시 몸을 돌렸다.
유리와 함께 계단을 올라갔다.
잠시 후 2층에서 유리의 기침 소리와 그녀를 달래는 재헌의 낮은 목소리가 희미하게 내려왔다.
김준호 집사가 굳은 얼굴로 다가왔다.
“사모님…… 케이크는 어떻게 할까요?”
서윤은 새로 갈아 끼운 초를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가 돌아오면 다시 불을 붙이려고 했다.
서윤은 초의 심지를 손가락으로 눌러 껐다. 뜨거운 촛농이 손끝에 묻었지만 닦지 않았다.
“버려주세요.”
김 집사가 멈칫했다.
“음식도 전부요.”
의자에 걸어둔 카디건을 집어 든 서윤이 현관으로 향하자 김 집사가 다급히 뒤따랐다.
“이 늦은 시간에 어디를 가시려고요?”
서윤은 걸음을 멈췄다.
계단 위 굳게 닫힌 안방 문을 한 번 바라본 뒤 고개를 돌렸다.
“이제 제 저녁은 준비하지 마세요.”
“사모님…….”
서윤이 현관문을 열었다. 차가운 밤공기가 얼굴을 스쳤다.
“저도 오늘부로 그만 기다릴 거니까.”
그날 밤, 강재헌의 집에서 그를 기다리는 아내가 사라졌다.
국가과학전략청의 연락을 시작으로 국내 기관들의 면담 요청도 잇따라 들어왔다.국방 관련 연구기관과 정부 산하 연구소는 물론, 국가 핵심기술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부처에서도 연락해왔다.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윤이 연구 제안서를 보내고 답을 기다려야 했던 곳들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그들이 먼저 서윤의 일정을 물었고, 어떤 연구를 하고 싶은지, 필요한 지원은 무엇인지 확인해왔다.서윤은 회의실 테이블 위에 쌓인 자료들을 천천히 넘겼다. 국내 기관의 제안서와 해외에서 보내온 영입 조건이 한데 섞여 있었다.맞은편에 앉아 있던 연구센터장이 그 모습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급하게 결정할 필요 없어. 이제는 한 박사가 조건을 따져볼 차례니까.”서윤이 고개를 끄덕였다.옆자리에 앉아 있던 도준은 자료 한 장을 집어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서윤은 그런 그를 바라보다 슬쩍 물었다.“권 대표님은 어디가 제일 좋아 보여요?”도준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 테이블 위에 놓인 제안서들을 한번 훑어본 뒤 서윤을 바라봤다.“그걸 왜 나한테 물어요. 한 박사가 갈 곳인데.”서윤이 눈을 가늘게 뜨자 도준의 입가에 희미한 웃음이 번졌다.그는 서윤 앞에 놓인 서류 한 장을 손끝으로 밀어주며 말을 이었다.“사람들이 한 박사를 갑자기 알아본 건 맞습니다. 그렇다고 한 박사가 갑자기 대단해진 건 아니잖아요.”서윤의 손이 서류 위에서 잠시 멈췄다.도준은 더 이상 말을 보태지 않았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는 온전히 서윤의 몫이었다.서윤은 다시 제안서로 시선을 내렸다.예전 같았으면 상대가 자신을 선택해줄지부터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이제는 달랐다.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부터 생각해도 됐다.***그날 밤, 강성그룹 본사에는 재헌의 집무실만 늦도록 불이 켜져 있었다.오세진이 가져온 자료는 오전보다 훨씬 두꺼워져 있었다.재헌은 넥타이까지 풀어놓은 채 소파에 앉아 자료를 한 장씩 넘겼다.그러다 결혼 후 서윤이 참여했던 한 프로젝트 기록에서
재헌은 오세진이 가져온 자료에서 좀처럼 눈을 떼지 못했다.한서윤의 이름으로 발표된 논문과 연구 프로젝트, 학술대회 참석 기록이 시간순으로 정리돼 있었다.그중 한 장의 사진에서 손가락이 멈췄다.해외 학술대회에서 찍힌 사진이었다. 지금보다 어린 서윤이 여러 연구자들 사이에서 목에 출입증을 걸고 자료를 든 채 환하게 웃고 있었다.재헌은 자신도 모르게 화면을 확대했다.결혼사진에서도, 집에서도 자주 보지 못했던 표정이었다. 누군가와 연구 이야기를 나누던 순간이었는지 서윤은 옆 사람을 바라보며 밝게 웃고 있었다.재헌의 시선이 사진 위에 오래 머물렀다.“이때가 언제야?”“결혼 전입니다. 당시 해외 공동연구 제안도 몇 차례 받았던 것으로 보입니다.”재헌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해외에서도?”“네. 장기 프로젝트 제안도 있었고요.”재헌은 다시 화면으로 시선을 내렸다.자신이 알던 서윤은 결혼 후 자신의 집에 들어온 여자였다. 연구센터에 출근하고, 늦으면 연락을 해오고, 밤이면 같은 집으로 돌아오는 아내였다.그 이전의 한서윤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깊이 생각해 본 적조차 없었다.화면을 넘기자 이번에는 연구실에서 찍은 사진이 나타났다.흰 가운을 입은 서윤이 장비 앞에서 무언가를 설명하고 있었고, 주변 연구원들의 시선은 모두 그녀를 향해 있었다.재헌의 손끝이 화면 위에서 멎었다.몇 시간 전 읽었던 기사 속 모습과 묘하게 겹쳤다.사람들이 한서윤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었다.예전부터 그랬던 것이다.자신만 몰랐다.***그 시각, 서윤이 연구센터에 도착하자 평소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기도 전에 안쪽에서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뒤섞여 들려왔다.서윤이 사무실로 들어서자 출력한 서류를 한가득 들고 있던 직원이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박사님, 오셨어요? 메일이 계속 들어오고 있습니다. 아직 확인하지 못한 것도 많아요.”서윤은 가방을 내려놓으며 주변을 둘러봤다.평소라면 연구자료와 실험 일정이 떠 있어야 할 대형
같은 시각, 서울 강성그룹 본사.늦은 회의를 마치고 집무실로 돌아온 재헌은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책상 위의 결재서류를 집어 들었다.뒤따라 들어온 오세진이 태블릿을 그의 앞에 내려놓았다.“대표님, 이것 좀 보셔야겠습니다.”재헌은 서류에서 눈도 떼지 않은 채 무심하게 물었다.“뭔데.”“한 박사님 관련 기사입니다.”서류를 넘기던 손이 멈췄다. 재헌이 천천히 고개를 들자 오세진은 아무 말 없이 태블릿을 앞으로 밀었다.《국가 핵심 기술 프로젝트 장애 해결… 민간 연구자 한서윤 박사 참여》기사를 내리던 재헌의 엄지가 멈췄다.한서윤.수없이 보고 불렀던 이름인데 기사 속에 박힌 그 이름은 이상할 만큼 낯설었다.재헌은 몇 줄을 읽다가 화면을 다시 위로 올렸다. 처음부터 다시 읽고, 또 천천히 아래로 내렸다.“언제 난 거야?”“한 시간 정도 됐습니다. 관련 기관에서도 부인하지 않았고요.”재헌은 태블릿을 내려놓으려다 다시 집어 들었다.기사 아래에는 한서윤이 7년 전 초기 기술 설계에 참여했다는 내용부터 국내외 연구 프로젝트와 기술 관련 논문, 해외 학술 인용 기록까지 과거 연구 이력이 짧게 정리돼 있었다.재헌은 화면을 확대해 다시 읽은 뒤 곧바로 다음 자료를 열었다.“이건 뭐야.”“한 박사님의 과거 연구 이력입니다.”재헌의 미간이 좁아졌다.“왜 이런 게 이제 나와?”오세진은 섣불리 대답하지 않았다.재헌은 의자에 기대려다 말고 다시 몸을 앞으로 숙였다. 논문 하나를 열었지만 모르는 용어가 가득했다. 몇 줄을 읽다가 뒤로 나와 다른 자료를 누르자 이번에는 해외 연구기관이 한서윤의 연구를 인용한 기록이 나왔다.그다음 자료에는 또 다른 프로젝트가 있었다.화면을 넘길수록 자신이 모르는 한서윤이 계속 나타났다.재헌이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연락처에서 한서윤을 찾아 눌렀지만 통화 버튼 위에 올린 엄지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잠시 뒤 화면이 저절로 어두워지자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던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집어 들었다.이번에도 전화는
대전 지하 방공 안가의 메인 엔진이 정상 가동에 들어간 지 세 시간이 지났다.지하 통제실의 흥분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한서윤이라는 이름은 벌써 다른 곳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국가안보기술조사국 상황실.차정혁이 올린 긴급 보고서가 보안망을 타고 상부로 전달됐다.《메인 엔진 정상화 완료》첫 장에는 이번 장애의 원인과 조치 결과가 간략하게 정리돼 있었고, 그 아래 책임 연구자의 이름이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한서윤.보고서를 읽던 국장이 의자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이 사람이 7년 전 초기 설계자라고?”“맞습니다. 당시 대학 연구팀 소속으로 기초 논리를 설계했습니다.”비서관이 관련 자료를 화면에 띄우자 7년 전 연구자료와 논문, 이후 참여했던 프로젝트들이 차례로 나타났다.국장의 시선이 한서윤의 이름에 머물렀다.“현재 소속은?”“국가 연구기관은 아닙니다. 민간 연구센터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연구진이 사흘 동안 매달리고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였다.그걸 불과 몇 시간 만에 찾아낸 사람은 정작 국가 연구기관 소속조차 아니었다.국장이 보고서를 덮었다.“한서윤 박사 관련 자료 전부 다시 올려. 보안 등급도 재검토하고.”그날 오후부터 여러 기관이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했다.국방 관련 연구기관에서는 오래전에 보관된 한서윤의 연구자료를 다시 꺼냈고, 정부 산하 연구소에서는 그녀가 참여했던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훑었다.그동안 한서윤이라는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하지만 메인 엔진의 정상 가동이 확인되자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한 회의실의 대형 화면에 7년 전 연구자료가 떠올랐다.연구원 한 명이 화면을 확대했다.“이걸 대학생 때 만들었다고요?”“정확히는 초기 설계 논리입니다.”화면을 들여다보던 연구원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중얼거렸다.“그게 지금 저 엔진의 시작이잖아요.”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회의실 안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자료 첫 장으로 향했다.한서윤.보안상 구체적인 시설과 기술은 외부에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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