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용서하는 일은 끝났다의 모든 챕터: 챕터 11 - 챕터 20

23 챕터

제11화

“우욱!”그 모습을 본 사람 하나가 구역질을 했다.“중령님, 유골을 드시면 어떡합니까?”“아무리 슬퍼도 이러시면 안 됩니다!”“...”다른 사람들도 차마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진혜라만은 유규한의 표정에 시선을 고정하고 반응을 살폈다.진혜라 역시 단지 안에 든 게 정말 송지윤의 아이 유골인지 궁금했다.혀끝에 닿은 맛은 절대로 유골일 수 없었다.“밀가루야! 유골이 아니라 밀가루라고!”유규한은 흥분하면서 유골함을 바닥에 내던졌다. 흰 밀가루가 사방으로 흩어졌다.다른 사람들도 허리를 굽혀 냄새를 맡아보더니 정말 밀가루라는 사실을 확인했다.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괜히 놀랐네. 심장이 멎는 줄 알았어.”“중령님, 형수님이 또 장난을 친 모양입니다. 그래도 장난이 너무 심하네요. 자기 아이의 죽음을 입에 올리다니요.”“그럼 아이가 죽지 않았다는 뜻이죠? 출생 축하 파티도 계속 진행하면 되겠네요?”“...”아이를 품에 안은 진혜라는 속으로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유규한의 손에 의해 송지윤의 아이가 죽었을 거라고 기대했는데, 뜻밖에도 살아 있는 모양이었다.“집사람이 나를 속인 거야.” 유규한은 부하를 돌아봤다. “떠날 때 아이를 안고 있었어?”당황한 부하가 고개를 저었다. “저도 모릅니다, 중령님. 맹세하지만 이 안에 밀가루가 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됐어. 오늘 소동은 여기서 끝내자.”유규한은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손님들에게 안으로 들어가 앉으라고 권한 뒤 식사를 시작하려고 했다.부하가 다시 주머니에서 이혼 신고 수리 확인서를 꺼내 유규한에게 건넸다. “중령님, 이것도 사모님께서 전해 달라고 하셨습니다.”“이혼이 처리됐다고?”눈치 빠른 진혜라가 먼저 낚아챘다. 서류의 직인을 확인한 진혜라의 얼굴에는 기쁨이 넘쳤다.“정말 이혼 처리가 끝났어. 규한 씨, 드디어 지윤 씨와 이혼했어! 이제 우리도 결혼할 수 있어!”진혜라는 기뻐 어쩔 줄 몰랐지만, 유규한의 마음은 끝없이 가라앉았다.‘벌써 한 달이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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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경울역.송지윤은 아이를 안고 부남시행 열차에 올랐다.열차가 출발하자 경울시의 모든 것이 점점 멀어졌다.송지윤은 익숙한 풍경을 마지막으로 돌아본 뒤, 품에 안겨 곤히 잠든 아기를 내려다봤다. 그제서야 입가에 후련한 미소가 번졌다.이쯤이면 유규한도 유골함을 받았을 것이다.그리고 두 사람의 관계를 끝낸 마지막 서류도 그의 손에 들어갔을 터였다.오늘부터 송지윤과 유규한은 아무런 관계도 없었다.송지윤의 아이 역시 유규한과 아무 상관이 없었다.아이는 엄마 성을 따라 ‘송’ 씨가 될 예정이었다. 이름도 이미 지어 두었다.송다온.좋은 일만 다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은 이름이었다.송지윤은 그 밖의 것은 더 바라지 않았다.열차가 해온역에 도착하자, 송지윤은 기차역에서 기다리던 부모님을 단번에 알아봤다.“아빠, 엄마!”딸을 보자 어머니 장수미는 곧바로 눈물을 쏟았다. “지윤아, 어떻게 이렇게 야위었니?”아버지 송강산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전부 유규한 그 못된 놈 때문이야. 걱정하지 마라. 아빠가 반드시 네 원수를 갚아 줄 테니까!”“그 배신자 이야기는 꺼내지도 마.” 장수미는 남편을 나무란 뒤 송지윤의 품에 안긴 아기를 바라봤다. “우리 외손녀가 이 아이구나? 어쩜 이렇게 예쁠까? 이제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함께 살자. 우리 네 식구 다시는 떨어지지 말자꾸나.”“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뭐야. 그냥 할머니, 할아버지라고 불러. 내 친손녀나 다름없어! 우리 딸이 다시 결혼하지 않아도, 우리 집안의 모든 건 지윤이와 다온이 거야!”“고마워요, 아빠. 고마워요, 엄마.”송지윤은 울면서 어머니의 품에 안겼다. “두 분을 보니까 저도 정말 좋아요.”“울지 마. 우리 집에 가자!”“네! 집에 가요!”눈물을 닦은 송지윤은 몸을 숙여 눈앞에 세워 둔 중형 세단에 올라탔다.오늘부터 송지윤의 삶은 완전히 새로 시작될 터였다.유규한 같은 남자는 이제 지옥에나 가라고 하면 그만이었다....출생 축하 파티가 끝나고 손님들이 모두 돌아가자,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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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말을 마친 간호사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걸어갔다.믿지 못한 유규한이 병실을 샅샅이 찾아다녔지만, 어디에서도 송지윤을 발견하지 못했다.당황한 유규한은 핸드폰을 꺼내 송지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았다.진혜라는 속에서 차오르는 기쁨을 눌러 감춘 채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집에 돌아간 게 아닐까?”그 말을 들은 유규한은 이성을 잃은 사람처럼 집으로 달려갔다.송지윤은 집에 없었다.2층으로 뛰어올라간 유규한은 여행 가방 하나를 발견했다.가방 안에는 지윤이 미리 챙겨 둔 물건들이 들어 있었다. 아이에게 입힐 옷과 지윤이 가장 아끼는 옷 몇 벌도 그대로였다.세면도구도 모두 남아 있었다.가방만 보면 집을 떠나려고 준비한 사람 같지 않았다.그런데 송지윤은 돌아오지 않았고 병원에도 없었다. ‘대체 어디로 간 걸까?’불길한 생각이 든 유규한은 부하들에게 당장 사람을 풀어서 찾으라고 지시했다.그날 밤 유규한은 한숨도 자지 못했다.송지윤을 이토록 걱정하는 유규한의 모습에 진혜라는 속이 뒤집혔다.진혜라는 일부러 아이를 울려서 유규한의 관심을 돌리려고 했다.유규한은 오히려 짜증을 내며 소리쳤다. “아이를 돌볼 줄 모르면 다른 사람에게 맡겨! 계속 울려서 사람 신경을 긁어야겠어?”유규한이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할 줄 몰랐던 진혜라는 금세 울음을 터뜨렸다. “당신이 지윤 씨가 사라져서 화난 건 알겠는데, 그게 우리 아기와 무슨 상관이야? 이 아이는 아무 죄도 없어. 왜 우리에게 화풀이해?”자기 잘못을 깨달은 유규한은 목소리를 낮췄다.“미안해. 나는 그저...”유규한은 그저 지윤 미치도록 보고 싶었다.그때 부하가 다가왔다. “중령님, 바깥 연못에 남은 핏물은 이제 치워도 되겠습니까?”유규한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 “핏물이라니?”“연못 말입니다. 사모님이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물이 온통 붉게 변했습니다.”부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규한은 밖으로 달려나갔다.연못가에 도착한 유규한의 눈앞에 붉게 물든 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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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유규한은 은팔찌를 받아 들었다. 며칠 전 진혜라가 백화점에서 눈여겨봤던 물건이었다.그날 진혜라가 직접 아기의 손목에 채우는 모습까지 봤다. ‘이 물건이 왜 연못 안에 있는 거야?’“거기 누구 있어!”부하가 바로 달려왔다. “부르셨습니까? 중령님.”“그날 집사람이 연못에서 액막이 금팔찌를 찾았어?”“아닙니다, 중령님. 사모님은 아무것도 찾지 못했습니다.”그 대답을 듣자 유규한의 마음속에 끔찍한 의심이 싹텄다.‘연못에 금팔찌가 없었다면, 지윤이 던졌다는 물건은 대체 무엇이었을까?’‘아니면, 애초에 지윤은 아무것도 던지지 않았던 게 아닐까?’‘모든 일이 혜라가 지윤에게 누명을 씌우려고 꾸민 짓이었을까?’생각이 엉키고 설켜 유규한은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진혜라가 이런 짓까지 했으리라고 믿고 싶지 않았지만, 눈앞의 증거를 부정할 수는 없었다.“규한 씨, 식사 준비됐는데 여기서 뭐 해?”마침 진혜라가 식사하러 들어오라고 나왔다. 유규한은 고개를 돌려 매섭게 쏘아봤다. “진혜라, 똑바로 말해. 그날 집사람이 정말 아기의 금팔찌를 연못에 던졌어?”그 질문을 들은 진혜라의 표정이 굳었다.“당연하지. 규한 씨, 그게 무슨 뜻이야? 설마 내가 거짓말했다고 의심하는 거야?”“그럼 이건 뭐지?”유규한은 은팔찌를 꺼내 진혜라의 눈앞에 내밀었다.그제야 진혜라는 당황하기 시작했다.연못의 물을 모두 빼면 은팔찌가 드러난다는 사실을 깜빡했다.“내가 실수로 떨어뜨렸나 봐. 규한 씨,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실수로 빠뜨린 게 아니라 일부러 던졌겠지! 금팔찌라고 거짓말해서 나를 화나게 만들어서 송지윤에게 분풀이하게 만들려고.”유규한이 한 걸음씩 다가갈 때마다 진혜라는 한 걸음씩 뒷걸음질을 쳤다.“아니야. 내가 그런 게 아니야!”진혜라는 새파랗게 질린 채 다급히 변명했다. “내가 왜 그런 짓을 하겠어? 금팔찌가 어디 갔는지 나도 몰라. 누군가 몰래 주워 숨겼을 수도 있잖아!” “묵직한 순금 팔찌라 값도 많이 나가. 누가 욕심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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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유규한은 진혜라에게 완전히 실망했다. “왜 나를 속였어! 네 거짓말 때문에 내가 지윤이와 내 아이를 직접 죽인 거나 마찬가지야!”“나는...”더는 빠져나갈 수 없다는 걸 깨달은 진혜라는 울며 말했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지윤 씨가 먼저 나를 자극했어! 너무 화가 나서 그랬을 뿐이야!”“정말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규한 씨. 내 마음 알잖아. 내가 그렇게 치밀하게 사람을 함정에 빠뜨릴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알지?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어!”“몰랐다고?” 유규한이 차갑게 웃었다. “지윤이 한 말이 모두 사실이었군.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는 말이 진짜였어.”뭔가 떠올린 유규한이 진혜라를 바라봤다. “어젯밤 전화를 받은 적 있어?”“받았어.” 진혜라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규한 씨가 아기와 즐겁게 놀고 있었잖아. 그렇게 늦은 밤까지 사람들이 귀찮게 하지 않기를 바랐을 뿐이야.”“그 전화가 송지윤 씨와 관련된 줄 내가 어떻게 알았겠어? 알았다면 당연히 끝까지 듣고 절대 끊지 않았을 거야!”“아직도 변명만 하는구나!”유규한은 진혜라에게 정이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이제는 쳐다보는 것조차 싫었다.“아이를 데리고 방으로 올라가. 지금은 네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아!”“송지윤 때문에 나와 아들에게 이렇게까지 해? 나도 당신 얼굴 보기 싫어!”진혜라는 화가 난 채 아이를 안고 위층으로 올라갔다.그 뒷모습을 보던 유규한은 힘없이 소파에 주저앉았다.머릿속에는 작은 옷을 들고 환하게 웃던 송지윤의 모습이 떠올랐다. [여보, 이것 좀 봐. 아기에게 입히려고 샀어. 예쁘지?][핑크색이네? 뱃속 아이가 딸이라고 그렇게 확신해?][확신은 없어. 그래서 파란색도 하나 샀어!]송지윤은 다른 옷을 들어 유규한의 몸 앞에 대 보며 말했다. [딸이면 핑크색, 아들이면 파란색을 입히자. 어때?]그때 송지윤의 미소는 눈부시고 행복해 보였다.원래 몸이 약했던 송지윤은 오랫동안 기다린 끝에 겨우 아이를 가졌다.힘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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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부남시 송씨 가문 저택.송지윤은 침대에 누워 있었다. 송다온은 눈을 감은 채 옆의 아기 침대에서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아이의 사랑스러운 얼굴을 바라보자, 그동안 겪은 고통이 모두 보상받는 기분이었다.송지윤이 마음에 걸리는 건 송다온에게 온전한 가정을 주지 못했다는 사실뿐이었다.“딸. 자, 이 미역국 좀 먹어.”송지윤 돌아온 뒤 부모님은 어떻게든 몸에 좋은 음식을 만들어서 먹이려고 애썼다.고작 보름 만에 송지윤의 몸에는 살이 제법 올랐다.“엄마, 이제 밤에는 야식 안 만들어도 된다고 했잖아요. 저 배 안 고파요.”“어리석은 소리 마. 네가 잘 먹어야 아기도 잘 돌보지.”그때 송다온이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송지윤이 안으려고 했지만, 어머니 장수미가 한발 먼저 품에 들었다.“넌 누워 있어. 아이를 자꾸 안으면 나중에 손목이며 허리가 다 망가져.”송지윤은 난처하게 웃었다. “제 딸이잖아요. 우는데 마음이 쓰이니 당연히 안아 주고 싶죠.”“너도 내 딸이야. 나도 네가 마음이 쓰여.”장수미의 한마디에 송지윤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송지윤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가 울먹이면서 입을 열었다. “엄마...”“얼른 먹어. 식으면 맛없어.” 장수미는 웃으면서 아기의 냄새를 맡았다. “어이구, 우리 착한 손녀가 왜 우나 했더니 응가를 했구나? 할머니가 깨끗하게 갈아 줄게. 우리 손녀 편안하게 자자.”장수미가 송다온을 이토록 사랑하는 모습을 보자, 송지윤의 마음속에 남아 있던 미안함도 말끔히 사라졌다.아빠가 없어도 송다온은 충분히 행복하게 자랄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생겼다....유규한은 밤새 잠들지 못했다. 날이 밝자마자 부하에게 전화를 걸었다.“어떻게 됐어? 집사람의 소식은 찾았어?”[단서가 조금 나왔습니다, 중령님. 사모님이 남쪽으로 떠난 것까지는 확인됐지만 정확히 어디인지는 아직 조사 중입니다.]“남쪽?” 유규한은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디로 갔는지 알 것 같아.”유규한은 지윤이 잠시 삐쳐서 어딘가에서 마음을 달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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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그래. 이제야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확실히 알겠네.”진혜라는 고개를 저으면서 눈물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후회하는 거지? 나와 함께한 일을 후회하는 거잖아? 송지윤은 당신과 두 번이나 이혼했어!” “하지만 지난 6년 내내 곁을 지킨 사람은 나야! 유규한, 내 생일 소원이 뭔지 알아?”“나는 그저 당신과 혼인신고를 하고 떳떳하게 아내가 되고 싶을 뿐이야. 우리 아들을 유씨 집안의 가족관계등록부와 족보에도 올리고 싶어.”“그 뒤에 당신이 나하고 이혼해도 원망하지 않을게. 전부 우리 아기를 위해서 한 일이야. 내 소원이 이것 하나뿐인데도 들어줄 수 없어?”“어제까지만 해도 너와 결혼할 가능성은 있었겠지.” 유규한은 진혜라를 똑바로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하지만 지윤이 아이는 너 때문에 죽었어. 지윤이 평생 나를 용서하지 않으면, 나도 평생 너와 결혼하지 않을 거야.”유규한은 차갑게 한마디를 덧붙였다. “지윤이 나를 용서해도 너와 결혼할 생각은 없어. 진혜라, 나는 할 만큼 했어. 준영이에게 목숨을 빚진 것도 이미 갚았고.”“유규한! 오늘 이 집 문밖으로 한 발이라도 나가면, 나 여기서 죽어 버릴 거야!”유규한이 막 현관을 나서자, 진혜라가 칼을 치켜들고 미친 듯이 달려왔다.그 광경을 본 부하들은 크게 놀랐다.“진혜라 씨, 진정하세요. 말로 해결하셔야 합니다!”“맞습니다. 두 분 다 지금 흥분하셨어요. 먼저 진정하고 말씀을 나누세요!”그러나 진혜라는 듣지 않고 칼날을 자기 손목에 댔다.“유규한, 나한테 우울증이 있다는 걸 잊었어? 정말로 가 버리면 나도 정말 죽을 거야!”“이번이 다섯 번째야.” 유규한은 얼음장 같은 눈으로 진혜라를 바라봤다. “넌 죽겠다는 말로 나를 다섯 번 협박했고, 나는 매번 네 뜻대로 해 줬어. 하지만 이번에는 네가 정말 죽어도 나를 막지 못해! 나는 지윤이 찾으러 갈 거야!”유규한은 그 말을 남긴 뒤 한 번도 돌아보지 않은 채 떠났다.진혜라는 망설임 없이 칼로 자기 손목을 깊게 그었다.피가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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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차 안에서 부하의 보고를 듣자, 유규한은 표정은 더없이 험악해졌다.고속열차역이 바로 눈앞이었고 열차 출발 시각도 얼마 남지 않았다.그런데 하필 이때 진혜라가 죽겠다고 난리를 벌이고 있었다.혼자 죽겠다는 것도 모자라서 아이까지 데리고 가겠다니, 정말 제정신이 아니었다.“어떻게 할까요, 중령님? 계속 역으로 가시겠습니까?”“진혜라는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야. 내가 정말 떠나면 아이까지 데리고 죽을지도 몰라.”유규한은 역으로 향하던 시선을 거두고 떨리는 목소리로 지시했다. “돌아가.”“알겠습니다!”차가 집에 거의 도착했을 때 다시 연락이 왔다. 진혜라는 과다 출혈로 병원에 실려 갔고 아이는 무사하다는 내용이었다.이미 열차를 놓친 유규한은 어쩔 수 없이 병원으로 향했다.병실 앞에 도착하자, 안에서 나누는 대화가 들려왔다.“미쳤어? 정말로 자살을 시도하면 어떡해?”“맞아. 죽을 뻔했다는 거 알아?”“유규한 하나 때문에 목숨까지 버릴 생각이야? 진짜 우울증도 아니면서... 네가 저지른 일을 봐. 너무 끔찍하잖아.”밖에 서 있던 유규한은 귀를 의심했다.‘진혜라에게 우울증이 없다고?’‘지금까지 나를 속인 건가?’“그때는 너무 화가 나서 다른 건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 유규한이 송지윤을 찾으러 가게 두면, 나와 유규한은 정말 끝이라는 생각뿐이었어.”“그래도 아이를 안고 같이 죽으려고 하면 안 되지. 아기가 무슨 죄야.”“저 아이가 죄가 없다고?”진혜라가 비웃었다. “저 아이만 아니었어도 내가 여기까지 오지는 않았어! 유규한이 아이가 친아들이 아니라는 걸 의심하지 않아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진혜라, 방금 뭐라고 했어?”진혜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병실 문이 발길질 한 번에 활짝 열렸다.유규한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던 진혜라는 종잇장처럼 새하얗게 질렸다.곁에 있던 친구들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알아차리고, 저마다 핑계를 대며 황급히 병실을 빠져나갔다.병실 안에는 숨 막히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진혜라는 불안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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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하하하...”유규한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모두 내 자업자득이야. 이런 결말을 맞아도 싸지!’“규한 씨, 설명할게. 정말 잘못 들었어. 이 아이는 규한 씨 아들이야!”용기를 낸 진혜라가 침대에서 내려와 유규한을 붙잡으려고 했다. 유규한은 진혜라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손대지 마, 더러워! 마지막 기회를 줄 테니 대답해. 저 아이가 정말 내 아들이야?”“내가 친자 확인 검사까지 끝낸 뒤에는 후회해 봐야 늦어.”“규한 씨!”그 말을 듣자 진혜라는 바로 유규한 앞에 무릎을 꿇고 통곡했다. “그건 사고였어. 어느 날 규한 씨에게 우리 집으로 오라고 전화했는데 거절했잖아.”“화가 나서 술을 마시러 갔다가 정신을 차려 보니 내가... 정말 사고였어. 그 남자 이름조차 몰라. 나중에도 연락한 적도 없어!”“제발 믿어 줘. 혈연이 없어도 이 아이는 규한 씨를 아빠라고 부를 수 있고, 나중에 효도하며 모실 수도 있어! 규한 씨가 손해 보는 건 아무것도 없잖아?”“닥쳐!”유규한은 분노로 온몸을 떨면서 손을 들어 진혜라의 뺨을 거세게 후려쳤다.“진혜라, 정말 대단하군. 나를 완전히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가지고 놀았어!”“너 같은 여자 때문에 내가 지윤에게 몇 번이나 상처를 줬는지 알아!”“나를 때려?” 진혜라는 뺨을 감싼 채 바닥에서 일어났다. “유규한, 전부 네가 자초한 일이야! 나 때문이었다는 말은 하지 마.” “내 외모에 욕심이 없었다면 어떻게 나와 몸을 섞었겠어? 송지윤이 떠나는 건 애초부터 정해진 일이었어!”“이렇게 된 이상 전부 말해 줄게. 병원에서 아기를 떨어뜨린 사람도 송지윤이 아니야. 내가 누명을 씌웠어!”“나한테는 우울증도 없어! 예전에 벌어진 일도 전부 내가 속인 거야! 송지윤은 나를 해친 적이 단 한 번도 없어. 모두 내 모함이었어!”“이 천한 년!” 완전히 이성을 잃은 유규한은 진혜라의 목을 움켜쥐었다. “당장이라도 죽여 버리겠어!”“죽여! 나도 살고 싶지 않아. 당신까지 함께 끌고 죽으면 더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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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부남시 송씨 가문 저택.유규한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늦은 오후였다.꼬박 하루 동안 열차를 타고 온 탓에 몸은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그러나 쉬지 않고 가장 먼저 송씨 가문의 저택으로 향했다.3년 전에도 유규한은 이곳에서 송지윤을 데려갔다.그때는 송지윤의 부모님 앞에서 평생 다시는 송지윤을 저버리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그런데 불과 3년 만에 또 잘못을 저질렀다.이번에 저지른 죄는 3년 전보다 훨씬 컸다.송지윤을 볼 낯도 없었고, 송지윤의 부모님 앞에 설 면목은 더더욱 없었다.“실례지만 누구를 찾으세요?”유규한이 대문 앞을 서성이는 모습을 본 가사도우미가 경계하는 눈빛으로 말했다. “용건이 없으면 돌아가 주세요. 계속 이러시면 경찰에 신고하겠습니다.”새로 고용된 사람이라 유규한을 알아보지 못했다.“지윤 씨의 남편입니다. 지윤 씨를 만나러 왔습니다.”“아, 아가씨의 전남편이라는 분이군요?”송지윤이 겪은 일은 이 집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알고 있었다.유규한을 알아본 가사도우미의 눈에도 숨길 수 없는 반감이 떠올랐다.“죄송하지만 아가씨는 지금 산후조리 중이라 만나실 시간이 없습니다. 당장 돌아가세요!”가사도우미는 말을 마치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유규한은 포기하지 않았다. 송지윤의 방이 바로 위층이라는 걸 알기에, 큰 소리로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지윤아! 송지윤! 여보! 나 왔어! 너를 데리러 왔어! 잠깐만 내려와서 만나 주면 안 될까?”“내가 잘못했어. 내가 사람을 잘못 보고 그런 여자에게 철저히 속았어! 하지만 믿어 줘. 진혜라는 유씨 집안에서 쫓아냈고 이제 두 번 다시 만나지 않을 거야!”“지윤아, 부탁이야. 내려와서 한 번만 만나 줘! 몇 분이면 돼. 얼굴을 보고 제대로 이야기하자!”집 안에서 유규한의 고함소리를 들은 송지윤의 아버지 송강산은 분을 참지 못했다.미리 준비해 둔 몽둥이를 집어 들고 밖으로 뛰어나가려고 했다. “이걸 살 때부터 내가 말했지? 저놈이 감히 찾아오면 내 손으로 때려죽이겠다고! 제 발로 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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