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저 사람은 아주 아무렇지 않게 ‘다음’이 있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었다. 일주일. 무료 체험. 정해진 기간. 어차피 끝이 있는 관계인데도, 그 안에서 첫날과 다음 날을 구분하는 말.‘나는 왜 그게 조금 이상하게 들렸을까.’“그럼.”내가 물컵을 만지작거리며 물었다.“보통 첫날엔 뭐 해요?”“정해진 건 없습니다.”“그래도 대충 있잖아요. 카페를 간다든가, 밥을 먹는다든가, 영화 본다든가.”“고객님이 원하시는 걸 합니다.”“다들 그렇게 말하던데.”“서비스 문구처럼 들립니까?”“조금.”도화준은 잠깐 입꼬리를 올렸다.“그럼 오늘은 제가 하나 정하겠습니다.”“뭔데요?”그는 아주 자연스럽게, 마치 이미 오래전부터 정해져 있던 것처럼 말했다.“밥 먹고, 조금 걷고, 집에 잘 들어가셨는지 확인하겠습니다.”나는 순간 말을 잃었다.‘너무 평범해서.’정말 그게 다냐고 묻고 싶었는데, 이상하게 그 평범함이 훨씬 더 사람을 흔들었다. 밥 먹고, 조금 걷고, 집에 잘 들어갔는지 확인하는 것. 대단한 이벤트도 아니고, 근사한 레스토랑도 아니고, 화려한 드라이브 코스도 아닌데, 그런 문장이 오히려 아주 오래된 저녁 같았다. 누군가와 천천히, 별일 없이 하루를 마무리하는 방식.그리고 나는 아마, 그걸 좀 그리워하고 있었던 것 같다.강치열과의 연애는 나중으로 갈수록 늘 뭔가가 부족했다. 만남은 있었는데 대화가 없었고, 밥은 먹었는데 맛이 없었고, 같이 있었는데도 내가 계속 눈치를 봤다.그러니까 지금 도화준의 이 평범한 제안이 이상하게 더 특별하게 들렸을지도 모른다.나는 괜히 시선을 피하며 중얼거렸다.“생각보다 안 비싸네요.”도화준이 조용히 웃었다.“무료 체험이니까요.”“그런 뜻 아니거든요.”“아닌 건 압니다.”“그럼요?”“오늘은 그냥….”그는 잠깐 말을 고르다가, 아주 조용히 덧붙였다.“편하셨으면 해서요.”그 순간, 정말 잠깐이지만 심장이 이상하게 뛰었다.‘좋아서라기보다, 너무 예상 밖이라서.’저
Terakhir Diperbarui : 2026-08-20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