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새벽 1시, 한남동 도겸의 펜트하우스 서재. 외부 시선이 사옥에 몰린 탓에, 법무팀 승인 아래 암호화한 작업 사본만 옮겨 도겸의 서재에서 정리하고 있었다.넓은 원목 데스크 위에는 과거 안무 계약서와 크레디트·정산 자료, 타임스탬프 복구 데이터가 빽빽하게 펼쳐져 있었다.세아는 안경을 쓴 채 모니터 화면 속 류태하의 과거 대표곡 〈SHADOW〉와 〈ECLIPSE〉 안무 원본 프로젝트 파일을 정밀하게 대조하고 있었다.도겸은 맞은편에서 파일명을 읽어주고, 세아는 생성 시각과 수정 이력을 표에 옮겼다. 새벽이 깊어질수록 말수는 줄었지만 호흡은 잘 맞았다.세아가 파일 하나를 찾기도 전에 도겸이 다음 폴더를 열어둘 정도였다.창밖으로는 고요하게 잠든 서울 도심의 불빛들이 은은하게 비쳐 들었다. 서재 안에는 잔잔한 재즈 음악과 함께 따스한 시더우드 향이 부드럽게 감돌고 있었다.“2023년 4월 12일 새벽 3시 42분. 태하의 타이틀곡 포인트 안무를 처음 만든 원본과 백업 파일의 생성 시각이 일치해요.”세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마른 입술을 적셨다.제니스 엔터가 태하의 단독 창작물이라고 주장한 대표 안무의 원본이 세아의 컴퓨터에서 먼저 생성됐음을 보여주는 핵심 자료였다.그때, 외장하드 깊숙한 백업 폴더를 뒤지던 세아의 시선이 4년 전 연습생 시절 사용했던 구형 이메일 계정 아카이브 파일에서 멈추어 섰다.‘수신함 백업_2022.’메일함을 더블 클릭해 연 순간, 세아의 손이 멈췄다. 스팸 편지함 구석에 쌓여 있던 여러 통의 메일.그 발신자는 놀랍게도 LK 엔터테인먼트 총괄 캐스팅 디렉터와, ‘차도겸 전담 기획팀’이었다.세아는 메일 제목만 보지 않고 원본 헤더를 열었다. 발송 서버와 수신 시각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읽음 처리 뒤 자동으로 스팸함으로 이동한 기록도 확인됐다.누군가 만든 필터 규칙은 4년 동안 같은 발신 주소에만 적용돼 있었다.[제안서: 윤세아 안무가님, NOVA 차기 프로젝트 전속 퍼포먼스 디렉터 모십니다 - LK 엔터테인먼트]
Last Updated : 2026-08-2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