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윤은 공지를 바로 삭제하지 않았다.도진의 계정 권한은 이미 회수됐지만, 예약 게시 기록과 접속 정보를 보존해야 했다. 플랫폼과 변호사가 화면을 저장하고 서버 자료 보존을 요청한 뒤에야 공지가 비공개로 전환됐다.그 사이 캡처는 수백 장씩 퍼져 나갔다.“개인 병력을 공개한 부분은 별도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미란이 말했다.“다만 지금 가장 먼저 바로잡아야 할 건 집필자 문제예요. 감정적인 해명은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알아요.”말은 그렇게 했지만 목 안쪽이 말라붙었다. 첫 유산 뒤 휴재 공지를 썼던 날, 서윤은 독자들에게 개인 사정이라고만 밝혔다. 두 번째에는 작품의 완성도를 위한 재정비라고 적었다. 도진은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게 하자며 병원 영수증까지 자신이 보관했다.그 배려가 오늘을 위해 모은 자료였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다. 도진이 처음부터 계획했을 리는 없었다. 더 무서운 건, 한때 진심으로 서윤을 돌봤던 사람이 필요해지자 그 시간을 무기로 썼다는 사실이었다.서윤은 노트북을 열었다.9년 전 첫 작품의 초고부터 최근 신작까지 폴더가 연도별로 정리돼 있었다. 첫 문장을 쓴 날짜, 편집자에게 보낸 메일, 플랫폼에서 돌려받은 교정본, 다시 고친 파일이 차례로 남아 있었다.작가에게는 완성된 책보다 훨씬 많은 실패한 문장이 있었다. 삭제한 장면과 틀린 설정, 밤새 고쳤다가 아침에 되돌린 결말. 다른 사람이 흉내 내기 어려운 것은 문체보다 그 과정이었다.검증용 폴더에는 완성본보다 버린 자료가 더 많이 들어갔다. 손으로 그린 인물 동선, 휴대전화에 녹음한 대사 후보, 편집 의견을 받고도 채택하지 않은 결말까지 날짜순으로 묶었다. 서윤만 아는 비밀을 주장하는 대신, 다른 사람이 나중에 만들 수 없는 순서를 내놓는 편이 정확했다.당시 편집자였던 재하가 보낸 메일에는 인물의 선택을 다시 생각해 보자는 짧은 의견이 적혀 있었고, 그 아래 서윤이 장문의 답장을 보낸 기록이 이어졌다.[이 인물은 용서하는 게 아니라 자기 삶을 택하는 겁니다. 그래
Last Updated : 2026-08-3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