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하의 전세 계약 만료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처음에는 어느 동네로 옮길지만 이야기했다. 재하는 회사와 가까운 곳을 원했고, 서윤은 주차가 편한 곳을 골라 보라고 했다. 둘은 주말마다 부동산 앱을 켜 놓고 서로 마음에도 없는 집을 평가했다.“여긴 거실이 너무 작아.”“혼자 사는데 이 정도면 돼.”“책은 어디 둬?”“회사에 두면 되지.”“네 책 회사에 있는 거 싫어하잖아.”“그럼 버릴게.”“그 말 취소해.”서윤이 재하의 휴대전화를 빼앗았다. 그가 웃으며 다시 가져갔다.집을 세 곳쯤 보고 돌아온 날, 재하는 서윤의 현관 앞에서 한참 신발을 신지 않았다.“왜 안 가?”“물어볼 게 있어.”“물어봐.”재하는 신발장 손잡이에서 손을 뗐다.“같이 살아 볼래?”서윤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싫어서가 아니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집 안의 물건들이 갑자기 두 사람 몫으로 보였다. 침실 서랍과 냉장고, 혼자 쓰는 작업실, 서윤만 알고 있는 현관 비밀번호까지.재하는 침묵을 채우지 않았다.“오늘 대답 안 해도 돼.”“네 계약 만료 때문에 묻는 거야?”“그것도 계기는 됐어. 그렇지만 살 집이 없어서 이러는 건 아니야.”“내 집으로 들어오겠다는 뜻이고?”“네가 괜찮으면. 새집을 같이 구해도 되고.”“생각해 볼게.”“응.”재하는 평소처럼 돌아갔다. 서운한 표정을 숨기지도, 괜찮은 척 웃지도 않았다.서윤은 사흘 동안 생각했다.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할 때 재하가 거실에 있는 모습을 상상했다. 마감 때문에 예민해진 날, 욕실에 그의 수건이 걸려 있는 것도 떠올렸다. 불편한 장면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늦게 일을 끝내고 나왔을 때 불이 켜진 주방과, 각자 다른 책을 읽다가 같은 시간에 잠드는 밤도 있었다.넷째 날, 서윤은 재하를 집으로 불렀다.식탁 위에는 세 장짜리 문서가 놓여 있었다.“이게 뭐야?”“같이 살 때 지킬 것.”재하가 첫 줄을 읽었다.각자의 수입과 자산은 따로 관리한다. 공동생활비는 정해진 금액만 공동 계좌에 넣는다.
Last Updated : 2026-09-0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