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잠든 새벽 3시. 10월 중간고사와 과제 폭풍이 소리 없이 하숙집의 정적을 덮치고 있었다.주방에서 내일 아침에 요리할 식재료를 미리 손질해 두고, 식기대를 깔끔히 정돈해 둔 순정은 방으로 돌아가려던 참이었다.하지만 마당 건너편 도경의 방 창문으로는 여전히 환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열린 문틈 사이로 슥슥 도면을 문지르는 소리가 나지막하게 흘러나왔다.순정은, 김이 다복하게 올라오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을 타서 들고 도경의 방 문앞으로 다가갔다."도경아, 아직 안 자?"문고리를 손끝으로 살짝 두드리자, 안에서 잠시 정적이 흐르더니 낮고 피곤에 젖은 목소리가 돌아왔다."……들어와."순정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방 안은 마치 건축 현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했다.평소 늘 깨끗하고 단정하던 방은 간이 도판과 두꺼운 전공 서적, 구겨진 도면 종이들로 어지럽혀져 있었고, 바닥 구석에는 낮에 정리대를 만들다 남은 자작나무 톱밥 가루가 하얗게 가라앉아 있었다.평소 서늘할 정도로 정갈하던 도경은 맨투맨 소매를 팔꿈치까지 막 올려붙인 채, 붉어진 눈으로 도판 위에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늘 빗어 넘기던 머리카락은 까치집이 진 채 이마를 덮고 있었고, 짙은 눈썹 사이에는 깊은 주름이 패어 있었다."커피 좀 마셔. 밤새 과제 하느라 졸리고 힘들지?"순정이 도면 옆, 겨우 비어 있는 책상 모퉁이에 컵을 내려놓자, 쌉싸름한 커피 향이 방 안의 자작나무 향과 섞여 아득하게 퍼졌다.도경은 안경을 슬쩍 벗어 던지며 피곤한 듯 마른 얼굴을 커다란 손으로 지그시 쓸어내렸다."고맙다."늘 묵직하고 어른스럽게 중심을 잡던 도경이, 이 새벽만큼은 온몸으로 피로를 드러내며 무방비하게 누그러져 있었다.순정은 제법 안쓰러운 마음에 가까이 다가가 도경의 넓은 어깨를 가볍게 토닥였다."너 아침부터 사포질하고 도면 그리느라 쉬지도 못했잖아. 조금만 자고 일어나서 하지 그래?"그 순간이었다.순정이 어깨를 감싸려던 손을 거두려 하자, 도경의 길고 커다란 손이 순정의
Huling Na-update : 2026-10-09 Magbasa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