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등짝 스파이크"야, 순정아. 물 좀 가져와."방문이 벌컥 열리며 들려온 목소리에, 순정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문가에 삐딱하게 기대선 강태오.씻고 나온 듯 물기가 덜 마른 머리를 대충 넘기며, 순정의 방을 제 집 안방처럼 드나드는 저 낯짝.순정은 그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서른 해 가까이 함께 살면서도, 단 한 번도 순정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제대로 해본 적 없던 얼굴이었다."물?""어, 목마르다니까. 시원한 걸로 가져와 봐. 빨리."강태오가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우며 리모컨을 찾았다.그 뻔뻔한 몸짓 하나에, 순정의 머릿속으로 지난 삶의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다.치킨집 차린다며 적금 통장을 내놓으라던 순간, 중고차 매매 대출 서류에 도장 찍어달라며 순정의 손을 붙잡던 순간, 파출부 일을 마치고 돌아온 밤 빈 밥상 앞에 혼자 앉아 있던 순간, 그리고 병실에서 혼자 숨을 거두던 그 마지막 순간까지.순정은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스물다섯 살의 여리여리한 걸음걸이였지만, 그 안에 담긴 건 오십오 년치 눌러 담은 인내였다."태오야.""어, 왜.""너, 나한테 고맙다는 말 한 번이라도 해본 적 있니?""뭔 뜬금없는 소리야, 아침부터. 물 가져오라니까.""그럼 미안하다는 말은? 그것도 없지."강태오가 귀찮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몸을 돌려 누웠다."아 진짜, 아침부터 뭔 잔소리야. 나 요즘 스트레스 많은 거 몰라? 조만간 나 사업 하나 크게 벌일 거니까, 그때까지만 좀 참아줘."사업. 그 두 글자에 순정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앞으로 삼십 년간 몇 번이고 되풀이될 그 말이었다. 사업, 밑천, 투자, 조금만 참아줘.그 말들 뒤에 쌓일 빚더미와, 그 빚을 갚느라 순정이 흘리게 될 눈물을 순정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 대답을 듣는 순간, 순정의 안에서 무언가가 툭 끊어졌다. 삼십 년을 참아왔던 것이, 단 한마디에 무너져 내렸다."일어나.""뭐?""일어나라고, 이 인간아."순정의 손이 강태오의 멱살을 낚아채는 데는
Last Updated : 2026-08-2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