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아줌마의 오지랖으로 하숙집을 구원함: Kabanata 61 - Kabanata 70

99 Kabanata

61화. 통조림

알밤이라는 공식 이름이 생긴 지 사흘째 되던 날 아침, 하숙집 대문 앞으로 커다란 택배 상자 하나가 배달되었다.유도 대회 후유증으로 온몸에 한방 파스를 붙인 윤태성이 땀을 뻘뻘 흘리며 마당으로 들어오다 묵직한 상자를 덥석 들어 올렸다.“어? 이거 뭐지? 받는 사람이 민우 형으로 되어 있는데요?”툇마루에서 차를 마시던 서민우가 안경테를 스르륵 올리며 차분한 걸음걸이로 내려왔다.민우는 주머니에서 커터칼을 꺼내 택배 상자의 테이프를 정갈하게 자르더니, 안에서 알록달록한 고급 통조림 캔 수십 개가 들어있는 상자를 꺼냈다.“민우 형, 이게 다 뭐야? 웬 통조림이 이렇게 많아?”태성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자, 민우가 상자 하나를 들어 올리며 덤덤하게 응수했다.“알밤이 밥이다. 도경이가 매일 먹이는 그 비닐 간식은 사람으로 치면 그냥 인스턴트 조미료 덩어리야. 길고양이 시기 단백질 함량과 필수 아미노산인 타우린 수치가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약 40퍼센트 이상이거든. 영양 균형도 안 맞고 뼈 자라는 데 도움도 안 돼. 이건 청정 지역 연어랑 닭가슴살 베이스로 만든 고급 영양 캔이야.”마침 거실에서 느릿하게 걸어 나오던 강이현이 챙모자를 고쳐 쓰며 픽 웃었다.“와, 민우 형. 그 캔 하나에 얼마인데요?”“가격이 중요한 게 아니라 성분이 중요하지. 알밤이 아직 덜 자랐잖아.”민우가 덤덤하게 말하며 영양 캔 하나를 툇마루 위에 내려놓았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순정이 픽 웃으며 털털하게 한마디를 던졌다.“ 마당에서 전공 강의 하는 줄? 우리 알밤이 오늘 완전 호강하겠네!”순정은 신이 나서 툇마루로 다가가 캔 하나를 집어 들었다.원터치 캔 뚜껑의 고리를 손가락에 걸고 툭 소리와 함께 캔을 뜯어내려는데, 얇고 날카로운 캔 뚜껑 절단면이 팽팽하게 당겨지며 순정의 손가락 끝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앗, 이거 뚜껑이 좀 날카롭네. 알밤이 그릇 어디 있냐? 덜어줘야겠다.”순정이 아무렇지도 않게 캔 뚜껑을 완전히 젖히며 그릇을 찾으려던 그 순간이었다.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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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화. 인간 캣타워

주말 아침, 하숙집 마당은 새벽부터 불어오는 서늘한 공기를 가르는 요란한 공구 소리로 깨어났다.“탕! 탕! 탕! 쓱싹, 쓱싹.”묵직한 망치질 소리와 날카로운 톱질 소리가 마당 전체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툇마루 문을 열고 부스스한 머리로 나오던 순정이 눈을 비비며 마당을 내려다보았다.마당 한가운데에는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삼나무 원목 합판들과 갖가지 목공 도구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고, 그 한가운데에 도경이 팔소매를 걷어붙인 채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이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순정이 툇마루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어? 야, 한도경. 너 아침부터 마당에서 뭐 해? 과제 만드는 거야?”순정의 물음에 도경은 손에 든 샌딩기를 잠시 멈추고 땀을 닦지도 않은 채 무심하게 툭 응수했다.“알밤이 집.”“알밤이 집? 평상 밑에 박스 깔아주고 헌 홑이불 넣어준 거 있잖아.”“비 오면 젖는다. 그리고 가을 지나고 겨울 되면 추워.”도경은 덤덤하게 말하며 툇마루 위에 자신이 직접 스케치한 목공 도면 한 장을 툭 내려놓았다.마침 주방에서 따뜻한 차를 담은 컵을 들고 나오던 서민우와, 챙모자를 눌러쓰고 기지개를 켜며 나오던 이현이 그 도면을 함께 내려다보았다.도면을 본 민우가 안경테를 스르륵 올리며 다정한 목소리로 팩트를 던졌다.“한도경, 너 대충 만든다더니 도면이 왜 이렇게 정교해? 이건 그냥 고양이 집이 아니라 수제 원목 빌라 수준인데.”이현도 챙모자 밑으로 나른한 눈빛을 반짝이며 거들었다.“그러게요. 도경이 형, 건축학과 금손이라더니 고양이 집 짓는 데 전공 지식을 다 쏟아붓고 계시네요. 이거 시중에서 수제 주문 제작으로 사려면 최소 50만 원 이상은 줘야 하는 캣타워 같은데요.”도경의 정교한 손놀림 끝에 단 몇 시간 만에 근사한 수제 2층 원목 고양이 집과 스크래쳐 캣타워가 완성되었다.갓 깎아낸 삼나무 특유의 은은한 향이 마당 전체로 기분 좋게 퍼져나갔다.완성된 원목 집의 압도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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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화. 알밤이 검진

삼나무 캣타워 사건이 지나간 며칠 뒤, 하숙집은 아침부터 묘한 긴장감에 휩싸였다.이유가 다른 게 아니라, 오늘은 알밤이의 생애 첫 동물병원 예방접종과 종합 검진이 예약된 날이었기 때문이다.이동장에 알밤이를 넣는 것부터 한도경의 솜씨로 겨우 성공한 식구들은, 굳은 표정으로 동네 동물병원 진료실로 들어섰다.진료대 위에 올라간 알밤이는 낯선 알코올 냄새와 수의사의 흰 가운을 보자마자 귀를 뒤로 팍 접으며 털을 바짝 곤두세웠다.“자, 녀석 아주 건강해 보이네요. 청진기 좀 대볼게요~”젊은 수의사가 둥근 청진기를 알밤이 가슴에 가져다 대는 순간이었다.“캬아아악—!”알밤이가 세상을 잃은 듯 앙칼진 비명을 지르며 솜방망이를 사정없이 휘둘렀다.수의사가 깜짝 놀라 손을 떼자, 옆에 서 있던 윤태성이 거구를 웅크리며 안절부절못했다.“어어! 선생님! 조심하세요! 우리 알밤이가 보기보다 손기술이 맵습니다!”“태성아, 네가 더 시끄러워서 고양이가 놀라잖아. 좀 조용히 해.”서민우가 안경테를 스르륵 올리며 덤덤하게 제지했지만, 이번엔 주사기가 등장하자 상황은 더 아수라장이 되었다.주사바늘이 살짝 닿기도 전에 알밤이는 거의 오페라 가수 수준으로 '꺄앙!' 하고 울부뜯으며 진료대를 탈출하려 몸부림쳤다.수의사 보조원 두 명이 붙어도 감당이 안 될 정도로 팔딱거리는 바람에, 옆에서 차분히 관망하던 한도경이 참다못해 긴 다리로 진료대 앞에 바짝 다가섰다.도경은 커다랗고 두툼한 손으로 알밤이의 목덜미와 머리를 누르고, 귓가에 낮고 무심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가만히 있어라. 안 죽는다.”희한하게도 도경이 묵직한 손길로 눌러주자, 앙칼지게 발악하던 알밤이가 순식간에 얌전해지며 도경의 손가락에 코를 묻었다.그 틈을 타 수의사가 재빠르게 주사를 놓았고, 체온 측정과 구충제 투여까지 일사천리로 끝났다.수의사가 이마의 땀을 닦으며 감탄했다.“와, 주인분 손길을 엄청 잘 타네요. 주사 맞을 때 이렇게 서럽게 엄살 피우는 녀석도 드문데, 아빠 손길 한 번에 바로 진정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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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화. 고양이보다 밑

삐쳐서 꼼짝도 안 하는 알밤이의 둥근 뒷모습을 보던 한도경이 마당 한구석 수도가로 걸어가 손을 깨끗이 씻었다.콸콸 쏟아지는 차가운 물에 손을 헹구고 돌아온 도경은, 주머니 속에 슬쩍 찔러 넣어두었던 작은 비닐 봉지 하나를 무심하게 꺼내 들었다.아까 동네 동물병원에서 나오면서 수의사 선생님이 ‘오늘 주사 맞느라 고생한 착한 고양이용’이라며 챙겨준 츄르였다.도경이 손가락 끝으로 츄르 절단면을 잡고 ‘바스락’ 소리가 나게 살짝 뜯어내는 순간이었다.그 아주 미세한 소리가 마당에 울려 퍼지자마자, 원목 집 구석에 웅크린 채 삐쳐서 꼼짝도 않던 알밤이의 조그만 삼색 귀가 쫑긋 솟아올랐다.그러더니 번개처럼 고개가 홱 돌아갔다.알밤이의 동그란 눈동자가 도경의 손끝에 들린 츄르 봉지를 정확하게 포착했다.방금 전까지 서러워서 삐쳐 있던 것도 잊었는지, 알밤이는 앙증맞은 솜방망이 발걸음으로 원목 집에서 우다다 튀어나왔다.그러더니 툇마루 끝에 앉아있는 도경의 긴 허벅지에 조그만 머리를 팍 박으며 사정없이 몸을 비벼대기 시작했다. 냐아옹, 냐아옹 하는 가느다란 응석까지 섞어서 말이다.툇마루에 앉아 그 광경을 지관하던 순정이 기가 차다는 듯 허리춤에 손을 얹으며 웃음을 터뜨렸다.“와, 알밤이 너 방금까지 세상 무너진 표정으로 삐쳐있던 거 맞아?"도경은 여전히 덤덤하고 무심한 표정으로 츄르를 살짝 짜내어 알밤이의 작은 입앞에 내밀어 주었다. 그리고 옆에서 기가 차서 쳐다보는 순정과 억울함에 눈을 부릅뜨고 있는 태성을 향해 시선도 주지 않은 채 나직하게 툭 던졌다.“삐친 게 아니라 그냥 배가 고팠던 거다.”“넌 어떻게 그렇게 알밤이 속마음을 잘 알아? 고양이 언어라도 통하나봐?”순정이 장난스럽게 감탄하며 픽 웃자,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윤태성의 눈에서 순간 의문의 번쩍이는 광채가 타올랐다.억울함과 서러움으로 가슴을 쥐어짜던 태성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도경의 두툼한 손에 들려 있던 츄르 봉지를 덥석 뺏어 들었다.“도경이 형! 이번엔 내가 줘볼게요!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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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화. 서열 최하위의 눈물겨운 구애

하숙집 생태계 최하위로 낙인찍힌 태성이었지만, 이대로 순순히 물러설 윤태성이 아니었다.먹을 것으로 마음을 사로잡는 데 실패했다면, 고양이의 본능을 자극하는 ‘놀이’로 호감을 사겠다는 단단하고 집념 어린 투지가 태성의 눈빛에서 불타올랐다.“주사 맞고 병원 다녀와서 꿀꿀해진 기분엔 역시 스트레스 해소가 짱이죠! 기다려라, 알밤아! 이 형이 비장의 무기를 꺼낼 테니까!”태성이는 마당에 던져두었던 파스 냄새나는 유도복 가방을 홱 열어제꼈다.그러더니 아까 동물병원 카운터 옆 진열대에서 사 온 알록달록한 고양이 장난감 하나를 짠 하고 꺼내 들었다.끝부분에 투명하고 바스락거리는 비닐 날개가 달린, 일명 ‘카샤카샤 붕붕’ 낚싯대였다.“이게 요즘 집사들 사이에서 대통령급 인기를 자랑하는 마약 장난감이래요! 이거 한 번 흔들어주면 아무리 차가운 고양이도 나한테 바로 넘어온다고 했습니다!”태성이는 쪼그려 앉아 카샤카샤 낚싯대를 야심 차게 집어 들었다.그러고는 손끝에 유도 선수의 정교한 손놀림을 담아 낚싯대를 공중에 살랑살랑 흔들기 시작했다.“슈슈슉— 바스락! 바스락!”카샤카샤 특유의 경쾌하고 바스락거리는 비닐 날개 소리가 마당에 울려 퍼지자, 도경의 무릎 위에 편안하게 누워있던 알밤이의 귀가 쫑긋 섰다.둥글게 확장된 알밤이의 까만 동공이 공중에서 살랑거리는 카샤카샤 날개를 따라 좌우로 데굴데굴 움직이기 시작했다.“오오! 반응 온다! 봤죠, 형들?! 알밤아, 덤벼라!”흥분한 태성이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낚싯대를 휘두르는 속도를 한껏 올렸다.하지만 유도 체대생 특유의 넘쳐나는 피지컬과 과도한 열정이 화근이었다.“슉! 슉! 슈슈슈슉—!”태성이가 커다랗고 두툼한 팔통을 크게 휘두르자, 카샤카샤는 살랑거리는 곤충 소리가 아니라 거의 태풍이 불어오는 듯한 ‘휘이잉- 팍! 팍!’ 소리를 내며 바람을 갈라댔다.앙증맞고 귀여운 고양이 장난감이 윤태성의 거친 손에 들어가자마자 순간 위협적인 둔기로 변해버린 꼴이었다.알밤이는 호기심을 보이기는커녕, 제 몸집만 한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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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화.마당으로 들어선 불청객

[제66화] 마당으로 들어선 불청객평화롭던 하숙집 대문 너머로 낯선 구두 소리가 짤깍거리며 들려온 것은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정오 무렵이었다.마당 툇마루 끝에 앉아 양파를 까던 순정은 흙먼지 날리는 대문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정장을 입은 오십대의 사내가 구두에 묻은 먼지를 탁탁 털며 마당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그가 타고 온 차에는 '황금 부동산'이라는 세 글자가 굵게 새겨져 있었다."어이구, 순정 양! 오랜만이야. 안 본 사이에 아주 숙녀가 다 됐네, 제법 여자냄새가 나!"번지르르한 목소리와 미끈거리는 눈빛.전생의 기억 속에서 하숙집을 헐값에 매각하도록 부추겼던 바로 그 부동산업자, 정 사장이었다.그는 하숙집 마당으로 스스럼없이 걸어 들어오며 순정의 차림새를 아래위로 흘끔거렸다.그의 눈빛에는 오랜 세월 부동산판을 구르며 얻은 징그러운 타성과, 어린 여자를 향한 묘한 업신여김이 짙게 깔려 있었다.정 사장은 마당을 빙 둘러보며 기왓장의 금이나 낡은 기둥을 괜히 손가락으로 딱딱 소리가 나게 콕콕 찔러보았다."이 오래된 한옥도 이제 수리비만 계속 나갈 텐데…… 마침 이 일대 재개발 노리는 큰 손이 붙었어. 시세보다 훨씬 잘 쳐줄 테니까 이참에 털고 깔끔하게 아파트로 이사 가는 게 어때? 돈 챙겨서 편하게 살아야지."순정은 손에 쥐고 있던 칼을 멈추었다. 서늘한 바람이 마당을 지나쳐 가며 툇마루 위로 짙은 그늘을 늘어뜨렸다."필요 없습니다. 돌아가세요."순정이 단칼에 거절하며 양파 망을 단단히 묶자, 정 사장은 당황한 기색도 없이 허허 웃으며 턱 아래를 긁었다.그의 얼굴에 감도는 비웃음은 한층 더 짙어졌다."에이, 순정 양. 뭘 모르고 이러나 본데…… 이거 사실 할머니 살아계실 적에 나랑 이미 얘기가 어느 정도 끝났던 건이야. 할머니도 이 낡은 집 너한테 짐만 될까 봐 팔고 편하게 살라고 당부하셨다고. 시집갈 밑천이나 마련하라고 말이야. 여자 혼자서 이 큰 집 관리하는 게 보통 일인 줄 알아?"정 사장은 혀를 차며 툇마루 근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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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화. 할머니 될 때까지 할 거니까

대문이 철컥 소리를 내며 잠기자, 마당을 지배하던 팽팽한 정적이 가라앉았다.순정은 손때 묻은 나무 기둥에 가만히 이마를 대고 서 있었다.쿵쾅거리며 뛰던 심장 소리가 차츰 느려지자, 비로소 살아있다는 실감이 차올랐다.남의 눈치를 보며 얹혀살던 전생의 그 서러웠던 삶에 마침표를 찍은 느낌이었다.내 힘으로, 내 의지로 지켜낸 내 보금자리였다.그때, 거실 창문 뒤와 평상 뒤편에 숨죽이고 있던 네 남자가 약속이라도 한 듯 슬금슬금 순정의 주위로 모여들었다.네 남자는 멀찍이 떨어진 거실 창문과 평상 뒤에서 업자와 순정의 대화를 정확히 듣지 못했었다.그저 정 사장이 타 온 승합차 측면에 적힌 '황금 부동산'이라는 큼지막한 글자, 그리고 대문 앞에서 서슬 퍼렇게 소리를 지르며 업자를 쫓아내던 순정의 모습만 보고 지레짐작으로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가던 참이었다.“……누나. 하숙집 접으시는 거예요……? 제가 밥을 너무 많이 먹어서 적자 난 거죠……?”가장 먼저 다가온 것은 태성이었다.툇마루 밑에 쪼그려 앉은 태성의 눈에는 습기가 촉촉하게 차올라 있었다.버림받을까 봐 안절부절못하는 불쌍한 대형견 그 자체였다.“혹시 요즘 하숙집 어려워? ...우리 월세 진짜 말도 안 되게 적게 내고 있긴 했지.”도경 역시 무심한 척 툭 던졌지만, 후드티 주머니 속에 집어넣은 손끝과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눈빛은 평소보다 훨씬 차갑게 그늘져 있었다.“맞아요, 누나. 요즘 물가에 성인 남자 넷이 매일 고기 반찬 먹는데 하숙비가 남을 리 없죠. 저 처음에 들어오면서 말했던 것처럼 하숙비 열배로 올리셔도 괜찮아요.”이현은 주머니 속에 넣어두었던 손을 꽉 쥐며 나직하게 거들었다.눈빛에 짙은 초조함이 서려 있었다.과방에서 막 돌아와 상황을 지켜보던 민우마저 차분했던 평소와 달리 불안함이 감도는 눈빛으로 안경을 고쳐 쓰며 말했다.“순정아, 재정적인 문제라면 우리가 보증금을 올리거나 계약 조건을 조율해도 돼. 편하게 말해줘.”네 남자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깊은 불안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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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화. 너 이 만화 그린 놈이…… 너냐?

주말 오후의 툇마루는 평화롭다 못해 나른한 정적으로 가득 차 있었다.창문 너머로 쏟아져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이 마루 바닥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었고, 거실 소파에는 며칠 밤을 내리 새운 이현이 모자를 깊게 눌러쓴 채 기절하듯 잠들어 있었다.평소에도 나른하고 피곤해 보이는 녀석이었지만, 오늘따라 눈가에 진하게 내려앉은 다크서클과 파리한 낯빛이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껍데기처럼 보일 지경이었다.그 옆에서 민우는 휴대폰 화면을 뚫어져라 노발대발 바라보며 마루 바닥에 앉아 있었다.민우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하게 물들어 있었고, 급기야 씩씩대는 한숨 소리가 거실 전체를 울렸다.평소 이성적이고 차분한 의대생 민우답지 않은 기이한 모습이었다."아니, 진짜 작가 양반 양심 미쳐가는 거 아니냐고! 아무리 욕하면서 보는 막장웹툰이라도 정도가 있지, 주인공이 몇 살인데 이렇게까지 굴려?"민우가 참지 못하고 주먹을 불끈 쥐며 마루 바닥을 쿵 소리가 나게 쳤다.마침 주방에서 갓 찐 단호박과 고구마를 접시에 담아 나오던 순정이 그 모습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민우야, 왜 그렇게 화가 났어? 이현이 깨우겠다.""아, 순정아…… 미안. 내가 너무 몰입해서."민우가 머리를 긁적이며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휴대폰 화면을 들어 올려 보였다."아니 봐봐, 내가 요즘에 챙겨보는 웹툰이 있거든. 이라고, 요즘 인터넷에서 난리 난 막장 웹툰인데…… 이번 주 내용이 정말 너무해서 그래. 이 작가 필명이 '솜사탕'이거든? 독자들 가슴에 소금 뿌리는 데 아주 도가 튼 사이코패스가 분명해, 솜사탕은 무슨...솜사탄이다, 솜사탄!""……재벌가의 유령들?"익숙한 제목이었다.'……잠깐, 많이 들어 본 제목인데... 이거 그거잖아. 회귀전 전생에 시청률 15퍼센트 넘게 터지면서 신드롬급 인기였던 그 드라마.'순정의 머릿속으로 전생의 기억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텔레비전만 틀면 나오던 그 자극적인 막장 드라마, 회사 동료들이 점심시간마다 삼삼오오 모여 다음 화를 예측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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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화. 솜사탕

"야, 이현아. 일어나 봐."민우가 다급하게 이현의 어깨를 흔들었다.이현이 인상을 찌푸리며 눈을 게슴츠레 떴다."……왜요, 형. 나 좀만 더 자면 안 돼요……""너…… 너 '솜사탕'이야? 이 만화, 네가 그린 거야?"민우가 태블릿 화면을 이현의 눈앞에 바짝 들이밀었다.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이현의 눈이 번쩍 뜨였다."어, 어? 잠깐, 그거 왜 형이……!"이현이 화들짝 놀라며 몸을 일으켰지만, 이미 화면은 민우의 손에 들려 있었다.태블릿을 낚아채려 손을 뻗었지만, 놀란 마음에 손끝이 허공만 몇 번 휘저었다."이리 줘요! 그거 아무한테나 보여주는 거 아니라니까!""아니,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봐."민우가 태블릿을 한 손으로 든 채 뒤로 살짝 물러섰다.안경 너머 눈빛이 뭔가 복잡한 감정으로 흔들리고 있었다.화면 속 숫자들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민우는 자신이 평소 알던 이현과 지금 눈앞의 사실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너 진짜…… 네가 그 그린 사람 맞아?""……맞으면 뭐요."이현이 체념한 듯 한숨을 내쉬며 소파에 도로 주저앉았다.얼굴은 이미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지금껏 하숙집 식구들에게 필명도, 작품 제목도 한 번도 밝힌 적이 없었다.재벌가의 횡령과 불륜, 스폰서 이야기까지 자극적인 소재를 가감 없이 담아낸 그 막장 웹툰이, 다른 사람도 아닌 하숙집 식구들 눈에 들어가는 상상만으로도 이현은 얼굴이 화끈거렸다."미친……"민우가 낮게 중얼거리며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그 얼굴에 떠오른 표정은 단순한 놀람이 아니었다. 지난 몇 달간 매주 업데이트를 기다리며 본인이 혼자 속으로 욕하고 애간장을 태웠던 그 인기 웹툰의 작가가, 알고 보니 매일 마주 앉아 밥을 먹던 하숙집 동생이었다니."나 이거 매주 금요일 밤마다 쿠키 구워가면서 봐…… 작가가 맨날 사람 피 말리게 완결짓는다고 속으로 욕하면서 봤는데, 그게 너였다고?""……네?"이현이 순간 멍한 얼굴로 되물었다.민우 형이 자기 만화를 읽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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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화. 투명인간

유쾌했던 낮 동안의 소동이 한풀 꺾이고, 하숙집에 깊은 밤이 찾아왔다. 낮에 이현이의 태블릿에서 터진 '솜사탕 정체 발각 사건'은 집안의 커다란 해프닝이었다. 이현이가 엄청난 정산금을 버는 인기 작가라는 사실에 식구들은 놀라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솜사탕'이라는 오글거리는 필명과 막장 웹툰을 그린다는 사실로 이현을 놀려먹을 생각에 다들 신이 나 있었다. 식구들은 각자 자기 방으로 들어간 뒤, 약속이라도 한 듯 핸드폰을 켜고 이현의 웹툰 1화를 검색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처음엔 다들 가벼운 호기심, 그리고 내일 아침 툇마루에서 이현이 얼굴을 보며 "어이, 솜사탕 작가님!" 하고 놀려줄 흑역사 짤이나 껀덕지를 잡으려는 불순한 심산이었다. 책상 앞에 앉은 막내 태성이는 "에이, 이현이 형이 그려봤자 얼마나 대단하겠어" 하고 픽 웃으며 스크롤을 내렸다. 도경이 역시 침대에 누워 덤덤하게 "얼마나 막장이길래 민우 형이 저렇게 난리였나" 하는 호기심으로 화면을 밝혔다. 순정 역시 제 방에서 휴대폰 빛에 의지한 채 이현의 작품을 열었다. 초반만 해도 식구들의 반응은 흥미진진했다. 자극적인 불륜과 암투, 찰진 대사, 횡령 사건까지 속도감 있게 터지는 연출에 다들 속으로 '오, 생각보다 재밌는데?' 하며 몰입했다. 하지만 회차가 10화, 20화를 넘어가면서 각자의 방 안을 채우던 가벼운 감정들이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식구들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거짓말처럼 사라져 갔다. 웹툰 은 표면적으로는 화려한 재벌가의 뒤편에 숨겨진 추악한 다크사이드—횡령, 불륜, 스폰, 권력 암투를 배경으로 한 자극적인 마라맛 드라마였다. 하지만 이야기의 진짜 중심이자, 독자들의 가슴을 비벼 까는 핵심 서사는 따로 있었다. 바로 그 거대한 저택 한구석에 방치된 ‘서자 소년’의 이야기였다. 화려한 대리석 바닥과 웅장한 인테리어, 하지만 그 공간 안에서 소년은 완벽한 투명인간이었다. 가족들이 모여 화기애애하게 고급 요리를 먹는 거대한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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