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뒤, 태성의료원에서 최종 검사 결과가 나왔다.납치 사건 뒤 두 사람은 매주 함께 상담을 받았다. 태혁은 과도한 통제 욕구와 상실 공포를, 서우는 감금 기억과 불안을 숨기지 않고 다뤘다.신경 수치가 좋아졌다는 결과보다 더 중요한 변화는, 태혁이 불안할 때 서우의 위치부터 확인하지 않고 직접 전화해 묻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서우 역시 모든 위험을 혼자 해결하려 하지 않았다. 새로운 연구소의 보안 설계는 전문가에게 맡겼고, 퇴근 시간도 팀원들과 공유했다.“신경망 자가 안정화가 확인됐습니다.”담당의가 두 사람에게 결과지를 보여 줬다.“특정 음성이나 접촉이 없어도 정상 범위를 유지합니다. 정기검진만 받으시면 됩니다.”태혁은 완치 판정을 받았다.기존 30일 계약은 납치 사건 뒤 의료진의 권고로 한 차례 연장됐고, 이날 60일 차를 끝으로 공식 종료됐다.펜트하우스로 돌아온 서우는 자신의 방에서 캐리어를 꺼냈다. 새 연구법인 사무실과 가까운 곳에 작은 아파트를 구해 두었다.보증금은 해고 무효 보상금과 돌려받은 급여로 마련했다. 태혁이 더 넓고 안전한 집을 알아봐 주겠다고 했지만, 서우는 중개사와 함께 직접 방을 보고 계약했다. 책상과 소파도 자신의 카드로 골랐다.태혁의 도움이 싫어서가 아니었다. 도움을 받을지 말지, 어느 정도 받을지를 자신이 정하는 생활을 시작하고 싶었다.옷을 접어 넣는 동안 마음이 이상할 만큼 무거웠다.이 방에는 처음 왔을 때의 경계와 첫 키스 뒤의 혼란, 납치에서 돌아와 잠들지 못하던 밤이 모두 남아 있었다.책상 서랍에는 루시안 기록이 든 저장 장치가 있었고, 침대 옆에는 태혁이 새벽마다 가져다 둔 물컵 자국이 희미했다.떠나는 건 도망이 아니었다. 오히려 이 집에서 시작된 관계를 다른 공간에서도 계속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일이었다.서우는 새집 열쇠를 손바닥 위에서 굴렸다. 작고 평범한 열쇠였지만, 처음으로 누구의 허락도 없이 고른 자신의 문을 열어 줄 물건이었다.서우는 마지막으로 창문을 열었다. 늦가을 바람이 방
Last Updated : 2026-09-0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