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윤호의 기세로 보아 조금 전 송씨 가문에 다녀온 것이 분명했다. 그곳 사람들이 사실에 온갖 말을 덧붙여 고자질하자 곧이곧대로 믿고, 장군부로 돌아오자마자 자신을 찾아와 추궁하는 모양이었다.송청아는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오늘 송씨 가문은 끝내 그녀에게 가법을 집행하지 못했다. 그러니 분을 삭이지 못한 채 배윤호에게 달려가 억울함을 호소하리라는 것쯤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송청아는 진작부터 이런 상황에 대비해 두었다. 그녀는 옷깃을 움켜쥔 배윤호를 향해 고개를 들고,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담담하게 말했다.“제가 한 일이 아닙니다.”“끝까지 발뺌할 셈이냐?”배윤호의 손아귀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채리는 마음이 순수한 아이다. 너처럼 속으로 온갖 계략을 꾸밀 줄도 몰라. 더구나 여인에게 얼굴이 얼마나 중요한데, 너 하나를 모함하자고 제 얼굴이 망가질 짓을 하겠느냐?”송청아는 끝내 가벼운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아, 배윤호는 자신과 송채리를 그렇게 보고 있었구나.어리석어도 어찌 이리 어리석을 수 있을까.“서방님께서 그렇게 믿고 싶으시다면, 그렇게 믿으십시오.”송청아는 더 이상 그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이토록 어리석은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한들 믿어 줄 리 없었다.그러나 송청아가 이렇듯 태연하게 나오자, 배윤호는 힘껏 내지른 주먹이 푹신한 솜에 파묻힌 듯한 무력감을 느꼈다. 어디에도 풀어낼 수 없는 답답함이 치밀면서, 가라앉지 않은 짜증이 다시금 속을 헤집었다.예전의 송청아는 그가 조금만 나무라도 금세 겁에 질려 다급히 해명하곤 했다. 자신을 오해하지 말아 달라, 화내지 말아 달라, 외면하지 말아 달라고 애원하며 한참 동안 매달렸다.자신이 잘못했으니 반드시 고치겠다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거듭 약속하기도 했다.그런데 지금은 달랐다.이처럼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추궁하는데도 송청아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이었다. 변명하지도, 용서를 구하지도 않았다. 마치 배윤호가 자신을 오해하든 말든, 싫어하게 되든 말든 조금도 개의치 않는 듯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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