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각, 송청아는 여전히 불당에 머물러 있었다.만자무늬가 새겨진 검은 옻칠 책상 앞에 단정히 앉은 그녀는 한 손에 붓을 들고 다른 손으로는 흘러내리는 소매를 걷어 올렸다. 고운 얼굴을 살짝 숙인 채 경전을 옮겨 적는 모습은 한없이 차분하고 고요했다.지난밤 배윤호가 떠난 뒤, 송청아는 아무런 항변도 없이 순순히 벌을 받으러 불당으로 향했다. 봉 어멈도 홀로 보낼 수 없다며 따라와 밤새 그녀의 곁을 지켰다.초봄의 밤공기는 차가웠다. 문틈으로 스며든 냉기가 텅 빈 불당을 서늘하게 맴돌았고, 희미한 촛불마저 찬바람을 맞을 때마다 가늘게 흔들렸다.추위에 오래 노출된 송청아의 가느다란 손가락과 소매 밖으로 드러난 흰 손목은 어느새 자줏빛으로 얼어 있었다. 하지만 손에 쥔 붓은 조금도 떨리지 않았다. 먹을 머금은 붓끝이 종이 위를 사각사각 스칠 때마다, 정갈한 글자가 한 자 한 자 흐트러짐 없이 새겨졌다.버들가지처럼 가녀린 허리도 꼿꼿하게 세워져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눈보라 속에서도 푸른빛을 잃지 않는 소나무처럼 단단하고 꿋꿋했다.송청아는 그렇게 꼬박 하룻밤 동안 경전을 베껴 썼다. 날이 밝은 뒤로도 쉬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마친 것은 채 쉰 번도 되지 않았다.곁에서 밤을 지새운 봉 어멈은 그런 송청아를 바라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졌다.큰부인은 어젯밤부터 물 한 모금 입에 대지 못한 채 한숨도 자지 않았다. 밤새 추위에 시달린 몸은 얼음장처럼 차갑게 식어 있었으니,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이대로는 버텨 낼 수 없을 터였다.큰도련님은 대체 어찌 이토록 모질 수 있단 말인가.송 아가씨는 가여우면서, 억울한 누명을 쓴 채 밤새 벌을 받고 있는 우리 큰부인은 어찌 가엾지 않단 말인가.반면, 송청아 자신은 아직 견딜 만하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잠시 붓끝을 세운 채 창밖으로 번지는 햇빛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아침의 희뿌연 빛은 사라지고, 따스한 봄볕이 창호지를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시간을 헤아려 보니 귀환 연회가 시작된 지도 거의 한 시진이 되어 가는 듯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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