登入전생의 송청아는 시어머니의 주선으로 이 년 동안 떨어져 지냈던 부군과 처음으로 합방했다. 그러나 이튿날, 배윤호는 돌연 그녀가 처녀가 아니라며 누명을 씌웠고, 급기야 아랫배까지 걷어찼다. 그 충격으로 자궁을 크게 다친 송청아는 평생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 되고 말았다. 그 일을 빌미로 송청아는 정실부인에서 첩으로 강등되어 별채로 쫓겨났다. 그리고 배윤호는 송씨 가문의 진짜 적녀인 송채리를 새 정실부인으로 맞아들였다. 그날부터 송청아는 장군부의 별채에 갇혀 무려 6년을 살았다. 시댁 식구들은 그녀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며 피 한 방울 남지 않을 때까지 착취했고, 걸핏하면 아이도 낳지 못하는 재수 없는 계집이라며 때리고 모욕했다. 끝없는 학대와 치욕 속에서 버티던 송청아는 결국 한 많은 생을 마감했다. *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녀는 모든 비극이 시작된 바로 그 초야의 밤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송청아는 침착하게 하인을 불러 송채리에게 소식을 전하게 했다. 아니나 다를까, 결정적인 순간이 되자 배윤호는 그녀를 내버려 둔 채 송채리에게 달려가 그곳에서 밤을 보냈다. 홀로 남은 송청아는 그저 희미하게 웃었다. 그리고 배윤호의 인장을 들어, 이미 작성해 둔 화리서에 망설임 없이 도장을 찍었다. 마침내 배윤호와 완전히 갈라선 날, 그는 비웃듯 말했다. “나와 화리하면 넌 버림받은 여인이 된다. 그런 너를 대체 누가 받아 주겠느냐?” 하지만 그는 미처 알지 못했다. 머지않아 황제가 직접 송청아와 황태자의 혼인을 명하리라는 것을. 그제야 다급해진 배윤호는 한참 늦은 진심을 바치며 눈이 시뻘게지도록 운 것도 모자라, 그녀의 앞에 무릎까지 꿇었다. “청아야, 내가 잘못했다. 제발…… 다시 내 곁으로 돌아와 주면 안 되겠느냐?” 하지만 송청아는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저 곁에 선 남자의 강인하고 든든한 품속으로 천천히 몸을 기댈 뿐이었다. 황태자는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싸늘하게 선고했다. “청아는 이미 내 아이를 품고 있다. 그리고…… 네놈에게는 즉시 참형을 내릴 것이다!”
查看更多그러나 가족들은 여전히 한목소리로 반대했다.달리 도리가 없어진 송세안은 일단 그 생각을 접어 두었다. 훗날 적당한 기회를 보아 다시 꺼낼 작정이었다.오직 송채리만 말없이 앉아 속으로 계산을 굴렸다.배윤호가 송청아를 내쫓고, 큰오라버니가 그녀를 첩으로 들인다면?배윤호에게서 멀리 떼어 놓는 동시에 계속 손아귀에 붙들어 둘 수 있었다. 그야말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묘안이었다.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송채리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번졌다.기회를 보아 배윤호에게 이 일을 꺼내 봐야겠다.*이튿날, 배윤호는 묘시부터 자리에서 일어났다.지난밤 내내 전날의 일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러다 마지막에는 송청아가 자신을 향해 살며시 웃으며 “그러죠” 하고 고개를 끄덕이던 모습에 생각이 머물렀다.설마 정말 관아에 가서 화리를 청하려는 걸까?아니었다. 그럴 배짱이 어디 있겠는가. 그저 자신에게 심통을 부리는 것뿐이었다.그런데 어제는 그토록 모진 말을 듣고도 조금의 동요가 없지 않았던가. 정말 화리할 작정을 굳힌 건 아닐까?그럴 리 없었다. 그녀가 혼수를 얼마나 가져왔는지 자신도 알았다. 그 혼수가 어디로 흘러갔는지도 알고 있었다.사재도, 장원도, 점포도 없는 여자가 화리한 뒤에는 무엇으로 살아간단 말인가. 그녀는 절대 자신과 헤어질 수 없었다.밤새 머릿속에서 두 사람이 싸우기라도 하는 듯했다. 괜찮다고 스스로를 달래다가도 곧 불안에 휩싸이기를 거듭하느라 잠이 오지 않았다.결국 묘시가 되기도 전에 더는 누워 있지 못하고 영안을 불러 세수와 옷 갈아입는 일을 시켰다.아침을 먹다가도 문득 물었다.“큰부인은 뭘 하고 있느냐?”“아직 주무시고 계십니다.”그제야 배윤호의 마음이 놓였다.“그래? 그럼 계속 자게 두거라.”안도하고 나니 아침밥도 한결 맛있었다.식사를 마친 배윤호는 부임을 신고하러 경위소로 향할 채비를 했다.고작 경위지휘첨사에 봉해진 것이 못마땅했지만, 이미 내려진 성지를 거스를 수는 없었다. 불만을 누르고 명에 따르는 수밖에 없
더구나 집안의 아들 하나와 딸 둘은 모두 조향에 별다른 재능이 없었다. 송씨 향방의 명맥을 오래도록 이어 가려면, 앞으로도 송청아가 그들을 대신해 향을 만들어야 했다.꾸지람을 들은 송여린이 입술을 삐죽이며 불만을 터뜨렸다.“명색이 송씨 향방인데, 왜 근본도 모르는 애한테 기대야 해요? 저도 향을 만들 줄 알아요. 언젠가 꼭 아버지 마음에 드는 향을 만들어 온 도성에 널리 퍼뜨리고 말 거예요!”송관산은 답답한 듯 막내딸을 흘겨보았다. 눈에는 실망이 가득했다.송여린은 날마다 입으로만 큰소리를 칠 뿐, 진득하게 배우고 연구할 생각은 없었다. 분을 바르고 옷을 골라 치장하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으니, 만들어 놓은 향은 차마 맡기 어려울 지경이었다.몇 차례 타일러 보기도 했으나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제는 송관산도 더 말할 기운이 없었다.더구나 조향은 분명 타고난 재능이 필요한 기술이었다. 재능이 없으면 곁에서 아무리 몰아붙여도 크게 이룰 수 없는 법이었다.송관산은 가볍게 한숨을 내쉰 뒤 송채리를 달랬다.“채리야, 걱정하지 마라. 너를 첩으로 보내는 일은 절대 없을 게다. 그 애가 배씨 집안과 화리하고 자유롭게 살겠다는데, 그리 쉽게 놓아줄 수야 없지. 어떻게든 소용장군부에 붙들어 두어야 앞으로도 우리 뜻대로 부릴 수 있다.”그때 송세안이 가볍게 헛기침을 두어 번 했다. 그러고는 허리를 곧추세우며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아버지, 제게 방도가 하나 있습니다. 채리가 떳떳하게 장군부의 정실이 되고, 청아도 계속 저희를 위해 일하게 할 수 있습니다.”사람들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전에는 송청아의 일을 의논할 때마다 한발 물러서서 남의 일처럼 듣기만 하던 송세안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어쩐 일로 저토록 진지하게 방책까지 내놓는단 말인가.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 모이자 송세안은 깊이 숨을 들이켰다. 조금은 불안한 기색으로 말을 이었다.“청아가 배윤호와 화리한 뒤, 제게 시집오게 하면 됩니다. 그러면 저희 집에 남겨 두고 계속 향도 만
이제 화리하겠다고 하니, 배윤호는 또다시 똑같은 말로 그녀를 깎아내렸다.그러나 송청아는 더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저 지겹고 우스울 뿐이었다.배윤호도 그녀의 눈에 어린 짜증과 귀찮음을 보고 다시 멈칫했다.예상과 달랐다. 송청아는 수치심에 발끈하며 따져 들지도, 화를 내지도 않았다. 그저 조용히 자신을 똑바로 바라볼 뿐이었다.무슨 말을 하든 이제는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자신의 말뿐 아니라, 자신이라는 사람조차 더는 마음에 두지 않는 듯했다.그 사실을 깨닫자 배윤호는 당혹스러우면서도 자존심이 상했다. 다음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조차 떠오르지 않았다.한참을 굳어 있던 그가 돌연 손을 놓았다. 그러더니 허리를 굽히며 큰 웃음을 터뜨렸다.“하하하하하……!”송청아는 그를 차갑게 바라보았다. 당황하고 켕기는 속내를 저 웃음으로 가리고 있다는 것쯤은 훤히 보였다.한바탕 웃고 난 배윤호가 몸을 바로 세웠다.“말은 제법 당차게 하는군. 어디 정말 화리해 보지 그래? 그렇게 자신 있으면 내일 관아에 가서 나를 고소하고 화리를 청해 보거라. 내 인장이 찍힌 화리서도 없이 가면, 곤장 스무 대를 먼저 맞아야 법정에 들어갈 수 있다. 네가 과연 그럴 배짱이 있는지 두고 보마.”송청아는 그를 향해 살며시 웃었다.“그러죠.”그는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자신의 인장이 찍힌 화리서가 이미 그녀의 손에 있다는 사실을.배윤호는 또다시 말문이 막혔다.조금도 두렵지 않다는 건가? 아니면 송사에 앞서 맞는 그 매가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는 것인가?아니었다. 분명 또 허세를 부리는 것이리라.세상에 무서울 것 하나 없는 척하면, 자신이 가로막고 먼저 고개를 숙일 줄 아는 모양이었다. 제발 가지 말라고 매달리기라도 하길 바라는 건가.어림없는 소리였다.저건 그저 자신을 겁주려는 수작이었다. 실제로 갈 리 없었다.자신을 그토록 사랑하는데, 어떻게 헤어질 마음을 먹겠는가. 더구나 그녀는 정말로 자신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처지였다.그렇게 스스로를 달래고 나서야 배윤호는 어
“팔은 왜 그래? 어쩌다 다쳤느냐?”서늘한 바람과 함께 누군가 들어온 기척에 송청아가 돌아보았다. 문간에 선 배윤호가 미간을 조금 찌푸린 채 그녀의 팔을 보고 있었다. 그 눈에는 은근한 책망까지 어려 있었다.송청아는 경계하며 몇 걸음 물러났다. 겉옷을 집어 어깨에 걸친 뒤 그를 흘겨보았다.“알면서 물으시는 건가요?”배윤호는 곧 한 가지 짐작에 이르렀다.처음 향낭의 약에 취했던 사람은 송청아였던 걸까. 제 몸을 지키려고 스스로 팔에 상처를 내고 달아난 것인가?하지만 송씨 집안은 그녀의 친정이었다. 어찌 그녀를 해친단 말인가.그는 위로하듯 한마디 건넸다.“걱정 말거라. 오늘 누가 이런 함정을 팠는지 반드시 밝혀낼 테니.”송청아는 우스웠다. 누가 벌인 일인지 굳이 조사할 필요가 있을까.속으로는 다들 알고 있지 않은가.그러나 그와 다툴 기운조차 없었다. 배윤호는 인정하기 싫은 일이라면 아무리 많은 증거를 눈앞에 들이밀어도 외면할 사람이었다.송청아가 눈을 들어 그를 보았다. 담담한 목소리에 희미한 짜증이 묻어났다.“무슨 일로 오셨어요?”배윤호는 그녀가 여전히 강한 척 버티고 있다고 여겼다. 천천히 다가가며 목소리를 누그러뜨렸다. 말투에도 조금은 미안한 기색이 실렸다.“해명하러 왔다. 오늘 일은 내 뜻이 아니었다. 최음향에 취하는 바람에…….”“설명하지 않으셔도 돼요. 다 알아들었으니까요.”송청아가 무심히 말을 끊었다.“이제 나가 주시겠어요? 자고 싶어요.”그녀는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몸을 돌려 침상으로 향했다.배윤호는 잠시 멍해졌다가 이내 불쾌감이 치밀었다.“송청아, 나한테 무슨 내숭이냐? 채리까지 두고 일부러 돌아와 해명하는데, 네 태도가 고작 이것이냐?”송청아가 몸을 조금 틀어 그를 비스듬히 바라보았다. 눈썹을 가볍게 치켜올리며 비웃듯 말했다.“그러세요? 그럼 돌아가서 그 소중한 채리 곁을 지켜 주시면 되겠네요.”배윤호가 성큼성큼 다가와 앞을 가로막았다. 그러고는 손목을 움켜쥐어 제 앞으로 잡아당겼다.“이렇게 심통을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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