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층에 도착했을 때, SUV 한 대가 이쪽으로 다가왔다.정채윤은 무심코 운전석에 앉아 있는 남자를 흘끗 바라봤다.햇빛이 내려앉은 가운데 남자는 역광 속에 앉아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그는 위에 심플한 검은색 티셔츠 한 장만 걸쳤지만, 단단하고 남성적인 분위기는 전혀 가려지지 않았다.햇빛과 그림자가 어우러져 그의 날카로운 얼굴 윤곽을 흐릿하게 만들었지만, 곧게 뻗은 옆모습과 깔끔한 짧은 머리만으로도 얼마나 잘생겼는지 알 수 있었다.순간 스쳐 지나갔을 뿐인데 정채윤은 왠지 이 남자가 낯익다는 느낌이 들었다.하지만 그녀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저 운전기사인 줄로 착각하고는 조정섭에게 말했다.“조심해서 가세요.”“그래. 들어가 봐. 이따 회의도 있잖아.”조정섭은 손을 흔들고 조수석에 올라탔다.안전벨트를 매던 그는 고개를 돌려 운전석을 바라봤다.남자는 한 손으로 운전대를 꽉 쥐고 있었고, 팔뚝에는 힘줄까지 선명하게 솟아 있었다.조정섭이 웃으며 말했다.“내려서 채윤이한테 제대로 인사를 하든가, 아니면 출발하든가 해. 여기서 남들 길 막고 있지 말고.”그제야 남자가 반응했다.그는 고개를 돌려 조정섭을 흘겨본 뒤, 사람 자체처럼 차갑고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누구한테 인사를 하라는 거예요? 우린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조정섭은 잠시 말문이 막혔지만 내심 한마디 묻고 싶었다.그럴 거면 오늘 나랑 여기까지 왜 따라온 거냐고 말이다.그는 피식 웃었다.“그래. 내가 괜한 소리를 했네. 그럼 이제 출발해도 되겠습니까, 엄 소령님?”엄준후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그는 시선을 살짝 옆으로 돌려 조수석 쪽 사이드미러를 바라봤다.거울 속에는 여전히 건물 아래에 서 있는 여자가 비쳤다.흰색 쉬폰 블라우스에 검은색 머메이드 스커트를 입은 모습은 평소와 달리 성숙한 여성미를 풍겼다.9년 전, 풋풋했던 그때의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9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변한 게 어찌 외모뿐이겠는가. 그 마음도 변했을 텐데.무언가를 떠올렸는지 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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