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학창 시절부터 알고 지낸 권예준과 결혼한 정채윤은 고향을 떠나 먼 타지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정채윤은 정성 들여 가정을 돌보았고 4년 동안 단 한 번도 친정에 돌아가지 않았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권예준의 냉대와 외도, 그리고 이혼 합의서였다. ... 고향에 있는 정채윤의 가족이 병으로 쓰러진 날, 권예준은 피가 섞이지 않은 사촌 여동생 안하린을 돌보고 있었다. 심지어 딸마저 정채윤을 버리고 안하린이 자신의 엄마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채윤은 두 사람에게 완전히 실망했다. 정채윤은 이혼 합의서에 사인을 하고 양육권까지 포기한 채 홀로 떠나 다시 일을 시작했다. ... 한때 모두에게 무시당했던 전업주부 정채윤은 어느새 건축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전문가로 거듭났고, 몸값은 무려 수십조 원에 달했다. 완전히 달라진 정채윤의 모습을 보고 후회한 권예준은 한쪽 무릎을 꿇고 정채윤에게 용서를 구했다. “내가 잘못했어. 나 좀 용서해 주면 안 될까? 우리 예전에 좋았었잖아. 나한테 한 번만 기회를 줘!” 딸 역시 정채윤에게 애원했다. “엄마, 다시 돌아와 줘요!” 하지만 정채윤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어린 시절부터 정채윤과 함께 자란 소꿉친구이자 냉철한 군인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는 정채윤의 허리를 감싸안더니 단호한 목소리로 정채윤이 자신의 사람임을 선언했다. “늦었어. 채윤이는 이제 내 아이의 엄마야.”
View More그때 박여정의 시선이 문 쪽으로 향했다.다이닝룸 입구에 서 있는 정채윤을 발견한 박여정은 그제야 치켜들었던 손을 내렸다. 끓어오르는 화를 가까스로 억누르고 애써 표정을 누그러뜨렸다.“채윤아, 일어났니?”정채윤도 옅게 미소 지었다.“네, 할머니.”권예준은 정채윤을 힐끗 바라보더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커피잔을 들었다.그러다 정채윤이 어제와 똑같은 옷을 입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잠시 시선을 멈췄다. 하지만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정채윤 역시 무심코 권예준에게 눈길을 주었다.어젯밤과는 옷차림이 달라져 있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정장을 입고 있었다.아마 안하린의 집에서 갈아입고 온 모양이었다.하지만 이제 와서 그런 일은 놀랍지도 않았다.오히려 정채윤의 눈길을 끈 건 정장의 색깔이었다.‘남색 정장을 입었네?’권예준은 평소 검은색 계열의 정장만 고집했다. 정채윤도 그의 취향에 맞춰 옷을 골라 주곤 했다.예전에 몇 번 다른 색상의 정장을 사 준 적도 있었지만, 권예준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단 한 번도 입지 않았다.그런데 지금은 남색 정장을 입고 있었다.정채윤은 잠시 그 모습을 바라봤다.‘정장 색깔이 마음에 안 들었던 게 아니었구나. 내가 골라 준 게 싫었던 거였어.’정채윤은 씁쓸한 생각을 떨쳐 내고 시선을 거두려 했다.그런데 권예준은 그 짧은 순간의 눈길을 달리 받아들인 듯했다.그는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순간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정채윤은 아무 말 없이 눈을 돌렸다. 그러고는 권예준과 가장 멀리 떨어진 자리에 가서 앉았다.마침 그때 위층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옷을 갈아입은 권나율이 내려오고 있었다.다이닝룸에 들어선 권나율은 권예준을 발견하자마자 반가운 얼굴로 달려갔다.“아빠, 오셨어요!”아이가 품에 와락 안기자, 권예준의 굳어 있던 표정도 한결 부드러워졌다.“응.”권예준은 딸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권나율은 기분 좋게 웃다가 슬그머니 정채윤 쪽을 살폈다. 그러고는 권예준의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정채윤은 오히려 차분해졌다.욕실에서 들려오던 물소리가 멎자, 휴대전화에서 시선을 떼고 흐트러진 이불을 가지런히 정리해 베개 위에 올려놓았다.잠시 후 권나율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욕실에서 나왔다.“엄마, 저 다 씻었어요.”권나율은 씻고 나왔다는 말이 무섭게 침대 위에 놓인 휴대전화부터 집어 들었다. 화면을 확인하더니 어린 얼굴에 금세 웃음이 번졌다.정채윤은 누구와 메시지를 주고받는지 굳이 묻지 않았다. 그저 옷장 문을 열며 평소처럼 물었다.“오늘은 뭐 입고 싶어?”그런데 권나율은 대답은커녕 휴대전화를 내려놓더니 정채윤에게 다가왔다. 그러고는 두 손으로 엄마의 등을 떠밀어 방 밖으로 내보냈다.“엄마, 옷은 제가 알아서 고를게요. 엄마는 얼른 내려가서 아침 드세요. 저 신경 안 쓰셔도 돼요!”권나율은 조금 있다가 안하린이 어젯밤 선물해 준 원피스를 입을 생각이었다.안하린이 자신을 위해 특별히 맞췄다는 원피스였다. 어젯밤 선물을 받은 순간부터 얼른 입어 보고 싶어 좀이 쑤실 지경이었다.하지만 정채윤에게만큼은 들키고 싶지 않았다.‘엄마가 알면 또 하린 이모한테 뭐라고 할지도 몰라.’“나율아, 오늘 비 온다고 했으니까 옷은...”정채윤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권나율은 그녀를 문밖으로 밀어냈다.곧이어 방문이 닫혔다.그것도 모자라 안쪽에서 잠금장치를 한 번 더 거는 소리까지 들렸다.정채윤은 굳게 닫힌 방문을 물끄러미 바라봤다.굳이 문을 두 번씩이나 잠그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묻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잠시 그 자리에 서 있던 정채윤은 문득 생각난 것이 있어 문을 두드렸다.“나율아.”“왜요?”“이번 주 금요일이 외할아버지 생신이잖아. 선물은 준비했어?”그 시각 권나율은 옷장을 열어 어젯밤 몰래 숨겨 둔 원피스를 꺼내 든 참이었다.예쁜 원피스를 펼쳐 보며 싱글벙글 웃고 있던 아이는 정채윤의 목소리가 들리자 금세 입술을 삐죽였다.“준비했어요. 엄마, 이제 그만 물어보세요. 저 옷 갈아입고 있단 말이에요.”선물은 이미
식사 생각이 나자, 정채윤은 잠시 고민하다가 협탁 위에 놓인 휴대전화를 집었다.그리고 엄준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오늘 점심에 시간 있어? 밥 살게.]며칠 전 백화점에서 문방사우를 둘러봤지만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지 못했다.그래서 오늘은 미술품 경매장에 가서 다시 한번 살펴볼 생각이었다.정채윤은 윤세형에게 미리 하루 휴가를 낸 상태였다.마침 외출하는 김에 엄준후에게 진 빚까지 정리하면 될 것 같았다.메시지를 보낸 정채윤은 답장이 바로 올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씻으러 가려던 순간, 알림음이 울렸다.엄준후였다.[그래. 어디로 가면 돼?]생각보다 빠른 답장에 정채윤은 잠시 멈칫했다가 점심을 먹을 레스토랑의 주소를 보내 주었다.그걸로 대화가 끝난 줄 알았는데 곧이어 메시지가 하나 더 도착했다.[너 출근해야 하는 거 아니야? 어떻게 시간이 나서 밥을 먹자고 해?]정채윤은 잠시 생각했다.딱히 숨길 일도 아니었다. 정태환의 생일이 다가온다는 건 엄씨 가문에서도 알고 있었다.[미술품 경매장에 가서 아빠 선물 좀 고르려고.]이번에도 답장은 금방 돌아왔다.[알았어.]정채윤은 메시지를 확인한 뒤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씻고 나온 뒤 옷을 갈아입던 정채윤은 탁자 위에 놓인 블록을 발견했다.어젯밤 늦게까지 조립해 완성한 작은 캐슬이었다.정채윤은 블록이 망가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들어 올려 권나율의 방으로 향했다.마침 아침이니 권나율도 깨울 생각이었다.문을 두드린 뒤 안으로 들어가자 권나율은 이불 속에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정채윤이 막 입을 열려는데 권나율이 고개를 내밀며 불만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엄마, 저 깼다고 했잖아요. 안 들어오셔도 된다고 했는데 왜 또 들어오셨어요?”정채윤이 걸음을 멈췄다.“엄마는 못 들었어. 이불 뒤집어쓰고 말해서 그런가 봐.”그러면서 완성한 블록을 수납장 위에 올려놓았다.권나율은 입술을 삐죽였다.아침부터 기분이 좋지 않았다. 조금 전 권예준에게 연락이 왔기 때문이었다.어젯밤 갑자
이제는 권예준이 무슨 짓을 하든 더 이상 상처받을 일은 없을 줄 알았다.하지만 안하린의 말을 듣는 순간, 정채윤은 가슴 한구석이 견디기 힘들 만큼 아려 왔다.‘대체 권예준에게 난 뭐였던 거야? 밖에서 안하린이랑 바람피우는 동안 남들 눈이나 속여 주는 허울뿐인 아내였나?’정채윤은 허탈한 마음에 눈을 질끈 감았다. 치욕스러운 감정이 밀려들자, 저도 모르게 어깨가 가늘게 떨렸다.문득 결혼 전, 자신에게 한없이 다정했던 권예준의 모습이 떠올랐다.그가 건넸던 달콤한 말들과 굳게 약속했던 미래까지...돌이켜 보니 그 모든 것이 우스울 따름이었다.정채윤은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가 천천히 내쉬었다. 눈가에 맺힌 눈물을 손등으로 훔친 뒤, 잔뜩 잠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안하린 씨, 그런 말로 절 자극하려던 거라면 성공하셨네요. 그런데 안하린 씨라고 저보다 나을 게 뭐가 있죠?”이내 정채윤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안하린 씨는 어디까지나 불륜 상대일 뿐이에요. 권예준이 두 사람의 관계를 공개하는 순간, 세상 사람들의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거예요. 권씨 집안에서도 가만있을 것 같아요? 정말 안하린 씨를 받아 줄 거라고 생각하세요?”그러자 안하린이 코웃음을 쳤다.“정채윤 씨, 아직도 모르시겠어요? 진짜 불쌍한 건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이에요. 당장 나율이만 봐도 그렇잖아요. 나율이가 정채윤 씨를 더 좋아할까요, 아니면 저를 더 좋아할까요?”안하린은 조금도 기죽지 않고 여유롭게 말을 이었다.“남들이 뭐라고 떠들든, 권씨 집안에서 반대하든 예준 오빠가 알아서 해결해 줄 거예요. 그러니까 쓸데없이 제 걱정하지 마시고 본인 앞날이나 걱정하세요.”그녀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더욱 노골적으로 비아냥거렸다.“지금이야 아직 이혼 전이니까 오빠가 생활비라도 주는 거죠. 이혼하고 나면 정채윤 씨한테 돌아갈 돈은 한 푼도 없을 거예요. 남진 그룹도 마찬가지고요. 이번 평가만 끝나면 짐 싸서 나가야 할 테니까 미리 마음의 준비나 해 두세요.”그 말을 끝으로 안하린은 일
굿노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굿노벨에 등록하시면 우수한 웹소설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세상을 모색하는 작가도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로맨스, 도시와 현실, 판타지, 현판 등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읽거나 창작할 수 있습니다. 독자로서 질이 좋은 작품을 볼 수 있고 작가로서 색다른 장르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어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성한 작품들은 굿노벨에서 더욱 많은 관심과 칭찬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