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이 다가올 무렵, 타지에서 결혼 생활을 한 지도 어느덧 5년째가 된 정채윤은 엄마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네 아빠가 갈수록 몸이 안 좋아지네. 올해를 넘길 수 있을지 모르겠어.”“곧 여름방학이잖니. 너랑 예준이 시간 되면 나율이를 데리고 한 번 올 수 있겠어? 네 아빠가 너랑 나율이를 보고 싶어 하셔.”“물론 예준이가 시간이 안 되면 어쩔 수 없고...”어쩔 수 없다고는 했지만, 엄마의 목소리에 묻어난 서운함과 조심스러움을 정채윤이 모를 리 없었다.생각해 보면 결혼하고 이곳에서 살게 된 지 5년 동안, 첫해에 친정에 한 번 다녀온 것을 제외하면, 지난 4년 동안 단 한 번도 친정에 가지 못했다.권예준은 늘 일이 바쁘다거나, 시간이 없다거나, 불편하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거절했다.정채윤은 눈물을 삼키며 그러겠다고 대답한 뒤, 곧바로 앱을 열어 계원시로 가는 항공권 세 장을 샀다.티켓을 예매한 뒤 잠시 망설이던 정채윤은 권예준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는 한참 동안 울린 뒤에야 연결됐다.권예준은 냉담한 어투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이른 아침부터 누구야?”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정채윤은 휴대폰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정채윤이 기억하기로 권예준은 어젯밤 회사에 있을 거라고 했었다.“별거 아니야.”정채윤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권예준은 전화를 끊어버렸다.당황한 정채윤은 창백해진 얼굴로 휴대폰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사실 결혼하기 전까지만 해도 권예준은 정채윤에게 굉장히 잘해주었다.두 사람은 학창 시절부터 알고 지내다가 결혼까지 한 인연이었다.권예준은 정채윤을 세상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겼다. 그래서 권예준이 바람을 피울 거라고는 상상조차 해 본 적이 없었다.그런데 아이를 낳은 뒤 몸매가 망가져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권예준은 냉담해지기 시작했다.잠시 후 권예준에게서 문자가 왔다.[무슨 일 있어?]조금 전 그 여자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정채윤은 입술을 깨물며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
続きを読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