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연이 화제를 돌렸다.“그런데 왕야께서는 제 그림을 보신 적이 없으시니, 제가 수묵화를 그리지 않는 것을 모르신 모양입니다. 서예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이 벼루는 아마 쓸 일이 없을 듯합니다.”유승헌은 무어라 해야 할지 몰라 입술만 들썩였다.강소연이 말을 이었다.“쓸데없는 벼루에, 시기를 놓친 선물까지. 왕야께서는 저를 고작 이런 것밖에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으로 여기시는 모양이군요.”수척해진 그녀는 한 줄기 바람에도 쓰러질 듯 가냘팠지만, 등을 꼿꼿이 세우고, 차가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마치 어떠한 일이 있어도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듯이.유승헌은 무어라 반박하려 했으나, 어디서부터 입을 떼야 할지 알 수 없었다.“왕야께서 이리 주셨으니, 물건은 쓸모 있게 써야겠지요.”강소연이 상자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내실로 걸어갔다.“왕야께서 주신 귀한 벼루보다는 제가 가지고 있던 벼루를 쓰는 편이 낫겠습니다.”그녀는 종이를 창가 아래의 탁자 위에 펼치고, 이화에게 먹을 갈게 한 뒤 붓을 들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두 사람의 연분이 여기서 다하였으니, 화리하고자 이 글을 씁니다. 삼 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하였으나, 부부 사이 어긋남이 쌓여 끝내 하나가 되지 못하였습니다. 고심 끝에, 서로 얽매여 고생하기보다는 이쯤에서 놓아주는 것이 서로를 위한 길이라 여깁니다. 이 글을 증거로 남기니, 이후로는 서로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손에 힘을 줄 때마다 살을 에는 듯 아팠지만, 그녀는 이를 악물고 종이 한 장을 다 써 내려갔다.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강소연이 숨을 깊게 들이쉬고, 종이 오른쪽 아래에 ‘강소연’ 석 자를 반듯하게 적은 뒤 유승헌에게 건넸다.분노한 유승헌이 화리장을 갈기갈기 찢어 버리고, 예전처럼 자신에게 고함을 지를 줄 알았건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오히려 종이 위의 글자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눈빛은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고, 속을 알 수 없었다.그러던 그가, 한참 만에 종이를 구겨 쥐더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구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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