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비 자리, 이제 관심 없어요

왕비 자리, 이제 관심 없어요

By:  차유자Ongoing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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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nopsis

후회남

강소연이 유승헌에게 시집온 지도 어느덧 삼 년. 그의 마음을 얻기 위해 온 정성을 다했지만, 끝내 얼어붙은 그의 마음을 녹이지는 못했다. 비가 쏟아지던 어느 밤, 강소연의 어머니는 중병에 쓰러졌다. 그런데 유승헌은 외실 하나 때문에 태의를 전부 불러들였고, 그녀는 도움을 청할 곳조차 없게 되었다. 그의 노골적인 편애와 외실의 끊임없는 도발 앞에서,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우스운 존재인지 실감했다. ‘이렇게 서러운 왕비 노릇, 이제 그만하겠어’ 유승헌은 처음부터 원치 않았던 혼인이었다. 그러니 자신이 강소연을 사랑하게 될 일 따위는 절대 없을 거라 굳게 믿었다. 하지만 그녀의 화리 요구에, 그는 오히려 당황하고 말았다. 그제야 자신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짓을 저질러 왔는지를 깨달았다. 그러나 다시 만난 그녀는, 다른 이의 부인이 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안 된다! 차라리 미움을 사더라도, 내 곁에 붙잡아 두어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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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제1화

어두운 밤, 왕부.

방안엔 뜨거운 숨결로 가득했다. 막 한 차례 격렬한 정사를 치른 강소연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채 가쁘게 숨을 고르고 있었다.

유승헌의 큼지막한 손이 다시 그녀의 몸을 더듬자,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그만…”

강소연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그의 시선을 피했다.

유승헌의 눈빛에 욕정이 더욱 짙어졌다. 그의 입술이 막 그녀의 목덜미에 닿으려는 찰나, 천둥이 울렸고, 그의 행동도 멈추었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몸을 일으키더니, 옷을 걸치고 밖으로 나갔다.

“어디 가세요?”

강소연은 넌지시 물었다.

유승헌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꾸했다.

“수향리에 간다.”

그렇다, 그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이는 천둥소리를 무서워했다. 그래서 이렇게 비 오는 밤이면 그녀를 지켜주기 위해 늘 달려가곤 했다.

강소연은 씁쓸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바닥에 흐트러진 옷가지를 주워 아무렇게나 몸에 걸쳤다.

강소연은 영원후 집안인 강씨 가문 출신 왕비였다. 하지만 유승헌의 마음속에서 그녀는 수향리의 이름도 명분도 없는 그 외실만도 못했다.

하필이면 그녀가 유승헌에게 첫눈에 반해 태후에게 혼인을 간청한 것 때문에 방금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유승헌은 그녀가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의 정실 자리를 빼앗았다고 원망하며 혼인 생활 삼 년 동안 단 한 번도 좋은 낯빛을 보인 적이 없었다, 잠자리를 제외하고는.

‘됐다, 다 자업자득이지.’

강소연은 시녀를 불러 뜨거운 물을 받아오게 했다. 막 통 안에 몸을 담그자마자 문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의 어머니를 곁에서 모시는 조 어멈의 목소리였다.

조 어멈은 소란을 피우며 그녀를 만나고자 했다.

강소연은 급히 일어나 옷을 갖춰 입고, 밖으로 나갔다.

조 어멈의 온몸은 비에 흠뻑 젖어있었고, 얼굴은 창백하기 그지없었다. 그녀가 나오자마자 조 어멈은 무릎을 꿇으며 울부짖었다.

“아가씨, 부인께서 위독하십니다! 제발 좀 보러 가주세요!”

강소연은 어머니의 건강이 줄곧 좋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다. 평소 가벼운 병치레로는 자신을 찾지 않는다는 것도.

조 어멈이 이 밤중에 비를 무릅쓰고 온 이상, 큰일이 터진 것이 분명했다.

강소연은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머리를 미처 다 묶지도 못한 채, 사람을 불러 마차를 준비시켜 곧장 강씨 가문으로 달려갔다.

“부인께서 오늘 또 두통 증세가 도지셨어요. 저녁도 거르시고 쉬시겠다고 하시더니, 갑자기 정신을 잃으셨습니다.”

마차에 오른 조 어멈은 강소연의 손을 부여잡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의원들을 여럿 불러봤지만 모두 손을 쓸 수 없다고만 했어요. 달리 방도가 없어, 이 늦은 시각에 아가씨를 찾아온 겁니다.”

강소연은 고개를 저으며 조 어멈을 달랬다.

“어머니가 편찮으신데, 딸인 제가 어찌 팔짱 끼고 지켜만 볼 수 있겠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이미 사람을 시켜 왕부의 영패를 가지고 궁에 들어가 태의를 청하도록 했어요. 어머니는 분명 괜찮아지실 거예요.”

이 말은 조 어멈을 위로하는 것이면서, 또한 자기 자신을 위로하는 것이기도 했다.

집 안으로 들어선 강소연의 앞에 겁에 질린 의원들이 온몸을 벌벌 떨며 일제히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왕비마마, 송구합니다. 소인들은 재주가 부족하고 배움이 얕아 손을 쓸 수가 없습니다.”

안방으로 들어간 그녀는 미동도 없이 침상에 누워, 숨이 곧 끊어질 듯한 어머니를 마주했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펑 터지듯 쏟아졌다. 침상 머리맡에 무릎을 꿇고 어머니의 차가운 손을 살며시 감쌌다. 마음이 어지럽게 뒤엉켰다. 평소의 냉정하고 침착하던 모습은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오 년 전, 아버지와 오라버니가 전장에서 전사하면서, 그녀에게 남은 유일한 혈육은 어머니뿐이었다. 어머니마저 잃을 수는 없었다.

‘어서 와야 하는데! 태의는 왜 아직도 안 오는 거야!’

대략 향 한 대 탈 정도의 시간이 지났고, 태의를 청하러 보냈던 하인이 돌아왔다. 그러나 태의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왕비마마, 태의는… 태의께서는…”

하인은 우물쭈물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강소연은 얼굴의 눈물을 훔치며 안방 밖으로 나와 차갑게 물었다.

“무슨 일이냐?”

하인은 바닥에 머리를 박고 나서야 겨우 입을 열었다.

“수향리의 그분이 몸이 편찮으시어, 왕야께서 궁에서 당직을 서던 태의들을 모두 데려가셨습니다. 나머지 태의들은 태후마마를 모셔야 해서 차마 자리를 뜰 수가 없었고요. 소인이 수향리로 왕야를 찾아갔으나, 왕비마마께서 보내셨다는 말을 듣고는 두말없이 문밖으로 쫓아냈습니다!”

‘또 수향리구나!’

강소연은 주먹을 꽉 쥐었다. 정성껏 길러온 손톱이 살을 파고들었고, 손톱 끝이 부러지며 손바닥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밖에는 폭우가 쏟아지듯 내리고, 번개가 치고 천둥이 울렸다.

“말을 준비해라, 내 직접 궁에 들어가겠다!”

시녀들과 하인들의 놀란 외침 속에서, 강소연은 우산조차 챙기지 않고 곧장 빗속으로 뛰어들었다.

자신이 얼마나 오랫동안 말을 타지 않았는지조차 까맣게 잊은 채 말이다.

게다가 마차를 끄는 말은 유독 덩치가 컸다. 올라타는 것조차 힘겨웠다.

비틀거리며 궁에 도착한 강소연은, 죽을힘을 다해 두꺼운 청동 문을 두드렸다.

“태후마마를 뵙기를 청하옵니다! 태후마마, 부디 은혜를 베푸시어 제 어머니를 살려 주소서!”

궁인들이 급히 우산을 받쳐 들고 나와 그녀를 맞이했지만, 그녀를 결코 안으로 들여보내지 않았다.

“왕비마마, 돌아가십시오, 태후마마께서는 이미 잠자리에 드셨습니다.”

강소연은 그 자리에 힘없이 주저앉았다. 하얀 옷은 이미 오물로 얼룩졌고, 머리는 산발이 되어 몰골이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예의나 체면 따위를 돌볼 겨를이 없었다. 그녀는 무릎을 꿇은 채 궁인의 옷자락을 붙잡고 쉰 목소리로 애원했다.

“제발 저를 들여보내 주세요. 태후마마를 한 번만 뵙게 해주세요. 사람 목숨이 걸린 일입니다.”

“왕비마마, 이러시면 소인이 난처해집니다!”

처음 보는 광경에 깜짝 놀란 궁인은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왕비마마께서 소인을 좀 헤아려주십시오. 태후마마 심기를 건드렸다간, 제 목이 날아갈지도 모릅니다!”

“소연아?”

바로 그때, 남색 옷을 입은 한 남자가 우산을 받쳐 들고 걸어 들어와,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를 바닥에서 부축해 일으켰다.

강소연은 고개를 들어 상대를 바라보았다. 윤지후였다.

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소꿉동무였다. 그는 의관 집안 출신으로 의술이 뛰어났고, 지금은 태의원에 몸담고 있었다.

“윤 대인!”

그녀는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듯 윤지후의 옷소매를 움켜쥐었다.

“제발 우리 어머니를 구해줘!”

“무슨 일이야?”

윤지후가 황급히 물었다.

“어머니께서 위독하셔. 여러 의원을 찾아봤지만 다들 손을 쓸 수가 없다고 했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궁에 태의를 청하러 온 거야.”

강소연은 자신의 얼굴에 흐르는 것이 빗물인지 눈물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런데 왕야께서 외실을 돌보기 위해 궁중의 태의들을 수향리에 불러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태후마마께 청하러 온 거야…”

윤지후는 그 말을 듣고 이를 악물었다.

“유승헌, 그자가 감히 그대를 이렇게 대하다니!”

강소연은 두 눈을 감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오랜 세월, 이미 익숙해.”

“됐다.”

윤지후는 우산을 그녀의 몸쪽으로 기울였다.

“오늘 마침 당직을 서지 않아, 태의원에 의서 가지러 왔는데, 여기서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이야. 어서 부인을 뵈러 가자.”

“정말 고마워.”

강소연은 윤지후를 데리고 서둘러 강씨 가문으로 돌아갔다. 박미숙은 겨우 숨만 붙어있었다.

맥을 짚은 윤지후의 안색이 무겁게 굳었고,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지후조차 방법이 없다니. 이제 누구에게 어머니를 살려달라 청하여야 한단 말인가.’

강소연은 더는 견디지 못하고 얼굴을 감싸며 통곡했다.

“부인께서는 오랜 근심으로 심신이 많이 쇠약해지셨어. 지금까지 버티신 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한 일이야.”

윤지후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침을 놓아 잠시 의식을 되찾게 할 순 있어. 하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오래가지는 못해.”

“그래.”

강소연은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침을 놓자, 강 부인 박미숙이 서서히 정신을 차렸다.

“소연아, 왔구나.”

강소연은 침상 가까이 다가가,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머니, 제가 너무 늦었지요?”

박미숙은 고개를 저으며, 두 눈 가득 자애로움을 담아 말했다.

“내 몸 상태는 내가 잘 안단다. 곧 네 아버지와 오라비를 다시 만나겠구나. 오히려 해방이기도 하지. 다만, 너를 두고 갈 생각을 하니 시름이 놓이지 않는구나.”

“안 돼요, 안 돼요…”

강소연은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박미숙은 그녀의 손등을 살며시 어루만지며 말을 이었다.

“십 년 전, 네 아버지가 군사를 이끌고 출정하셨을 때, 네가 인질로 궁에 들어갔었지. 그때부터 미소를 잃고 전처럼 웃지 않더구나. 나중에 혜왕을 연모한다며 그에게 시집갔으나, 이 어미 눈에는 네가 결코 즐거워 보이지는 않았다.”

유승헌이 언급되자, 강소연은 불현듯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녀가 가장 무력하고 처절했던 순간에, 그는 마음에 품은 여인과 다정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시큰거렸다.

손에 난 상처마저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이미 무뎌졌다고 생각했건만, 여전히 뼈에 사무치도록 아팠다.

삼 년간의 일방적인 사랑은 결국 빗나갔다. 그것도 아주 크게.

‘이런 부군과 함께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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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

Visitor
Visitor
장편인가요, 단편인가요? 대략 몇편까지 연재할 예정이신가요? 그리고 하루중 언제, 몇편씩 올라오나요?
2026-11-02 18:07:38
0
0
Jang로니
Jang로니
아직 연재중이라 다음이 궁금해요
2026-10-12 00:19:36
2
0
100 Chapters
제1화
어두운 밤, 왕부.방안엔 뜨거운 숨결로 가득했다. 막 한 차례 격렬한 정사를 치른 강소연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채 가쁘게 숨을 고르고 있었다.유승헌의 큼지막한 손이 다시 그녀의 몸을 더듬자,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그만…” 강소연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그의 시선을 피했다.유승헌의 눈빛에 욕정이 더욱 짙어졌다. 그의 입술이 막 그녀의 목덜미에 닿으려는 찰나, 천둥이 울렸고, 그의 행동도 멈추었다.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몸을 일으키더니, 옷을 걸치고 밖으로 나갔다.“어디 가세요?” 강소연은 넌지시 물었다.유승헌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꾸했다. “수향리에 간다.”그렇다, 그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이는 천둥소리를 무서워했다. 그래서 이렇게 비 오는 밤이면 그녀를 지켜주기 위해 늘 달려가곤 했다.강소연은 씁쓸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바닥에 흐트러진 옷가지를 주워 아무렇게나 몸에 걸쳤다.강소연은 영원후 집안인 강씨 가문 출신 왕비였다. 하지만 유승헌의 마음속에서 그녀는 수향리의 이름도 명분도 없는 그 외실만도 못했다.하필이면 그녀가 유승헌에게 첫눈에 반해 태후에게 혼인을 간청한 것 때문에 방금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유승헌은 그녀가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의 정실 자리를 빼앗았다고 원망하며 혼인 생활 삼 년 동안 단 한 번도 좋은 낯빛을 보인 적이 없었다, 잠자리를 제외하고는.‘됐다, 다 자업자득이지.’강소연은 시녀를 불러 뜨거운 물을 받아오게 했다. 막 통 안에 몸을 담그자마자 문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그녀의 어머니를 곁에서 모시는 조 어멈의 목소리였다. 조 어멈은 소란을 피우며 그녀를 만나고자 했다.강소연은 급히 일어나 옷을 갖춰 입고, 밖으로 나갔다.조 어멈의 온몸은 비에 흠뻑 젖어있었고, 얼굴은 창백하기 그지없었다. 그녀가 나오자마자 조 어멈은 무릎을 꿇으며 울부짖었다. “아가씨, 부인께서 위독하십니다! 제발 좀 보러 가주세요!”강소연은 어머니의 건강이 줄곧 좋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다. 평소 가벼운 병치레로는 자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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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싫습니다.”강소연이 퉁명스럽게 말했다.“왜냐?”유승헌이 분노를 억누르며 간신히 물었다.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강소연이 가볍게 웃더니, 냉랭하게 말했다.“더러워서요.”“더럽다고?”유승헌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는 이를 갈며 말했다.“그 방이 더러운 거냐, 아니면 내가 더러운 거냐?”침상 앞에 멈춰 선 그는 손을 뻗어 강소연의 턱을 끌어올렸다. 억지로 그녀의 시선을 자신에게 고정시켰다.잠을 방해할까 봐 촛불을 적게 켜둔 탓에, 방 안은 희미한 불빛만이 감돌았다.강소연은 그의 거대한 그림자에 갇힌 채, 어둡고 차가운 눈빛을 마주했다. 숨이 턱 막혔다.하지만 물러서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고집스럽게 얼굴을 들어 올렸다.“무슨 차이가 있나요?”턱을 움켜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유승헌이 몸을 숙여 그녀의 입술을 빼앗았다. 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입안을 헤집었고, 한 손으로 뒤통수를 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깜짝 놀란 강소연은 몸부림쳤지만, 그를 벗어나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그녀는 그의 혀를 세게 깨물어 겨우 입에서 빠져나왔다. 유승헌이 고개를 빼며 비웃었다.“제법이군, 물어뜯는 법도 다 배웠구나.”“왕야, 자중하세요.”강소연이 손으로 입가를 훔치며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자중?”유승헌이 입가에 희미한 웃음을 띠었지만, 눈빛은 여전히 차가웠다. “자기 부인과 가까이하는 것인데, 어찌 자중까지 논한단 말이냐?”“전 왕야의 부인이 되고 싶지 않아요. 제발 놓아주세요.”“화리는 안 된다고 분명히 말했다!”유승헌이 갑자기 분노에 휩싸여 주먹으로 침상에 내리쳤다.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깜짝 놀란 강소연은 움찔했다.그는 허리띠를 풀어 바닥에 던졌다. 옷깃이 벌어지면서 그의 다부진 가슴이 드러났다. 그는 싸늘한 표정으로 그녀를 침상에 밀어 넣었다.“무슨 짓이에요?”강소연이 정신을 차리며 두 손으로 그의 가슴을 밀어냈다.유승헌은 말없이 눈을 감고 능숙하게 그녀의 뺨에서 시작해 귀밑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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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남들은 몰랐지만, 강소연은 그 옥패의 출처를 똑똑히 알고 있었다.도둑이 제 발 저리듯, 수련은 자기가 훔친 옥패를 찾으러 왔다.강소연은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으나, 그 말투엔 위엄이 묻어났다.“오늘 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자, 곤장 스무 대를 피하지 못할 것이다.”유승헌의 명을 받아 이곳을 지키고 있던 하인들은 강소연의 경고까지 더해지자, 더욱 목숨을 걸고 문을 막아섰다.수련의 눈에 음흉한 빛이 스쳤다.“잃어버린 것을 그저 찾아보려 했을 뿐입니다. 없으면 그만이지요. 그런데 왕비께서 이렇게 막으시는 것을 보니, 혹 양심에 걸리는 일이라도 있으신 겁니까?”“날 자극할 필요 없다. 누가 도둑인지, 우리만큼 잘 아는 사람이 어디 또 있겠느냐.”강소연이 잠시 뜸을 들이다가 차가운 목소리로 덧붙였다.“게다가 너 따위가 무슨 자격으로 내 처소를 뒤지려 해?” 수련을 미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수련이 그녀의 정표를 훔친 것도 모자라,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강소연은 삼 년 동안 지옥 같은 나날을 살았다. 그러나 그 증오는 모두 유승헌을 사랑했기에 비롯된 것이었다.이제 그 비굴한 사랑을 그만두기로 했다. 그러나 증오만으로 남은 세월을 살기엔 그것 또한 허망한 일이었다.그래서 지난 일은 묻어두기로 했다. 자신도, 수련도 그만 놓아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수련은 만족할 줄 몰랐다. 자꾸만 그녀에게 덤벼들었고, 더는 참을 수 없었다.“제 신분이 미천한 줄은 알지만, 그 옥패는 저에게 소중한 물건입니다. 반드시 찾아야 합니다.”수련이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시늉을 했다.“네 소중한 물건에 더는 관심이 없으니, 여기서 공연한 짓 하지 마.”강소연은 수련에게 충분히 설명했다고 생각했다. 만약 수련이 조금이라도 영리하다면, 더는 이곳에서 소란을 피우지 않을 것이었다.그러나 수련은 생각보다 훨씬 어리석었다.“왕비마마께서 통촉해 주시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왕야께 여쭈러 가야겠네요.”“마음대로 해.”더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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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막 깨어난 강소연은 머리가 터질 듯 아팠고, 온몸의 뼈가 으스러진 듯 아무 힘도 들어가지 않았다. 목구멍은 타들어 가는 듯 메말랐고, 숨을 쉬는 것조차 버거웠다.간신히 손가락을 움직이며 쉰 목소리로 힘겹게 입을 열었다.“누구…”침상 가까이에 엎드려 있던 이화가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 그녀가 눈을 뜨자, 이화는 감격한 나머지 눈물을 쏟았다.“아가씨! 드디어 깨어나셨네요!”강소연이 물었다.“넌 괜찮아? 아무 일 없었지?”“네, 전 괜찮아요…”이화가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아가씨께서 이틀 동안 깨어나지 않으셔서,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다행이구나.”강소연이 힘겹게 미소를 지으며 이화의 손등을 어루만졌다.피로가 몰려왔다.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앉아, 다시 잠에 빠져들고 싶었다.그때, 유승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드디어 깨어났군.”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려 보니, 호위 두 명에게 부축받으며 걸어 들어오는 유승헌이 보였다. 창백한 얼굴은 유난히 초췌해 보였다. 부상을 당한 듯했다.그녀는 시선을 창밖으로 돌리며 말했다.“예,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너…”유승헌이 무언가 말하려다 갑자기 거칠게 기침을 토했다.그는 창가의 평상에 앉아 숨을 헐떡이며 강소연을 응시했다. 두 사람은 말없이 한참 마주 보았다.결국 유승헌이 먼저 입을 열었다.“상처는 아직도 아프냐?”“아픕니다, 왕야 덕분이지요.”“옥패 일은 이미 조사했다. 누군가 모함한 것이다.”유승헌이 손에 쥔 찻잔을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그자는 곤장형에 처했다.”강소연은 답하기조차 귀찮은 듯 눈을 감았다.그는 매번 이랬다. 무슨 일이든 그럴듯한 희생양만 있으면, 자신은 아무 잘못 없는 양 뻔뻔히 용서를 바랐다. 절대로 자신을 돌아보지 않았다.그녀가 아무 답도 하지 않자, 유승헌이 다시 물었다.“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궁금하지도 않으냐?”“저랑 무슨 상관입니까?”“태의가 너를 진찰하고 궁으로 돌아가 폐하와 태후께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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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강소연!”유승헌이 이성을 잃은 듯 고함을 질렀다.“넌 왜 항상 이렇게 맞서기만 하느냐? 유순함은 조금도 없느냐? 수련이 하는 만큼의 반만 했어도, 일이 이 지경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말을 마친 그는 당황한 기색이 스쳤고, 눈빛은 허공을 떠돌았다.이틀 동안 마음을 졸이면서 그녀의 곁을 지킨 그였다. 그녀가 깨어나면 잘 타일러야겠다고 다짐했건만, 막상 입을 열자 나오는 말마다 그녀를 날카롭게 찌르는 화살이 되고 말았다. ‘대체 왜 이렇게 된 걸까?’강소연은 미친 듯이 날뛰는 그의 모습에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났다.삼 년 동안 그녀는 순종하며 살았다. 그의 식사와 거처를 세심히 챙기면서 단정하고 품위 있는 왕비 노릇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그 대가로 얻은 것은 무엇이었는가.날마다 반복되는 그의 무시와 냉대는 물론이고, 필요할 때만 떠올리고 필요 없을 때는 버리듯 내팽개치는 것이 전부였다.그를 사랑할 때 비굴했던 그녀의 모습은 기억하지 못한 채, 오직 지금 그를 사랑하지 않는 그녀의 단호함을 원망하며 모든 잘못을 그녀에게 돌리고 있었다. 마치 두 사람 사이의 모든 불화가 전부 그녀 때문인 양.“맞아요, 전부 제 잘못이에요. 그러니 저를 놓아주는 게 어떠세요?”강소연이 등 뒤에서 타오르는 듯한 통증을 힘겹게 참으며 몸을 일으켜, 평온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두 눈이 붉게 충혈된 유승헌의 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죽어서도 살아서도 평생 내 곁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이성을 잃은 그는 평소의 고고함과 냉정함은 온데간데없었고, 자신의 신분을 의식하는 것조차 잊었다.강소연이 고개를 저었다.“왕야,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으시는군요.”마침, 안으로 들어온 하인이 적막한 분위기에 놀라 말을 더듬었다.“왕야, 왕비마마… 태자전하께서 납셨습니다…”유승헌이 호위의 손을 붙잡고 일어나 밖으로 맞이하러 나갔다.태자는 마치 제 집인 양 자연스럽게 안방으로 걸어 들어왔다. 손을 저으며 예를 표하려던 유승헌을 제지하더니, 몸을 일으키려던 강소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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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태자가 눈이 붉게 충혈된 그녀를 만족스러운 얼굴로 쳐다보더니, 천천히 말을 이었다.“십오 년 전, 선영원후께서 출정에서 돌아오실 때 다섯 살짜리 계집아이를 데려오지 않았소?”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강소연은 순간 머리가 하얘지면서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십오 년 전, 그녀의 아버지는 어린 계집아이 하나를 집에 데려왔다. 그녀와 나이가 같았고, 얼굴도 조금 닮았다. 어머니는 그 아이를 그녀의 곁에 두기로 했다.때마침 복숭아꽃이 만개한 봄날이었기에, 그녀는 그 아이에게 ‘복순’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강소연이 멍하니 고개를 돌려 유승헌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이 반짝이고 있었고, 표정엔 약간의 기쁨과 기대가 스쳐 지나갔다.그도 짐작한 모양이었다.“예, 그래서요?”그녀는 목구멍까지 차오른 신물을 삼키며 애써 침착함을 유지했다.“이십일 년 전, 선영원후께서 서하로 출정하셨을 때, 변방에서 잠시 인연을 맺은 이가 있었소.”태자가 하인이 건넨 찻잔을 받아 들면서 말을 이었다.“농가의 여인이었는데, 아이를 낳고 얼마 안 되어 세상을 떠났소. 다시 서하로 간 선영원후께서 그 아이를 거두셨고, 사람들에겐 주워 온 아이라고 속이셨지.”강소연은 분노에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더는 들을 수 없었다.“태자전하, 저의 아버지는 평생 정직하셨고, 어머니와 정도 깊으셨습니다. 터무니없는 소문에 현혹되어 아버지의 결백을 더럽히지 마소서.”“왕비, 진정하시오. 내가 증거 없는 말을 할 리 없지 않소?”태자가 손을 가볍게 치자, 호위 하나가 소반을 받쳐 들고 들어왔다. 위에는 두 물건이 놓여 있었다.하나는 너무나 익숙한 패였다. 은으로 만든 낡은 패 위에는 ‘강’ 자가 새겨져 있었다.또 하는 색이 바래서 누렇게 변한 무명천이었다. 가장자리는 닳아 있었고, 그 사이로 먹색이 희미하게 비쳤다.그녀의 시선이 무명천에 닿자, 태자가 손짓으로 권했다.“한번 펼쳐 보시오.”강소연은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심호흡을 길게 했다. 그러나 무명천에 손이 닿자마자 손가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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