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왕비 자리, 이제 관심 없어요: Bab 1 - Bab 10

30 Bab

제1화

어두운 밤, 왕부.방안엔 뜨거운 숨결로 가득했다. 막 한 차례 격렬한 정사를 치른 강소연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채 가쁘게 숨을 고르고 있었다.유승헌의 큼지막한 손이 다시 그녀의 몸을 더듬자,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그만…” 강소연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그의 시선을 피했다.유승헌의 눈빛에 욕정이 더욱 짙어졌다. 그의 입술이 막 그녀의 목덜미에 닿으려는 찰나, 천둥이 울렸고, 그의 행동도 멈추었다.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몸을 일으키더니, 옷을 걸치고 밖으로 나갔다.“어디 가세요?” 강소연은 넌지시 물었다.유승헌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꾸했다. “수향리에 간다.”그렇다, 그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이는 천둥소리를 무서워했다. 그래서 이렇게 비 오는 밤이면 그녀를 지켜주기 위해 늘 달려가곤 했다.강소연은 씁쓸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바닥에 흐트러진 옷가지를 주워 아무렇게나 몸에 걸쳤다.강소연은 영원후 집안인 강씨 가문 출신 왕비였다. 하지만 유승헌의 마음속에서 그녀는 수향리의 이름도 명분도 없는 그 외실만도 못했다.하필이면 그녀가 유승헌에게 첫눈에 반해 태후에게 혼인을 간청한 것 때문에 방금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유승헌은 그녀가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의 정실 자리를 빼앗았다고 원망하며 혼인 생활 삼 년 동안 단 한 번도 좋은 낯빛을 보인 적이 없었다, 잠자리를 제외하고는.‘됐다, 다 자업자득이지.’강소연은 시녀를 불러 뜨거운 물을 받아오게 했다. 막 통 안에 몸을 담그자마자 문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그녀의 어머니를 곁에서 모시는 조 어멈의 목소리였다. 조 어멈은 소란을 피우며 그녀를 만나고자 했다.강소연은 급히 일어나 옷을 갖춰 입고, 밖으로 나갔다.조 어멈의 온몸은 비에 흠뻑 젖어있었고, 얼굴은 창백하기 그지없었다. 그녀가 나오자마자 조 어멈은 무릎을 꿇으며 울부짖었다. “아가씨, 부인께서 위독하십니다! 제발 좀 보러 가주세요!”강소연은 어머니의 건강이 줄곧 좋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다. 평소 가벼운 병치레로는 자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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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박미숙은 멍하게 있는 딸을 보며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착한 우리 딸, 앞으로 이 어미 없이도 스스로 잘 돌보고 행복하게 살아야 한단다.”말을 마친 박미숙은 지친 듯 눈을 감았고, 손도 힘없이 축 늘어졌다.윤지후가 맥을 짚더니 낮게 읊조렸다.“애도를 표합니다.”강소연은 멍하니 침상 머리에 앉아 있었다. 눈은 텅 비어 빛을 잃었고, 입술은 가늘게 떨렸다. 무언가 말하려 해도 목구멍에 턱 걸려 나오지 않았다.뒤에서는 하인들과 시녀들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흐느끼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어머니의 장례를 준비하기 위해 몸을 일으키던 그녀는 갑자기 앞이 캄캄해지며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었다.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해가 중천에 뜬 뒤였다. 강소연은 그제야 자신이 침상에 누워있는 것을 깨달았다. 두 손은 흰 헝겊으로 여러 겹 감겨 있었고, 약이 발랐는지 예전보다는 덜 아팠다.그녀가 일어난 것을 본 조 어멈이 다가와 설명했다.“윤 대인이 어젯밤 약을 발라주고 돌아가셨어요. 손은 절대 물에 닿지 말라고 당부하셨어요. 아가씨가 많이 피곤하신 듯하여, 저희끼리 별실로 옮겨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혀 드렸습니다. 출가 전에 지어두셨던 옷이라 좀 낡았을 겁니다, 용서해 주십시오.”“괜찮아요.”강소연이 밖으로 나가며 물었다.“어머니는요?”“부인께서는 이미 관에 모셔졌고, 지금 영당에 계십니다. 아가씨께서 장례를 진행하시면 됩니다.”조 어멈은 밤새 울었는지 두 눈은 빨갛게 부어 있었다.강소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아꼈다.간단히 세수를 마친 그녀는 어머니를 위해 준비했던 생신 선물이 아직 전해지지 않은 것이 떠올랐다. 하여 아침도 거른 채, 서둘러 왕부로 돌아갔다.*정원을 지나칠 무렵, 마침 등지고 서 있는 유승헌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곁에는 흰옷을 입은 여인이 있었고, 둘은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유승헌은 이따금 고개를 돌려 그 여인을 바라보며, 평소엔 보기 드문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강소연은 지금 그의 풍류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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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뭐라고?”유승헌이 눈을 가늘게 뜨고 강소연을 내려다보았다. 숨 막힐 듯한 위압감이 밀려왔다.강소연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시선에 맞섰다.“화리하자고 했어요.”유승헌이 품 안의 수련을 놓아주더니, 손을 들어 강소연의 어깨를 꽉 움켜쥐었다. 그는 냉소적으로 말했다.“친정이 세운 공을 빌미로 내게 시집을 올 땐 언제고, 이제는 화리를 요구해? 대체 나를 뭐로 보는 것이냐? 네 마음대로 부렸다가 버릴 물건으로 보는 것이냐?”“참으로 기이하네요. 삼 년간 단 한 번도 저를 좋게 본 적이 없었으면서, 왜 이제 와서 화리가 싫다는 겁니까?”강소연은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을 움직였지만, 상대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몸에 들어간 힘을 뺐다. “아버지의 남은 부하들은 모두 왕야의 밑으로 들어갔어요. 여기서 뭘 더 원하는 건데요?”“날 그렇게밖에 안 보는 건가?”유승헌의 눈빛이 불길이 타오르듯 이글거렸다.“그럼 어떻게 봐야 하는 거죠?”그녀도 물러서지 않았다.그때, 옆에서 지켜보던 수련이 교태로운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왕야, 왕비께서 홧김에 하신 말씀이니 너무 나무라 하지 마셔요.”“왕야랑 대화 중이다. 어느 안전이라고 감히 너 따위가 끼어들어?”강소연이 눈을 흘기며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이제 착한 척은 그만두기로 했다.“왕비마마, 전 그저…”수련은 눈시울을 붉히며 애처롭게 굴었다.“수련아, 왕비랑 긴히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돌아가거라.”유승헌이 분노를 억누르며 낮은 목소리로 타이르듯 말했다.“예, 왕야.”수련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강소연을 향해 한 마디 덧붙였다.“간밤에 윤 대인과 말 한 필을 같이 타고 친정집으로 돌아가셨다지요? 의술이 그렇게 뛰어난 윤 대인도 노부인을 구하지 못하셨다니, 참으로 안타깝네요.”말을 마친 수련이 예를 올리더니, 유유히 밖으로 나갔다.두 사람이 말 한 필을 같이 탄 것을 알게 된 유승헌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 그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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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그게… 몸이 안 좋아, 진맥 좀 하려고요.”강소연이 황급히 변명했다. 문 앞이라 보는 눈이 많았던 그녀는 차마 회임을 피하는 약을 보내지 않아 직접 먹으려 한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랬다간 정말로 온 경성의 웃음거리가 될 터였다. “여봐라, 사람을 보내 태의원의 장 원판을 불러라.”유승헌이 뒤에 있던 호위에게 명하고는, 그녀의 앞으로 두 걸음 다가서더니 아주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 “내가 있는데, 윤지후를 왜 찾는 거냐?”강소연은 그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가 수상쩍었다. 아침에 왕부에서 보인 모습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알 수 없었다.사람들 앞에서 손을 뺄 수 없었던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그와 함께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어젯밤 그 문지기는 곤장형에 처했다.”유승헌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중요한 일을 숨긴 거니, 죽어 마땅하지.”“그랬군요.”“수련은 몸이 워낙 허약하여 자주 앓아누웠다. 어젯밤 너무 긴박하여 태의들을 모두 불러들였다.”그의 엄지손가락이 강소연의 손등을 살짝 스쳤다. 화해의 손길 같았다.그러나 강소연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알겠어요.”그러자 그녀의 손에 가해지는 압력이 갑자기 세졌다. 유승헌이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자신 앞으로 끌어당겼다. 눈에는 분노가 스쳤다.“이미 설명을 다 했거늘, 어찌 이러느냐?”그녀는 시선을 다른 데로 돌렸다.“여기서 왕야랑 다투고 싶지 않아요.”그동안 강소연이 그의 말에 순순히 따르기만 했기에, 유승헌은 자신이 먼저 말을 꺼내면 그녀가 금방 받아들일 거라 여겼다.하지만 오늘따라 자꾸 반박하는 그녀의 모습에 그는 유난히 화가 났다.“그 밀고 당기기 놀이는 언제까지 할 작정이냐?”유승헌이 냉소적으로 웃었다. 그의 목소리는 다시 평소의 냉담함을 되찾았고, 화해하려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강소연이 힘껏 그의 손아귀에서 자신의 손을 빼냈다. 채 아물지 않은 상처가 다시 찢어지며 통증을 가져왔다.“마음대로 생각하십시오.”두 사람은 말없이, 조금 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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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부아가 치밀어 오른 강소연은 헛웃음이 터졌다.“누가 내 옷을 입어도 된다고 했지?”수련은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이내 태연한 척 입을 열었다.“왕야께서 왕부 안을 자유롭게 다녀도 좋다고 하셨어요. 여기가 왕비마마 처소인 줄 몰랐어요. 그저 옷이 예뻐서 한번 입어봤을 뿐인데…”“벗어.”강소연이 냉랭하게 수련의 말을 잘랐다.겨우 사흘 자리를 비웠을 뿐인데, 수련은 제 집인 양 돌아다녔다. 하인들도 막지 못한 걸 보니 유승헌의 뜻이 분명했다.수련이 자신의 옷을 입고, 자신의 방에 머물면서, 그 침상에서 유승헌과 시간을 보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당장에라도 토할 것만 같았다.“감히 아가씨 옷을 함부로 입다니!”이화는 화를 참지 못하고 수련에게 달려들어 옷을 벗겨 버리려 했다. 순식간에 두 사람은 한데 뒤엉켜 몸싸움을 벌였다.“웬 소란이냐?”그때, 뛰어 들어온 유승헌이 이화를 걷어차더니, 바닥에 쓰러진 수련을 일으켜 세우며 품에 안았다.“왕야, 살려주세요…”수련이 그의 품에 파묻혀 애처롭게 울먹였다.“왕비께서 사람들 앞에서 제 옷을 벗기려 하셨어요.”“강소연, 이게 무슨 짓이야?”유승헌이 분노에 서린 눈길로 강소연을 노려보았다.유승헌의 발길질이 워낙 세차서, 이화는 바닥에 엎드린 채 꼼짝도 하지 못했다.그 모습에 강소연은 가슴이 아팠다. 그녀는 이화의 어깨를 감싸안으며 고개를 들어 유승헌을 노려보았다.“왕야, 그건 제가 할 말입니다. 대체 왜 이러는 겁니까?”창백하고 고집스러운 그녀의 얼굴을 보자, 그는 이상할 정도로 가슴이 답답해져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자리를 비운 지 고작 사흘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 방 주인이 벌써 바뀌었네요.”희미하게 입꼬리를 올린 강소연의 눈가엔 눈물이 맺혔다.“그럴 거면 화리장이나 써주세요. 괜한 오해 만들지 말고.”“무슨 헛소리야?”유승헌은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는 자신이 왜 이렇게 화가 나는지 알 수 없었다. 강소연이 화리를 다시 언급하자, 수련이 괴롭힘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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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싫습니다.”강소연이 퉁명스럽게 말했다.“왜냐?”유승헌이 분노를 억누르며 간신히 물었다.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강소연이 가볍게 웃더니, 냉랭하게 말했다.“더러워서요.”“더럽다고?”유승헌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는 이를 갈며 말했다.“그 방이 더러운 거냐, 아니면 내가 더러운 거냐?”침상 앞에 멈춰 선 그는 손을 뻗어 강소연의 턱을 끌어올렸다. 억지로 그녀의 시선을 자신에게 고정시켰다.잠을 방해할까 봐 촛불을 적게 켜둔 탓에, 방 안은 희미한 불빛만이 감돌았다.강소연은 그의 거대한 그림자에 갇힌 채, 어둡고 차가운 눈빛을 마주했다. 숨이 턱 막혔다.하지만 물러서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고집스럽게 얼굴을 들어 올렸다.“무슨 차이가 있나요?”턱을 움켜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유승헌이 몸을 숙여 그녀의 입술을 빼앗았다. 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입안을 헤집었고, 한 손으로 뒤통수를 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깜짝 놀란 강소연은 몸부림쳤지만, 그를 벗어나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그녀는 그의 혀를 세게 깨물어 겨우 입에서 빠져나왔다. 유승헌이 고개를 빼며 비웃었다.“제법이군, 물어뜯는 법도 다 배웠구나.”“왕야, 자중하세요.”강소연이 손으로 입가를 훔치며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자중?”유승헌이 입가에 희미한 웃음을 띠었지만, 눈빛은 여전히 차가웠다. “자기 부인과 가까이하는 것인데, 어찌 자중까지 논한단 말이냐?”“전 왕야의 부인이 되고 싶지 않아요. 제발 놓아주세요.”“화리는 안 된다고 분명히 말했다!”유승헌이 갑자기 분노에 휩싸여 주먹으로 침상에 내리쳤다.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깜짝 놀란 강소연은 움찔했다.그는 허리띠를 풀어 바닥에 던졌다. 옷깃이 벌어지면서 그의 다부진 가슴이 드러났다. 그는 싸늘한 표정으로 그녀를 침상에 밀어 넣었다.“무슨 짓이에요?”강소연이 정신을 차리며 두 손으로 그의 가슴을 밀어냈다.유승헌은 말없이 눈을 감고 능숙하게 그녀의 뺨에서 시작해 귀밑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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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남들은 몰랐지만, 강소연은 그 옥패의 출처를 똑똑히 알고 있었다.도둑이 제 발 저리듯, 수련은 자기가 훔친 옥패를 찾으러 왔다.강소연은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으나, 그 말투엔 위엄이 묻어났다.“오늘 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자, 곤장 스무 대를 피하지 못할 것이다.”유승헌의 명을 받아 이곳을 지키고 있던 하인들은 강소연의 경고까지 더해지자, 더욱 목숨을 걸고 문을 막아섰다.수련의 눈에 음흉한 빛이 스쳤다.“잃어버린 것을 그저 찾아보려 했을 뿐입니다. 없으면 그만이지요. 그런데 왕비께서 이렇게 막으시는 것을 보니, 혹 양심에 걸리는 일이라도 있으신 겁니까?”“날 자극할 필요 없다. 누가 도둑인지, 우리만큼 잘 아는 사람이 어디 또 있겠느냐.”강소연이 잠시 뜸을 들이다가 차가운 목소리로 덧붙였다.“게다가 너 따위가 무슨 자격으로 내 처소를 뒤지려 해?” 수련을 미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수련이 그녀의 정표를 훔친 것도 모자라,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강소연은 삼 년 동안 지옥 같은 나날을 살았다. 그러나 그 증오는 모두 유승헌을 사랑했기에 비롯된 것이었다.이제 그 비굴한 사랑을 그만두기로 했다. 그러나 증오만으로 남은 세월을 살기엔 그것 또한 허망한 일이었다.그래서 지난 일은 묻어두기로 했다. 자신도, 수련도 그만 놓아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수련은 만족할 줄 몰랐다. 자꾸만 그녀에게 덤벼들었고, 더는 참을 수 없었다.“제 신분이 미천한 줄은 알지만, 그 옥패는 저에게 소중한 물건입니다. 반드시 찾아야 합니다.”수련이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시늉을 했다.“네 소중한 물건에 더는 관심이 없으니, 여기서 공연한 짓 하지 마.”강소연은 수련에게 충분히 설명했다고 생각했다. 만약 수련이 조금이라도 영리하다면, 더는 이곳에서 소란을 피우지 않을 것이었다.그러나 수련은 생각보다 훨씬 어리석었다.“왕비마마께서 통촉해 주시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왕야께 여쭈러 가야겠네요.”“마음대로 해.”더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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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막 깨어난 강소연은 머리가 터질 듯 아팠고, 온몸의 뼈가 으스러진 듯 아무 힘도 들어가지 않았다. 목구멍은 타들어 가는 듯 메말랐고, 숨을 쉬는 것조차 버거웠다.간신히 손가락을 움직이며 쉰 목소리로 힘겹게 입을 열었다.“누구…”침상 가까이에 엎드려 있던 이화가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 그녀가 눈을 뜨자, 이화는 감격한 나머지 눈물을 쏟았다.“아가씨! 드디어 깨어나셨네요!”강소연이 물었다.“넌 괜찮아? 아무 일 없었지?”“네, 전 괜찮아요…”이화가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아가씨께서 이틀 동안 깨어나지 않으셔서,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다행이구나.”강소연이 힘겹게 미소를 지으며 이화의 손등을 어루만졌다.피로가 몰려왔다.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앉아, 다시 잠에 빠져들고 싶었다.그때, 유승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드디어 깨어났군.”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려 보니, 호위 두 명에게 부축받으며 걸어 들어오는 유승헌이 보였다. 창백한 얼굴은 유난히 초췌해 보였다. 부상을 당한 듯했다.그녀는 시선을 창밖으로 돌리며 말했다.“예,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너…”유승헌이 무언가 말하려다 갑자기 거칠게 기침을 토했다.그는 창가의 평상에 앉아 숨을 헐떡이며 강소연을 응시했다. 두 사람은 말없이 한참 마주 보았다.결국 유승헌이 먼저 입을 열었다.“상처는 아직도 아프냐?”“아픕니다, 왕야 덕분이지요.”“옥패 일은 이미 조사했다. 누군가 모함한 것이다.”유승헌이 손에 쥔 찻잔을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그자는 곤장형에 처했다.”강소연은 답하기조차 귀찮은 듯 눈을 감았다.그는 매번 이랬다. 무슨 일이든 그럴듯한 희생양만 있으면, 자신은 아무 잘못 없는 양 뻔뻔히 용서를 바랐다. 절대로 자신을 돌아보지 않았다.그녀가 아무 답도 하지 않자, 유승헌이 다시 물었다.“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궁금하지도 않으냐?”“저랑 무슨 상관입니까?”“태의가 너를 진찰하고 궁으로 돌아가 폐하와 태후께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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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강소연!”유승헌이 이성을 잃은 듯 고함을 질렀다.“넌 왜 항상 이렇게 맞서기만 하느냐? 유순함은 조금도 없느냐? 수련이 하는 만큼의 반만 했어도, 일이 이 지경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말을 마친 그는 당황한 기색이 스쳤고, 눈빛은 허공을 떠돌았다.이틀 동안 마음을 졸이면서 그녀의 곁을 지킨 그였다. 그녀가 깨어나면 잘 타일러야겠다고 다짐했건만, 막상 입을 열자 나오는 말마다 그녀를 날카롭게 찌르는 화살이 되고 말았다. ‘대체 왜 이렇게 된 걸까?’강소연은 미친 듯이 날뛰는 그의 모습에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났다.삼 년 동안 그녀는 순종하며 살았다. 그의 식사와 거처를 세심히 챙기면서 단정하고 품위 있는 왕비 노릇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그 대가로 얻은 것은 무엇이었는가.날마다 반복되는 그의 무시와 냉대는 물론이고, 필요할 때만 떠올리고 필요 없을 때는 버리듯 내팽개치는 것이 전부였다.그를 사랑할 때 비굴했던 그녀의 모습은 기억하지 못한 채, 오직 지금 그를 사랑하지 않는 그녀의 단호함을 원망하며 모든 잘못을 그녀에게 돌리고 있었다. 마치 두 사람 사이의 모든 불화가 전부 그녀 때문인 양.“맞아요, 전부 제 잘못이에요. 그러니 저를 놓아주는 게 어떠세요?”강소연이 등 뒤에서 타오르는 듯한 통증을 힘겹게 참으며 몸을 일으켜, 평온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두 눈이 붉게 충혈된 유승헌의 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죽어서도 살아서도 평생 내 곁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이성을 잃은 그는 평소의 고고함과 냉정함은 온데간데없었고, 자신의 신분을 의식하는 것조차 잊었다.강소연이 고개를 저었다.“왕야,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으시는군요.”마침, 안으로 들어온 하인이 적막한 분위기에 놀라 말을 더듬었다.“왕야, 왕비마마… 태자전하께서 납셨습니다…”유승헌이 호위의 손을 붙잡고 일어나 밖으로 맞이하러 나갔다.태자는 마치 제 집인 양 자연스럽게 안방으로 걸어 들어왔다. 손을 저으며 예를 표하려던 유승헌을 제지하더니, 몸을 일으키려던 강소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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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태자가 눈이 붉게 충혈된 그녀를 만족스러운 얼굴로 쳐다보더니, 천천히 말을 이었다.“십오 년 전, 선영원후께서 출정에서 돌아오실 때 다섯 살짜리 계집아이를 데려오지 않았소?”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강소연은 순간 머리가 하얘지면서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십오 년 전, 그녀의 아버지는 어린 계집아이 하나를 집에 데려왔다. 그녀와 나이가 같았고, 얼굴도 조금 닮았다. 어머니는 그 아이를 그녀의 곁에 두기로 했다.때마침 복숭아꽃이 만개한 봄날이었기에, 그녀는 그 아이에게 ‘복순’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강소연이 멍하니 고개를 돌려 유승헌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이 반짝이고 있었고, 표정엔 약간의 기쁨과 기대가 스쳐 지나갔다.그도 짐작한 모양이었다.“예, 그래서요?”그녀는 목구멍까지 차오른 신물을 삼키며 애써 침착함을 유지했다.“이십일 년 전, 선영원후께서 서하로 출정하셨을 때, 변방에서 잠시 인연을 맺은 이가 있었소.”태자가 하인이 건넨 찻잔을 받아 들면서 말을 이었다.“농가의 여인이었는데, 아이를 낳고 얼마 안 되어 세상을 떠났소. 다시 서하로 간 선영원후께서 그 아이를 거두셨고, 사람들에겐 주워 온 아이라고 속이셨지.”강소연은 분노에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더는 들을 수 없었다.“태자전하, 저의 아버지는 평생 정직하셨고, 어머니와 정도 깊으셨습니다. 터무니없는 소문에 현혹되어 아버지의 결백을 더럽히지 마소서.”“왕비, 진정하시오. 내가 증거 없는 말을 할 리 없지 않소?”태자가 손을 가볍게 치자, 호위 하나가 소반을 받쳐 들고 들어왔다. 위에는 두 물건이 놓여 있었다.하나는 너무나 익숙한 패였다. 은으로 만든 낡은 패 위에는 ‘강’ 자가 새겨져 있었다.또 하는 색이 바래서 누렇게 변한 무명천이었다. 가장자리는 닳아 있었고, 그 사이로 먹색이 희미하게 비쳤다.그녀의 시선이 무명천에 닿자, 태자가 손짓으로 권했다.“한번 펼쳐 보시오.”강소연은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심호흡을 길게 했다. 그러나 무명천에 손이 닿자마자 손가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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