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자가 눈이 붉게 충혈된 그녀를 만족스러운 얼굴로 쳐다보더니, 천천히 말을 이었다.“십오 년 전, 선영원후께서 출정에서 돌아오실 때 다섯 살짜리 계집아이를 데려오지 않았소?”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강소연은 순간 머리가 하얘지면서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십오 년 전, 그녀의 아버지는 어린 계집아이 하나를 집에 데려왔다. 그녀와 나이가 같았고, 얼굴도 조금 닮았다. 어머니는 그 아이를 그녀의 곁에 두기로 했다.때마침 복숭아꽃이 만개한 봄날이었기에, 그녀는 그 아이에게 ‘복순’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강소연이 멍하니 고개를 돌려 유승헌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이 반짝이고 있었고, 표정엔 약간의 기쁨과 기대가 스쳐 지나갔다.그도 짐작한 모양이었다.“예, 그래서요?”그녀는 목구멍까지 차오른 신물을 삼키며 애써 침착함을 유지했다.“이십일 년 전, 선영원후께서 서하로 출정하셨을 때, 변방에서 잠시 인연을 맺은 이가 있었소.”태자가 하인이 건넨 찻잔을 받아 들면서 말을 이었다.“농가의 여인이었는데, 아이를 낳고 얼마 안 되어 세상을 떠났소. 다시 서하로 간 선영원후께서 그 아이를 거두셨고, 사람들에겐 주워 온 아이라고 속이셨지.”강소연은 분노에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더는 들을 수 없었다.“태자전하, 저의 아버지는 평생 정직하셨고, 어머니와 정도 깊으셨습니다. 터무니없는 소문에 현혹되어 아버지의 결백을 더럽히지 마소서.”“왕비, 진정하시오. 내가 증거 없는 말을 할 리 없지 않소?”태자가 손을 가볍게 치자, 호위 하나가 소반을 받쳐 들고 들어왔다. 위에는 두 물건이 놓여 있었다.하나는 너무나 익숙한 패였다. 은으로 만든 낡은 패 위에는 ‘강’ 자가 새겨져 있었다.또 하는 색이 바래서 누렇게 변한 무명천이었다. 가장자리는 닳아 있었고, 그 사이로 먹색이 희미하게 비쳤다.그녀의 시선이 무명천에 닿자, 태자가 손짓으로 권했다.“한번 펼쳐 보시오.”강소연은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심호흡을 길게 했다. 그러나 무명천에 손이 닿자마자 손가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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