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화. 진짜 왔네 한태겸이 돌아간 뒤에도 나는 한동안 문고리를 놓지 못했다. 복도 끝에서 현관문 닫히는 소리가 났다. 철컥. 그제야 손에서 힘을 뺐다. 손바닥에 문고리 모양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미친 새끼.” 말하고 나니 더 기분이 나빠졌다. 내가 아는 한태겸은 저런 인간이 아니었다. 그게 문제였다. 학교 다닐 때의 한태겸은 눈을 잘 못 마주쳤다. 불러 세우면 먼저 어깨가 굳었고, 대답해야 할지 도망가야 할지 고민하는 게 얼굴에 다 보였다. 그런 놈이 갑자기 나타나서는 밥을 먹었냐고 물었다. 싫으면 안 먹어도 된다고 했다. 그리고 내일도 오겠다고 했다. 차라리 돈을 내놓으라고 했으면 쉬웠다. 무릎 꿇으라고 해도. 욕을 하거나 주먹부터 날렸다면 그건 더 간단했다. 내가 받을 만한 거라고 생각하고 버티며. 그런데 한태겸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계속. 나는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잠그지는 않았다. 손이 잠금장치까지 올라갔다가 멈췄다. 왜 멈췄는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침대 옆 작은 책상에는 미정 이모가 빼놓은 국이 보온통에 담겨 있었다. 김은 거의 빠져 있었고, 위에 뜬 기름이 얇게 굳기 시작했다. 밥솥에서 남은 밥을 퍼 국에 말았다. 평소 먹던 방식이었다. 빨리 먹고, 설거지하고, 자면 됐다. 한 숟갈을 뜨는데 문득 한태겸 목소리가 생각났다. 밥 먹었어? 숟가락이 허공에서 잠깐 멈췄다. “존나 신경 쓰이게 하네.” 나는 그대로 입에 넣었다. 국은 식어 있었다. * * * 다음 날은 무료 급식이 없는 날이었다. 대신 오전부터 기증받은 옷을 분류했다. 아이들 옷, 성인 옷, 겨울옷, 버려야 할 것. 세탁이 덜 된 옷에서는 눅눅한 섬유유연제 냄새가 났다. 햇빛이 부속동 창문으로 길게 들어와 먼지를 떠다니게 했다. “이안아, 이거는 버릴까?” 미정 이모가 해진 패딩 하나를 들어 보였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2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