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4화. 집 갔냐밤 열한 시 십칠 분.회의실에 남은 사람은 셋뿐이었다.나는 노트북 화면을 내려다보다가 휴대폰 진동에 시선을 옮겼다.업무 메신저가 아니었다.이안.묹자가 화면 위에 떠 있었다.[집 갔냐.]손이 멈췄다.메시지를 한 번 읽고,다시 읽었다.별말 아니었다.네 글자.그런데 서이안이 먼저 보낸 메시지는 처음이었다.내가 오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시간을 알려준 것도 아니고.그가 갚아야 할 돈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그냥,내가 집에 갔는지 물었다.“한 대리?”재희 씨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네.”“이거 숫자 다시 봐줄래?”“잠시만요.”휴대폰을 뒤집어놓았다.답장을 바로 하고 싶지 않았다.정확히는,너무 빨리 하고 싶지 않았다.그게 이상하게 보일 것 같아서.파일을 다시 열었다.숫자는 눈에 들어오는데 머리에 남지 않았다.십 분쯤 지나서야 휴대폰을 다시 들었다.[아직 회사야.]보내고 잠깐 고민했다.[조금 늦을 것 같아.]두 번째 문장을 붙였다.읽음은 바로 떴다.답은 없었다.그 정도면 됐다.원래 서이안은 그런 사람이었다.먼저 물어놓고도 대답을 받으면 더 말하지 않는.그런데 오 분 뒤 또 진동이 왔다.[밥은.]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이번에는 숨기지 못했다.“또 웃네.”재희 씨가 말했다.나는 화면을 끄지 않은 채 물었다.“제가요?”“요즘 진짜 이상하다니까.”“일 보세요.”“업무 중에 누가 그렇게 재밌는 걸 보내는데.”“아무것도 아닙니다.”“그런 얼굴이 아닌데.”나는 대답 대신 메시지를 썼다.[아직.]보내자 바로 답이 왔다.[먹고 해.]짧고 거칠었다.그런데 이상하게 다정하게 읽혔다.서이안답지 않은 다정함이 아니라,서이안다운 다정함이었다.나는 한참 화면을 봤다.[알겠어.]보낸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저 잠깐 편의점 다녀오겠습니다.”재희 씨가 웃었다.“왜 누가 밥 먹으래?”“배고파서요.”“그래, 그렇다고 하자.”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 *편의점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2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