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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3화. 처음 뵙겠습니다

ผู้เขียน: 혜진
last update วันที่เผยแพร่: 2026-09-02 09:09:54

003화. 처음 뵙겠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서이안이 말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성당 부속동의 형광등은 사람 얼굴을 지나치게 평평하게 만들었다.

피부의 굴곡도, 눈 밑의 그늘도, 오래된 피로도 전부 한 겹 희게 눌러버렸다.

그런데도 이안의 얼굴에서 방금 사라진 것을 나는 봤다.

나를 처음 봤을 때 멈췄던 손.

검지 마디를 누르던 엄지.

행주 끝을 구겨 쥔 손가락.

그 모든 게 지금은 없었다.

대신 누구에게나 보여줄 수 있는 표정이 올라와 있었다.

“비가 많이 오네요.”

그가 내 젖은 코트를 보며 말했다.

말투까지 달랐다.

열일곱의 서이안은 선생 앞에서도 문장 끝을 잘라 먹었다.

짜증이 나면 혀로 볼 안쪽을 밀었고, 재미없는 얘기를 들으면 아예 상대 얼굴을 보지 않았다.

지금은 내 눈을 똑바로 보며 웃고 있었다.

“수건은 받으셨어요?”

“받았습니다.”

“차 더 드릴까요?”

“괜찮습니다.”

대화만 놓고 보면 정말 처음 만난 사람이였다.

주변에는 아직 사람들이 있었다.

아이들이 남은 빵 봉지를 상자에 담고 있었고, 앞치마를 두른 여자는 다른 봉사자와 다음 주 식재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구석의 노인은 우산을 펴 보며 손으로 만지고 있었다.

이안은 그 사이에서 아주 자연스러웠다.

나만 아니었다.

“이안 씨.”

앞치마를 두른 여자가 그를 불렀다.

“이분 우산이 없으신 것 같은데, 남는 거 하나 있나 봐줘요.”

“제가 볼게요.”

이안이 바로 대답했다.

그러고는 내게 고개를 조금 숙였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등을 돌리는 순간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 뒷모습을 따라갔다.

검은 옷자락이 발목 언저리에서 흔들렸다.

가까이서 보니 수녀복은 아니었다.

검은 셔츠 위에 길게 내려오는 앞치마 비슷한 작업복을 덧입었고, 머리는 검은 천으로 낮게 묶어 놓았다.

그 조합이 사람을 속였다.

멀리서 보면 수녀.

가까이서 보면 그냥 긴 머리를 한 남자.

더 가까이서 보면 서이안.

그 차이가 묘하게 거슬렸다.

이안이 창고 문을 열었다.

“여기 계세요.”

내가 뒤따라오자 그가 몸을 돌렸다.

“제가 가져다드릴게요.”

“같이 보죠.”

“굳이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정중한 말투인데 문이 반쯤 닫혔다.

나는 문짝을 잡지 않았다.

그대로 한 걸음 물러났다.

“그럼 기다리죠.”

이안의 눈이 내 손 쪽으로 내려갔다.

막을 줄 알았던 모양이었다.

사람이 예상한 행동을 하지 않으면 표정이 아주 조금 늦어진다.

그가 다시 웃었다.

“금방 다녀올게요.”

문이 닫혔다.

나는 복도에 남았다.

빗소리가 오래된 창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한때는 저 인간이 내 앞에서 무슨 행동을 할지 몰라 늘 먼저 몸에 힘을 줬다.

복도 끝에서 서이안이 보이면 방향부터 바꿨고, 화장실 문을 열기 전에는 안에 누가 있는지 들었다.

체육복을 교실에 두고 이동하지 않았고, 급식판을 자리에 남겨두지도 않았다.

사람 하나 때문에 생긴 습관이었다.

그 습관 중 몇 개는 아직 남아 있었다.

회사에서 회의실에 들어가면 출입문 위치부터 본다.

모르는 사람이 뒤에 서면 발소리를 확인한다.

누군가 웃는 소리가 갑자기 커지면 내용보다 먼저 내 이름이 섞였는지 듣는다.

별것 아닌 것들.

생활을 망가뜨릴 만큼 크지는 않은데, 없어지지도 않는 것들.

학교는 서이안을 벌줬다.

그런데 내 몸은 아직 그 일을 끝내지 못한 모양이었다.

창고 문이 다시 열렸다.

“이거면 될 것 같네요.”

이안이 낡은 장우산 하나를 들고 나왔다.

손잡이에 작은 흠집이 있었다.

그는 펼쳐서 살을 확인한 뒤 다시 접었다.

젖은 바닥에 우산 끝이 닿지 않도록 손목을 살짝 들어 내 쪽으로 내밀었다.

“반납은 안 하셔도 돼요.”

나는 우산을 받지 않았다.

“서이안 씨 맞죠?”

그의 손이 멈췄다.

아주 잠깐이었다.

“네.”

“이름이 특이해서.”

“그런 말 가끔 들어요.”

“어디서 본 적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이번에는 침묵이 조금 길었다.

복도 끝에서 그릇을 정리하는 소리가 났다.

이안은 눈을 한 번 천천히 깜빡였다.

“제가 흔한 얼굴은 아닌가 봐요.”

웃음까지 붙였다.

잘한다.

이 정도면 모르는 사람이 보면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다.

나는 그의 손에서 우산을 받았다.

손잡이를 넘기는 순간 손가락이 스쳤다.

이안이 먼저 손을 뺐다.

빠르지는 않았다.

놀라서 움찔한 것도 아니다.

그저 닿아 있을 이유가 없어졌으니 정확히 거기까지만 허용한 움직임이었다.

옛날의 서이안이라면 먼저 어깨라도 쳤을 것이다.

길을 비키라는 이유 하나로.

“감사합니다.”

“조심해서 가세요.”

“서이안 씨도요.”

이름을 한 번 더 불렀다.

이번에는 그의 입가가 아주 조금 굳었다.

나는 우산을 들고 부속동을 나왔다.

밖은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처마 밑에서 우산을 펼치기 전에 한 번 뒤를 돌아봤다.

유리문 너머로 이안이 보였다.

그는 나를 보고 있지 않았다.

바닥에 떨어진 수건을 주워 접고 있었다.

반듯하게.

두 번.

이상하게 그 모습이 오래 남았다.

* * *

집에 도착한 뒤에도 우산을 버리지 않았다.

현관 타일 위에 펼쳐 말렸다.

아무 의미 없는 물건이었다.

성당에서 누구에게나 빌려주는 낡은 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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