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소공작의 주도로 아비스의 호위가 한차례 바뀌었다. 그 후 온통 검은색으로 칠한 듯한 사람이 드디어 아비스 별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비스 별관을 지키던 사용인들은 이미 언질을 받아 익히 알고 있었다. 까만 가면에 까만 로브, 머리카락 하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온통 까만 차림의 사람이 아비스로 온다면 그건 틀림없이 프레데릭 공자라는 것을. 그는 아주 자연스럽게 신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침실 문을 열자 실신해 있는 에스텔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얼굴에 늘어붙은 적갈색 가발을 벗어 까만 가면 안쪽으로 밀어넣었다. 활짝 열린 창으로 스며든 한기에 서늘해진 침실의 온도가 그제야 피부에 와 닿았다. 그는 발소리를 죽이고 천천히 그녀의 옆에 누웠다. 에스텔은 옆에 다가온 그의 품에 파고들었다. 온통 땀투성이에 비정상적으로 빠른 맥박, 높은 체온. 프레드는 지독한 열병을 앓는 그녀를 안으며 죄책감에 미간을 구겼다. 리하르트가 발 빠르게 사람을 보내온 것이 아니었다면 그녀의 끔찍한 상황을 제때 알지 못했을 것이다. ‘리키도 지금쯤 제정신이 아닐 텐데…….’ 프레드는 자신을 이곳으로 부른 뒤 황제와 공작의 첩자들을 직접 청소하고 있을 리하르트에게 잠시나마 깊은 감사를 느꼈다. * * * 최음향은 지독하게도 몸을 달궜다. 창문을 활짝 열어 두었음에도 좀처럼 약기운을 떨쳐내기 어려웠다. 그러다 까무룩 정신을 놓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청량한 향기가 번졌다. 나는 곁으로 스며든 온기에 다가들어 그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약기운에 그 체온을 프레드라 생각했다. 가슴팍에 볼을 비비다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이 철통 같은 공작저에 그가 들어왔을 리 없다는 이질감에 번쩍 눈을 떴다. 어스름한 달빛 아래, 정체불명의 실루엣이 서서히 선명한 모습을 드러냈다. 흐트러진 검은 머리카락에 어둠 속에서도 형형하게 빛나는 선명한 자안. 프레드였다. 경악과 동시에 안도의 깊은 숨을 내쉬었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아니, 그것보다 어떻게 들어왔어? 들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21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