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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장모의 침대: Chapter 1 - Chapter 5

5 Chapters

1화 싸다 만 캐리어

거실의 스탠드 조명은 낮게 깔려 있었다. 커튼은 반뼘쯤 열려 있고, 맞은편 아파트의 희미한 사각빛이 밤공기와 함께 얇게 스며들었다. 벽은 두껍고 단단했기에 이 시간의 소리는 대개 숨까지 얇아진다.​그래서인지 건너방 문틈에서 새어 나오는 인기척이 없었다. 다른 방 사람들은 이제 잠들었을 것이다. 아파트의 새벽은 그런 확신을 조용히 허락한다.​소파 옆 테이블 위에는 여권과 항공권, 호텔 바우처가 겹겹이 놓여 있었고, 여권 표지는 스탠드 불빛을 받아 얇게 번들거렸다. 모서리에 얹은 손가락 하나가 그 광택을 따라 천천히 미끄러졌다.​캐리어는 반쯤 채워진 채 소파 옆에 기대어 있었다. 접어 넣은 옷 사이로 남겨둔 칸이 눈에 띄었다. 그 빈칸은 돌아올 때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남겨두고 가야만 하는 것들을 상징하는지 알 수 없었다.​바닥 한쪽에는 아이의 장난감 자동차가 누워 있었다. 평소보다 늦은 시간까지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준 까닭을 아이는 알까. 마치지 못한 놀이의 아쉬움을 말하듯 장난감은 아직 서랍에 들어가지 않았다.​아이가 내일 아침 이것을 본다면 또 엄마와 놀 수 있다는 기대를 할 것만 같아 준호는 얼른 그것을 집어 들었다.​바쁜 엄마와 떨어지는 일이 잦았기에, 하루이틀 집을 비우는 평소의 외출이라고 녀석은 생각하겠지. 분명 며칠 뒤면 아이는 엄마를 찾아댈 테지만, 그것은 그때 가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준호에게는 그것까지 대비할 여력도 여유도 없었기에, 애먼 장난감 자동차의 바퀴만 매만지며 서 있었다.​아이가 엄마와 함께 이 바퀴를 굴리는 소리가 다시 들리는 날이 언제일지 생각하다가, 준호는 안방 문틈으로 새어 나온 욕실 문 여는 소리에 생각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하아.​이렇게 생이별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준호와 아내는 나쁜 사이가 아니었다. 소소한 투정과 화해로 이어지는, 지극히 평범한 부부였다. 그래서 더 조용히 마음이 아팠다.​내일이면 저 방은 한동안 자신만의 보금자리가 된다. 그 사실을 논쟁이나 원망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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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배웅

분주하고 들뜬 아침 공기가 겨우 내려앉은 듯하다. 오늘따라 부산한 일들이 반 박자씩 밀려 아이 손을 잡은 준호의 발걸음도 서두른다.​그렇게 서둘렀지만 늦었는지, 어린이집 앞은 한산하다. 그래도 늘 늦는 집은 있기 마련, 유모차를 미는 몇 명의 엄마들과 마주친다. 준호가 익숙하게 고개를 살짝 숙이면, 감정 없는 미소와 짧은 목례가 연달아 되돌아온다.​그 사이 아이의 걸음은 모래에 잠기듯 둔해지고, 손바닥엔 땀이 맺힌다. 결국 두 팔이 그의 어깨를 더 깊게 감싼다. 처음 이 문턱을 넘던 날의 무게와 닮았지만, 지금은 그의 가슴께가 더 묵직하다.​문이 열리자 선생님이 먼저 다가왔다.​아이의 엄마가 오늘 새벽에 미국으로 떠났다는 연락을 미리 해 둔 터라, 말보다 손이 앞선다. 아이 눈높이에 맞춰 쭈그려 앉아 작은 장난감을 흔들고, 반짝이는 스티커를 손바닥에 척 붙여주며 속삭인다.​“하윤이한테만 주는 거야. 선생님하고 비.밀.” 비밀을 공유하는 사이가 된 듯 두 사람은 눈을 맞춘다. 아이의 표정이 금세 풀리고, 작은 발뒤꿈치가 타일 위로 또박또박 멀어진다.​닫히는 문틈에 남는 뒷모습은 여전히 가늘다. 준호의 마음이 잠깐 저민다. 천천히 돌아나오며 휴대폰을 꺼낸다.​아내에게 간단한 메시지를 보낸 뒤, 화면에 남은 마지막 인사 시각을 본다. 불과 몇십 분 전. 이제 비행기는 바다 위를 건너고 있을 것이다.​그때, 몇 시간 전의 일이 목덜미를 훑고 지나간다. 아이와 장모가 깊게 잠들기를 기다려 겨우 치른 짧은 이벤트, 그 뒤에야 간신히 닿은 잠, 스탠드 불빛 아래 협탁에 아무렇게나 던져 둔 정액을 닦은 티슈 몇 뭉치가 번쩍 떠오른다.​장모 혜정은 부지런하다. 먼지가 집에 내려앉는 걸 참지 못하는 데다, 사위 집에 몸을 기대고 사는 미안함이 손부터 움직이게 하는 사람이다.​오늘 아침 아이 눈치를 보느라, 장모와 둘만 남은 공기를 더듬느라 치울 틈이 없었다.​“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알았다”고는 하지만, 설거지통에 먼저 손을 담그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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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벽 너머

저녁상이 차려지면, 늘 그랬듯 아이의 숟가락은 금세 멈췄다. 반찬을 건너뛰고 물컵을 들여다보며, 젓가락으로 밥풀을 옮겨 심는 데만 열중했다.​집안 공기가 어제보다 더 얇아진 탓인지 투정이 유난했다. 준호의 손이 무심코 휴대폰을 더듬었다. 다희가 없을 때면 늘 꺼내 들던 마지막 수단—그녀는 못마땅해했지만, 딱히 대안이 없다는 걸 서로 알고 있었기에 조용히 넘어가던 방식.​그때 혜정의 손이 가볍게 그의 손등을 눌렀다.​“자꾸 그런 거 보여주고 그러면 안 좋대.”​유튜브에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말. 유명해지고 싶어서 안달난 전문가라는 인간들이 빠짐없이 하는 경고. 전두엽 손상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말들…​‘나도 약사라구요, 안 좋은 거 안다구요’ 준호는 속으로 중얼거렸지만, 혜정의 눈빛이 먼저 움직였다.​혜정은 딱히 대안이 필요없는 손짓과 눈빛으로 아이의 투정을 제압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인상에 미간이 살짝 찌푸려지자 아이는 그 기세에 눌렸다가, 할머니 특유의 미소가 지어지자 따라 웃으며 입을 벌렸다.​아이가 고개를 젖히며 기세를 올리는 순간마다, 혜정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먼저 올라갔다 내려가며 웃음이 비집고 나왔다. 아이는 따라 웃으며 입을 벌렸다. 고전은, 늘 통했다.​“내가 먹일 테니까, 자네나 얼른 먹어. 배고플 텐데.”​혜정의 밥그릇엔 공기가 반쯤 남아 있었다. 준호는 ‘됐어요’라는 눈짓을 보냈지만, 그녀는 숟가락을 놓지 않았다. 밥풀을 한 알도 떨어뜨리지 않겠다는 듯, 아이 입술 가장자리까지 행주로 쓸듯 닦아내며 템포를 이어갔다.​숟가락과 그릇이 부딪히는 소리가 세 번 정도 더 났을 때, 아이의 접시는 반 이상 비워졌다. 준호는 뒤늦게 젓가락을 들어 한 술 삼켰다. 뜨거운 국물이 목을 지나갈 때, 휴대폰은 식탁 끝에서 조용히 엎어져 있었다. 그리고 식탁 위 공기는, 오래된 방식대로 천천히 평온 쪽으로 되돌아갔다.​​​***​​​분리수면을 하는 게 천만다행이었다. 엄마의 팔꿈치를 꼭 쥐어야만 잠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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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신음소리

​​“허억…”“하응…”“허윽…”​새벽 네 시. 귓바퀴 안을 파고드는 얇은 숨이 두어 번 더 밀려왔다. 준호는 머리맡의 휴대폰을 켜 시간을 확인하고, 화면이 꺼지자 이불을 다시 끌어올렸다. 소리는 한 번 가라앉았다가 벽을 타고 또 올라왔다.​“흐윽…”​아침 욕실 문턱에서 스치던 물빛 실루엣—젖은 머리칼이 목선을 따라 붙었다 떨어지던 장면이 술기운에 녹아 되살아났다. ​“뭐지?” 입술 안쪽으로만 맴도는 소리.​뇌리에 어디서나 본 듯한 구도가 자동으로 겹쳤다. 일본의 성인물에서 나오는 흔한 설정.​욕망에 쩐 새엄마들은 말도 안 되게 사소한 계기에도 손가락이 다리 사이를 더듬고, 아들이나 사위가 들으라는 듯 흘리는 신음은 발정의 페로몬처럼 그들을 끌어들여 결국 이어지게 만든다는…​그때 문득 떠오른 건 오래전, 다희와 잠자리 뒤에 나눈 짧은 대화였다. 여자도 자위를 하냐는 질문 끝에 돌아온 말.​‘정말 잠이 안 올 때는 혼자 해본 적이 있어. 포르노처럼 손가락을 깊게 파고드는 게 아니라, 살짝 문지르는 정도?’​그땐 농담처럼 흘려들었지만 지금은 귓속에서 현실처럼 울렸다.​‘뭔가 하려고 작정한 건 아닌데,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더라’​그 문장이 둥글게 떠올랐다 가라앉았다.​벽 너머의 호흡이 가까워졌다가 멀어졌다. 시트가 사락— 하고 한 번 더 당겨지고, 준호는 몸을 일으키려다 다시 멈췄다.​“허윽…”​깊어지는 숨. 안경을 찾느라 다시 켠 휴대폰 불빛이 거실 바닥에 가는 선을 그었다.​​​​​***​​​​​준호는 거실을 살금살금 건넜다. 벽 너머 혜정의 방에서 울리던 얕은 숨을 이미 하나의 장면으로 결론지어 둔 채, 까치발로 몸을 세웠다.​맨발이 마룻바닥에 쩍— 달라붙었다 떼어낼 때마다 숨이 길게 눌렸다. 문 앞에 닿자 소리는 “딱” 끊겼다.​문손잡이 위에서 손가락이 원을 그리다 멈췄다.​‘한 뼘만 열어볼까’금속의 냉기가 손바닥에 얇게 번졌다. 그 짧은 망설임 사이, 머릿속에선 문이 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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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자위의 밤

“후우…”​방으로 돌아온 준호는 알콜이 섞인 한숨을 몰아쉬며 침대에 누웠다.​장모, 혜정이 차려준 안주 앞에서 소주잔이 몇 번이나 비워졌다. 술기운이 얼굴을 달구었지만, 머릿속은 오히려 더 맑아져 있었다.​잔을 부딪칠 때마다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전날 밤, 그녀의 방에서 새어 나왔던 소리. 낮고 가늘게, 숨이 섞인 듯한—잠결에 들은 환청인지, 아니면 정말로 그녀가 혼자 무언가를 참지 못하고 냈던 소리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장모는 손자를 둔 나이였지만 동안의 얼굴과 탄력을 잃지 않은 몸매는 여전히 성욕을 가질 자격이 있었다. 적어도 준호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모두 잠든 새벽, 혼자 외로움을 달래는 일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그렇지만…​아무리 그래도 사위와 단둘이 사는 집에서. 밤에.​자위를? 신음소리를 참지도 않고?​그것도 정말로, 사위와 단 둘이 사는 이 집에서?​준호는 술이 올라온 채로 그런 생각을 하다 스스로 얼굴을 찌푸렸다.​혹시 일본 야동에서나 나오는 장면처럼, 자신이 과감하게 문을 열어주기를 바랐던 것은 아닐까. 망측한 상상만 꼬리를 물었다.​그러나 오늘 저녁, 자신을 대하는 혜정의 복장이나 태도는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여유로운 미소, 자연스러운 말투, 가끔 건네는 잔소리까지.​그녀의 말대로 그저 불면증 때문에 잠을 설쳤던 것이겠지. 준호는 그렇게 스스로를 달랬다.​그런데도 술잔을 기울일 때마다 눈에 들어왔던 가슴골이 자꾸만 선명하게 떠올랐다. 살짝 벌어진 옷깃 사이로 드러나던 하얀 살결, 잔을 기울일 때마다 미세하게 움직이던 그 곡선.​술기운 탓인지, 아니면 전날 밤의 소리 탓인지, 시선은 자꾸만 그곳으로 미끄러졌었다.​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혹시나 또 그 방에서 그 소리가 날지, 촉각을 곤두세워 보았다.​눈을 감아보려 했지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술이 한 잔 더 필요해…'​소주를 더 꺼내려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었다. 어두웠고, 건너편 장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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