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11 - Chapitre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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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그걸 본 진서우의 반응은 말도 안 된다며 믿지 못하는 것이었다.‘나는 아직 이혼하겠다는 말조차 꺼내지 않았는데, 걔가 무슨 자격으로 이혼을 해!’그 순간, 머릿속에 서류 뭉치 하나가 번뜩 떠올랐다.진서우는 다급하게 휠체어의 방향을 틀어서 서재로 향했다.서재에 쌓여 있던 서류 뭉치 맨 아래에 협의이혼 서류 한 장이 깔려 있었다.서류에는 두 사람이 감정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탄에 이르러서, 서로 이혼하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이 또렷하게 적혀 있었다.그리고 맨 아래에는 오하윤과 진서우의 이름이 나란히 사인이 되어 있었다.진서우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그 종이를 바라보더니 눈에 핏발이 서기 시작했다.오하윤은 진작부터 자신과 이혼할 생각이었다.자신을 속여서 이 협의이혼 서류에 사인하게 했고, 이혼 숙려기간이 끝날 때까지 기다린 뒤 결국 이혼을 증명하는 서류까지 받아낸 것이다.진서우의 얼굴은 마치 썩어버린 것처럼 시커멓게 굳어지더니, 이를 악문 채 기사에게 소리쳤다.“찾아요. 있는 사람들 전부 풀어서 하윤이 찾아내라고요!”“이번에는 또 무슨 수작을 벌이는지 내가 직접 봐야겠어요!”사흘 동안 진서우는 다친 두 다리를 이끌고 오하윤이 있을 만한 곳을 모조리 찾아다녔다.오하윤이 예전에 일했던 병원부터 두 사람이 함께 갔던 곳들, 심지어 오하윤의 고향까지 샅샅이 뒤졌다.하지만 만나는 사람마다 오하윤이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며 고개를 저었다.결국 온몸에서 살기를 내뿜으면서, 진서우는 씩씩거리면서 집으로 돌아왔다.배영숙과 진소원이 곧바로 진서우를 맞이하러 나왔다.“서우야, 대체 뭘 하는 거니? 이렇게까지 소란을 피우면 어떡해. JS그룹 주가가 크게 떨어진 건 알고 있니?”“그러게, 오빠. 그 여자를 왜 찾는 거야? 이혼했으면 오히려 잘된 거잖아. 어차피 오빠도 좋아하지 않았으면서!”진서우가 주먹으로 휠체어 팔걸이를 세게 내리쳤다. 눈에 맺힌 분노는 조금도 가라앉지 않았다.“내가 직접 물어봐야겠어요. 도대체 무슨 자격이 있어서 나랑 이혼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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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오하윤이 떠나자, 임연희는 곧장 진서우가 있는 집으로 들어왔다.임연희는 자신이 진씨 집안의 미래 안주인이라도 된 듯 집 안의 모든 일을 직접 챙겼고, 진서우 역시 그런 임연희를 내버려두었다.진서우는 집 안에 다시 생기가 돌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예전처럼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다.‘오하윤이 있든 없든, 그게 무슨 상관이겠어?’이날 진서우는 한차례 비즈니스 파티에 참석한 뒤 술에 많이 취한 상태로 돌아왔다.저택에 들어서자 진서우는 무의식적으로 소리쳤다.“오하윤! 해장국 한 그릇 끓여 와!”위층에 있던 임연희가 내려오더니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진서우를 바라봤다.“서우야, 지금 누구를 부르는 거야?”자신이 실수했다는 걸 깨달은 진서우는 웃으면서 임연희에게 다가가 품에 끌어안았다.“내가 잘못 말했어, 연희야. 속이 너무 안 좋아. 빨리 해장국 한 그릇만 끓여줘.”그 말에 임연희는 마지못해 주방으로 향했다.그리고 무려 한 시간이 넘도록 주방에 틀어박혀서 냄비와 그릇을 요란하게 부딪쳤다.그런데 한참 뒤 임연희가 들고나온 것은 해장국이 아니라 찬물 한 그릇이었다.“서우야, 나 해장국 못 끓여.”임연희는 머쓱해하면서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진서우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괜찮아. 그러면 다리 좀 주물러 줘. 오늘 오래 서 있었더니 다리가 좀 아프네.”그 말에 임연희는 곧바로 진서우의 다리를 주물렀다.두 손으로 진서우의 다리를 애매하게 더듬으며 마사지를 시작했지만, 통증을 덜어주기는커녕 오히려 진서우를 더 아프게 만들었다.게다가 임연희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점점 더 선을 넘으려고 하자, 진서우는 결국 인내심을 잃고 말았다.곧 진서우가 벌떡 몸을 일으키며 미간을 찌푸렸다.“못 주무르면 됐어. 나 먼저 잘게.”깊은 밤, 진서우는 침대에 누워서도 한참 동안 잠들지 못했다.시간이 꽤 지나간 현재까지도 진서우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정말 오하윤이 나하고 이혼하려는 걸까?’그렇게까지 자신을 사랑했던 오하윤이었기에 더더욱 납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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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배영숙은 아들이 억지로 웃으며 버티는 모습을 차마 지켜볼 수가 없었다.“서우야, 어머니도 네가 어릴 때부터 자존심이 얼마나 센지 잘 알아. 계약으로 시작했다는 사실을 단번에 받아들이기 힘들겠지. 하지만...”진서우의 웃음이 단번에 굳어졌다.늘 도도하고 오만하던 얼굴에 좀처럼 보기 힘든 침울한 기색이 스쳤다.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진서우는 눈빛에 드러난 감정을 애써 감춘 뒤, 다시 평소의 차갑고 도도한 모습으로 돌아왔다.그리고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배영숙의 말을 끊었다.“어머니가 너무 많이 생각하신 거예요.”“정작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하윤이에요.”“내가 임연희와 결혼한다는 걸 알면 분명 후회할 거예요. 그리고 제일 먼저 나를 찾아 돌아올 거고요.”“두고 보세요. 하윤인 나를 사랑하지 않을 리 없어요!”말을 하면서, 진서우는 구겨진 옷깃을 매만지며 허리를 꼿꼿하게 세웠다.배영숙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진서우는 이미 몸을 돌려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다.침실 안.비몽사몽이던 임연희가 눈을 뜨자, 침대 앞에 진서우가 한쪽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연희야, 나랑 결혼해 줄래?”임연희는 진서우의 어딘가 기묘한 표정을 살필 겨를도 없이, 곧장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환호성을 지르며 남자의 목을 끌어안았다.문가에 서서 방 안의 묘한 분위기를 바라보던 배영숙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젓고는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그때의 오하윤은 자신이 떠났다는 사실이 이토록 많은 사람의 감정을 뒤흔들어 놓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오하윤은 지금 스위스 최고의 의대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었다.낯선 언어 환경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한동안 손에서 놓았던 전공 지식 역시 조금은 생소하게 느껴졌다.그랬기에 오하윤의 유학 생활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하지만 오하윤은 그런 생활을 기꺼이 받아들였다.복잡한 집안일에 휘말려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좋은 3년을 허비하고 나서야,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기 때문이다.공부 외에도 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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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프러포즈를 기념한다면서 임연희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모든 사람이 자신의 행복을 함께 지켜봐 주기를 바랐다.룸 안에서 진서우는 술잔을 연거푸 비웠다.임연희가 몇 번이나 말을 걸었지만 진서우는 제대로 듣지도 못했다.그러자 임연희가 조금 못마땅한 표정으로 물었다.“서우야, 왜 그렇게 넋이 나가 있어? 혹시 기분이 안 좋아?”진서우는 곧바로 술잔을 내려놓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연희야, 무슨 그런 소리를 해? 내가 왜 기분이 안 좋겠어?”“너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연애를 시작한 첫날부터 나는 너랑 결혼하고 싶었어.”“그런데 이제야 드디어 이날이 온 거잖아!”마지막 한마디는 유난히 힘을 주어 내뱉었다.진서우 자신조차 알 수 없었다.이 말이 임연희를 믿게 하려는 건지, 아니면 자신을 믿게 하려는 건지.진서우가 임연희에게 프러포즈했다는 소식은 도시 전체에 퍼져 있었다.그런데도 지금까지 오하윤의 소식은 조금도 들려오지 않았다.마치 이 세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사람처럼, 진서우와 관련된 어떤 소식에도 더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진서우의 눈빛이 조금씩 어두워지더니, 숨을 쉬는 것조차 왠지 답답하게 느껴졌다.주변 사람들이 건네는 축하의 말도 오늘따라 유난히 귀에 거슬렸다.진서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룸을 빠져나왔다.잠시 바람이라도 쐬고 싶었다.그런데 복도 모퉁이를 도는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연희 언니, 진짜 대단해요. 이렇게 빨리 서우 오빠 옆에 있던 그 여자를 쫓아내다니. 대체 무슨 수를 썼는지 우리한테도 좀 말해줘요.”그 말에 임연희는 가볍게 웃었다.“무슨 수가 딱히 필요하겠어? 몇 번 넘어지는 척하고, 몇 번 불쌍한 척하면 그만이야.”“그렇게 평범한 여자는 애초에 내 라이벌에도 못 끼지.”진서우의 몸이 그대로 굳어버렸다.‘넘어지는 척, 불쌍한 척...’‘그렇다면 그동안 연희가 하윤에게 했던 행동이 전부 나를 속이기 위한 수법이었다는 건가?’‘연희가 내가 모르는 사이에 하윤에게 대체 무슨 짓을 한 건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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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기사는 액셀을 끝까지 밟으면서 진서우를 최대한 빠른 속도로 집까지 데려다주었다.진서우가 다급하게 위층으로 올라가자, 얇은 잠옷 차림의 임연희가 히죽거리며 남자에게 다가왔다.“서우야, 어디 갔었어? 나는 아직 다 못 놀았는데...”임연희가 뻗는 팔을 피한 진서우는 두 손으로 여자의 어깨를 꽉 붙잡은 채, 이를 악물고 물었다.“연희야, 내가 하나 물어볼게. 이번에 무슨 이유로 들어온 거야?”핏발이 선 진서우의 눈을 마주한 임연희는 순간 겁을 먹었다.몸을 빼내려고 했지만 진서우의 힘은 놀라울 정도로 강했다.“왜 그래, 서우야? 갑자기 그건 왜 물어?”“내가 전에 말했잖아. 전남편이 나한테 손찌검을 해서 이혼한 거라고.”그 말을 들은 진서우가 음침하게 웃더니 녹음기를 켰다.곧 녹음기에 담긴 임연희의 목소리가 방 안을 울려 퍼졌다.자신의 목소리를 직접 들은 임연희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아니야, 아니야, 서우야!”“그건 내가 홧김에 한 말이야. 나 돈 때문에 돌아온 거 아니야.”“나는 진심으로 너를 좋아해서 돌아온 거야!”“그럼 온갖 수를 다 써서 하윤이를 쫓아낸 것도 나를 좋아해서였어?”진서우가 이를 악물고 물었다.“너는 대체 나를 좋아하는 거야? 아니면 내 돈을 좋아하는 거야!”진서우는 가슴속에서 치솟는 분노를 더는 억누르기 힘들었다.그런데도 임연희는 여전히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입을 놀렸다.“하윤 씨? 그 여자는 그저 내가 없는 틈을 타서 네 곁에 3년 동안 붙어 있었을 뿐이야.”“애초에 네 부인 자리에는 어울리지도 않는 여자라고.”“내가 쫓아낸 게 뭐가 잘못인데?”“서우야, 네가 처음부터 끝까지 좋아했던 사람은 나였잖아!”이런 판국이 되어서도 임연희는 오하윤을 헐뜯고 있었다.자신에게 잘못이 있다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는 것 같았다.진서우는 한 걸음, 또 한 걸음 임연희에게 다가가더니 그대로 여자의 목을 움켜쥐었다.눈에서는 억눌러왔던 증오가 그대로 뿜어져 나왔다.“너는 사사건건 하윤이를 괴롭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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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분노가 가득한 목소리로 자신을 몰아붙이는 진서우의 이런 모습은 임연희에게 있어서 낯설기만 했다.진서우가 자신을 악독하다고 말하는 순간, 임연희는 완전히 이성을 잃었다.임연희는 비명을 지르며 진서우를 밀쳐내더니 미친 사람처럼 악을 썼다.“내가 악독하다고? 진서우, 너는 뭐 얼마나 나은 줄 알아?”“3년이나 하윤 씨를 네 곁에 묶어놓고, 겉으로는 아내라고 했으면서 조금이라도 존중해준 적이 있어?”“네 집에서 하윤 씨는 도우미만도 못했어! 나는 그냥 거기에 기름 좀 붓고 불을 좀 붙인 것뿐이야.”“진짜로 하윤 씨를 몰아낸 사람은 너잖아!”“서우야! 진서우! 이 모든 건 네가 자초한 거야. 그걸 전부 나한테 떠넘길 생각 하지 마!”“너처럼 감정 기복 심한 절름발이를 누가 진심으로 사랑할 것 같아?”뺨을 때리는 소리가 날카롭게 집 전체에 울려 퍼졌다.임연희는 얼굴 한쪽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뺨을 감싸 쥐고 바닥에 주저앉았다.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뒤늦게 두려움이 밀려왔다.지금의 진서우는 마치 지옥에서 온 악마 같았다.당장이라도 자신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것만 같은 살기가 느껴졌다.임연희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나려고 했지만 진서우가 팔을 붙잡았다.그 순간 임연희가 그동안 오하윤에게 저질렀던 일들이 남자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이에 진서우는 그대로 임연희를 힘껏 걷어찼다.그렇게 임연희의 몸은 곧바로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졌다.마치 그날 임연희가 오하윤을 계단에서 밀어버렸던 것처럼.임연희의 비명이 저택 전체를 가득 채웠지만 진서우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오히려 차갑게 입을 열었다.“네 말이 맞아. 내가 잘못했어.”“그동안 네 진짜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게 내 잘못이고, 몇 번이고 널 믿으면서 하윤이를 다치게 한 것도 내 잘못이야.”진서우는 계단에 흥건하게 번진 피를 한 걸음씩 밟아가며 아래로 내려갔다.그리고 임연희 앞에 멈춰 섰다.임연희의 얼굴에서는 눈물과 피가 뒤섞여서 흘러내리고 있었다.너무 두려운 나머지 살려달라는 말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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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진서우의 뒤늦은 해명과 사과를 들은 오하윤은 그저 우습다는 생각만 들었다.오하윤은 진서우를 위아래로 천천히 훑어봤다.예전의 관심도 애정도 그 눈빛에는 남아 있지 않았다. 그저 냉담함과 혐오만이 남아 있었다.“진서우, 스스로 생각해도 우습지 않아?”“내가 네 곁에 있을 때 너는 연희 씨를 마음속에 품고 있었어. 밤낮으로 연희 씨와 다시 만나는 것만 생각했잖아.”“그런데 이제 연희 씨가 진심으로 너를 사랑한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니까, 다시 내가 떠오른 거겠지.”“그러면 네 마음속에서 나는 대체 뭐야?”“부르면 달려오고 내치면 떠나야 하는 개야?”“지금 내 앞에서 이런 말을 한다고 내가 감동할 것 같아?”“진서우, 넌 나를 너무 우습게 봤어.”“네 사랑은 뭐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야. 나는 이제 그런 거 필요 없어.”오하윤은 말을 마치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노명우 역시 곧바로 오하윤의 뒤를 따라갔다.그렇게 진서우는 낯선 타국의 거리에 홀로 남겨졌다.은근히 욱신거리는 두 다리가 오하윤을 쫓아가려는 진서우의 발걸음을 붙잡았다.가을바람에 낙엽이 흩날리기 시작했다.진서우는 지금껏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당황스러움과 처량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임연희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오하윤을 사랑하게 된 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지난 3년 동안의 모든 순간이 머릿속에 하나둘 떠올리고 나서야 진서우는 비로소 깨달았다.오하윤이 자신을 업고 불길 속에서 빠져나왔던 그 순간부터, 이미 자신은 이토록 몸을 아끼지 않고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진 여자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마음 한구석에는 줄곧 오하윤이 자리하고 있었지만 너무 늦게 알아차렸을 뿐이었다...두 블록을 빠르게 걸어 나온 뒤, 오하윤은 진서우가 더 이상 자신을 따라오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걸음을 멈췄다.몸이 가늘게 떨리면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눈물이 흘러내렸다.겨우 진씨 집안을 벗어나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그런데 왜 진서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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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며칠 동안 진서우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 오하윤의 일상에 존재감을 드러냈다.도서관, 강의실, 아파트 앞까지.마치 유령처럼 오하윤의 뒤를 따라다녔다.오하윤이 아무리 차갑게 대하고 외면해도 진서우는 물러날 생각이 전혀 없었다.결국 참다못한 오하윤이 진서우를 카페로 불러냈다.이번에는 단 한 번에 모든 이야기를 끝낼 생각이었다.오하윤은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한 잔 주문했다.그런데 커피를 서빙하던 직원이 발을 헛디뎠는지, 펄펄 끓는 커피가 그대로 오하윤의 얼굴을 향해 쏟아질 것 같았다.오하윤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진서우가 몸을 날려서 그 앞을 막아섰다.그렇게 뜨거운 커피는 그대로 진서우의 팔에 쏟아졌다.순식간에 화상을 입은 진서우의 피부에 촘촘한 물집이 올라왔다.깜짝 놀란 오하윤은 진서우를 한 번 바라본 뒤, 말없이 남자를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다.병원까지 가는 길은 그리 멀지 않았다.하지만 팔에서 밀려오는 극심한 통증 때문에, 진서우의 이마에는 어느새 식은땀이 맺혔다.곁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걷고 있는 오하윤을 바라보자, 진서우는 예전에 캠퍼스 식당에서 화상을 입었던 일이 떠올랐다.그때 오하윤에게 쏟아진 건 방금 막 끓여낸 뚝배기에 가득 담긴 음식이었다.그랬기에 오하윤이 입었던 상처는 지금 자신의 상처보다 훨씬 심했을 것이었다.그렇게 아팠을 텐데도 자신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오하윤을 버려두고 임연희를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었다.그 사실이 떠오르자, 진서우는 당장 자신의 뺨을 후려치고 싶은 생각만 들었다.병원에서 상처를 처치하고 붕대를 감은 뒤, 진서우는 붕대를 칭칭 감긴 손으로 조심스럽게 오하윤의 손을 붙잡았다.그리고 오하윤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어떻게든 여자의 비위를 맞추려는 기색이 가득했다.“하윤아, 내가 다친 걸 보니까 너도 아직 마음 아프지?”“나는 알아. 너 아직도 나를 걱정하고 있잖아.”“하윤아, 내가 약속할게. 앞으로는 오늘처럼 매일 네 앞을 망설임 없이 막아설게.”“다시는 너에게 어떤 상처도 주지 않을게.”그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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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진서우는 전혀 알지 못했다.자신의 어머니가 오하윤을 속였고, 떳떳하지 못한 수단으로 자신의 곁에 묶어두었다는 사실을.그리고 지금에 와서야 진서우는 마침내 깨달았다.무슨 사과를 하든 무슨 말을 하며 용서를 빌든, 오하윤이 지난 3년 동안 입은 상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자신과 자신의 가족들은 본인들도 모르는 사이에, 오하윤의 마음을 난도질해 죽여버렸던 것이다.오하윤이 몸을 돌려 떠나는데도 진서우는 말 한마디조차 하지 못했다.점점 멀어지는 오하윤의 뒷모습을 바라보자, 진서우는 가슴속에 있던 뭔가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마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그래도 진서우는 끝까지 포기하지 못했는지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물었다.“하윤아, 지난 3년 동안 나를 사랑한 적 있어? 조금이라도 말이야...”오하윤의 발걸음이 멈칫하더니 진서우와 처음 만났던 날을 떠올렸다.진서우는 자신이 두 다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하기 전, 사실 오하윤과 이미 한 번 만난 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할 것이었다.당시 의대에 다니던 오하윤은 학교의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 대표로 학교와 기업이 함께 진행하는 후원 행사에 참석했다.정장 차림의 진서우는 온화하고 품위 있는 미소를 지으며 오하윤에게 말했다.가정 형편이 어렵다고 해서 자신을 깎아내리지 말고, 열심히 공부해서 자신의 운명을 바꾸라고.진서우의 얼굴에는 꾸며낸 듯한 거짓이나 형식적인 태도가 조금도 없었고, 두 눈에는 진심이 가득했다.오하윤은 그 말을 듣고 가슴속에서 뜨거운 것이 치솟는 걸 느꼈다.그래서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준수하면서도 선한 진서우의 얼굴을 오하윤은 오래도록 기억했다.그리고 몇 년이 지난 뒤 진서우를 다시 병원에서 만났다.그때의 진서우는 여전히 남다른 사람이었다.두 다리를 다친 뒤 멘탈이 무너진 듯해 보였지만, 그런 모습 속에서도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치명적인 매력이 있었다.그렇게 하루하루 진서우와 온종일 함께 지냈는데, 오하윤이라고 어떻게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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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박사 학위를 받은 날, 오하윤은 국내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방동석이 중증 환자를 한 명 맡았는데, 마침 오하윤의 박사 논문 연구 방향과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환자라고 했다.그래서 방동석은 오하윤이 국내로 돌아와서 수술을 도와주기를 바란다고 했다.이에 오하윤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승낙했다.자신에게는 더없이 좋은 실전 경험이 될 터였다.출국하는 날이 되자, 노명우가 캐리어를 끌고 오하윤의 뒤를 따라왔다.“음, 나도 생각해 보니까 오랫동안 가족들을 못 봤더라고. 아무래도 나도 같이 귀국해야겠어.”오하윤은 노명우가 이런저런 핑계를 대는 걸 모른 척했다.진서우가 다시 자신을 찾아와 괴롭힐까 봐 걱정해서, 따라오는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오하윤이 국내 땅을 밟자마자, 진서우는 가장 먼저 그 소식을 전해 들었다.지난 몇 년 동안 진서우는 오하윤과 관련된 모든 소식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하지만 진서우는 지난번 스위스에 머무는 동안 비자 체류 기간을 넘긴 탓에 한동안 입국이 금지된 상태였다.그래서 오하윤이 국내로 돌아오는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오하윤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병원으로 향했다.그리고 여러 과의 전문의들과 함께 환자에 대한 협진을 진행했다.며칠 동안 밤을 새워가며 치료에 매달린 끝에 수술은 아주 성공적으로 끝났다.오하윤이 수술실에서 나오자, 환자 가족들과 예전 동료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또한 주변에는 오하윤을 칭찬하는 말이 끊이지 않았다.그 모습을 보면서, 오하윤은 지난 몇 년 동안 해온 모든 노력이 마침내 빛을 발하는 것만 같았다.게다가 해당 질환의 수술이 국내에서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당연히 여러 언론에서도 관심을 보였다.방동석은 오하윤을 카메라 앞으로 데리고 가서 자랑스럽게 소개했다.“이분은 오하윤 선생님이에요. 저희 병원을 대표하는 가장 뛰어난 젊은 의사 선생님 중 한 분이죠!”오하윤이 국내외에서 발표된 이 질환의 최신 연구 성과와 치료법에 대해 막힘없이 설명하고 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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