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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이 끝났으니 저는 이혼할 거예요

계약이 끝났으니 저는 이혼할 거예요

Oleh:  남대두Tamat
Bahasa: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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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3년 동안 오하윤은 두 다리를 못 쓰는 진서우를 지극정성으로 돌봤다. 그러나 진서우는 자신의 다리에 손만 대도, 오랫동안 문밖에 세워 둘 정도로 오하윤을 지독하게 싫어했다. 그러다 다리가 나아서 일어서게 됐을 때, 진서우가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은 다름아닌 공항이었다. 순전히 자신의 첫사랑을 마중 나가기 위해서였다. 오랜 세월의 헌신도 끝내 첫사랑을 이기지는 못했다. 오하윤은 아픈 가슴을 눌러 담고 전화를 걸었다. “계약 끝났어요. 저 이혼할래요.” 그리고 오하윤이 떠난 뒤에야 진서우는 후회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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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b 1

제1화

“연희야, 나 다리 다 나았어. 돌아와. 내가 직접 공항으로 마중 나갈게!”

익숙한 프로필 사진을 본 순간, 기뻐서 눈물까지 글썽이던 오하윤의 웃음은 순식간에 굳어버렸다.

오하윤은 진서우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진서우가 사랑하는 사람은 시종일관 첫사랑 임연희뿐이었기 때문이다.

3년 전, 대학을 졸업한 진서우와 임연희는 서로 다른 길을 택했다.

진서우는 국내에 남아 가업을 이어야 했고, 임연희는 해외로 나가서 자신의 꿈을 좇기로 했다.

두 사람은 그렇게 각자의 길로 갈라섰지만, 진서우는 임연희를 잊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다 얼마 후, 임연희는 갑작스럽게 해외에서 결혼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현실을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한 진서우는 미친 듯이 차를 몰고 공항으로 향했다.

미국으로 날아가서 임연희의 결혼을 뒤엎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공항으로 가던 길에 교통사고가 났다.

그 사고로 인해 두 다리를 쓰지 못하게 되었다. 진서우는 다시는 제 발로 일어설 수 없게 되었다.

그때 오하윤은 레지던트 과정을 밟고 있었다.

오하윤은 담당 교수님을 도와 진서우의 다리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하지만 수술이 끝난 뒤에도, 하늘이 내린 천재라 불리던 진서우는 자신이 장애인이 되었다는 현실을 도무지 받아들이지 못했다.

게다가 여러 악재가 겹친 탓에 진서우의 성격은 점점 더 사납고 예민해졌다.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생겨도 욕을 퍼부었고, 눈앞에 있는 물건을 닥치는 대로 집어던졌다.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들은 그 누구도 감히 진서우의 곁에 다가가려 하지 않았다.

결국 연차가 제일 적은 오하윤이 거의 등을 떠밀리다시피 진서우를 맡게 되었다.

오하윤은 부드럽고 순해 보여서 마치 옆집 여동생 같은 인상을 주었다.

친화력도 타고났는지, 다른 사람보다 몇 배는 더 쉽게 상대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게다가 탄탄한 실력에 꼼꼼하고 인내심 있는 태도까지 갖춘 덕분에, 오하윤은 병원에서 유일하게 진서우의 곁에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얼마 뒤 진서우가 퇴원하자, 진서우 어머니인 배영숙이 오하윤을 찾아왔다.

배영숙은 오하윤에게 10억 원을 건네면서 진서우에게 다가가 달라고 부탁했다.

결혼을 전제로 종일 진서우의 곁을 지켜달라는 조건이었다.

당시 큰 병을 앓고 있던 어머니의 병원비를 마련하느라 애가 탔기에, 오하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오하윤은 병원을 그만두고 3년이라는 시간을 진서우의 곁에서 보냈다.

진서우가 다친 다리 때문에 화를 내고 신경질을 부릴 때마다, 오하윤은 기꺼이 남자의 모든 화를 받아냈다.

상처가 욱신거리는 날이면, 오하윤은 밤새 잠들지 않고 진서우의 다리를 마사지해 주었다.

또 재활 치료를 받다가 진서우가 넘어질 때면, 오하윤은 반사적으로 온몸으로 막아서 진서우를 다치지 않게 받쳐주었다.

그 모습에 사람들은 모두 이상하게 생각했다.

어디서 나타난 어린 여자가 진서우에게 저렇게까지 잘해주는 걸까?

확실한 건 그 이유는 오하윤만이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오하윤의 대학교 등록금과 학비는 전부 진서우의 지원으로 마련되었다.

진서우는 학교 자선재단의 책임자였다. 하지만 오하윤은 진서우가 후원한 수많은 학생 가운데에서도 그리 눈에 띄는 사람은 아니었다.

두 사람 사이는 너무나 멀었다.

그래서 오하윤은 처음부터 진서우에게 아무런 기대도 품지 않았다.

그런데 우연히 두 다리를 다친 진서우와 마주치게 되자, 오하윤은 남자의 곁으로 가서 자신의 모든 것을 기꺼이 바쳤다.

처음에는 오하윤도 아름다운 미래를 상상했다.

이렇게 하루하루 몇 년이고 진서우의 곁을 지키다 보면, 언젠가는 진서우도 자신의 진심을 알아주지 않을까 하고.

하지만 지금 회복했다는 기쁜 소식을 가장 먼저 임연희에게 전하는 진서우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오하윤은 지칠 대로 지쳤다.

결혼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오하윤은 단 한 번도 진서우의 마음에 든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지난 3년 동안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7월 칠석날이 되면, 진서우는 꼬박 하루 종일 자취를 감췄다.

오하윤이 아무리 애타게 찾아도 진서우는 절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나중에서야 오하윤은 그날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칠석날은 진서우와 임연희가 연애를 시작한 기념일이었다.

진서우는 임연희의 곁에 있을 수 없었지만, 여자와 관련된 날짜만큼은 하나하나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게다가 매번 선물까지 준비하는 정성도 보였다.

진서우의 집에는 평소에 늘 잠겨 있는 서재가 하나 있었다.

오하윤은 한번 청소하다가 실수로 그 안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그날 진서우는 오하윤을 문밖으로 내쫓았다. 그로 인해서 여자는 밤새 문밖에서 비를 맞아야 했다.

그 이유가 방 안에 임연희의 사진이 가득했기 때문이라는 걸 그날에야 비로소 깨달았다.

또한 오하윤이 아무리 노력해도, 진서우의 마음을 진심으로 움직일 수 있는 날은 영영 오지 않을 거라는 사실 또한 그때 알게 되었다.

그래도 다행이었다.

이제 진서우의 다리가 나았으니 오하윤의 역할도 이제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진서우가 임연희와 전화를 하며 회복의 기쁨을 나누는 사이, 오하윤 역시 조용히 구석으로 가서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 아까 일어섰어요.”

“제가 해야 할 일도 끝났으니, 이제 그이하고 이혼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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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연희야, 나 다리 다 나았어. 돌아와. 내가 직접 공항으로 마중 나갈게!”익숙한 프로필 사진을 본 순간, 기뻐서 눈물까지 글썽이던 오하윤의 웃음은 순식간에 굳어버렸다.오하윤은 진서우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진서우가 사랑하는 사람은 시종일관 첫사랑 임연희뿐이었기 때문이다.3년 전, 대학을 졸업한 진서우와 임연희는 서로 다른 길을 택했다.진서우는 국내에 남아 가업을 이어야 했고, 임연희는 해외로 나가서 자신의 꿈을 좇기로 했다.두 사람은 그렇게 각자의 길로 갈라섰지만, 진서우는 임연희를 잊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그러다 얼마 후, 임연희는 갑작스럽게 해외에서 결혼했다.그 사실을 알게 된 현실을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한 진서우는 미친 듯이 차를 몰고 공항으로 향했다.미국으로 날아가서 임연희의 결혼을 뒤엎을 생각이었다.하지만 공항으로 가던 길에 교통사고가 났다.그 사고로 인해 두 다리를 쓰지 못하게 되었다. 진서우는 다시는 제 발로 일어설 수 없게 되었다.그때 오하윤은 레지던트 과정을 밟고 있었다.오하윤은 담당 교수님을 도와 진서우의 다리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하지만 수술이 끝난 뒤에도, 하늘이 내린 천재라 불리던 진서우는 자신이 장애인이 되었다는 현실을 도무지 받아들이지 못했다.게다가 여러 악재가 겹친 탓에 진서우의 성격은 점점 더 사납고 예민해졌다.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생겨도 욕을 퍼부었고, 눈앞에 있는 물건을 닥치는 대로 집어던졌다.병원의 의사와 간호사들은 그 누구도 감히 진서우의 곁에 다가가려 하지 않았다.결국 연차가 제일 적은 오하윤이 거의 등을 떠밀리다시피 진서우를 맡게 되었다.오하윤은 부드럽고 순해 보여서 마치 옆집 여동생 같은 인상을 주었다.친화력도 타고났는지, 다른 사람보다 몇 배는 더 쉽게 상대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게다가 탄탄한 실력에 꼼꼼하고 인내심 있는 태도까지 갖춘 덕분에, 오하윤은 병원에서 유일하게 진서우의 곁에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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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진씨 집안은 진서우의 완쾌를 기념하기 위해서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오하윤도 아침 일찍 호텔로 가서 배영숙과 함께 파티 준비를 거들었다.발코니에 선 두 여자는 서로 다른 표정으로 마주 보고 있었다.한참 뒤, 배영숙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하윤아, 정말 이혼할 거니?”“네가 3년 동안 서우를 그렇게 지극정성으로 돌봐줬잖아.”“서우의 다리가 이제야 나았으니, 분명 네가 잘해준 걸 기억하고 있을 거야. 그러니 이제 둘이 잘 살아야지.”“이제 임연희 씨가 돌아올 거예요.”오하윤이 딱 이 한마디를 꺼내자 배영숙의 표정이 달라졌다.놀람에서 걱정으로, 그리고 다시 어쩔 수 없다는 듯한 체념으로 변했다.“휴, 그래. 그럼 네 선택을 존중할게.”결국 배영숙은 말을 바꿨다.그 모습을 본 오하윤의 가슴은 뻥 뚫린 것처럼 공허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오하윤을 붙잡으려 했던 배영숙이, 임연희라는 이름 하나에 그 생각을 포기한 것이다.원래부터 모두 알고 있었던 모양이었다.진서우에게 임연희가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그리고 자신이 3년 동안 진서우를 지극정성으로 돌봤어도, 진서우의 마음속에서는 도우미와 다를 바 없는 존재였다는 것을.“하윤아, 이혼하고 나면 어쩔 생각이니? 어머니도 돌아가시고 이제 너 혼자잖아.”“네가 3년이나 서우를 돌봐주기도 했고, 나는 진작부터 너를 친딸처럼 생각하고 있었어.”“혹시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나한테 말해. 절대 사양하지 말고, 알겠지?”좀처럼 느껴보지 못했던 햇살 같은 따뜻함에 오하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배영숙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3년 전, 오하윤은 배영숙에게서 10억 원을 받았다.그 돈으로 어머니의 병을 치료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하지만 불과 3달 만에 어머니의 병세가 악화되면서 결국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다.오하윤 또한 배영숙에게 받은 돈이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진씨 집안에 남아서 진서우를 계속 돌보기로 했다.그러나 이제는 정말 자신의 앞날을 생각해야 할 때였다.잠시 생각한 뒤 오하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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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진서우는 임연희의 손을 잡고 배영숙 앞으로 다가가서 들뜬 목소리로 소개했다.“어머니, 연희가 돌아왔어요.”배영숙이 미간을 찌푸린 채 연희를 바라봤다.“이미 결혼까지 해놓고 왜 다시 귀국한 거야?”그러자 임연희가 억울한 듯 입술을 삐죽거리더니 곧바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어머니, 예전 일은 전부 제 잘못이에요. 죄송해요.”그 말에 진서우는 안타까움을 참지 못하고 곧장 임연희를 품에 끌어안았다.“어머니, 연희 이혼했어요. 그 남편이라는 인간은 손찌검이나 하는 짐승이었다고요!”“지난 일은 다 지난 일이에요. 저는 신경 안 쓰니까 어머니도 연희한테 뭐라고 하지 마세요.”배영숙도 아들이 임연희를 얼마나 좋아하고 있는지 진작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아들에게 면박까지 당하자 여간 난처한 게 아니었다.이에 배영숙은 소매를 떨치듯 돌아서서 자리를 떠났다.그러자 진서우와 임연희의 시선이 동시에 오하윤에게 향했다.진서우는 오하윤에게 굳이 해명할 생각조차 하지 않은 듯 담담하게 말했다.“연희가 막 귀국해서 들어와서 갈 데가 없어. 먼저 집에 가서 방 좀 치워놔.”여전히 아랫사람을 부리는 듯한 태도였다.너무나 천하태평한 말에 오하윤은 순간 진서우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연희 씨가 우리 신혼집에서 지낸다고?”진서우는 눈썹을 치켜들었다.“당연하지. 그럼 어디로 가?”그 대화가 꽤나 웃겼는지 곁에 있던 진소원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신혼집은 무슨... 진짜 자기가 진씨 집안의 안주인이라도 되는 줄 아나 봐요?”그 한마디에 사방에서 비웃음이 터져 나왔다.오하윤의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처참하기만 했다.3년 전 사고를 당한 뒤, 진서우는 삶의 의욕을 잃고 하루 종일 술에 취해 지냈다.그러던 어느 날 진서우가 살던 집에서 갑자기 불이 났다.오하윤은 망설이지 않고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서 온 힘을 다해 진서우를 업고 빠져나왔다.하지만 오하윤은 그 과정에서 떨어져 나간 조명 기구에 머리를 맞았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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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다음 날 새벽, 날이 밝기도 전에 문을 쿵쿵 두드리는 소리에 오하윤은 잠에서 깼다.“하윤아, 죽 좀 끓여. 연희가 어제 술을 마셔서 속이 안 좋대.”진서우는 다리를 다친 뒤 한동안 몹시 예민해져서,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것을 꺼렸다.그래서 이 집에는 일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고, 진서우 역시 자연스럽게 오하윤을 부려 먹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잠이 덜 깨서 아직 정신이 몽롱한 오하윤은 무의식적으로 거절했다.“싫어.”“뭐?”진서우는 순간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었다.오하윤이 자신에게 거절하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진서우가 되묻자 오하윤의 머리도 그제야 조금씩 맑아졌다.이에 오하윤은 자신의 배를 가리켰다.“나 그날이야. 배가 너무 아파서 찬물 못 만져.”진서우는 오하윤을 위아래로 훑어봤다.그 이유가 과연 말이 되는지 판단하려는 눈빛이었다.잠시 후, 진서우가 한숨을 내쉬었다.“됐어. 내가 데리고 나가서 먹을게.”진서우와 임연희가 집을 나섰을 때, 오하윤은 책상 앞에 앉아서 책을 보고 있었다.곧 해외로 나가서 대학원을 다닐 예정이었기에, 미리 공부를 해 놓으려는 것이었다.그때 임연희가 오하윤의 방으로 찾아오더니 선의인 척 웃으며 말했다.“하윤 씨, 저희 밥 먹으러 나가는데 같이 가요.”오하윤은 거절하지 않았다.임연희가 먼저 입을 연 이상, 진서우가 자신이 거절할 여지를 줄 리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검은색 마이바흐가 차량들 사이를 헤치고 달려서 두 사람의 모교 앞에 멈춰 섰다.차에서 내리자마자 임연희는 친근하게 진서우의 팔짱을 꼈다.“서우야, 정말 오랜만이다. 우리 둘의 추억이 가득한 곳이지!”진서우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한쪽에 어색하게 서 있는 오하윤을 힐끗 바라봤다.“연희가 학교 식당의 닭죽이 먹고 싶대서 온 김에 한번 둘러보려고.”진서우가 평소와 달리 오하윤에게 해명하듯 설명을 덧붙였지만, 돌아온 것은 담담한 끄덕임뿐이었다.“응, 괜찮아. 둘이 즐거우면 됐어.”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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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날이 무더운 데다가 제때 치료하지 못해서, 오하윤의 팔 상처는 곪아서 상태가 악화했다.의사는 입원을 권했고 오하윤도 알겠다며 입원 절차를 밟았다.지난 3년 동안 오하윤은 밤낮없이 진서우의 끼니와 잠자리를 챙겼다.몸이 아무리 불편해도 진서우의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았다.하지만 이제는 달랐다.오하윤은 그저 자신을 위해 살아보고 싶었다.오하윤은 휴대폰을 꺼버린 뒤 병실에 머물며 상처를 치료하는 한편, 책을 펼쳐 들었다.분주하게 오가는 의사들을 바라보는 오하윤의 마음에는 동경심이 가득했다.한때 오하윤의 꿈은 사람들의 병을 고치고 생명을 살리는 좋은 의사가 되는 것이었다.하지만 배영숙과 맺은 계약 때문에 그 꿈을 포기해야만 했다.이제 다시 학교로 돌아가 공부할 기회가 생겼고, 오하윤은 그저 조금이라도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었다.그래야 하루라도 빨리 현장으로 돌아가서, 끝내 이루지 못했던 자신의 꿈을 완성할 수 있을 테니까.퇴원을 앞둔 어느 날, 오하윤은 병원에서 진소원과 마주쳤다.진소원은 친구가 진료 예약이 있어 함께 병원에 온 참이었다.오하윤을 보자마자 진소원은 잔뜩 화가 난 얼굴로 다가왔다.“여기서 도대체 뭐 하는 거예요? 일부러 잠적한 거예요? 요 며칠 집안이 아주 뒤집어졌어요. 오빠가 시골뜨기 새언니 찾는다고 사방을 다 돌아다녔다고요!”“나를 왜 찾아요?”오하윤은 이해할 수 없었다.‘내가 입원해 있는 게 오히려 잘된 일 아닌가?’진서우와 임연희가 둘만의 시간을 넉넉하게 보낼 수 있도록 자리를 비워준 셈이었으니까.이에 진소원은 짜증스럽다는 듯 머리를 한 번 긁었다.“설명하기도 귀찮아요. 직접 돌아가서 보면 알게 될 거예요!”말을 마친 진소원은 오하윤의 상처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고 그대로 병원에서 끌고 나왔다.그리고 강제로 집까지 데려갔다.집 대문을 들어서는 순간, 오하윤은 뭔가 달라졌다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푸르게 우거져 있던 정원은 온통 시들어 있었다.집 안 역시 엉망진창이었다.문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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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30일의 이혼 숙려기간은 빠르게 지나갔다.오하윤은 이미 출국 티켓을 예약해 두고 마지막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오늘은 모든 짐을 상자에 담아서 먼저 해외로 부칠 생각이었다.상자를 안고 방을 나서던 오하윤은, 마침 집 안으로 급하게 들어오던 임연희와 진소원을 정면으로 마주쳤다.그러자 상자 속에 들어 있던 물건들이 바닥에 와르르 쏟아졌다.오하윤은 황급히 물건들을 주워 담았지만, 결국 임연희와 진소원의 눈을 피하지 못했다.“이렇게 많은 걸 챙겨서 뭐 하려고요?”진소원이 묻자 오하윤은 적당한 핑계를 둘러댔다.“다 안 쓰는 물건이라서 보육원에 기부하려고요.”이에 진소원이 코웃음을 쳤다.“이런 고물들을 보육원에 기부한다고요? 보육원 애들도 참 난처하겠네요.”오하윤은 진소원의 도발에 대꾸하지 않고 상자를 다시 담아서 그대로 나가려 했다.“잠깐만요.”임연희가 오하윤을 불러 세우고는 상자 안에서 팔찌 하나를 꺼냈다.“이거 꽤 예뻐 보이는데요? 제가 가질게요.”그 순간 오하윤의 시선이 임연희의 손으로 향하더니, 다급하게 여자의 손에서 팔찌를 다시 빼앗았다.“안 돼요. 잘못 넣은 거예요. 이건 기부 안 해요. 제가 가지고 있을 거예요.”그 팔찌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오하윤에게 남긴 마지막 물건이었다.그랬기에 오하윤은 그동안 소중하게 간직해 왔다.그런데 하필 오늘 임연희의 눈에 띄고 말았다.“안 되긴 뭐가 안 돼요? 팔찌 하나 가지고.”진소원이 비아냥거리며 말했다.“연희 언니가 마음에 들어 하는 게 어쩌면 본인한테도 좋아요. 얼른 줘요. 그 궁상맞은 꼴 좀 그만 보이고요.”진소원은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오하윤을 몰아세웠다.“안 된다면 안 되는 거죠! 내 물건을 내가 왜 줘야 하죠?”가슴속에 쌓였던 울분이 한꺼번에 치밀어 올랐는지, 오하윤은 얼굴을 붉히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진소원이 순간 멍해졌다.‘감히 나한테 소리를 지른 거야?’진소원은 오하윤이 본인이 대체 뭐라도 되는 줄 안다고 생각했는지 어이가 없었다.진소원이 막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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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그 소동 때문에 오하윤은 팔찌를 택배로 부쳐 보내는 게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늘 몸에 지니고 다니는 가방 안에 넣어 두고 나중에 직접 가져가기로 했다.이날 오하윤은 배영숙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집에 와서 함께 식사하자는 것이었다.배영숙은 한 가족으로서 함께하는 마지막 식사가 될지도 모른다며 간곡하게 말했다.그 말에 오하윤도 마음이 움직여서 승낙했다.본가 저택에 도착했을 때, 진서우는 이미 임연희와 함께 오하윤이 평소 앉던 자리에 앉아 있었다.오하윤은 두 사람의 시선을 피해서 다른 자리에 앉았다.식사하는 동안 진서우는 임연희를 세심하게 챙겼지만, 오하윤은 아무 표정도 드러내지 않았다. 마치 모래를 씹는 것처럼 입안의 음식이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배영숙은 그 모습을 보며 마음이 쓰였지만, 그렇다고 아들을 직접 나무랄 수도 없었다.식사를 마친 뒤 오하윤은 배영숙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집을 막 나섰다. 그때 정원에서 진서우와 진소원, 임연희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서우야, 그런데 이 팔찌 재미있어. 단단해서 호두도 바로 깰 수 있겠어. 대체 무슨 재질로 만든 건지 모르겠네.”“무슨 재질인지는 상관없잖아요. 어차피 별로 값나가는 물건도 아니고요. 새언니처럼 그렇게 궁상맞은 사람이 무슨 좋은 물건을 가지고 있겠어요!”진소원도 따라 웃었다.짧은 몇 마디였지만 오하윤은 피가 거꾸로 솟는 듯했다.오하윤은 화가 치민 채 성큼성큼 걸어갔다.그리고 확실히 임연희의 손목에 그 팔찌가 채워져 있는 것이 보였다.팔찌에는 이미 얼룩덜룩한 상처가 적지 않게 나 있는 것으로 보니, 정말로 호두를 깨는 데 사용한 모양이었다.오하윤의 눈에는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 화가 머리끝까지 났는지 얼굴까지 붉게 달아올랐다. 가슴은 쿵쿵 뛴데다가 숨소리가 들릴 만큼 호흡도 가빠졌다.“내 팔찌 훔쳐서 임연희한테 준 거야?”진서우는 그 말을 듣자 못마땅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훔치다니? 무슨 소리야? 연희가 이틀 정도 빌려서 차고 싶다고 했을 뿐이야. 며칠 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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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진서우는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저도 모르게 창가로 걸어갔다.어두운 정원에 희미한 불빛이 드리워져 있었다.그 아래에서 왜소한 사람 하나가 무릎을 꿇은 채, 팔찌 조각을 하나씩 찾아 헤매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순간 진서우의 가슴 한구석이 뭔가에 찔린 듯 아파왔다. 갑자기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저 팔찌에 저렇게까지 집착하는 걸 보면...정말 하윤이 어머니가 남긴 유품인 걸까?’진서우는 손에 두른 수건을 내던지고 막 아래층으로 내려가려고 했다.그때 임연희와 진소원이 마주 걸어 나왔다.“오빠, 설마 새언니 찾으러 가려는 건 아니지? 내 말 들어. 지금 관심 끌려고 일부러 연기하는 거야. 절대 속으면 안 돼!”임연희도 불안한 듯 고개를 푹 숙였다.“서우야, 그날 하윤 씨가 자기 입으로 필요 없는 물건이라고 했잖아. 그래서 내가 한번 가지고 놀아도 되냐고 물어본 것뿐이야.”“다 내 잘못이야. 괜히 하윤 씨 마음만 상하게 했어.”그 말을 듣자 진서우는 그제야 퍼뜩 정신이 들었다.‘그래. 자기가 직접 필요 없는 물건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연희가 갖고 싶다고 하니까 갑자기 말을 바꾼 거고.’‘이게 연희를 일부러 겨냥한 게 아니면 대체 뭐야?’그래서 지금 정원에서 일부러 불쌍한 척하는 모습을 자신에게 보이려는 모양이었다.‘지금 내려가면 오하윤의 버릇만 더 나빠질 거야.’그렇게 생각한 진서우는 결국 오하윤을 찾아 내려가려던 마음을 접었다.하늘이 다시 밝아올 무렵에야 오하윤은 정원 곳곳에 흩어진 팔찌 조각을 모두 찾아냈다.밤새도록 비를 맞은 탓에, 머리는 무거웠고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정신까지 몽롱했다.하지만 오하윤은 쉴 엄두도 내지 못했다.이제 곧 이곳을 떠날 예정이었고, 그 전에 반드시 팔찌를 원래대로 복원해야 했다.그러지 않으면 오하윤은 평생 후회할 것만 같았다.오하윤은 여러 곳을 돌아다닌 끝에, 마침내 이 도시에서 가장 큰 주얼리 경매장에서 팔찌를 복원할 수 있는 장인을 찾아냈다.오하윤은 너무 기쁜 나머지 말도 제대로 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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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오하윤은 주얼리 경매장 직원의 도움을 받아 병원으로 옮겨졌다.그런데 공교롭게도 그곳은 오하윤이 예전에 일했던 병원이었다.다리를 다친 오하윤은 예전 진서우와 마찬가지로 정형외과에서 진료받게 되었고, 그곳에서 자신의 스승인 방동석 교수와 마주쳤다.상처를 처치하고 붕대를 감은 뒤, 방동석이 걱정스럽게 물었다.“좀 어때? 아직도 아파? 남편은? 네가 입원했는데도 왜 곁에 있어 주지 않는 거야?”오하윤은 어색하게 웃었다.“괜찮아요, 교수님. 저 혼자서도 잘 챙길 수 있어요.”방동석은 그 말을 듣자마자 곧바로 상황을 알아차렸다.재벌가에 시집갔다고 하면 겉으로는 화려해 보여도, 그 안에서 어떤 고생을 하는지는 당사자만 아는 법이었다.방동석은 오하윤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다.“괜찮아. 정 안 되면 다시 병원으로 돌아와. 난 언제든 널 환영해.”그 말에 오하윤의 마음이 따뜻해졌다.“감사드려요, 교수님. 제가 손을 놓은 지 너무 오래됐거든요. 다시 공부를 시작해서 실력을 되찾고 나면 꼭 돌아올게요.”방동석은 그 말을 듣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니 정말 다행이구나! 의사라는 직업은 끊임없이 전공 실력을 갈고 닦아야 하는 법이야.”그러다 방동석이 문득 한마디를 덧붙였다.“참, 너는 모르고 있겠구나. 네 어머니가 그때 앓았던 병 말이야. 지금은 치료 방법이 나왔어.”“하아, 네 어머니가 몇 년만 더 버티셨다면, 지금 이렇게 혼자 남지는 않았을 텐데.”그 말을 들은 오하윤은 순간 굳어버렸다.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입을 열었다.“교수님, 그럼 그때의 의료 수준으로는 저희 어머니 병을 치료할 수 없었다는 말씀이세요?”“그래. 내가 그때 말했잖아. 발병하고 세상을 떠나기까지 길어야 3달이라고.”“아, 이제 생각났다.”방동석이 뭔가 떠올랐다는 듯이 말했다.“내가 너한테 말했던 건 아니었어. 다른 여자분한테 이야기했어.”“그분이 네 가족이라고 하면서, 네가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할까 봐 조금 완곡하게 전하고 싶다고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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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아침, 텅 빈 저택에서 눈을 뜬 진서우는 어쩐지 멍한 기분이 들었다.오하윤을 못 본 지 얼마나 됐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지난번 병원에서 마주친 뒤로 오하윤이라는 사람이 마치 진서우의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린 것만 같았다.자리에서 일어난 진서우는 드레스룸에 입었던 옷들이 잔뜩 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주방에는 며칠째 치우지 않은 배달 음식 용기까지 그대로 놓여 있었다.진서우는 갑자기 짜증이 치밀었다.‘또 가출하는 거로 반항하는 거야? 설마 지난번처럼 내가 또 마음이 약해질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한동안 내버려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임연희를 계단에서 밀어버렸으니, 이에 따른 대가는 반드시 치러야 한다는 걸 깨닫게 하고 싶었다.진서우는 그렇게 생각하며 속에서 치미는 짜증을 애써 억눌렀다.그리고 차를 몰아 임연희를 태우고 함께 쇼핑을 나갔다.임연희는 쇼핑 욕심이 무척 강했다.진서우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임연희를 따라다녔고, 그러다 보니 두 다리가 은근히 쑤셔오기 시작했다.차 안에서 임연희가 친근하게 진서우의 팔에 팔짱을 끼며 넌지시 말했다.“서우야, 오늘 밤은 우리 집에서 자고 갈래?”몇 년 동안 밤낮으로 그리워했던 얼굴과 머릿속으로 상상만 했던 것들이 일어났다. 임연희가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지야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진서우는 잠시 망설였다.그런데 이상하게도 오늘 밤만큼은 문득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어쩌면 오하윤이 자기 잘못을 깨닫고 오늘 밤에 돌아올지도 몰랐다.그렇다면 자신도 집에 돌아가서, 오하윤을 다시 제대로 타일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렇게 생각한 진서우는 임연희의 제안을 거절하고 혼자 차를 몰아 집으로 돌아왔다.저택은 진서우가 나가기 전과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하지만 두 다리는 아까보다 훨씬 더 심하게 욱신거렸다.진서우는 소파에 몸을 눕히고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참았다.예전 같았으면 이 시간이면 오하윤이 벌써 달려와서, 다리에 온찜질을 해주고 정성껏 주물러주었을 것이다.‘그런데 이번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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