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1 - Chapitre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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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온달이 되자 평강공주가 나타났다

* 눈을 떠보니 바보라고?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지독한 만성 피로와 독서실 특유의 탁한 공기 대신, 코끝을 찔러오는 것은 지독한 흙냄새와 진한 짚 풀 냄새였다.강진우는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사방이 트인 모니터와 겹겹이 쌓인 논문 더미는 보이지 않았다.대신 보이는 것은 흙으로 대충 덧칠한 벽과 구멍이 숭숭 뚫린 창창한 창문, 그리고 다 쓰러져가는 짚신 몇 겨루 뿐이었다.'여기가 도대체 어디지? 내가 밤샘 연구를 하다가 드디어 환각을 보는 건가?'진우는 차가운 세숫물이 담긴 목기와 바가지 앞으로 다가갔다. 물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그는 억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굳어 버렸다.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란 거친 턱선, 굵직한 골격, 그리고 현대의 세련된 체구와는 차원이 다른 무지막지한 덩치의 사내가 거울 같은 물그림자 속에서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온달아, 잘 잤느냐? 날이 밝았으니 오늘도 산에 올라 땔감을 주워 와야 하지 않겠느냐?"구석에서 눈이 어두운 노파가 더듬거리며 베개를 거두었다. 노파의 입에서 나온 그 이름에 진우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온달? 온달이라고? 설마 삼국시대 고구려의 그 바보 온달이란 말인가?'머릿속에서 일제히 벼락이 쳤다. 진우는 차가운 물로 얼굴을 몇 번이고 씻어내 보았지만, 이 얼토당토않은 현실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그는 카이스트에서 유기화학과 물리공학을 복수 전공하며 밤낮없이 실험실을 구르던 명문대 대학원생이었다. 석사 학위 논문 패스를 불과 석 달 앞두고 밤샘 실험을 하던 중 정신을 잃었을 뿐인데, 눈을 떠보니 고구려의 전설적인 인물인 ‘바보 온달’의 몸이 되어버린 것이었다."어머니, 혹시 오늘이 몇 년입니까? 아니, 지금 왕위에 계신 임금이 누구이십니까?"진우의 허둥지둥한 물음에 노파는 혀를 차며 나지막이 한숨을 쉬었다."에휴, 또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구나. 평원왕 전하께서 나라를 다스리신 지가 언젠데 그런 걸 묻느냐? 불쌍한 내 자식, 머리가 아파서 또 이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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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의 문이 열리고, 눈이 부실 정도로 고귀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지닌 여인이 내려섰다. 얇은 비단 옷을 휘날리며 허리를 곧게 편 여인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마을 사람들에게 다가와 물었다."혹시 이 마을에 온달이라 불리는 사내의 집이 어디에 있습니까?"마을 사람들이 손가락으로 산기슭 끝자락에 있는 허름한 흙집을 가리켰다. 공주의 시선이 산기슭 위에 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덩치 큰 사내, 즉 강진우에게로 향했다.바람이 불어와 공주의 비단 옷자락을 흔들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공중에서 지독하게 얽혀 들었다.'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역사적 운명의 톱니바퀴가 돌아가기 시작했다.'진우는 침을 꿀꺽 삼키며 굳건한 표정으로 공주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공주님과 바보의 기묘한 동거마을 어귀를 메운 흙먼지 사이로 고요함이 내려앉았다.화려한 비단옷을 펄럭이며 걸어오는 여인의 걸음걸이는 거친 흙길 위에서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궁궐에서 자란 이 특유의 기품은 짚신을 신은 마을 사람들의 초라한 차림새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었다.진우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떴다. 손끝으로 느껴지는 산지게의 거친 나무 감촉과 코끝을 스치는 진흙 냄새가 이것이 꿈이 아님을 실시간으로 증명하고 있었다.'진짜 평강공주다. 삼국사기 온달전에 나오던 그 공주가 내 눈앞에 서 있다.'공주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진우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먼 길을 걸어온 듯 비단 옷자락 끝에는 흙먼지가 묻어 있었고, 여린 얼굴에는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진우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그 눈빛만큼은 밤하늘의 창공처럼 투명하고 흔들림이 없었다."네가 온달이냐?"맑고 차분한 목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 진우는 허리를 곧게 펴고 공주를 내려다보았다. 현대 대학원생 시절, 밤샘 학회 발표와 까탈스러운 지도교수의 압박 질문 앞에서도 떨지 않았던 배짱이 요동치기 시작했다."그 그렇습니다만... 공주님께서 이런 누추한 곳에는 어쩐 일이십니까?"진우의 입에서 나온 말에 마을 사람들은 입을 벌린 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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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나는 아바마마께서 어릴 적부터 '너는 자라면 온달에게 시집 보내겠다' 하신 말씀을 잊지 않았다. 국왕의 말은 한 입으로 두말할 수 없는 법. 아바마마께서 나를 상부 고씨 가문으로 시집보내려 하시기에, 나는 맹세를 지키고자 궁을 나왔다. 나는 너의 아내가 될 것이다."진우는 머리를 긁적였다. 현대인의 관점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지독한 고집이었지만, 동시에 엄청난 배짱이었다. 권력의 중심인 궁궐과 공주의 신분을 던져버리고 스스로 야인(野人)의 삶을 선택한 여인. 진우의 마음 한구석에서 깊은 울림이 일었다.'대단한 여자다. 단순한 철부지 공주가 아니야. 자기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려는 강한 의지를 가졌어.'하지만 현실은 현실이었다."좋습니다. 그렇다면 몇 가지 조건을 걸겠습니다. 첫째, 품속의 금은 절대로 함부로 시장에 풀지 않습니다. 갑작스러운 대량의 금 유입은 지역 경제의 화폐 가치를 폭락시키고 타깃이 되기 쉽습니다. 자금은 아주 조금씩, 필요한 자재를 구입할 때만 환전하여 사용할 겁니다.""화... 화폐 가치? 환전?"공주는 눈을 번뜩이며 온달을 주시했다. 도대체 이 사내가 쓰는 언어는 어느 나라의 언어란 말인가? 하지만 그 어조에는 이상할 정도로 듣는 이를 설득하는 논리와 힘이 실려 있었다."둘째, 이 집의 열효율과 위생 상태가 최악입니다. 당장 내일부터 주거 환경 개선 공사에 들어갈 겁니다. 온돌 구조를 재설계하고 배수 시설을 확충해야 합니다. 공주님께서도 놀고 계실 수는 없습니다. 노동의 효율적인 분업이 필요합니다.""노동의 분업...?""예. 저는 토목과 기술 개량을 담당할 테니, 공주님께서는 노모 봉양과 가사 노동의 시스템화를 맡아주셔야겠습니다. 의식주가 해결되어야 다음 단계인 부국강병이든 영지 개발이든 할 것 아닙니까?"평강공주는 순간 멍하니 진우를 바라보다가, 이내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은 마치 봄날의 꽃봉오리가 터지는 것처럼 화사하고 아름다웠다."마을 사람들은 너를 세상에 둘도 없는 바보라 부르더구나. 허나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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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서 자재를 정리하고 있을 때, 흙구덩이 집의 방문이 열리며 평강공주가 나왔다. 비단옷 대신 노모가 건네준 초라한 베옷을 입고 있었지만, 여전히 그녀의 눈빛은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고 있었다."이른 아침부터 무엇을 그리 바쁘게 움직이느냐?"공주가 다가오며 물었다. 진우는 상의를 벗어 던지고 땀을 닦으며 대답했다."집을 다시 짓는 중입니다. 정확히는 온돌과 배수 시스템을 개량하는 것입니다.""온돌과... 배수?"공주는 진우가 마당 한구석에 깔아놓은 납작한 돌들과 황토 반죽을 유심히 바라보았다."아궁이의 불길이 들어가는 길을 경사지게 만들고, 연기가 빠져나가는 굴뚝의 높이를 두 배로 높일 겁니다. 열의 대류 현상을 이용하면 적은 땔감으로도 방 전체를 하루 종일 따뜻하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진우는 나뭇가지로 바닥에 대류 현상과 열전도 기작을 간단하게 그려 보였다. 공주는 진우의 설명에 입을 살짝 벌린 채 집중했다.'이 사내는 정말 바보가 아니다. 아니, 바보는커녕 궁궐의 그 어떤 조정 관리나 건축 장인보다도 해박하고 치밀하다. 도대체 이런 지식을 어디서 배운 것일까?'공주는 진우에게 가까이 다가앉으며 말했다."나도 돕겠다. 무엇을 하면 되겠느냐?""공주님께서 진흙을 갰다간 고운 손이 다 망가집니다. 저쪽에 있는 노모를 도와 아침 식사를 준비해 주십시오.""아니다. 나는 더 이상 궁궐의 귀한 공주가 아니다. 너의 아내로서, 이 집의 사람으로서 내 몫을 할 것이다. 진흙을 개는 일이든 돌을 나르는 일이든 가리지 않겠다."공주는 소매를 야무지게 걷어붙였다. 백옥 같은 팔뚝이 드러났다. 진우는 단호한 공주의 눈빛을 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고집이 보통이 아니시군요. 좋습니다. 그렇다면 황토와 짚을 일정한 비율로 섞어 반죽을 만들어 주십시오. 짚의 섬유질이 황토의 균열을 막아주는 단열재 역할을 할 겁니다."두 사람은 마당에 둘러앉아 본격적인 공사에 착수했다. 공주는 황토에 물을 붓고 짚을 넣어 손으로 치대기 시작했다. 고귀한 왕족의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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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온달이 되자 평강공주가 나타났다

지렛대의 원리를 적용한 관절 꺾기였다. 적은 힘으로도 인체의 약점에 정확한 충격을 가하는 테크닉이었다."으아아악!"건달이 손목이 꺾이는 비명을 지르며 몽둥이를 놓쳤다. 진우는 건달의 팔을 잡고 그대로 회전하며 맹배 쪽으로 내던졌다.쿵!100kg에 육박하는 성인 남성이 공중을 날아가 맹배와 충돌했다. 두 사람은 흙바닥을 구르며 비명을 질렀다.나머지 건달 한 명이 당황하여 칼을 꺼내 들었다."이, 이 미친 바보 놈이!"건달이 조잡한 철제 단도를 들고 진우의 배를 향해 질렀다.진우는 냉정했다. 칼날이 다가오는 순간, 마당 옆에 세워두었던 개량형 지게의 나무 프레임을 쳐올렸다. 지게의 끝부분이 건달의 턱을 정확하게 가격했다.투각!"컥!"건달은 혀를 깨물며 뇌진탕으로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단 1분도 되지 않아 건달 둘이 바닥에 나뒹굴었다.흙바닥에 쓰러져 있던 맹배는 공포에 질린 눈으로 진우를 올려다보았다. 자신이 알던 싱글벙글 웃으며 마을 아이들에게 돌을 맞던 바보 온달이 아니었다. 진우의 눈빛은 마치 야생의 거대한 범이나 장수의 그것처럼 서슬 퍼런 살기를 띠고 있었다.진우는 천천히 맹배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맹배가 떨군 철제 단도를 집어 들었다.진우는 단도를 손에 쥐고 악력을 가했다. 순간 온달의 타고난 괴력이 펼쳐졌다.오도독!조잡한 재질의 철단도가 진우의 악력에 의해 활처럼 휘어지며 구부러져 버렸다."히, 히익!"맹배는 바지가 젖어드는 것을 느꼈다. 철을 손으로 구부리는 괴물이라니!진우는 휘어진 단도를 맹배의 코앞에 던져버렸다."다음에 또 내 집을 찾아오거나, 공주님에게 불경한 태도를 보인다면... 그땐 이 단도처럼 너희들의 뼈를 접어놓겠다. 알아들었습니까?""아, 알아들었습니다! 살려주십시오! 다시는 오지 않겠습니다!"맹배는 기절한 패거리들을 질질 끌다시피 하며 비틀거리며 마을 밖으로 도망쳤다.마을 어귀에서 이 광경을 몰래 숨어보던 주민들은 충격으로 말을 잊지 못했다."봤는가? 온달 저 놈이 맹배 패거리를 단숨에 제압했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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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량 혁명과 첫 수확  아침 햇살이 새롭게 보수한 구들장 너머로 따스하게 비쳐 들었다. 강진우는 마당으로 나와 주변 토양의 질을 살폈다. 산골짜기 부락의 논밭은 치명적인 단점을 안고 있었다. 인근 개울에서 물을 대는 수로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가뭄이 들면 토양이 금세 갈라졌고, 흙 속에 수분과 영양분이 머무르는 시간이 너무 짧았다.  '조선시대나 고구려나 농업 생산성의 핵심은 수자원 관리와 토양 개량이다. 지렛대와 수력 기학을 활용하면 이 부락 전체의 수확량을 최소 두 배 이상 늘릴 수 있다.' 진우는 곧바로 나뭇가지를 들고 흙바닥에 수차(水車)와 도랑의 배치도를 그렸다. 흐르는 계곡물의 운동 에너지를 회전 에너지로 바꾸어 낮은 곳의 물을 높은 논밭으로 퍼 올리는 무동력 수력 양수기 구조였다.  그때 방에서 나온 평강공주가 진우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녀의 손에는 진우가 어제 정리해 둔 금 장신구 중 아주 작은 조각 하나가 들려 있었다. "온달아, 날이 밝았으니 이것을 저잣거리에 내다 팔아 식량과 농기구를 사 오려 한다. 네가 말한 대로 소량만 환전하여 마을 사람들의 의심을 사지 않도록 하겠다."  진우는 공주의 기민한 판단력에 미소를 지었다. "좋은 생각입니다. 하지만 곡식을 사 오는 것은 임시방편일 뿐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식량을 생산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공주는 진우가 바닥에 그려놓은 물레방아 형상의 도면을 내려다보았다.  "이 기괴한 바퀴는 무엇이냐?"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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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이 아닙니다. 유체역학과 위치 에너지를 활용한 단순한 기계일 뿐입니다." 진우는 허리를 펴며 땀을 훔쳤다. "이제 이 수차를 이용해 퇴비와 뼛가루를 섞은 질소 질 토양에 물을 대면, 이 부락의 곡물 생산량은 예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폭증할 것입니다." 공주는 물길 옆에 서 있는 진우를 깊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뚝딱거리는 손재주 수준이 아니었다. 이 사내가 가진 지식은 한 부락을 넘어서 나라 전체의 기근을 해결할 수 있는 가공할 만한 힘을 품고 있었다.  '아바마마께서는 이 자를 단지 바보라 여기셨으나, 이 자야말로 고구려를 구원할 하늘이 내린 천재다.' 공주는 진우에게 다가가 그의 손을 꼭 쥐었다. "온달아, 네 지혜는 참으로 경이롭다. 나 또한 너에게 배워 이 부락의 모든 물자와 식량을 치밀하게 관리하는 집사가 되겠다." "공주님께서 장부를 맡아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든든합니다."  진우와 평강공주는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나누었다. 두 사람 사이의 신뢰는 단순한 남녀의 정을 넘어, 시대를 바꾸고자 하는 강렬한 동반자적 유대로 단단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부락에 일어난 이 기적 같은 변화는 이웃 고을을 다스리는 권력자의 귀에까지 들어가기 시작했다. 계곡 너머 언덕에서, 비단 옷을 입은 귀족의 수하가 수차가 돌아가는 광경을 차가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 외부의 위기와 역발상  수차가 물살을 가르며 거대한 바퀴를 돌릴 때마다 언덕 위 논밭으로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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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진우의 옆에 서 있던 평강공주가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베옷을 입고 있었으나 그 여인의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엄은 말 위에 탄 목만철을 압도하고도 남았다. "수세관은 들으라." 공주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마당을 울렸다.  목만철은 공주의 얼굴을 자세히 확인하는 순간, 덜컥 가슴이 내려앉았다. 비록 궁을 나왔다고는 하나, 조정에 소문이 자자하던 평원왕의 친딸, 평강공주의 용모와 완벽히 일치했기 때문이다. "공, 공주 마마...?" 목만철이 당황하여 말에서 허둥지둥 내렸다. 아무리 쫓겨난 공주라 해도 왕족의 피를 타고난 자였다. 함부로 대했다가 훗날 왕실의 분노를 사면 목이 달아날 수도 있었다. "그대는 태대형 고승의 수하라 하였느냐? 국왕 전하께서는 일찍이 농업을 장려하고 백성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자에게 포상을 내리라 교서를 내리셨다. 온달 님이 만든 이 수차는 고구려 전체 농가를 부강하게 만들 위대한 기술이다. 그대가 이를 몰수하거나 파괴한다면, 이는 국왕 전하의 교서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반역이 될 터인데, 감당할 수 있겠느냐?"  공주의 서서히 조여오는 압박에 목만철은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진우는 이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협상의 카드를 던졌다. "수세관 나리. 무작정 철거하려 하지 마시고, 이 수차의 제작 도면과 원리를 고승 나리께 전달해 드리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고승 나리의 영지 전체에 이 수차를 보급한다면, 나리께서는 조정으로부터 엄청난 치적을 인정받게 될 것입니다."  목만철의 눈빛이 흔들렸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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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꽃 속의 철기 혁명  이른 아침의 서늘한 공기가 마당에 깔려 있었다. 강진우는 산자락 끝에 위치한 작업터에 도면을 펼쳤다. 가평 현의 수세관 목만철과 약조한 기술 교환 날짜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었지만, 진우의 목적은 단순히 관아에 보여주기 위한 1세대 수차에 머물지 않았다. 진정한 부국강병과 영지 개혁을 위해서는 무기와 농기구의 질을 결정짓는 핵심 자원, 즉 고품질의 철을 제련할 수 있어야 했다. '고구려의 전통적인 제련 방식으로는 용광로 내부 온도를 섭씨 1,200도 이상 올리기 어렵다. 그 결과 강철이 아닌 불순물이 섞인 연철이나 주철 수준에 그치게 되지. 온도를 1,500도 이상으로 끌어올리려면 수력 풀무와 탄소 함량을 조절할 고풍로가 필수적이다.'  진우는 수차에서 나오는 회전 운동 에너지를 선형 운동으로 전환하는 피스톤식 수력 풀무 설계도를 그려 나갔다.  평강공주가 따뜻한 차가 담긴 토기를 들고 진우의 곁으로 걸어왔다. 그녀의 시선이 바닥에 정교하게 그려진 용광로 구조도에 머물렀다. "온달아, 차를 좀 마시려느냐? 아침부터 쉬지도 않고 무엇을 그리 치밀하게 구상하고 있느냐?"  진우는 차를 받아 마시며 고개를 들었다. "철을 단단하게 만들 제련로입니다. 수세관에게 수차 도면을 내주는 대신 받아오기로 한 철재를 활용하려면, 이 고풍로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고풍로? 궁궐의 대장간에서도 철을 제련하는 가마가 있다만, 네가 그린 것은 모양이 사뭇 다르구나. 공기를 불어 넣는 입구가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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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온달이 되자 평강공주가 나타났다

화아아아악! 가마 내부의 붉은 불꽃이 순간 황금빛으로 변하며 미친 듯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주위의 공기가 순식간에 뜨겁게 달아올랐다. 가마 내부의 온도가 진우가 계산했던 1,500도 한계선을 돌파하고 있었다. "온도가 올라간다! 수력 풀무가 정상 작동하고 있어!" 진우는 붉은 화염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용광로 하단의 융출구를 열자, 주황색 빛을 발하는 붉은 쇳물이 마치 물처럼 거침없이 흘러나왔다. 불순물이 완벽하게 제거된 순도 높은 고구려의 강철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지켜보던 공주와 마을 주민들은 입을 벌린 채 그 장엄한 광경을 바라보았다. 밤하늘을 밝히는 황금빛 쇳물은 마치 신화 속 한 장면 같았다.  "이것이... 이것이 정녕 우리가 만든 철이란 말이냐?" 공주는 뜨거운 열기 속에서 땀을 펄펄 흘리며 웃고 있는 진우에게 다가갔다. 진우의 얼굴은 그을음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지만, 그 눈빛만큼은 불꽃보다 더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공주는 자신의 비단 손수건을 꺼내 진우의 얼굴에 묻은 그을음을 살며시 닦아주었다.  "온달아, 너는 정녕 하늘이 이 고구려에 내린 보배로구나. 이 철로 무기와 농기구를 만든다면, 그 어떤 적도 우리를 위협하지 못할 것이다." 진우는 자신을 바라보는 공주의 따스한 눈동자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은은한 쇳빛 조명 아래 서 있는 공주의 모습은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웠다. "이 철은 시작일 뿐입니다, 공주님. 제가 만든 강철로 공주님의 나라를, 그리고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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