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은 여전히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불과 몇 초 전만 해도 나는 배 위에 손을 얹은 채 죽음의 문턱에 서 있었고, 제나의 파란 눈동자는 칼날 아래서 나를 끌어당겨 구원해 내기라도 하려는 듯 내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알파 디미트리의 목소리가 모든 소음을 가르고 울려 퍼졌다.그리고 지금, 경비병들은 나를 놓아주었다.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두 팔이 기묘할 정도로 가볍게 느껴졌다. 무릎이 꺾이려 했지만, 억지로 힘을 주어 버텨냈다. 나는 여전히 숨을 쉬고 있었고, 여전히 두 발로 서 있었다. 목숨이 끊어졌어야 마땅했으나 살아남은 이 여자를 두고 어찌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군중은 웅성거리며 동요하고 있었다.그때 제나가 달려왔다.방금 전까지 자신을 억누르던 경비병들을 밀쳐내고, 미안하다는 기색 하나 없이 사람들을 헤치며 달려왔다. 몇 초 만에 내게 다다른 그녀는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나를 세차게 끌어안았다. 그녀의 심장이 내 심장에 맞닿아 거세게 요동쳤다. 전장에서 피해를 확인하는 전사처럼, 그녀의 손길이 내 어깨와 팔, 얼굴 위를 다급히 훑어 내렸다.“다친 데는 없어?” 말들이 서로 뒤엉키며 쏟아져 나왔다. “그자들이 손대진 않았고? 괜찮아? 레— 스칼렛— 씨발, 정말 괜찮은 거야?”웃음이 비어져 나왔는데, 그 소리에 스스로도 놀랄 지경이었다. 갈라지고 떨리는 목소리였다. “나 여기 있어.” 그녀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속삭였다. “나 아직 살아 있어.”그녀는 내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쥐며 간신히 시선이 마주칠 만큼 몸을 물렸다. 파란 눈동자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고, 턱은 굳게 다물려 있었다. 그 소중한 찰나의 순간 동안, 우리는 그저 서로를 빤히 바라보았다. 성문을 넘은 뒤로 벌어진 모든 일들이 말없이 둘 사이를 스쳐 지나갔다. 부식성 세제, 강제된 결별, 지하 감옥, 그리고 이 광장까지. 그 모든 것들이. 그녀는 이 세상에 내게 남은 유일하게 변치 않는 존재였고, 여전히 내 곁에 있었다.우리가 누릴 수 있었던 시
Last Updated : 2026-09-0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