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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태우고, 도망치다

Author: Sada Vii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04 16:01:50

“아이 이야기는 나중에 해. 지금은 움직여야 해.” 제나가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목구멍이 너무 아파 대답조차 나오지 않았다.

“블러드팽이야.”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제나가 입을 열었다. “오늘 밤 떠난다. 루칸이 우리 둘이 함께 나가는 걸 봤어. 한 시간 안에 그놈의 부하들이 들이닥칠 거야.”

입이 딱 벌어졌다. 숙적의 무리. 루칸이 전쟁을 각오하지 않고서는 함부로 침범할 수 없는 유일한 영역이었다.

“그쪽은 충성을 맹세하는 방랑자들을 받아줘. 가서 원래 무리가 와해되었다고 말하고, 새로 시작하는 거야.”

그녀의 시선이 내 배로 떨어졌다. 나를 향해 뻗으려던 손이 허공에서 움찔하더니 멈춰 섰다.

“그럼 시작하자.” 내가 말했다.

그녀의 욕실은 너무 비좁게 느껴졌다. 발밑의 타일이 차가웠다. 내가 닫힌 변기 뚜껑 위에 앉아 바닥만 응시하는 사이, 제나는 서랍에서 가위를 꺼내 들었다.

제나가 내 머리카락을 자르기 시작하자 칠흑처럼 짙은 머리칼이 타일 위로 툭툭 떨어져 내렸다. 나는 그것들이 떨어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평생을 간직해 온 머리칼이었다. 내 주인이 누구인지 각인시키고 싶을 때마다 루칸이 주먹에 칭칭 감아쥐곤 했던 바로 그 머리카락이었다. 그것들이 이제 바닥에 쓸모없는 무더기로 널브러져 있었다.

제나의 손놀림은 빨랐다. 손질을 끝낸 그녀는 가위를 내게 건네며 자리에 앉았다. 나는 일어섰다. 그녀의 긴 금발을 자르는 동안 내 손은 아주 조금 떨렸을 뿐이었고, 그녀는 단 한 번도 움찔하지 않았다.

다음은 염색이었다.

그녀는 나를 위해 붉은 진저 색 염료를 섞었고, 코를 찌르는 독한 냄새가 훅 끼쳐왔다. 그녀는 내 남은 머리칼에 염료를 꼼꼼히 발랐다. 레이븐 문섀도는 공식적으로 죽었다.

제나의 차례에는 금발을 갈색으로 덮어버릴 염료를 택했다. 군중 속에 섞여들기에 더없이 안성맞춤인 색이었다.

“새 이름.” 제나가 중얼거렸다. “스칼렛 베인.” 그녀가 제안했다. 썩 마음에 들지 않는 이름이었다.

“넌 피오나 라이트웨더 해.” 내가 말했다.

그녀가 내 손을 찾아 쥐더니, 한 번 힘주어 잡았다가 놓았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손이 목덜미로 향했다. 언제나 그래왔듯, 아이언클로의 작은 표식이 그곳에 새겨져 있었다. 제나는 바지 허리단을 살짝 끌어내려 골반 아래쪽에 자리한 작고 짙은 문양을 드러냈다. “어차피 지우려던 참이었어.” 제나가 나직이 말했다. “몸수색 한 번에 목숨이 날아갈까 봐 벌벌 떨면서 남은 인생을 살 순 없잖아.”

손가락이 내 목덜미로 올라갔다. 손끝이 닿자마자 그곳의 표식이 화끈거렸다. 세상 그 어떤 스카프로도 아이언클로의 낙인을 색출하도록 훈련받은 블러드팽 경비병을 속일 수는 없을 터였다.

나는 세면대 아래 수납장으로 다가갔다. 부식성 세제를 꺼내는 손은 흔들림이 없었다. 코를 찌르는 독한 악취에 숨이 턱 막히고 병은 묵직했지만, 나를 멈추기엔 역부족이었다.

세면대 앞에 섰다. 거울 속에 비친 붉은 머리의 낯선 여자를 응시했다. 손가락으로 뚜껑을 돌려 열었다. 지독한 냄새가 먼저 덮쳐왔다. 날카롭고, 인위적이며, 끔찍한 화학물질의 냄새였다. 천에 액체를 들이붓고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목의 표식에 그대로 내리눌렀다.

다리에 힘이 풀렸다. 손가락 마디마디가 비명을 지를 정도로 세면대 가장자리를 억세게 붙들었다. 짓눌린 이 사이로 억눌린 비명이 비져나왔다. 소리를 지르지 않으려 주먹을 세게 깨물었다. 살점이 타들어 가는 냄새와 산성 약품 냄새, 그리고 무언가 썩어 문드러지는 비린 악취가 콧속을 파고들어 헛구역질이 치밀었다.

시야 가장자리가 뿌옇게 흐려지며 바닥이 기우뚱 흔들렸다.

세면대를 더 꽉 쥐고 숨을 들이마셨다. 들이쉬고, 내쉬고. 루칸에게 얻어맞고 침실 바닥에 널브러져 들이쉬었던 바로 그 숨이었다.

그냥 숨만 쉬어. 계속 숨을 쉬는 거야.

흐릿했던 시야가 서서히 걷혔다. 천천히. 나는 쓰러지지 않고 버텨냈다.

거울 속에는 짓무르고 변색되어 완전히 망가진 살갗이 비쳤다. 아이언클로의 표식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제나는 말없이 스카프를 가져와 내 목을 높게 둘러 감싸주었다. 천 아래서 화상 입은 자리가 비명을 질러댔다.

그녀는 남은 세제를 집어 들어 표식이 새겨진 자신의 골반 아래에 들이부었다. 치이익 하는 소리가 욕실 안에 울려 퍼졌고, 나 때문에 고통받는 단짝 친구의 모습을 보며 두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움직여야 해.” 표식이 사라지자 그녀가 말했다.

짐 싸기는 순식간에 끝났다. 우리는 돈을 챙겼다. 제나가 몰래 숨겨두었던 돈다발이었다. 그녀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준비해 오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둘 다 한숨도 자지 못했다. 목은 타는 듯했고, 얼굴은 욱신거렸다. 손은 줄곧 배 위를 떠나지 않았다. 오늘 밤 내 손으로 죽여 없애는 여인을 향한 비통함이 가슴속에 무겁게 짓눌려왔다. 레이븐 문섀도. 루나이자 아내, 그리고 딸. 그 모든 것이 내 머리카락과 표식, 그리고 이름과 함께 불타 사라지고 있었다.

블러드팽 국경에서 버스가 속도를 줄일 무렵, 새벽하늘이 뿌옇게 밝아왔다.

블러드팽을 상징하는 색의 제복을 입은 경비병들이 날카롭게 감시하는 가운데, 우리는 줄을 섰다. 경고라도 하듯 성문 앞에는 피를 흘리며 쓰러진 시체 한 구가 널브러져 있었다. 하지만 내 시선을 잡아끈 것은 그 남자의 손목에 선명하게 새겨진 아이언클로의 표식이었다.

심장이 갈비뼈를 부술 듯 요동쳤다. 함께 앞으로 걸어 나가면서도 제나를 쳐다보지 않았다.

경비병은 우리를 훑어보며 질문을 던졌고, 우리는 최선을 다해 대답했다. 우리는 자매이며, 남부 무리가 와해되어 새로운 터전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내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제나는 틈틈이 살을 붙여 설명을 보탰다.

경비병의 시선이 나를 위아래로 훑더니, 이내 내 목에 둘러진 스카프에 멎었다.

“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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