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야?”엄마의 목소리는 낮았다.화를 내는 것도 아니었다.그래서 더 무거웠다.송유지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언제부터였을까.채도하를 형부가 아닌 남자로 보기 시작한 순간.그가 자신을 이상할 만큼 신경 쓰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 순간.좋아한다고 인정한 순간.사귀기 시작한 날.기준에 따라 답은 전부 달랐다.엄마는 두 사람을 번갈아 봤다.“내가 묻잖아.”유지가 입술을 열었다.“사귄 건 얼마 안 됐어.”엄마의 표정이 굳었다.“얼마 안 됐다는 게 언제부터냐고.”도하가 낮게 말했다.“며칠 안 됐습니다.”아버지가 그제야 입을 열었다.“며칠?”“네.”짧은 대답.그런데 엄마는 조금도 안심하지 못한 얼굴이었다.“그럼 마음은?”유지의 손이 굳었다.엄마가 이번에는 정확하게 물었다.“사귄 게 며칠인 거 말고.”잠시.“서로 그런 마음 가진 건 언제부터냐고.”식탁이 다시 조용해졌다.유지는 도하를 한번 봤다.도하 역시 쉽게 대답하지 못하고 있었다.엄마가 헛웃음을 흘렸다.“둘 다 왜 말을 못 해.”“엄마.”“내가 이상한 질문해?”유지는 고개를 저었다.“아니.”“그럼 대답해.”유지는 손을 무릎 위에서 꼭 쥐었다.“정확히 언제부터라고 말하기 어려워.”엄마가 바로 되물었다.“왜 어려워?”“처음부터 이런 건 아니었으니까.”유지는 최대한 천천히 말했다.“언니 없어진 뒤에도 한동안은 그냥 도하 씨였어.”엄마의 눈빛이 흔들렸다.유지는 그 표현이 이상하게 들렸다는 걸 알아차렸다.급히 말을 고쳤다.“아니, 그러니까.”도하가 조용히 말했다.“제가 먼저 설명드리겠습니다.”엄마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뭘 설명할 건데.”도하는 잠깐 숨을 골랐다.“유리가 있을 때부터 이런 마음이 있었던 건 아닙니다.”그 말에 엄마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유지도 숨을 삼켰다.가장 먼저 나와야 했던 말이었다.아버지도 도하를 똑바로 바라봤다.도하는 피하지 않았다.“그건 절대 아닙니다.”엄마가 낮게 물었다.“확실해?”“
Last Updated : 2026-09-2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