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얘기할 준비가 안 된 것 같아.”엄마의 말이 떨어진 뒤.송유지는 바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고모가 의아한 얼굴로 엄마를 바라봤다.“뭘 그렇게까지 숨겨?”“숨기는 게 아니라.”엄마가 짧게 말했다.“오늘은 제사 때문에 모인 거잖아.”“그래도 남자친구 있다는데 궁금하지.”“나중에 들으면 되지.”말투는 평범했다.하지만 유지는 알았다.엄마가 일부러 대화를 끊었다는 걸.고모는 조금 아쉬운 표정을 지었지만 더 묻지 않았다.“그래, 뭐. 나중에 제대로 소개해.”유지는 억지로 웃었다.“네.”대화는 다른 쪽으로 넘어갔다.그런데 유지의 심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도하를 봤다.그도 조금 전 상황을 전부 보고 있었다.시선이 잠깐 마주쳤다.서로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엄마가 왜 저랬을까.제사가 끝난 뒤에도 친척들은 한동안 거실에 남아 이야기했다.유지는 주방과 거실을 오가며 정리를 도왔다.도하는 아버지와 큰아버지 쪽에 앉아 있었다.둘은 일부러 가까이 가지 않았다.그런데 이상하게.예전처럼 숨는 기분은 들지 않았다.조금 전 유지가 분명하게 말했다.남자친구가 있다고.엄마도 그 말을 없던 것으로 만들지 않았다.누구인지 말하지 않았을 뿐이었다.그 차이가 자꾸 마음에 남았다.마지막 친척들이 돌아가고 현관문이 닫혔다.집 안이 갑자기 조용해졌다.유지는 그릇을 들고 주방으로 들어갔다.엄마가 남은 음식을 정리하고 있었다.“엄마.”엄마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응.”“아까 왜 그랬어?”손이 잠깐 멈췄다.“뭘.”“고모가 누구냐고 물었을 때.”엄마는 다시 반찬통 뚜껑을 닫았다.“그냥 오늘 말할 필요 없으니까.”유지가 가만히 바라봤다.“내가 말하려고 했는데.”“알아.”“도하 씨라고.”엄마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하지만 이번에는 화를 내지 않았다.“그것도 알아.”유지의 눈이 조금 커졌다.“그런데 왜 막았어?”엄마가 한숨을 내쉬었다.“막은 거 아니야.”“그럼.”한동안 대답이 없었다.유지는 기다
Last Updated : 2026-09-2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