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저녁.송유지는 퇴근하자마자 채도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저 오늘 조금 일찍 끝났어요.답장은 몇 분 뒤에 왔다.—나는 늦을 것 같아.—얼마나?—한 시간 정도.유지는 잠깐 화면을 봤다.그리고 자연스럽게 물었다.—그럼 먼저 가 있어도 돼요?보내고 나서야 조금 웃음이 났다.예전 같으면 절대 하지 못했을 질문이었다.잠시 뒤.—응. 들어가 있어.유지는 바로 방향을 바꿨다.도하의 집 앞.이번에는 비밀번호를 누르는 손이 전혀 떨리지 않았다.여섯 자리 숫자.철컥.문이 열렸다.유지는 신발을 벗으며 말했다.“다녀왔습니다.”말이 나오고 나서 스스로 멈췄다.아무도 없는 집이었다.그런데 이상하게 그 말이 너무 자연스러웠다.유지는 혼자 웃었다.“뭐야.”가방을 내려놓고 냉장고를 열었다.도하가 올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었는데, 안을 보니 재료가 꽤 있었다.계란.채소.고기.유지는 잠깐 고민하다 소매를 걷었다.“맨날 얻어먹었으니까.”오늘은 자신이 해주고 싶었다.한 시간 뒤.현관문이 열렸다.도하는 집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멈췄다.주방에서 음식 냄새가 났다.그리고 유지가 앞치마를 두른 채 뒤를 돌아봤다.“왔어요?”도하는 몇 초 말이 없었다.유지가 웃었다.“왜 그렇게 봐요.”“진짜 먼저 와 있었네.”“들어가 있으라면서요.”“응.”도하는 천천히 주방 쪽으로 왔다.“뭐 했어?”“볶음밥.”“갑자기?”“배고플 것 같아서.”도하가 식탁 위에 놓인 접시를 바라봤다.유지는 괜히 자신 없어졌다.“맛없어도 먹어야 돼요.”“먹어보지도 않았는데.”“표정이.”“아직 아무 표정도 안 했어.”도하는 숟가락을 들었다.한입 먹고.조용히 또 한입 먹었다.유지가 눈을 가늘게 떴다.“말이 없는데.”“맛있어.”“진짜?”“응.”그제야 유지가 웃었다.“다행이다.”도하는 잠깐 그녀를 바라보다 말했다.“이상하네.”유지의 손이 멈췄다.“뭐가요?”“퇴근하고 왔는데.”그가 거실과 주방을 한번 둘러봤다.“네가 먼저
Last Updated : 2026-09-3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