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장햇살이 점점 더 높이 솟아오르며 놀이공원의 아스팔트를 달구었고, 그곳은 아이들의 시끌벅적한 소리와 웃음소리로 조금씩 채워져 갔다. 한쪽 구석, 회전목마 근처에는 캐시가 큼직한 갈색 곰 인형 탈을 쓰고 서 있었다. 커다랗고 동그란 인형 머리가 어깨를 누직하게 눌러왔고, 탈 안의 열기는 숨이 턱 막힐 정도로 가팔랐다. 그럼에도 그녀의 시선은 오직 유일한 환기구 역할을 하는 작은 망사 구멍을 통해 한곳에 고정되어 있었다."아빠 잡을 수 있으면 잡아봐라, 칠리!"캐시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깊고 굵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소매를 팔꿈치까지 말아 올린 편안한 셔츠 차림의 데바트라가 잔디밭 위를 천진난만하게 달리고 있었다. 그 뒤를 칠리가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며 아빠의 셔츠 자락을 잡으려고 쫓아가고 있었다. 두 사람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군중 사이를 돌며 경쾌하게 움직였다."아빠, 그건 반칙이지! 아빠 다리가 너무 길잖아!" 칠리가 헐떡이며 투정을 부렸지만, 작은 얼굴에는 순수한 행복이 가득 피어나 있었다."네 키가 작아서 그런 걸 누구 탓을 하겠니, 응?" 데바트라가 장난스레 되물었다.그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서 칠리의 작은 몸을 두 팔로 낚아채듯 안아 들더니, 공중 높이 번쩍 들어 올렸다."아아악! 아빠, 내려줘! 하하하!" 아이는 깔깔거리며 비명을 질렀고, 아빠의 억센 어깨를 꼭 쥐었다.답답한 곰 탈 뒤에 숨어 있던 캐시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그 따스한 풍경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에 조금씩 물기가 차올랐다. 가슴속에서 억누를 수 없는 감정이 요동쳤다."드디어..." 캐시는 탈 안에서 웅얼거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드디어 이렇게 가까이서 너를 볼 수 있구나, 내 사랑."그 저주스러운 밤 이후로 지금까지 끌어안고 있던 통증과 피로가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씻은듯이 사라졌다. 견디기 힘든 그리움을 5년 동안 견뎌낸 끝에, 마침내 불과 몇 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딸아이의 얼굴에 떠오르는 모든 표정
Last Updated : 2026-09-1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