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남편 재벌이 돌아왔을 때: Chapter 11 - Chapter 20

35 Chapters

11

제11장클럽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잔 소리치움과 손님들의 아득한 웅성거림도 캐시의 머릿속을 지배하는 허무함을 터터시 털어내지 못했다. 그녀는 영혼이 나간 사람처럼 기계적으로 움직이며, 약간 축축한 헝겊을 쥐고 VIP 구역 구석에 있는 마블 테이블 표면을 문지르고 또 문질렀다. 집중력은 이미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지 오래였다. 불과 몇 분 전, 차가운 샤워기 물줄기 아래서 터져 나오던 데바트라의 절망적인 절규가 귓가에 환청처럼 찌릿하게 맴돌며 가슴을 옥죄어 왔다."카산드라 씨!"패닉과 급박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가 그녀의 생각을 단번에 깨부수었다.캐시가 고개를 들자, 데바트라의 충직한 개인 비서인 러키가 안색이 하얗게 질린 채 허겁지겁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고, 단정하던 헤어스타일마저 헝클어져 있었다.캐시는 손을 멈추고 미간을 찌푸린 채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일이에요?"러키는 아무런 설명도 없이 그녀에게 다치지 않을 정도로 강하게 손목을 낚아챘다."지금 당장 저와 함께 가셔야 합니다. 데바트라 님을 도와주십시오, 카산드라 씨. 그분... 위층에서 돌아가실지도 모릅니다."캐시의 발걸음이 뚝 멈춰 섰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팔을 털어내며 손을 빼내려 했다."내가 뭘 도와요? 전 당신 상사와 더 이상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이에요. 제 근무 시간도 끝났고요.""제발 이런 순간에 고집 피우지 마십시오!"러키가 숨길 수 없는 절박함에 목소리를 높이며 그녀의 말을 잘라버렸다."가문 전담 의사께서 방금 위층 방에서 데바트라 님을 비밀리에 진찰하셨습니다. 몸에 들어간 독성 미약의 투여량이 너무 많다고 합니다. 약물이 이미 심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캐시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손에 쥐고 있던 헝겊이 바닥으로 맥없이 떨어졌다."그... 그렇게 많은 양이...?"떨리는 목소리로 그녀가 중얼거렸다."예!"러키가 가쁜 숨을 내쉬며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심장 박동이 불안정합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응급처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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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제12장캐시가 침대 가로 천천히 걸어가자 침대가 가볍게 삐걱거렸다. 데바트라의 거친 숨소리가 귓가를 메우며, 그녀가 오후부터 스스로 쌓아 올렸던 자존심의 잔재를 완전히 짓밟아버렸다. 눈앞의 남자는 죽어가고 있었다. 그것이 운명의 잔혹한 장난이든, 아직 완전히 죽지 않은 사랑의 잔재든, 캐시는 자신이 물러서지 못할 것임을 깨달았다.떨리는 몸짓으로 캐시는 침대 위로 올라갔다. 그녀는 무릎을 꿇고 앉아 불처럼 뜨겁게 달아오른 데바트라의 건장한 몸 위에 올라탔다. 그의 체온이 바지 원단을 통해 즉시 전달되며 캐시의 심장을 한층 더 미친 듯이 뛰게 만들었다."데브..."목구멍에 걸린 쉰 목소리로 캐시가 속삭였다.상체를 앞으로 숙이자 그녀의 긴 머리타래가 풀어져 내려 데바트라의 땀에 젖은 맨가슴을 간지럽혔다. 캐시는 고개를 숙여 그 선 굵은 턱선을 따라 다정하게 입을 맞추기 시작했고, 전남편의 목을 향해 내리새겨 갔다. 남자의 혈관을 고통스럽게 하던 독의 폭풍을 달래려는 듯, 그녀는 극도로 섬세한 손길로 입술을 지긋이 문질렀다.데바트라의 입에서 길고 짙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 캐시의 차가운 피부가 그의 타오르는 목에 닿는 순간, 기묘하면서도 위안이 되는 쾌감이 온 신경을 타고 순식간에 번져갔다. 혐오감만 불러일으키던 호야의 감촉과는 달랐다. 그의 몸은 이 온기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의 영혼은 이 자연스러운 향기를 간절히 열망하고 있었다.데바트라에게 남아있던 한 줄기 이성마저 완전히 깨어져 버렸다. 원초적인 힘을 쥐어짜낸 데바트라가 갑자기 거친 충동으로 움직였다. subtle하면서도 확실한 손길로 캐시의 허리를 잡아 채며 순식간에 그녀를 뒤집어 버렸다. 찰나의 순간에 두 사람의 위치가 역전되었고, 캐시는 이제 그의 거대한 몸 아래 갇혀 바르게 누워 있었다."캐시..."열기로 가득 찬 짙고 쉰 목소리로 데바트라가 가쁘게 숨을 내쉬었다. 핏발 선 눈동자가 아래에 놓인 그녀의 얼굴을 단단히 고정했다.숨을 돌릴 틈조차 주지 않고 데바트라는 즉시 고개를 숙였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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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제13장데바트라의 숨소리는 고르고 깊으며 평온하게 울려 퍼졌다. 남자는 어질러진 킹사이즈 침대 위에서 거친 숨을 고르며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이불이 그의 벗은 허리를 반쯤 덮고 있었다. 온몸을 적신 땀을 통해 미약의 성분이 완전히 배출되면서, 정상을 되찾은 심장 박동에 맞춰 피부 위에 남아 있던 짙은 붉은 자국들도 천천히 옅어가고 있었다.침대 반대편에서 캐시는 극도로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였다. 상체를 일으키려 하자마자, 은밀한 부위에서 시작된 인두르는 듯한 통증이 온몸의 마디마디로 퍼져나갔다."윽..."캐시는 옆에 누운 남자가 깨지 않도록 신음을 억누르며 황급히 입을 막았다.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발을 내딛자 두 다리가 경련하듯 떨렸다. 독약의 여파로 치러진 지독하고 거친 정사의 결과로, 몸에서 가장 예민한 부위가 화끈거리고 붓고 쑤시는 고통은 차마 견디기 힘들 지경이었다. 쓰러지지 않으려 협탁 모서리를 잡은 채, 그녀는 바닥에 흩어져 있던 나이트클럽 웨이트리스 유니폼을 떨리는 손으로 하나씩拾어 입었다."괴물 같은 놈..."떨리는 손으로 옷을 입으며 캐시가 씁쓸하게 중얼거렸다."여전히 미친 듯이 세네."캐시는 뺨에 눌러붙은 말라붙은 눈물 자국을 거칠게 닦아냈다. 그러고는 잠든 데바트라의 얼굴을 멍한 눈빛으로 내려다보았다."내 할 일은 끝났어, 데바트라. 당신이 왜 날 찾았는지, 왜 오늘 밤 아내를 거부했는지 이젠 상관안해. 이걸로 우리 빚은 갚은 거야."밖에서 여전히 잠겨 있는 문을 향해 걸어가려던 순간, 협탁 위에 무심하게 놓여 있는 데바트라의 휴대전화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몇 초간 굳어 있다가, 남자가 금방 깨어나지 않을 것임을 확인하려는 듯 그를 다시 한번 돌아보았다.머릿속으로 어떤 계산이 스쳐 지나갔다.날이 밝기 전에 이 끔찍한 방에서 나가지 않으려면 러키의 도움이 필요했다.그녀는 검은색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 즉시 화면이 켜지며 6자리 비밀번호 입력 창이 떠올랐다. 캐시는 입술을 지긋이 깨물며 갈등에 빠졌다. 5년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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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제14장아침 햇살이 VVIP 스위트룸 커튼 틈새를 거세게 파고들며 어지러운 침대를 환하게 비추었다. 데바트라는 극심한 두통에 머리를 감싸 쥐며 길게 신음을 내뱉었다. 관자놀이를 짓누르는 지독한 편두통은 어젯밤 몸을 좀먹었던 미약의 성분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증거였다.그는 억지로 몸을 일으켜 침대 헤드에 백성을 기대고는 멍한 눈빛으로 방 안을 둘러보았다. 이내 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스위트룸 내부 모양새는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새틴 시트는 여기저기 찢겨 있었고, 베개들은 바닥에 나뒹굴었으며, 찢겨 나간 그의 흰 셔츠는 협탁 옆에 방치되어 있었다.그는 아직 말라붙은 땀 흔적이 남아있는 자신의 맨가슴을 내려다보았다.순간, 머릿속 기억에 과부하가 걸렸다.어젯밤 차가운 샤워기 물줄기 아래 스스로를 가두었던 이후의 기억이 짙은 안개 속에 갇힌 듯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내가 어젯밤... 누구랑 있었던 거지?'몸에 여전히 또렷하게 남아있는 쾌감의 잔재를 느끼며 그의 호흡이 가빠졌다."러키!"정적을 깨트리며 그가 쇳소리 나는 쉰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몇 초도 되지 않아 문이 열렸다.러키가 허겁지겁 들어왔다. 그의 얼굴에는 밤새 스위트룸 앞을 지켰던 피로가 그대로 묻어나고 있었다."예, 회장님! 좀 괜찮으십니까?"침대 옆에서 그가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물었다.데바트라는 그 예의 바른 인사를 완전히 무시했다.그는 비서에게 날카로운 눈빛을 쏘아 보내며 즉시 대답을 요구했다."어젯밤 나와 함께 있었던 게 누구지, 러키? 내 몸의 독을 해독한 여자가 대체 누구냐고!"러키가 잠시 망설였다."기억... 안 나십니까, 회장님?""기억이 났으면 너한테 물어봤겠어?!"데바트라가 분노로 두통이 더 심해지는 것을 느끼며 이를 악물고 포효했다."대답해! 누구였어?!""카산드라 씨입니다, 회장님."데바트라의 눈이 번쩍 뜨였다."뭐...? 캐시라고!?"그는 맨다리를 덮고 있던 시트를 억세게 쥐어뜯었다."예, 회장님. 회장님의 명령이셨습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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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제15장모를렌스 가문의 화려한 저택 정문을 들어서는 데바트라의 발걸음은 묵직했다. 두통은 조금 가라앉았지만, 나이트클럽을 나선 이후 가슴속을 휘짓는 감정의 폭풍은 여전히 정돈되지 않았다.캐시의 붉은 털실 목걸이는 재킷 안주머니 속에 깊숙이 넣어두었다. 옷감 너머로 전달되는 생경한 온기는 그를 위로하는 동시에 지독하게 괴롭혔다."아빠!"날카롭고 청아한 아이의 목소리가 거대한 거실의 정적을 깨뜨렸다.칠리가 계단을 다급하게 달려 내려와 그의 품으로 와락 안겨들었다.본능적으로 데바트라는 무릎을 꿇어 아이를 맞아안았고, 한 손으로는 아이를 감싸 안으며 다른 손으로는 부드럽게 쓰다듬었다."아빠, 왜 이렇게 일찍 왔어? 어젯밤에 사무실에서 잤어?"아이가 커다랗고 반짝이는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들어 물었다."아빠... 오늘 놀이공원 가기로 한 거 맞지? 어젯밤에 나 잠들기 전에 약속했잖아."데바트라는 창백한 얼굴 위로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딸의 눈동자에 반짝이는 기대감을 바라볼 때면 온몸을 짓누르던 피로가 씻은 듯 사라지는 기분이었다."그럼, 우리 공주님. 아빠는 약속은 꼭 지키지. 지금 당장 나갈까?""와아아!"칠리가 신이 나 작은 점프를 뛰더니 커다란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서 떨어졌다."엄마도 같이 가도 돼?"복도 쪽에서 달콤한 여성의 목소리가 흐름을 깨고 들려왔다.호야 이본이 우아한 캐주얼 드레스 차림으로 다가왔다. 실크 스카프가 그녀의 목을 정성스레 감싸고 있었는데, 이는 어젯밤 데바트라가 서재에서 그녀의 목을 조르며 남긴 멍 자국을 은밀히 가리고 있었다.그녀는 불과 몇 시간 전 발생했던 폭력적인 사건 따위는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듯 미소를 짓고 있었다.그 말을 들은 칠리가 신이 나 고개를 돌렸다."당연하지, 엄마! 같이 가! 그럼 훨씬 더 재미있을 거야!"어린 딸은 의붓어머니가 숨기고 있는 잔혹함과 위선을 전혀 알지 못했다.칠리 앞에서 호야는 언제나 다정하고 세심한 어머니였다. 지난 2년간 그녀는 데바트라의 환심을 사기 위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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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장캐시는 차량의 왕래로 붐비기 시작하는 수도 도로의 인도 위를 걸어가고 있었다. 아침 햇살이 피부를 뜨겁게 내리쬐었지만, 가슴속의 서늘한 한기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온몸에 남아 있는 통증을 달래기 위해 그녀는 칠리가 있는 어린이 놀이터로 가기 전, 다소 한적한 공원 벤치에 잠시 앉아 적당한 때를 기다리기로 했다.벤치 등받이에 몸을 기 기대고, 무거워진 눈꺼풀을 천천히 감았다. 하지만 눈을 감기가 무섭게 칠흑 같은 어둠이 그녀의 의식을 시간의 터널 속으로 끌고 들어가, 5년 전 그녀 삶에서 가장 저주스러웠던 그날 밤으로 다시 던져버렸다.약품 냄새가 진동하는 답답한 병원 복도의 풍경이 순식간에 그녀의 머릿속을 채웠다. 당시 겨우 두 살이던 칠리는 급성 호흡기 질환 악화로 온몸에 온갖 줄을 연결한 채 중환자실에 무기력하게 누워 있었다. 캐시는 때묻은 옷을 입은 채 복도 바닥에 앉아 목 놓아 울고 있었다. 병원 행정처에서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금액인 보증금을 당장 납부하지 않으면 치료를 계속할 수 없다고 거부했기 때문이다.데바트라는 어디에 있었을까? 그는 그녀의 곁에 없었다. 병원비를 더 모으기 위해 데바트라는 도시 외곽에 있는 공장에서 지독하게 힘든 야간 근무를 자청했고, 딸이 죽음의 문턱에 다다른 줄도 모른 채 일에 집중하려 휴대폰마저 꺼두었던 것이다.캐시가 인생의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빠져 있을 때, 또각거리는 구두 뒷굽 소리가 병원 복도의 침묵을 깨뜨리며 울려 퍼졌다. 눈물로 얼룩진 얼굴로 고개를 든 캐시의 눈에 나이마와 그녀의 남편—데바트라의 친부모—이 차갑고 지독하게 경멸 어린 눈빛으로 서 있는 모습이 들어왔다."딸을 살리고 싶다면 내 아들에게서 떠나라." 나이마는 텅 빈 복도에 울려 퍼지는 단호하고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캐시는 몸을 떨며 후들거리는 무릎을 겨우 지탱한 채 일어섰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나이마의 옷자락을 잡고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저는 그 사람을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해요! 어떻게 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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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제17장햇살이 점점 더 높이 솟아오르며 놀이공원의 아스팔트를 달구었고, 그곳은 아이들의 시끌벅적한 소리와 웃음소리로 조금씩 채워져 갔다. 한쪽 구석, 회전목마 근처에는 캐시가 큼직한 갈색 곰 인형 탈을 쓰고 서 있었다. 커다랗고 동그란 인형 머리가 어깨를 누직하게 눌러왔고, 탈 안의 열기는 숨이 턱 막힐 정도로 가팔랐다. 그럼에도 그녀의 시선은 오직 유일한 환기구 역할을 하는 작은 망사 구멍을 통해 한곳에 고정되어 있었다."아빠 잡을 수 있으면 잡아봐라, 칠리!"캐시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깊고 굵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소매를 팔꿈치까지 말아 올린 편안한 셔츠 차림의 데바트라가 잔디밭 위를 천진난만하게 달리고 있었다. 그 뒤를 칠리가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며 아빠의 셔츠 자락을 잡으려고 쫓아가고 있었다. 두 사람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군중 사이를 돌며 경쾌하게 움직였다."아빠, 그건 반칙이지! 아빠 다리가 너무 길잖아!" 칠리가 헐떡이며 투정을 부렸지만, 작은 얼굴에는 순수한 행복이 가득 피어나 있었다."네 키가 작아서 그런 걸 누구 탓을 하겠니, 응?" 데바트라가 장난스레 되물었다.그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서 칠리의 작은 몸을 두 팔로 낚아채듯 안아 들더니, 공중 높이 번쩍 들어 올렸다."아아악! 아빠, 내려줘! 하하하!" 아이는 깔깔거리며 비명을 질렀고, 아빠의 억센 어깨를 꼭 쥐었다.답답한 곰 탈 뒤에 숨어 있던 캐시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그 따스한 풍경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에 조금씩 물기가 차올랐다. 가슴속에서 억누를 수 없는 감정이 요동쳤다."드디어..." 캐시는 탈 안에서 웅얼거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드디어 이렇게 가까이서 너를 볼 수 있구나, 내 사랑."그 저주스러운 밤 이후로 지금까지 끌어안고 있던 통증과 피로가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씻은듯이 사라졌다. 견디기 힘든 그리움을 5년 동안 견뎌낸 끝에, 마침내 불과 몇 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딸아이의 얼굴에 떠오르는 모든 표정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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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장데바트라는 멀어져 가기 시작하는 갈색 곰 인형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뜬 채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가슴속을 채우는 그 기묘한 느낌은 점점 더 강렬해졌고, 그의 머릿속에서 지극히 타당하게 느껴지는 의심에 기름을 부었다. 그 향기, 약간 절뚝거리며 통증을 참아내는 듯한 그 걸음걸이... 절대 틀릴 리가 없었다."조야." 데바트라가 갑자기 차갑고 건조해진 목소리로 불렀다.손부채로 목을 부채질하고 있던 조야가 즉시 고개를 돌렸다."응, 데브? 무슨 일이에요?""지금 당장 칠리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 나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생겼어." 데바트라는 아내를 바라보지도 않은 채 명령했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사람이 거의 없는 포장마차 뒷골목 쪽으로 걸어가는 인형 탈의 뒷모습에 고정되어 있었다."네? 하지만 대디, 우리 방금 막 왔잖아요." 칠리가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입술을 불룩 내밀며 고개를 들어 항의했다. "같이 아이스크림 사 먹기로 했잖아?"데바트라는 무릎을 굴리고 앉아 억지로 다정한 태도를 취하며 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미안하구나, 우리 딸. 갑자기 회사에서 미룰 수 없는 중요한 전화가 왔단다. 일단 엄마랑 먼저 집에 가 있으면, 오늘 밤에 대디가 새 장난감 사줄게. 알았지?"칠리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포기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대디. 약속한 거예요?""그래, 대디가 약속할게."데바트라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위협적인 표정으로 조야를 내려다보았다."아이 데리고 곧장 집으로 가. 딴 데 들르지 말고.""알겠어요, 데브." 조야는 오늘 아침 그가 자신의 목을 죄었던 기억이 여전히 트라우마로 남아 있었기에, 침을 힘겹게 삼키며 대답했다. 그녀는 즉시 칠리의 손을 잡았다. "가자, 칠리. 차로 가자."경호원 두 명의 호위를 받으며 조야와 칠리가 멀어지는 것을 확인한 후, 데바트라는 돌아섰다.그의 보폭 넓은 걸음걸이는 텅 비어 보이는 두 포장마차 사이의 좁은 골목을 향해 거의 뛰다시피 신속하게 움직였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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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제19장캐시는 순간 커졌던 눈동자가 내비친 떨림을 황급히 숨겼다.그녀는 두꺼운 곰 인형 탈 장갑 속에서 주먹을 꼭 쥐고, 설명을 요구하며 독수리처럼 매섭게 쏘아보는 데바트라의 시선을 똑바로 맞받아쳤다. 거짓된 경멸을 가득 담은 채 강제로 고개를 들었다."아... 그 목걸이가 당신 방에 떨어져 있었나요?" 캐시는 비꼬는 듯한 강제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잘됐네요. 당신에게 돌려주려던 참이었거든요, 몰렌스 씨."쿵!그 한마디는 데바트라의 가슴을 참혹하게 짓밟았다.오늘 아침부터 그의 마음속에서 싹트기 시작했던 자그마한 희망이 순식간에 산산조각 났다.그는 관자놀이의 근육이 불거질 정도로 턱관절을 억세게 악물었다. 이성의 마지막 조각마저 갉아먹는 거대한 실망감과 분노를 도저히 주체할 수 없었다."나한테 돌려주려고 일부러 두고 갔다고?" 데바트라가 되뇌었다.목소리는 낮았지만, 가슴을 흔드는 감정의 폭풍을 참아내느라 격렬하게 떨리고 있었다.그는 손에 쥐어진 목걸이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내 지독하게 슬픈 음성이 담긴 씁쓸한 웃음을 터뜨렸다."그럼... 이제 이 모든 게 너한테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뜻인가, 캐시?""단 한 번도 의미 있었던 적 없어요!" 캐시는 자신의 가슴이 내지르는 절망적인 비명을 덮어버리려는 듯 목소리를 높여 거짓말을 했다. "그 비참하고 가난했던 시절의 찌꺼기 따위를 내가 왜 보관하겠어요?""제장!" 통제력을 잃은 데바트라가 욕설을 내뱉었다.분노에 휩싸인 그는 붉은 모사 실 목걸이를 골목 구석을 향해 내던졌다.추억이 깃든 그 물건은 공중을 가로질러 날아가 버려진 종이 상자와 먼지투성이 바닥 위에 비참하게 떨어졌다."이제 버렸다!" 데바트라가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그는 전남편을 노려보듯 사나운 눈빛으로 전아내를 바짝 쏘아보았고, 가슴은 거칠게 위아래로 요동쳤다."그런 쓰레기는 제자리에 돌아간 거야! 그리고 어젯밤 일은... 내 몸속에 퍼진 독을 네 몸으로 가라앉혀 준 대가로 거액을 지불하겠다. 얼마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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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장데바트라가 이미 떠나버린 좁은 골목길을 다시 걸어 돌아오는 캐시의 걸음걸이는 불안정했다.피부에 닿는 촉감이 점점 더 숨이 막히고 가팔라지는 곰 인형 탈 아래에서, 그녀의 가슴은 공포에 사로잡혀 격렬하게 뛰고 있었다.눈물이 시야를 가렸지만, 그녀의 붓고 충혈된 눈은 버려진 종이 상자 더미 주변의 바닥 사방을 초조하게 훑었다."어디에... 어디로 던진 거야, 데브...?" 지저분한 바닥 위에 무릎을 꿇으며 캐시가 막힌 목소리로 속삭였다.떨리는 손가락이 손톱 주변이 다칠 정도로 축축한 상자 사이를 필사적으로 헤집었다.그날 밤 이후로 온몸에 남아있던 통증은 사라진 듯했다. 두 사람이 함께했던 아름다운 과거와 자신의 영혼을 여전히 연결해 주는 유일한 물건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견딜 수 없는 공포가 그 통증을 완전히 덮어버린 것이다.스르륵.흙더미와 찢어진 박스 조각 사이로 짙은 붉은색 실 끝자락이 살짝 모습을 드러냈다.캐시는 숨을 죽였다.재 빠르지만 극도로 조심스러운 동작으로 그녀는 그것을 끌어당겼다.약간 닳아 있는 작은 나무 하트 펜던트가 달린 붉은 모사 실 목걸이가 이제 그녀의 손바닥 위에 올려져 있었다.캐시는 그것을 가슴에 꼭 품고, 차가운 시멘트 벽에 몸을 기대며 천천히 슬라이딩하듯 주저앉았다."찾았다..." 그녀가 중얼거렸다.눈물이 다시 더 세차게 쏟아져 내리며 곰 인형 탈을 적셨다."적어도... 적어도 당신이 내게 준 소중한 무언가는 아직 내게 남아있네, 데브."그녀의 울음소리는 텅 빈 골목길에 울려 퍼지는 서럽고 애통한 오열로 바뀌었다.캐시는 5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침묵 속에 묻어두었던 통증을 달래려 애쓰듯, 작은 나무 펜던트의 가장자리가 손바닥 살을 파고들 때까지 강하게 움켜쥐었다."모든 걸... 당신에게 전부 설명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눈물 속에서 오열하며, 그녀는 초점 없는 눈동자로 골목 천장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당신 얼굴을 대고 단 한 번도 배신한 적 없다고... 돈 때문에 칠리를 버린 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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