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남편 재벌이 돌아왔을 때: Chapter 21 - Chapter 30

35 Chapters

21

제21장캐시는 숨이 막힐 듯 답답하고 작은 아파트로 터덜터덜 걸어 들어왔다.낡은 헝겁 신발을 벗자마자 온몸을 찌르는 듯한 통증이 한층 더 격렬해졌다.그녀는 worn-out 폼 소파 위로 푹 쓰러지듯 앉아, 가슴에 빨간 모사 목도리를 꼭 껴안은 채 남아있는 얼마 안 되는 기력이라도 끌어모으려 애썼다."캐시? 벌써 왔어?"욕실 문이 열리며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룸메이트인 셀레나가 모습을 드러냈다.수건으로 머리를 말리던 셀레나는 울어서 퉁퉁 부은 캐시의 비참한 몰골을 보자마자 즉시 손길을 멈췄다."응... 어떻게 왔어, 셀." 캐시가 가라앉은 쉰 목소리로 답했다.그녀는 서둘러 목도리를 바지 주머니 속으로 숨겼다.셀레나가 다가와 캐시의 옆 소파에 털썩 앉았다.그녀의 표정이 순식간에 밝아지며 들뜬 기색으로 채워졌다."캐스, 이것 좀 들어봐. 기쁜 소식이 있어. 내가 다니는 회사인 몰렌스 코프에서 수석 패션 디자이너를 대규모로 채용하고 있대."캐시는 흠칫 놀랐다.그 이름을 듣자마자 머릿속에서 즉시 윙하는 이명이 들려왔다.그녀는 본능적인 거부감으로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디자이너? 아니야, 셀. 난... 난 못 해. 옷을 스케치하고 디자인 안 한 지 너무 오래됐어.""왜 못 해?" 셀레나가 눈살을 찌푸리며 비난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너 우리 졸업 기수에서 최고 인재였잖아, 캐스!""그건 아주 먼 옛날 이야기야, 셀..." 캐시가 나직하게 중얼거렸다.그녀의 시선은 바닥을 향해 힘없이 떨어졌다.가슴을 죄어오는 답답함이 다시금 그녀를 사로잡았다."5년 전에 결혼한 이후로... 그 꿈은 완전히 접었어. 난 그저 아내이자 엄마이고 싶었거든. 내 실력도 이미 다 녹슬었을 거야.""어휴, 캐시!" 셀레나가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해주려는 듯 그녀의 어깨를 애정 어리게 흔들었다. "비참했던 과거 때문에 네 그 놀라운 재능을 썩히지 마! 이건 네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울 절호의 기회라고. 칠리를 위해서라도 그렇잖아, 안 그래?"셀레나는 확신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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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 chapters카산드라는 서류 가방의 끈을 단단히 쥐며 차갑게 식어가는 손가락의 떨림을 집어삼키려 애썼다.몰렌스 코프(Morlens Corp)의 웅장한 사옥 1층 대기실, 긴 의자 한쪽에 앉아 있는 그녀의 주변에는 십수 명의 또 다른 지원자들이 가득했다. 크림색의 우아한 블라우스에 검은색 슬랙스를 매치한 소박한 차림이었지만, 수석 패션 디자이너 면접에 걸맞게 단정하고 전문적인 용모를 갖추기 위해 정성을 다한 모습이었다."15번 지원자분, 준비해 주세요." 손에 든 파일을 확인하던 인사팀 직원이 친절하게 안내했다."네, 알겠습니다." 카산드라는 조금 창백해진 얼굴 위로 옅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불안감과 함께 피어오르는 작은 희망에 그녀의 가슴이 가파르게 쿵쾅거렸다. 소중히 안고 있는 파일 속에는 지난밤 셀레나와 함께 밤을 지새우며 완성한 최고의 디자인 스케치들이 들어 있었다.이 직장은 그녀가 사로잡혀 있던 밤의 음침한 세계를 벗어나, 정당한 방법으로 돈을 모아 딸 칠리(Cheely)의 양육권을 되찾을 수 있는 유일한 티켓이었다.띵.로비 안쪽, 대표이사 전용 엘리베이터에서 들려온 기계음이 고요했던 공간의 정적을 깨뜨렸다.크롬빛의 문이 천천히 열리며 데바트라 몰렌스(Devatra Morlens)가 모습을 드러냈다.완벽한 핏의 검은색 쓰리피스 슈트를 입은 그는 대리석 바닥을 단단한 걸음으로 내딛는 것만으로도 주변을 압도하는 위엄을 풍겼다. 비서 럭키(Lucky)가 반 걸음 뒤에서 그를 바짝 따르고 있었다.몰렌스 코프의 절대적인 주인이 등장하자 로비의 공기는 순간 얼어붙듯 팽팽해졌다.모든 직원들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고, 매처럼 날카로운 그의 시선을 감히 똑바로 마주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앞만 보고 걸어가던 데바트라의 걸음이 대기석에 앉아 있는 한 여성을 발견한 순간 천천히 느려졌다.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그의 시선이 카산드라에게 꽂혔고, 그의 존재를 눈치챈 카산드라는 황급히 시선을 회피했다."대표님?" 상사의 표정 변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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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장카산드라는 찌그러질 듯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몰렌스 코프의 마천루 빌딩을 걸어 나왔다.그녀는 밤새 피땀 흘려 작업한 디자인 스케치가 담긴 두꺼운 서류 봉투를, 마치 방금 막 산산조각 난 자신의 마음을 보호하려는 위태로운 방패인 양 가슴에 꽉 안아 들고 있었다.로비 맞은편, 출근을 준비하던 셀레나가 친구의 형체를 발견하자마자 곧장 달려왔다. 그녀의 두 눈은 기대감으로 반짝이고 있었다."어떻게 됐어, 캐스?" 셀레나가 안달이 난 듯 카산드라의 어깨를 잡으며 물었다. "면접은 어땠어? 네 디자인 합격했대?"카산드라는 걸음을 멈추었다.차마 친구의 시선을 마주할 수 없었다.고개를 깊숙이 숙인 그녀의 목구멍에서 막힌 듯 격련된 한숨이 터져 나왔다."거절당했어..." 카산드라가 떨리는 희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뭐?" 셀레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로비에 있던 몇몇 사람들의 시선이 쏠릴 정도로 그녀의 목소리가 크게 높아졌다. 그녀는 카산드라의 팔을 세게 움켜쥐었다. "너처럼 뛰어난 디자이너를 공식 발표도 전에 거절한다고? 말도 안 돼, 캐스!"카산드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창백한 뺨 위로 실망의 눈물이 한 줄기 흘러내리도록 내버려 두며, 천천히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인사팀장의 수치스러운 눈빛을 떠올릴 때마다 가슴을 짓누르는 답답함은 한층 더 격렬해졌다.셀레나는 친구의 핼쑥해진 얼굴을 유심히 살피며 몇 초간 침묵했다.명석한 그녀의 머릿속에서 순식간에 조각들이 맞추어졌다.분노로 그녀의 턱선이 팽팽하게 죄어들었다."혹시... 전남편 짓이야?" 임원 전용 엘리베이터 쪽으로 날카로운 시선을 던지며, 셀레나가 낮지만 서슬 퍼런 목소리로 물었다. "데바트라 몰렌스 짓이 틀림없지, 그렇지?"카산드라는 여전히 침묵을 지켰다.차갑게 식어버린 손가락으로 서류 가방의 끈을 꼭 움켜쥘 뿐이었다."카산드라! 왜 데바트라한테 사실대로 말하지 않는 거야?!" 셀레나가 답답한 듯 그녀의 어깨를 흔들며 소리를 질렀다. "5년 전 네가 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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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장"당신이 상관할 바 아니에요!" 차가운 에어컨 소음 사이로 카산드라의 날카롭고 억눌린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그녀는 두 손을 거칠게 쳐들며 자신을 결박하고 있는 데바트라의 강인한 팔을 밀쳐내려 애썼다."이것 놓아요, 데바트라! 나 갈 거예요!"하지만 그녀가 콘크리트 기둥 뒤를 벗어나기도 전에 데바트라가 한발 빠르게 움직였다. 재빠른 동작으로 그의 손이 다시 카산드라의 어깨를 잡아채 벽으로 밀어붙였다. 그녀의 뒤닿은 등에서 나지막한 충격음이 묵직하게 울렸다."갈 데가 어디 있다고 그러지, 음?" 데바트라가 차갑고 조소 어린 웃음을 흘리며 물었다.그는 고개를 숙여 카산드라의 두 눈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견디기 힘들 만큼 노골적인 경멸이 그의 시선에 넘쳐났다."돈이 그렇게 가급했나? 그렇게 자랑스러워하던 그 부유한 남편이란 자가, 알고 보니 해외로 도망친 불쌍한 낙오자에 불과해서?"쿵!카산드라는 번갈아 가며 하던 몸부림을 즉시 멈추었다.전신이 딱딱하게 굳어지고, 앞에 선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가 크게 확장되었다. 방금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한 가지 의구심에 심장이 폭발할 듯 요동치기 시작했다."당신... 그 사람 조사했어요?" 떨리고 쉰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그녀의 가슴 깊은 곳에서 위태로운 희망의 불꽃 하나가 피어올랐다.카산드라는 데바트라의 두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그가 두 사람의 과거에 대해 어디까지 알아냈는지 탐색하려 했다.혹시... 혹시 그가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걸까? 5년 전 그의 부모가 병원에서 나에게 했던 그 끔찍한 협박까지 알아낸 걸까?카산드라의 표정 변화를 감지한 데바트라는 상황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는 확신에 더욱 오만하게 미소지었다."당연하지." 그가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 쓰레기 같은 놈을 조사했지. 알란 시어러 말이야. 이제야 네가 왜 나이트클럽에서 알바나 뛰고, 내 회사에 찾아와 디자이너 자리나 구걸할 만큼 절박해졌는지 이해가 가는군."그 말을 듣는 순간, 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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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장카산드라의 목을 짓누르던 데바트라의 악력이 천천히 느슨해졌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그녀를 단 1밀리미터도 떨어뜨려 놓지 않았다. 뺨을 연달아 맞은 남자의 상처받은 자존심과 뒤엉킨 분노의 안개는 순식간에 어둡고 억누를 수 없는 열정으로 변모했다. 에어컨 소음 사이로 퍼져나가는 카산드라의 살냄새까지 더해지자, 억만장자의 이성은 마침내 최저점 아래로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날 자극하는 건가, 카산드라?" 카산드라의 얼굴 앞에서 데바트라의 호흡이 점차 뜨거워지며 거친 숨소리가 묵직하게 깔렸다."이것 놔—"카산드라가 말을 끝맺기도 전에 데바트라가 지극히 잔혹하고도 전술적인 움직임으로 밀어붙였다. 한 손으로 카산드라의 턱을 잡아 억지로 고개를 들게 만든 그는, 탐욕스럽고 거친 입맞춤으로 그 붉은 입술을 꽉 막아버렸다.카산드라는 충혈된 두 눈을 크게 벌렸다. 당혹감과 수치심이 섞인 감정이 가슴속에서 폭발했다. 그녀는 손에 쥐고 있던 디자인 서류 봉투로 데바트라의 단단한 가슴을 내리치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그 바람에 봉투 속 서류들이 흩날려 바닥으로 하얗게 쏟아져 내렸다."읍!" 강요된 입맞춤 속에서 카산드라가 신음을 내뱉었다. 턱을 조여오는 데바트라의 악력이 점점 더 거세지자, 카산드라는 악을 쓰고 이빨을 다물어 데바트라의 아랫입술을 온 힘을 다해 깨물었다. 피의 쇠맛이 순식간에 두 사람의 가쁜 숨결 속으로 들이닥쳤다.그러나 그 고통은 데바트라를 한층 더 이성을 잃게 만들었을 뿐이었다.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도리어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자신의 피 맛을 음미하며 입맞춤을 더 깊이 밀어붙였고, 굳건한 체구로 카산드라의 자그마한 몸을 시멘트 벽으로 거칠게 몰아넣었다. 그의 혀가 절대적인 지배력으로 파고들며 카산드라가 구축하려 했던 모든 방어선을 무참히 짓밟았다.카산드라의 폐에서 산소가 희박해져 갔다. 지난밤의 잔혹하면서도 묘했던 다툼에 더해, 통증을 참으며 비틀거리고 걸어온 피로감이 겹쳐지면서 온몸의 마디마디가 순간 마비되는 듯했다. 데바트라의 가슴을 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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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장아파트 문이 희미한 삐걱 소리를 내며 열렸다.캐시는 남은 힘을 쥐어짜며 터벅터벅 걸어 들어왔다. 시계는 이미 오후 1시를 지나고 있었다. 그녀는 가슴에 모서리가 찢어지고 흙때가 묻은 스케치 몇 장이 숨겨진 천 폴더를 바짝 끌어안고 있었다. 그 조용한 복도에서 벌어졌던 몸싸움의 여파로, 발을 내딛을 때마다 하체 쪽에서 찌릿한 통증이 뻗어 나왔다."캐시? 세상에! 무슨 일이야?"작은 주방에서 커피를 내리던 셀레나가 컵을 달칵 소리 나게 조리대 위에 내려놓았다. 그녀는 캐시의 몰골을 보고 놀라 두 눈을 크게 뜨며 달려왔다.캐시의 머리카락은 완벽하게 흐트러져 있었고, 크림색 블라우스는 구겨져 있었으며, 가장 심각한 건 부풀어 오른 입술 한쪽 구석에 피딱지가 앉아 있다는 점이었다. 셀레나는 오전 11시에 집으로 돌아와 있던 참이었다."나 괜찮아, 셀…" 소파로 향하려 걸음을 옮기며 캐시가 갈라지고 쉰 목소리로 속삭였다."거짓말하지 마!"셀레나가 그녀의 손목을 빠르게 낚아챘다. 이어 폴더 밖으로 삐져나와 있는, 흙으로 더러워진 스케치북 몇 장을 집어 들었다."이것 좀 봐! 네 디자인이 온통 엉망진창이 됐잖아! 그리고 네 입술은… 캐시, 누가 너한테 이런 짓을 한 건지 말해."캐시는 친구의 추궁하는 눈빛을 피하려 고개를 획 돌렸다. 참아왔던 눈물이 다시 눈꺼풀 뒤로 고여 들었다."내가… 건물에서 급하게 나오다가 1층 화단 근처에서 발이 걸려 넘어졌어. 넘어진 거야, 셀. 종이들은 바람에 날아가고, 입술은 시멘트 화단 모서리에 부딪혔어.""넘어져?"셀레나가 씁쓸한 헛웃음을 터뜨리더니, 명확한 불신의 눈빛으로 그녀를 살폈다. 잡았던 손을 놓고 팔짱을 낀 셀레나가 입을 열었다."언제부터 화단 모서리가 이렇게 잔인하게 강제로 키스당한 자국을 남기는데, 캐시? 나 바보 만들지 마."캐시는 침묵했다. 몸 안으로 차가운 기운이 감돌며 그녀의 손가락이 블라우스 자락을 바짝 움켜쥐었다."데바트라 짓이지, 맞지?" 억눌린 분노를 담아 셀레나가 낮은 목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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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장데바트라의 발걸음 소리가 몰렌스 저택 로비의 대리석 바닥 위로 묵직하게 메아리쳤다. 그는 절도 있는 동작으로 스리피스 수트를 벗어 입구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집사에게 단 한마디 말도 없이 건븸었다. 오늘 낮에 벌어졌던 사건의 여파로 생긴 피로와 긴장감이 그 단단한 턱선 위에 여전히 짙게 묻어나 있었다."데브? 벌써 돌아왔어요?"조야 이본이 연보라색 고급 실크 드레스를 우아하게 차려입고 식당 쪽에서 모습을 나타냈다. 특유의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던 그녀의 걸음이 데바트라의 앞에 이르자마자 순간 얼어붙었다. 정성스럽게 화장한 그녀의 두 눈이 남편의 아랫입술을 똑바로 쏘아보았다. 물린 자국처럼 보이는 선명한 붉은 상처가 여전히 완벽하게 눈에 띄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래," 데바트라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차갑고 무심한 목소리로 답하며 그녀를 지나쳐 걸어갔다."입술이… 어떻게 된 거예요?" 조야가 서둘러 몸을 돌려 그를 쫓아가며 물었다. 내면에서 불타오르기 시작한 의심으로 그녀의 목소리가 한층 높아졌다. "언제부터 업무 회의가 몰렌스 코퍼레이션 회장의 입술을 터뜨리고 피가 나게 만든 거죠?"데바트라가 걸음을 뚝 멈추었다. 어깨 넘어 고개를 살짝 돌린 그는 먹잇감을 노리는 매처럼 어둡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너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조야. 분수를 알아라.""난 당신 아내예요, 데브!" 조야가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범람하려는 질투심을 억누르려 짙은 붉은색 매니큐어가 칠해진 손가락 주먹을 꽉 쥐었다. "밤새 집에 들어오지 않더니, 오늘 오후엔 업무가 있다는 핑계로 날 놀이동산에서 먼저 돌아오게 만들었잖아요. 그런데 이제 와서 입술에 물린 자국을 달고 나타나요? 대체 어떤 여자랑 같이 있었던 거예요?""조야…" 데바트라가 평소보다 훨씬 더 낮고 거친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복도의 공기가 오싹할 정도로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가 그녀를 향해 몸을 완벽하게 돌려세우며, 압도적인 위압감으로 두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혔다. "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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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장한 시간 뒤, 칠리가 방에서 깊은 잠에 빠진 것을 확인한 데바트라는 단단한 걸음으로 자신의 개인 집무실을 향해 걸어갔다.그는 메인 조명을 켜지 않았다. 그저 스탠드등의 은은한 불빛으로만 공간을 밝혔고, 밤의 정적이 방 안을 둘러싸게 내버려두었다.그는 중역용 의자에 몸을 묻고는 책상 맨 아래 서랍을 천천히 열었다.그 안에서 그는 검은색 벨벳 상자를 다시 꺼냈다.상자 안에는 캐시와의 결혼을 상징했던 단수한 두 개의 은반지가 뉘어져 있었다.데바트라는 '카산드라'라는 이름이 각인된 반지를 집어 들고 은은한 불빛 아래에서 손가락 사이로 천천히 돌려보았다. 엄지손가락이 은빛 표면을 부드럽게 문지르는 동안, 그의 의식은 오늘 낮 그 고요했던 복도에서 벌어진 일로 몇 번이고 다시 돌아갔다.캐시의 눈빛… 그토록 상처받고, 완벽하게 무너져 내렸으면서도, 돈으로는 결코 살 수 없는 자존심으로 가득 차 있던 그 시선이… 고장 난 테이프처럼 그의 머릿속에서 끝없이 되풀이되고 있었다."…당신이 그토록 눈이 멀지만 않았어도… 내가 당신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진짜 이유를 알았을 텐데. 결국 그 억만장자는 눈도 멀고… 마음까지 멀었던 거였어.""눈도 멀고… 마음까지…" 데바트라가 정적 속에서 중얼거렸다. 내면에서부터 그를 갉아먹기 시작한 좌절감으로 인해 그의 목소리는 쉰 듯 떨리고 있었다.그는 두 눈을 바짝 감았다.가슴 한가운데서 낯선 통증이 요동치고 있었다.자신이 불륜을 저지르고 돈 때문에 자신을 버렸다고 비난했던 여자가, 어째서 나이트클럽 종업원으로 일하며 비참하게 사는 삶을 받아들인 것일까?어째서 그녀는 어젯밤 자신이 제시한 경제적 보상과, 자신의 손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음을 알면서도 정부가 되어달라는 그 수치스러운 제안을 망설임 없이 거절했던 것일까?그 모든 것이 전혀 앞뒤가 맞지 않았다.데바트라가 팍 눈을 떴다.그의 눈동자에서 번져 나오던 빛이 순식간에 의구심이 가득 찬 날카로운 빛으로 바뀌었다.그는 오늘 오후 럭키가 가져다준 보고서를 떠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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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장도심의 한가운데 위치한 프리미엄 구역, 'J-패션' 부티크의 유리문이 열리며 캐시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입구 위쪽에서 울리는 섬세한 종소리가 그녀의 방문을 알렸고, 공간을 가득 채운 은은한 아로마 양초 향기가 그녀를 맞이했다.캐시는 천 가방 끈을 바짝 움켜쥐며, 어제 몰렌스 코퍼레이션에서 당했던 참혹한 거절의 여파로 여전히 남아 있던 초조함을 털어내려 애썼다."카산드라? 세상에...! 너 진짜 카산드라 맞아?"우아한 버건디색 블레이저를 입은 숏컷 머리의 여인이 안쪽 사무실에서 단단한 걸음으로 걸어 나왔다. 디자인 학원 시절 캐시의 선배이자 부티크 사장인 지한이었다. 캐시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가 반가움으로 반짝였다."안녕하세요, 지한 언니," 캐시가 서둘러 고개를 살짝 숙이며 정중한 미소를 지었다. "연락도 없이 불쑥 찾아와서 죄송해요.""그런 딱딱한 인사는 치워! 셀레나한테 어젯밤에 얘기 다 들었어," 지한이 웃으며 그녀의 말을 잘랐고, 매장 한구석의 벨벳 소파로 그녀를 안내했다. "가져왔다는 포트폴리오 어디 있어? 지금 당장 볼래."캐시가 고개를 끄덕였다.조금 떨리는 손길로 그녀는 천 폴더를 열고, 흙때를 지우기 위해 밤새 정성껏 다듬었던 스케치북 몇 장을 꺼냈다. 가슴속에서 불안감과 희망이 뒤섞이는 것을 느끼며, 그녀는 마블 테이블 위에 종이들을 조심스럽게 놓아두었다."가을 시즌을 겨냥한 현대적인 여성복 디자인이에요, 언니. 전부 손으로 직접 그렸어요."지한이 스케치북을 집어 들었다.한 장 한 장 완벽한 집중력으로 검토하는 동안 부티크 안에는 깊은 정적이 흘렀다.그녀의 그림을 보지도 않고 내던졌던 몰렌스 코퍼레이션의 인사팀장과 달리, 지한의 두 눈은 조금씩 크게 떠지며 캐시가 세심하게 묘사한 연필 선 하나하나와 패턴의 디테일을 감탄 어린 시선으로 훑어 내렸다."엄청나네..." 마침내 지한이 진심 어린 감탄이 가득 실린 목소리로 나지막이 중얼거렸다.그녀가 고개를 들어 캐시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네 재능은 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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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제30장'J-패션'의 유리문 위에 달린 종이 다시 한번 은은한 소리를 내며 부티크의 평화로운 정적을 깨뜨렸다.마네킹 옆에서 브로케이드 레이스 샘플 여러 개를 정돈하고 있던 캐시는, 상류층 고객을 맞이하기 위해 이미 몸에 밴 전문적인 태도로 즉시 몸을 돌렸다."어서 오세요, J-패션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말문이 그녀의 목구멍에서 턱 막혀버렸다.무시할 수 없는 오만함으로 방금 막 걸어 들어온 여인을 알아보자, 그녀의 갈색 눈동자가 크게 떠졌다.조야 이본이었다.얼굴의 반을 가리는 커다란 선글라스를 끼고, 시선을 끌기 위해 명품 브랜드 가방을 일부러 팔에 걸친 채, 그녀는 턱을 높이 들고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다음 주에 있을 몰렌스 가문의 대형 비즈니스 자선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가릴 수 없이 화려한 드레스를 맞춤 제작하고자 이 부티크를 찾아온 참이었다.하지만 우아한 동작으로 선글라스를 벗자마자, 그녀의 얼굴을 장식하고 있던 가짜 미소가 완벽하게 사라졌다."너-너?!"조야의 두 눈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크게 떠졌다. 그 충격을 숨기지 못한 채 그녀는 본능적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너 같은 천박한 여자가 이렇게 고상한 곳에서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캐시는 거의 즉각적으로 침착함을 되찾았다.그녀는 손에 쥐고 있던 브로케이드 원단을 바짝 움켜쥐고, 턱에 들어간 힘을 억지로 풀며 격식 있고 차가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여기서 일합니다, 몰렌스 사모님. 드레스 디자인과 관련해 어떤 걸 도와드릴까요?"그 말은 조야의 과도한 자존심을 완벽하게 짓밟아 버렸다.어제 아침 데바트라와의 충돌로 여전히 남아 있던 질투심과 트라우마가 거세게 피어오르며, 캐시를 먼지처럼 짓밟아버리고 싶다는 억누를 수 없는 욕망이 분출했다."여기서 일한다고? 디자이너로?"조야가 경멸이 가득 찬 시선으로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 내리며 날카로운 실소를 터뜨렸다."웃기지도 않는군! J-패션 수준의 부티크가 가난뱅이 하녀에, 전과자에, 이제는 최소한의 자존심조차 남아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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