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속임수가 드러난 후 남편의 후회 : Chapter 1 - Chapter 10

12 Chapters

Ch 1

로즈메리는 넓은 걸음으로 저택의 계단을 올라갔다. 그녀의 얼굴에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행복한 기색이 가득해 환하게 빛났다. 손에는 병원 로고가 찍힌 하얀 종이 한 장을 꽉 쥐고 있었다. 숨은 약간 가빴지만, 가슴속에 넘쳐흘러 기쁨이 모든 피로를 씻어내는 듯했다."할머니, 캘빈은 어디에 계세요?" 로즈메리는 2층 복도를 지나가던 중년 여종을 보자마자 물었다.여종은 걸음을 멈추고, 젊은 주인이 풍기는 밝은 분위기에 공손하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캘빈 님은 서재에 계십니다, 부인.""고마워요!" 로즈메리는 재빨리 대답하곤, 지체 없이 복도 끝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그녀의 마음은 한없이 들떠 있었다. 남편에게 이 엄청난 소식을 얼른 알려 주고 싶어 안달이 났다. 오늘 아침 병원에서 의사가 보여 준 친절한 미소가 문득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부인, 드디어 임신하셨습니다. 삼 년을 기다리신 끝에 마침내 태아가 자궁에 자리 잡았네요.” 의사는 따뜻한 어조로 검사 결과를 건네며 말했다.그때 로즈메리는 가슴이 터질 듯 기뻤다. “정말인가요? 정말 기쁜 소식이에요, 선생님! 얼른 집에 가서 남편에게 알려야겠어요!”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외쳤었다.삼 년 동안의 걱정과 밤을 새워 기도한 시간, 갖은 노력 끝에 마침내 결실을 맺은 것이다. 로즈메리는 캘빈이 자신을 꼭 끌어안고 돌아 주거나, 이 의사의 편지를 보고 기쁨의 눈물을 흘릴 모습을 상상했다.하지만 캘빈의 서재 문이 살짝 열린 그 앞에 발을 내딛는 순간, 그녀의 발걸음이 갑자기 멈췄다. 익숙한 그의 목소리가 차갑고 날카롭게 안쪽에서 들려왔다."내가 로즈메리를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생각해? 그녀는 그저 그녀 아버지에게 복수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해!"캘빈의 입에서 그런 말이 튀어나오자, 방 안의 정적이 갈라졌다. 로즈메리는 자리에 얼어붙었다. 얼굴의 미소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깊은 혼란스러움이 자리 잡았다. 몸은 조각상처럼 굳어 버렸다.방 안에서는 스피커폰을 통한 전화 통화가 선명하게 들렸다. 캘빈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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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 2

"왜 제가 아버지를 탓해야 하죠?" 로즈메리는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떨며 속삭였다. 그녀는 한 걸음 다가가 그들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얼음처럼 차가운 캘빈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아버지를 탓할 필요 없어요. 잘못된 건 나니까요! 삼 년 동안이나 당신이 만든 달콤한 거짓말에 너무도 쉽게 빠져든 바보는 바로 나예요!"캘빈은 그저 얕고 삐딱한 미소를 지을 뿐, 마치 그녀를 깔보는 듯했다. 그의 잘생긴 얼굴에는 조금의 후회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동안 숨겨 왔던 다정한 남자라는 가면은 완전히 벗겨지고, 로즈메리에게는 낯선 악마의 본모습이 드러났다."아까 이미 말해 줬지, 로즈메리," 캘빈은 마치 날씨 이야기를 하듯 태연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내가 내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네 아버지에게 하려면, 그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사랑스러운 딸을 먼저 부숴야 하는 법이야.""그래서 제 부숴뜨림으로 제 아버지를 괴롭힐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로즈메리의 입술에서 쓴웃음이 흘러나왔고, 멈추지 않는 눈물과 뒤섞였다. "당신은 정말 시야가 좁군요, 캘빈!""그럼, 당연하지!" 캘빈은 재빨리 끊어 말하며 그의 시선이 순식간에 강철처럼 굳어졌다. 눈빛 속에는 깊은 증오의 불길이 타올랐다. "난 널 아프게 하고 정신적으로 괴롭힐 거야, 네가 더 이상 살아갈 힘조차 잃을 때까지! 네 아버지가 자기 딸이 아무것도 못 해보고 산산조각 나는 걸 지켜보는 그 기분을 똑같이 느끼게 해 주고 싶을 뿐이야!""이런 악당 같으니라고!"격분한 로즈메리는, 줄곧 손에 꼭 쥐고 있던 접힌 종이 한 장을 그에게 던졌다. 병원에서 받은 검사 결과지가 공중에 날아가더니 캘빈의 가슴에 맞고 차가운 화강암 바닥에 떨어졌다.캘빈은 고개를 숙이고 종이 아래쪽에 굵은 글씨로 인쇄된 글귀를 읽었다. 임신 검사 결과: 양성. 그의 이마에는 깊은 주름이 잡히고, 숨이 잠시 멎는 듯했다."너... 너 임신했어?" 캘빈은 종이와 로즈메리를 번갈아 보며 굵은 목소리로 물었다.로즈메리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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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 3

"로즈메리, 그만해! 이 집에서 문제 일으키지 마!" 캘빈은 우렁찬 목소리로 그녀의 말을 거칠게 끊으며 으름장을 놓았다. 그의 검은 눈동자는 위협적으로 번뜩였고, 그곳에는 더 이상 배려라곤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그는 얼굴을 복도 쪽으로 돌리며 드러내기 싫은 듯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인들! 로즈메리를 당장 방으로 데려가!"로즈메리는 쓴웃음을 내뱉었다. 마음속 깊이 무너져 내린 마음에서 피어난, 쓰디쓴 웃음이었다. 그녀의 가슴은 언제라도 터져 나올 듯한 감정의 폭풍을 참으며 거칠게 오르내렸다. 눈물은 앞서 맞은 따귀 때문에 붉게 물든 뺨을 계속해서 적셨지만, 그녀의 눈빛은 깊은 슬픔과 똑같이 강렬한 증오를 뿜어내고 있었다."캘빈, 넌 내가 만난 사람 중 최악의 쓰레기야!" 로즈메리는 목이 찢어질 듯 날카롭고 거친 소리로 외쳤다. "절 뭘로 보는 거예요?! 감정도 없는 나무 인형으로 생각하세요?! 삼 년 동안이나 진심으로 당신을 사랑했는데, 당신은 절 그저 장난감으로 삼았을 뿐이에요! 두고 봐... 두고 봐요, 당신의 잔혹한 짓들 모두 갚아주고 말 거예요!"그런 위협에도 캘빈은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깔보는 듯 삐딱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팔짱을 끼고 로즈메리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며 비꼬는 어조로 말했다."날 향해 복수하겠다고?" 캘빈은 차갑게 받아쳤고, 그의 말은 로즈메리의 귀에 독처럼 스며들었다. "좋아, 그래 봐. 약한 여자인 네가 무슨 복수를 할 수 있을지 구경해 보겠다!"그러고는 문가에 얼어붙어 서 있던 두 명의 중년 여종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들은 얼굴이 창백해지고 몸을 떨며, 방 안의 긴장감에 꼼짝도 못 하고 있었다."거기서 아직도 꼼짝없이 서 있기만 해?!" 캘빈이 큰 소리로 꾸짖자, 하인들은 깜짝 놀랐다. "이 여자를 방으로 끌고 가는 법까지 가르쳐 줘야겠어?"그중 한 명의 여종이 고개를 푹 숙인 채 재빨리 다가와, 분노에 휩싸인 젊은 주인의 눈을 감히 쳐다보지도 못하고 조심스럽게 로즈메리의 팔을 잡았다."부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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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 4

"부인, 안 됩니다! 제발, 배 속의 아이를 해치지 말아 주세요!" 늙은 여종이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그녀는 로즈메리가 막 태동한 생명을 꺼내듯 자기 배를 꽉 움켜쥔 모습을 보며 공포에 질려 눈을 동그랗게 떴다."이런 더러운 결혼 생활에서 아이가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하세요?!" 로즈메리는 히스테릭하게 소리쳤다. 따뜻한 눈물이 붉게 물든 뺨을 타고 흘러내려, 산산조각 난 마음의 자욱을 남겼다. "이 아이는 절대 행복할 수 없어요, 할머니! 태어나서 계속해서 아버지에게 상처받고 이용당하며 자라게 될 뿐이에요! 이 아이는 그저 복수 도구로 쓰일 뿐이에요!""부인, 진정하세요! 제발 제 말을 들어보세요!"여종은 앞치마 주머니에서 떨리는 손으로 캘빈이 미리 명령해 둔 멸균 주사기를 꺼냈다. 익숙하면서도 조심스럽게, 가느다란 바늘을 로즈메리의 위팔에 찌르고 약을 밀어 넣었다.정해진 용량의 진정제가 로즈메리의 혈관 속으로 빠르게 흘러 들어갔다. 찰나의 순간, 차가운 기운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굳었던 근육이 서서히 이완되고 남은 기력이 빠져나가며 몸이 힘없이 무너졌다. 푹신한 침대는 마치 철제 새장처럼 느껴졌다. 시야는 흐릿해졌지만, 눈빛의 분노는 꺼지지 않았다."할머니..." 로즈메리는 거친 목소리로 속삭이며 베개에 머리를 푹 떨궜다. 그녀의 목소리는 한없이 약하고 무거웠다. "이혼하고 싶어요... 그에게 계속 상처받고 싶지 않아요..."여종은 로즈메리가 몸은 가라앉는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두꺼운 이불을 덮어주고, 연민 가득한 표정으로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부인, 조금만 참으세요," 여종은 부드러운 어조로 달래며 헝클어진 로즈메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님께서도 예전처럼 다시 부인을 사랑하게 되실 거예요. 캘빈 님의 사랑은 진심이었답니다."로즈메리는 쓴웃음을 지었다. 너무나도 처량한, 힘없는 웃음이었다. "절 사랑한다고? 할머니께서 직접 들으시지 않았나요? 그저 복수하려고 했을 뿐이에요! 삼 년 동안의 모든 관심과 사랑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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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 5

다비안의 스포츠카가 타이어 소리를 요란하게 내며 캘빈의 주요 빌딩 VVIP 주차장에 울려 퍼졌다. 그는 시동도 제대로 끄지 않은 채 차에서 뛰쳐나왔고, 타오르는 듯한 분노를 휘감은 채 자동 유리문을 뚫고 걸어갔다. 경비 직원들이 인사를 건넸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곧장 전용 엘리베이터에 올라 최상층으로 향했다—CEO의 호화로운 사무실이 있는 곳이었다.쾅!캘빈의 사무실, 두툼한 참나무 이중문이 세차게 열렸다. 검은 유리 책상에서 서류를 보고 있던 캘빈은 태연하게 눈썹 하나만 치켜들었다. 격분한 황소처럼 보이는 친구의 모습에도 전혀 놀란 기색이 없었다."이런 악당 같으니!" 다비안의 외침이 사무실 전체에 울려 퍼졌다. 그는 성큼 다가가 캘빈의 셔츠 깃을 꽉 움켜쥐어 비싼 천이 구겨지도록 흔들었다. "캘빈, 정말 로즈메리를 계속 아프게 할 거야?!"캘빈은 몇 초간 침묵을 지켰다. 그저 검고 무정한 눈으로 다비안을 응시한 뒤, 차갑고 얕은 미소를 지었다."그래," 캘빈은 짧게 대답했다. 목소리는 평온했지만 뼛속까지 시릴 만큼 날카로웠다. "난 그녀를 부숴뜨릴 거야. 그녀로 하여금 삶이 서서히 무너지는 걸 느끼게 해주겠어... 마치 네 아버지가 그녀 아버지 때문에 모든 걸 잃고 비참하게 죽어간 것처럼!""정말 쓰레기 같아!" 다비안은 손마디가 하얗게 되도록 더욱 꽉 움켜쥐며 으름짓었다. "말해봐! 로즈메리를 놓아주는 데 얼마가 필요해? 금액만 말해봐, 지금 당장 송금해 줄 테니까!"캘빈은 비웃었다. 느리지만 힘 있는 동작으로 다비안의 손을 뿌리치고, 단정히 넥타이와 셔츠를 정돈한 채 태연하게 섰다. 친구의 분노 따위는 전혀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었다."그녀를 사려고 한다고?" 캘빈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예리한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왜, 다비안? 그녀를 자기 여자로 만들고 싶어서 값을 치르려는 거야?"다비안은 주먹을 꽉 쥐었다. 후회 없는 그 잘생긴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싶은 충동을 억지로 참으며."난 그렇게 비열하지 않아, 캘빈!" 다비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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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 6

"젠장! 저 여자가 왜 저렇게 활짝 웃어야 하는 거야?!" 데반은 손에 쥔 빈 음료수를 꽉 쥐어짜 부수더니, 좁고 더러운 골목 벽에 거칠게 내던졌다.골목 끝쪽, 고층 빌딩 벽에 걸린 거대한 유리 화면에는 세바스찬 가문의 공식 환영 파티 재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거대한 화면 속에서 리비아는 수천 개의 크리스탈로 장식된 흰색 비단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그녀는 평온한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디르간타라 세바스찬의 듬직한 어깨에 기대고 있었다. 예전이면 언제나 데반의 것이었던 따뜻한 미소가, 이제는 온전히 다른 남자를 향해 쏟아지고 있었다.데반은 상한 손바닥으로 더러워진 얼굴을 쓱쓱 문질렀다. 평소 단정했던 머리는 엉키고 기름기로 번들거렸고, 값비싼 셔츠는 먼지 쌓인 듯 칙칙하게 빛을 잃었으며, 온몸에서는 진한 땀내가 진동했다. 세바스찬 그룹에 의해 자신의 회사 자산이 모두 몰수되고 이름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후, 데반은 보이지 않는 유령처럼 거리를 떠돌며 살아왔다."그 자리에 있어야 할 사람은 나야!" 데반은 벽돌 벽을 주먹으로 내리쳤고, 손가락 마디에서 번져오는 고통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내가 그녀 곁에 서 있어야 했어! 내가 이 모든 화려함을 누려야 했어!"과거의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리비아가 언제나 따뜻한 미소로 현관에서 맞아주고, 아플 때 돌봐주고, 한마디 보상도 바라지 않고 그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을 해주던 시절—데반의 가슴은 커다란 망치로 얻어맞은 듯 아팠다. 리비아를 잃은 것은 단순히 연인을 잃은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를 존중해주던 유일한 안식처를 잃은 것이었다.하지만 깊은 후회는 이제 다른 모습으로 변해버렸다. 영혼을 태우는 증오, 질투, 시기심이 데반의 남은 이성마저 모조리 집어삼켰다. 자신은 이렇게 땅바닥에 쓰러져 비참해지는데, 리비아는 부와 행복으로 가득 찬 최고의 자리에서 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날 망쳐놓고 너만 행복할 것 같아, 리비아?" 데반은 광기 어린 목소리로 낮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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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 7

"자, 부인, 조금만 더 드셔보세요." 시종 할머니가 떨리는 손으로 짭짤한 죽이 담긴 숟가락을 창백한 로즈메리의 입술에 갖다대며 속삭였다.로즈메리는 거절하지 않았다. 천천히 입을 벌리고 아무 소리 없이 음식을 씹고 삼켰다. 그녀의 눈빛은 이틀 전처럼 광란에 휩싸이거나 히스테릭한 비명으로 가득 차 있지 않았다. 그녀에게서는 이상한 평온이 흘러나왔다—스스로 만들어낸 가면 같은, 체념의 평온함이었다.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숟가락 하나가 칼빈에게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연료였다. 힘이 필요했다. 이 지옥에서 살아나가려면 남은 힘을 모아야 했다.방 구석에는 덩치가 큰 경호원 두 명이 로즈메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집주인이 순순히 협조하며 식사를 반쯤 마치는 것을 보자, 경호원들의 긴장이 서서히 풀렸다. 로즈메리가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 현실에 순응하기 시작했다는 보고가 칼빈에게 전해졌다.하지만 그 순응은 환상에 불과했다.밤은 점점 깊어져 칼빈의 저택을 끔찍한 어둠과 고요함으로 감쌌다. 주 복도의 커다란 벽시계는 새벽 두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은은하게 울리는 에어컨 소리만이 넓은 방 안의 유일한 생명의 흔적이었다.로즈메리는 어둠 속에서 천천히 눈을 떴다. 평소 주사받던 진정제의 효과를 미리 물을 많이 마셔가며 억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졸음이 아직 눈꺼풀을 짓눌렀지만, 가슴속의 결심이 그보다 더 강렬하게 타올랐다. 비단결처럼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두꺼운 이불을 젖히고, 맨발로 차가운 화강암 바닥을 밟았다. 소리는 단 한 마디도 나지 않았다.그녀는 단단히 잠긴 방 현관문을 바라보았다. 저쪽으로 도망치는 것은 어리석게도 자수하는 것과 같았다. 로즈메리의 시선이 방의 다른 구석으로 향했다—하인들이 청결한 옷을 주인의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고 배달하던 비밀 통로, 뒷발코니로 통하는 작은 나무문이었다.숨을 죽이고 로즈메리는 문으로 다가갔다. 차가운 손으로 손잡이를 아주 천천히 돌리며, 경첩 소리가 나지 않기를 기도했다. 딱. 문이 조금 열렸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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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 8

"머리 잡아, 어서!" 다비안이 어깨로 주방문을 밀어젖히며 호통쳤고, 뒤따라 달려오는 간호사 두 명을 재촉했다.화려한 방 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칼빈은 침대가에 얼어붙은 채 숨을 헐떡이며, 차갑게 떨리는 자신의 손바닥만 쳐다보고 있었다. 푹신한 매트리스 위에는 로즈메리가 시체처럼 뻣뻣하게 누워 있었다. 종이처럼 창백한 얼굴에 헝클어진 검은 머리가 베개 위로 흩어져 있어 그 대비가 더욱 선명했다.다비안은 황급히 다가가 로즈메리의 손목 맥박을 확인했다. 맥박은 극도로 약하고 불규칙했다. 그의 시선이 칼빈을 향하며 격분한 눈빛이 번쩍였다."너 정말 미쳤구나, 칼빈!" 다비안은 로즈메리의 이마에 닿으려는 칼빈의 손을 거칠게 쳐내며 소리쳤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탈수가 심각하고 열도 높아! 그런데도 짐승처럼 가둬둔 거야?!""일부러 기절시킨 게 아니야!" 칼빈이 변명하듯 받아쳤지만, 목소리의 떨림이 극심한 공포를 감추지 못했다. "그녀가 한밤중에 뒷정원으로 도망치려 했어! 그냥 붙잡았을 뿐이야!""붙잡았다고?" 다비안은 냉소적으로 웃었다. 어릴 적 친구에 대한 깊은 실망이 담긴 웃음이었다. "넌 그녀를 도망자처럼 취급했어! 만약 그녀의 배 속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거나—더 나빠, 로즈메리까지 위험해진다면—절대로 너를 용서하지 않겠다!"칼빈은 입을 다물었다. 다비안의 말이 무거운 망치처럼 그의 가슴을 내리쳤다. 그는 한 걸음 물러나 차가운 벽에 등을 기댄 채, 다비안이 데려온 의료진이 로즈메리에게 링거를 꽂고 심전도 측정기를 부착하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았다.한편, 방 밖 복도에서는 시종 할머니가 살짝 열린 문틈으로 훔쳐보고 있었다. 젊은 부인의 처지를 불쌍히 여기며 눈물을 흘렸고, 주름진 손으로 앞치마를 꽉 움켜쥐었다. 얼마 전 다비안과 비밀리에 상의했던 일이 떠오르자, 그녀는 주머니 속을 뒤져 평범한 봉투 하나가 그대로 잘 보관되어 있는지 확인했다.몇 시간이 흘러 동녘이 트기 시작했다. 의료진은 로즈메리의 상태가 비교적 안정적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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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 9

"손 놓아, 칼빈!" 로즈메리는 온 힘을 다해 팔을 저으며, 꽉 잡힌 손목을 벗어나려고 애썼다.감은 방 안의 고요함이 옷 소리와 헐떡이는 숨소리로 깨졌다. 칼빈은 어둠 속에서 똑바로 서서, 분노와 절망이 뒤섞인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로즈메리의 손을 잡은 그의 힘은 조금도 풀리지 않고, 오히려 더 세게 조여져 그녀의 창백한 피부가 붉어졌다."정말 안 질려, 로즈메리!" 칼빈은 떨리는 낮은 목소리로 비웃었다. "몸이 거의 쓰러질 뻔했고, 링거도 방금 뽑았는데도, 아직도 내 열쇠를 훔쳐 도망치려고 생각해?!""그럼 네가 이런 악마에게 조각조각 찢겨지는 걸 그냥 기다리라고 생각했어?" 로즈메리는 도전적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녀의 눈은 칼빈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고, 더 이상 두려움의 흔적은 없었다. "한번에 죽여버려, 칼빈! 우리가 가는 걸 보기 싫다면 나와 이 아이를 죽여! 내가 숨 쉬는 한, 이 지옥에서 나가는 방법을 계속 찾을 거야!""그만해!" 칼빈은 로즈메리의 손을 침대 위로 내던지며 소리쳤다.그는 그녀의 약한 손가락에서 금색 열쇠를 꺼내 양복 주머니에 다시 넣었다. 로즈메리의 등을 돌리고, 자신의 머리를 거칠게 움켜쥐었다. 가슴은 격렬한 감정의 파도를 참으면서 오르내렸다. 한편으로는 과거의 복수심이 그녀를 계속 망치라고 다그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몇 시간 전 시체처럼 뻣뻣하게 누워있던 로즈메리의 모습이 계속 그를 괴롭히며 참을 수 없는 죄책감으로 그의 가슴을 태웠다."너는 죽지 않을 거고, 그 아이도 꼭 태어날 거야." 칼빈은 갑자기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며, 힘의 가면을 다시 쓰려고 애썼다. "지금부터 이 방 경비를 두 배로 할 거다. 내 직접적인 감시 없이는 바닥도 밟지 못하게 될 거야."로즈메리는 침대 위에서 비웃음을 뱉었다. 칼빈의 귀에 찌릿찌릿한 차가운 웃음이었다."네가 날 가둬도, 내 영혼은 가둘 수 없어." 로즈메리는 냉소적으로 속삭이며, 링거 상처에서 새어나오는 피를 닦아냈다. "이 집에서 숨 쉬는 매 순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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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 10

"감히 이곳에 발을 들이다니!" 로즈메리는 계산대 위에 놓인 차가운 물이 담긴 유리 주전자를 집어, 무릎 꿇고 있는 그의 얼굴에 세차게 쏟아부으며 소리쳤다.차가운 물이 칼빈의 얼굴과 빛을 잃은 고급 셔츠를 흠뻑 적셨다. 그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코끝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닦지도, 변명하려 하지도 않았다. 붉고 깊은 다크서클이 내려앉은 그의 눈은 여전히 로즈메리를 똑바로 쳐다보았다—이제 더 이상 오만도 분노도 아닌, 어둡고 깊은 절망과 후회만이 가득한 시선이었다.카페 문의 방울 소리는 점차 희미해지고, 로즈메리의 심장 소리만이 귓가에 울렸다. 지난 석 달 동안 꼭꼭 숨겨두었던 끔찍한 기억들이 한순간에 솟아올라, 그녀를 치유해주었던 바닷가의 상쾌한 공기를 독처럼 뒤흔들었다."로즈메리... 제발..." 칼빈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갈라졌고, 카페 밖 파도 소리에 묻힐 듯했다. 차가운 나무 바닥에서 그의 몸은 심하게 떨고 있었다. "날 좀 봐... 제발, 내 말 좀 들어줘...""당장 나가! 안 그러면 주민들을 불러 널 끌어내게 할 거야!" 로즈메리는 출입문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숨은 가쁘게 몰아쉬었고, 자유로운 손은 반사적으로 다섯 달 된 새 생명이 담긴 불룩한 배를 감쌌다.그녀의 반사적인 행동을 칼빈이 놓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이 그녀의 손가락이 감싼 배에 머물렀다. 꾹 참았던 눈물이 마침내 흘러내려, 볼에 묻은 차가운 물과 섞였다. 자신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확인하며—한때 보복의 도구로 삼으려 했던 아이—기쁨과 동시에 가슴을 찢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우리 아이..." 칼빈은 작게 중얼거렸고, 죄책감에 목이 막혔다. "아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지?""내 아이야! 오직 나의 아이일 뿐!" 로즈메리는 뒤로 물러나며 소리쳤고, 손은 꽉 쥐어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변했다. "너는 이 아이에 대해 단 한 자격도 없어! 네 입으로 직접 이 아이를 네 어리석은 복수심의 제물이라고 말했잖아! 감히 묻거나 부를 권한 따윈 없어!""내가 잘못했어, 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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