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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 5

Autor: Gafa author
last update Fecha de publicación: 2026-09-07 14:51:01

다비안의 스포츠카가 타이어 소리를 요란하게 내며 캘빈의 주요 빌딩 VVIP 주차장에 울려 퍼졌다. 그는 시동도 제대로 끄지 않은 채 차에서 뛰쳐나왔고, 타오르는 듯한 분노를 휘감은 채 자동 유리문을 뚫고 걸어갔다. 경비 직원들이 인사를 건넸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곧장 전용 엘리베이터에 올라 최상층으로 향했다—CEO의 호화로운 사무실이 있는 곳이었다.

쾅!

캘빈의 사무실, 두툼한 참나무 이중문이 세차게 열렸다. 검은 유리 책상에서 서류를 보고 있던 캘빈은 태연하게 눈썹 하나만 치켜들었다. 격분한 황소처럼 보이는 친구의 모습에도 전혀 놀란 기색이 없었다.

"이런 악당 같으니!" 다비안의 외침이 사무실 전체에 울려 퍼졌다. 그는 성큼 다가가 캘빈의 셔츠 깃을 꽉 움켜쥐어 비싼 천이 구겨지도록 흔들었다. "캘빈, 정말 로즈메리를 계속 아프게 할 거야?!"

캘빈은 몇 초간 침묵을 지켰다. 그저 검고 무정한 눈으로 다비안을 응시한 뒤, 차갑고 얕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 캘빈은 짧게 대답했다. 목소리는 평온했지만 뼛속까지 시릴 만큼 날카로웠다. "난 그녀를 부숴뜨릴 거야. 그녀로 하여금 삶이 서서히 무너지는 걸 느끼게 해주겠어... 마치 네 아버지가 그녀 아버지 때문에 모든 걸 잃고 비참하게 죽어간 것처럼!"

"정말 쓰레기 같아!" 다비안은 손마디가 하얗게 되도록 더욱 꽉 움켜쥐며 으름짓었다. "말해봐! 로즈메리를 놓아주는 데 얼마가 필요해? 금액만 말해봐, 지금 당장 송금해 줄 테니까!"

캘빈은 비웃었다. 느리지만 힘 있는 동작으로 다비안의 손을 뿌리치고, 단정히 넥타이와 셔츠를 정돈한 채 태연하게 섰다. 친구의 분노 따위는 전혀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녀를 사려고 한다고?" 캘빈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예리한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왜, 다비안? 그녀를 자기 여자로 만들고 싶어서 값을 치르려는 거야?"

다비안은 주먹을 꽉 쥐었다. 후회 없는 그 잘생긴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싶은 충동을 억지로 참으며.

"난 그렇게 비열하지 않아, 캘빈!" 다비안은 숨을 몰아쉬며 단호하게 말했다. "난 그저 로즈메리가 불쌍할 뿐이야! 그녀는 네 아버지에 대한 더러운 원한 따위 전혀 모르는 순수한 여자야! 이 일에 아무 잘못도 없는데, 넌 눈 먼 원한의 희생양으로 삼고 있을 뿐이야!"

캘빈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등을 보인 채,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큰 유리창 쪽으로 걸어갔다.

"됐어, 다비안," 캘빈은 귀찮다는 듯이 무심하게 말을 끊었다. "그냥 돌아가고, 내 가정사에 참견하지 마."

"캘빈, 내 말 잘 들어!" 다비안은 그의 등을 향해 목소리를 떨며 단호하게 경고했다. "당장 로즈메리를 놓아줘, 아니면 너는 이 어리석은 결정을 평생 후회하게 될 거야!"

'후회'라는 말에 캘빈은 뒤돌아보지도 않은 채 쓴웃음을 웃었다. 오만함이 가득한 그 웃음이 고요한 사무실을 채웠다.

"후회?" 캘빈은 혼잣말하며 팔짱을 꼈다. 천천히 몸을 돌려 잔혹한 표정으로 다비안을 바라보았다. "내가 증오하는 여자 때문에 눈물 흘릴 패배자라고 생각해? 로즈메리는 그저 내 게임의 말판에 불과해. 그리고 말판은... 부서진다고 해서 눈물 흘릴 필요 없어."

한편, 캘빈의 저택은 삼엄하고 고요한 분위기로 휩싸여 있었다. 언제나 밝았던 집의 기색은 온데간데없고, 깊은 슬픔의 기운만이 가득 차 있었다.

밖에서 꽉 잠긴 주침실 안, 늙은 여종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서 있었다. 그 끔찍한 사건이 벌써 이틀째—로즈메리는 이틀 동안 꼼짝없이 방에 틀어박혔다. 음식은커녕 물 한 방울도 마시지 않은 채 침대 가장자리에서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언제나 환하게 빛나던 그녀의 얼굴은 시체처럼 창백해졌고, 생기 없는 눈 밑에는 짙은 다크서클이 내려앉았다.

침대 곁 탁자에는 따뜻한 죽이 담긴 그릇이 식어 가며 놓여 있었지만, 손도 대지 않은 채 그대로였다. 여종은 눈물을 글썽이며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부인... 제발, 이 죽 조금만 드세요," 여종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간청했다. 나무 쟁반을 들고 무릎을 꿇은 채 떨리는 손으로 말을 이었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도... 아니면 배 속의 작은 아이를 생각해서라도요, 부인..."

로즈메리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텅 빈 눈으로 여종을 바라보았다. 더 이상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영혼까지 찢어지는 고통에 눈물조차 마르고 만 듯했다. 언제나 붉었던 입술은 건조하게 갈라져 있었다.

그녀는 희미하고 얕은 미소를 지었다—보는 이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비극적인 미소였다.

"할머니..." 로즈메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작고 약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저... 캘빈이 만족해했으면 좋겠어요."

여종은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부인,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그분께서 날 정말 싫어하셨죠?" 로즈메리는 꽉 닫힌 창문을 향해 시선을 고정한 채, 마치 허공을 꿰뚫어 보듯 말을 이었다. 아직 평평한 배를 차갑고 힘없는 손으로 부드럽게 쓰다듬는 모습이, 마지막 인사처럼 가슴을 아프게 했다. "그분은 내가 무너지는 걸 보고 싶으셨겠죠? 내 삶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걸 보고 싶으셨을 거예요."

로즈메리는 무겁고 느리게 숨을 내쉬며, 희망을 잃은 눈으로 자신을 돌봐 준 여종을 다시 바라보았다.

"차라리..." 로즈메리는 희미한 목소리로, 자신의 마음을 온통 뒤덮은 절망을 토로하며 말을 이었다. "제가 이 아이와 함께 세상을 떠난다면... 그분께서 정말 기뻐하시고 만족하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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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속임수가 드러난 후 남편의 후회    ch 12

    "어서 가요!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지 마세요!" 로즈메리는 불룩한 배를 움켜쥐고, 카페 마당을 적시기 시작한 빗속을 반쯤 뛰며 외쳤다.덩치 큰 경호원이 검은 우산을 받쳐 그녀를 보호하고, 길가에 긴급 주차된 은색 세단의 조수석 문을 열어주었다. 갑자기 찾아온 어지러움과 허리의 통증을 뒤로한 채 로즈메리는 차에 올라탔다. 차 엔진이 굉음을 내고, 젖은 아스팔트 위를 타이어가 날카롭게 긁히는 소리가 들리자 차는 점점 깊어지는 밤의 어둠 속으로 질주했다.로즈메리의 마음은 온통 혼란스러웠다. 지난 석 달 동안 그녀는 마음속에 단단한 얼음 장벽을 쌓아올렸다. 칼빈에 대한 사랑은 완전히 죽었고, 증오와 차가움만 남았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하지만 위자야 가문의 서류를 지키려고 목숨을 걸었다는 그의 소식을 듣자, 그 얼음 장벽이 산산이 갈라지고 말았다."어떻게 그가 절벽 길에 있었던 거죠?!" 로즈메리는 떨리는 목소리로, 시속을 높여 달리는 다비안의 경호원을 향해 물었다."칼빈 님은 위자야 님을 협박하려고 가짜 서류를 준비한 친아버지의 전 사업 파트너가 있음을 알고 계셨습니다." 경호원은 미끄러운 길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답했다. "진본 서류를 되찾으려고 홀로 그들을 쫓으셨습니다. 상대 차가 칼빈 님의 차 뒷부분을 치고, 차는 제어를 잃고 절벽 아래로 굴러떨어졌습니다. 차는 불에 탔고... 구조대가 폭발 직전에 그를 구해냈지만 부상이 매우 심각합니다."로즈메리는 무릎 위에 손을 꽉 쥐었다. 다시는 흘리지 않으리 다짐했던 눈물이, 이제는 따뜻하게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왜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한 거야, 칼빈? 그녀는 가슴 아프게 생각했다. 왜 모든 게 늦어버린 뒤에야 이제야 영웅인 양 행동하는 거야?영원처럼 느껴진 두 시간의 끝에, 차는 수도 중앙병원 응급실 앞에 멈췄다. 로즈메리는 차가 완전히 멈추기도 전에 뛰어내렸다. 다섯 달 된 배를 감싸쥐고, 소독약 냄새가 진동하는 병원 복도를 재빨리 걸어갔다.중환자실 문 앞에는 다비안이 마른 핏자국이 묻은 옷을 입

  • 속임수가 드러난 후 남편의 후회    ch 11

    "쓸데없는 짓 말고 차에 타!" 덩치 큰 남자가 칼빈을 거칠게 밀어붙여 검은 세단 뒷좌석에 넘어뜨리며 호통쳤다.차문은 밖에서 요란한 소리와 함께 쾅 닫혔다. 칼빈이 몸을 돌리거나 항변할 틈도 없이, 좌우 경호원 두 명이 차갑고 무거운 수갑으로 그의 양손목을 재빨리 묶었다. 검은 세단은 곧바로 가속을 밟아 고요한 해안가를 뒤로하고 고속도로 방향으로 질주했다.칼빈은 저항하지 않았다. 평소 지배적이고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기세를 풍기던 그가, 이제는 순순히 등을 기댄 채 앉아 있을 뿐이었다. 머리와 셔츠는 몇 분 전 로즈메리가 쏟아낸 물로 아직 흠뻑 젖어 있었다. 창밖으로 점점 멀어지는 야자수 나무들을 멍하니 바라보는 그의 눈은 텅 비어 있었다. 그의 영혼은 방금 전 자신의 마지막 자존심을 아프게 찌른 진실과 함께 작은 카페에 남겨진 것만 같았다."어디로 데려가시는 겁니까?" 칼빈은 평소처럼 위협하는 기색 하나 없이, 아주 약하고 쉰 목소리로 물었다.운전석에 앉은 남자가 고개를 살짝 돌렸다. "위자야 님께서 본가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당신이 거의 파멸시켰던 그 노인께서, 당신과 마무리해야 할 일이 아주 많으십니다, 칼빈 님."칼빈은 쓰디쓴 냉소를 머금었다. 위자야 님. 로즈메리의 아버지. 삼 년 동안 그토록 증오했고, 자신이 사랑한 여자를 괴롭힌 핑계로 삼았던 그 사람이 이제 복수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칼빈은 두려움을 전혀 느끼지 않았다. 공포는 이미 사라지고, 가슴 속을 텅 빈 허전함과 후회만이 타오르고 있었다.밤길을 거의 네 시간 달려, 검은 세단은 수도 외곽에 위치한 고전 양식의 저택으로 이어지는 높은 철문을 통과했다. 위자야 가문의 저택이었다.차는 본관 계단 앞에 멈췄다. 칼빈은 경호원들에게 끌려 내려와 붉은 카펫이 깔린 복도를 지나 응접실로 안내받았다. 문이 활짝 열린 그곳, 티크 나무로 조각된 휠체어 위에 노인이 앉아 있었다. 코에는 산소 호흡기가 연결되어 있었고, 숨을 쉴 때마다 힘겨운 기색이 역력했다.위자야 님.

  • 속임수가 드러난 후 남편의 후회    ch 10

    "감히 이곳에 발을 들이다니!" 로즈메리는 계산대 위에 놓인 차가운 물이 담긴 유리 주전자를 집어, 무릎 꿇고 있는 그의 얼굴에 세차게 쏟아부으며 소리쳤다.차가운 물이 칼빈의 얼굴과 빛을 잃은 고급 셔츠를 흠뻑 적셨다. 그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코끝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닦지도, 변명하려 하지도 않았다. 붉고 깊은 다크서클이 내려앉은 그의 눈은 여전히 로즈메리를 똑바로 쳐다보았다—이제 더 이상 오만도 분노도 아닌, 어둡고 깊은 절망과 후회만이 가득한 시선이었다.카페 문의 방울 소리는 점차 희미해지고, 로즈메리의 심장 소리만이 귓가에 울렸다. 지난 석 달 동안 꼭꼭 숨겨두었던 끔찍한 기억들이 한순간에 솟아올라, 그녀를 치유해주었던 바닷가의 상쾌한 공기를 독처럼 뒤흔들었다."로즈메리... 제발..." 칼빈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갈라졌고, 카페 밖 파도 소리에 묻힐 듯했다. 차가운 나무 바닥에서 그의 몸은 심하게 떨고 있었다. "날 좀 봐... 제발, 내 말 좀 들어줘...""당장 나가! 안 그러면 주민들을 불러 널 끌어내게 할 거야!" 로즈메리는 출입문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숨은 가쁘게 몰아쉬었고, 자유로운 손은 반사적으로 다섯 달 된 새 생명이 담긴 불룩한 배를 감쌌다.그녀의 반사적인 행동을 칼빈이 놓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이 그녀의 손가락이 감싼 배에 머물렀다. 꾹 참았던 눈물이 마침내 흘러내려, 볼에 묻은 차가운 물과 섞였다. 자신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확인하며—한때 보복의 도구로 삼으려 했던 아이—기쁨과 동시에 가슴을 찢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우리 아이..." 칼빈은 작게 중얼거렸고, 죄책감에 목이 막혔다. "아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지?""내 아이야! 오직 나의 아이일 뿐!" 로즈메리는 뒤로 물러나며 소리쳤고, 손은 꽉 쥐어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변했다. "너는 이 아이에 대해 단 한 자격도 없어! 네 입으로 직접 이 아이를 네 어리석은 복수심의 제물이라고 말했잖아! 감히 묻거나 부를 권한 따윈 없어!""내가 잘못했어, 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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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 잡아, 어서!" 다비안이 어깨로 주방문을 밀어젖히며 호통쳤고, 뒤따라 달려오는 간호사 두 명을 재촉했다.화려한 방 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칼빈은 침대가에 얼어붙은 채 숨을 헐떡이며, 차갑게 떨리는 자신의 손바닥만 쳐다보고 있었다. 푹신한 매트리스 위에는 로즈메리가 시체처럼 뻣뻣하게 누워 있었다. 종이처럼 창백한 얼굴에 헝클어진 검은 머리가 베개 위로 흩어져 있어 그 대비가 더욱 선명했다.다비안은 황급히 다가가 로즈메리의 손목 맥박을 확인했다. 맥박은 극도로 약하고 불규칙했다. 그의 시선이 칼빈을 향하며 격분한 눈빛이 번쩍였다."너 정말 미쳤구나, 칼빈!" 다비안은 로즈메리의 이마에 닿으려는 칼빈의 손을 거칠게 쳐내며 소리쳤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탈수가 심각하고 열도 높아! 그런데도 짐승처럼 가둬둔 거야?!""일부러 기절시킨 게 아니야!" 칼빈이 변명하듯 받아쳤지만, 목소리의 떨림이 극심한 공포를 감추지 못했다. "그녀가 한밤중에 뒷정원으로 도망치려 했어! 그냥 붙잡았을 뿐이야!""붙잡았다고?" 다비안은 냉소적으로 웃었다. 어릴 적 친구에 대한 깊은 실망이 담긴 웃음이었다. "넌 그녀를 도망자처럼 취급했어! 만약 그녀의 배 속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거나—더 나빠, 로즈메리까지 위험해진다면—절대로 너를 용서하지 않겠다!"칼빈은 입을 다물었다. 다비안의 말이 무거운 망치처럼 그의 가슴을 내리쳤다. 그는 한 걸음 물러나 차가운 벽에 등을 기댄 채, 다비안이 데려온 의료진이 로즈메리에게 링거를 꽂고 심전도 측정기를 부착하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았다.한편, 방 밖 복도에서는 시종 할머니가 살짝 열린 문틈으로 훔쳐보고 있었다. 젊은 부인의 처지를 불쌍히 여기며 눈물을 흘렸고, 주름진 손으로 앞치마를 꽉 움켜쥐었다. 얼마 전 다비안과 비밀리에 상의했던 일이 떠오르자, 그녀는 주머니 속을 뒤져 평범한 봉투 하나가 그대로 잘 보관되어 있는지 확인했다.몇 시간이 흘러 동녘이 트기 시작했다. 의료진은 로즈메리의 상태가 비교적 안정적임

  • 속임수가 드러난 후 남편의 후회    ch 7

    "자, 부인, 조금만 더 드셔보세요." 시종 할머니가 떨리는 손으로 짭짤한 죽이 담긴 숟가락을 창백한 로즈메리의 입술에 갖다대며 속삭였다.로즈메리는 거절하지 않았다. 천천히 입을 벌리고 아무 소리 없이 음식을 씹고 삼켰다. 그녀의 눈빛은 이틀 전처럼 광란에 휩싸이거나 히스테릭한 비명으로 가득 차 있지 않았다. 그녀에게서는 이상한 평온이 흘러나왔다—스스로 만들어낸 가면 같은, 체념의 평온함이었다.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숟가락 하나가 칼빈에게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연료였다. 힘이 필요했다. 이 지옥에서 살아나가려면 남은 힘을 모아야 했다.방 구석에는 덩치가 큰 경호원 두 명이 로즈메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집주인이 순순히 협조하며 식사를 반쯤 마치는 것을 보자, 경호원들의 긴장이 서서히 풀렸다. 로즈메리가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 현실에 순응하기 시작했다는 보고가 칼빈에게 전해졌다.하지만 그 순응은 환상에 불과했다.밤은 점점 깊어져 칼빈의 저택을 끔찍한 어둠과 고요함으로 감쌌다. 주 복도의 커다란 벽시계는 새벽 두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은은하게 울리는 에어컨 소리만이 넓은 방 안의 유일한 생명의 흔적이었다.로즈메리는 어둠 속에서 천천히 눈을 떴다. 평소 주사받던 진정제의 효과를 미리 물을 많이 마셔가며 억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졸음이 아직 눈꺼풀을 짓눌렀지만, 가슴속의 결심이 그보다 더 강렬하게 타올랐다. 비단결처럼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두꺼운 이불을 젖히고, 맨발로 차가운 화강암 바닥을 밟았다. 소리는 단 한 마디도 나지 않았다.그녀는 단단히 잠긴 방 현관문을 바라보았다. 저쪽으로 도망치는 것은 어리석게도 자수하는 것과 같았다. 로즈메리의 시선이 방의 다른 구석으로 향했다—하인들이 청결한 옷을 주인의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고 배달하던 비밀 통로, 뒷발코니로 통하는 작은 나무문이었다.숨을 죽이고 로즈메리는 문으로 다가갔다. 차가운 손으로 손잡이를 아주 천천히 돌리며, 경첩 소리가 나지 않기를 기도했다. 딱. 문이 조금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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