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령 주소: 해온 아파트 17동 1203호. 비고: 반드시 본인이 직접 수령할 것. 가족에게 전달 금지.]나는 마지막 한 줄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가족에게 전달 금지라니...’정우진과 결혼한 지 벌써 6년이었다. 정우진은 출항할 때마다 집 열쇠를 현관 두 번째 서랍에 넣어 두며 말했다.“희서야, 가족들은 너한테 부탁할게.”그 말을 믿고 나는 시부모님을 챙겼고 정우진 대신 정기 검사에 필요한 서류를 처리했으며 선원 가족 단체방에 공지를 돌리는 일까지 도맡아 했다.그래서 지금껏 내가 당연히 정우진의 가족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정우진의 목록에서 ‘가족’이란, 저 다이아몬드 세트에 손대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던 모양이다.그때 탁자 위에 놓인 휴대폰이 짧게 울렸다. 정우진에게서 온 문자였다.[방금 수에즈 지나왔어. 신호가 안 좋아.]나도 짧게 답했다.[응.]평소보다 답이 짧아 이상했던 모양인지, 2분쯤 지나 다시 문자가 왔다.[오늘은 왜 밥 먹었냐고 안 물어봐?]나는 보고 있던 항차 장부를 덮고 답장을 보냈다.[밥은 먹었어?]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곧바로 답이 돌아왔다.[먹었어.]화면을 바라보던 나는 피식 웃었다. 신호가 안 좋다더니 이런 답장은 참 빨랐다.다음 날 오전, 나는 해온 아파트로 향했다.해온 아파트는 해진시에서도 손꼽히게 비싼 오션뷰 아파트 단지로, 항구까지 차로 1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경비원이 누구를 만나러 왔느냐고 묻기에 휴대폰에 저장된 탁송 목록을 보여 줬다.“17동 1203호요. 물품 확인하러 왔어요.”비고란을 확인한 경비원의 태도가 금세 공손해졌다.“잠시만요. 마침 1203호 차세린 씨가 집에 계시네요.”‘차세린...’나는 그 이름을 머릿속에 새겼다.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동안 정우진에게서 영상통화가 걸려 왔지만 받지 않았다. 정우진은 세 번이나 연달아 전화를 걸더니, 네 번째에는 문자로 물었다.[어디야?]나는 짧게 답했다.[장 보러 나왔어.]곧바로 메시지가 돌아왔다.[괜히 여기저기 돌아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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