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에 최종 도장이 찍히는 순간, 정우진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이혼 절차를 모두 마친 뒤, 나는 손가락에 끼고 있던 오래된 결혼반지를 빼냈다. 반지 안쪽에는 우리 두 사람의 이니셜이 새겨져 있었고 오랜 세월 탓에 글자도 조금씩 닳아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정우진은 거친 숨을 내쉬며 말했다.“그 반지는... 나한테 주면 안 돼?”그러자 나는 짧게 대답했다.“안 돼.”밖으로 나오자마자 나는 반지를 귀금속 매입점에 팔았다. 큰돈은 아니었지마 난 그 돈으로 서지은에게 원피스 한 벌을 사 줬고 선물을 받은 서지은은 금세 눈시울을 붉혔다.“언니, 저 이거 못 받아요.”“네 남편이 해원호 임시 선장 맡은 기념이야.”그러자 서지은이 조심스럽게 말했다.“남편은 정 선장님이 사고 친 틈을 타서 자기가 그 자리에 올라간 것처럼 보이는 게 싫대요.”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누구 자리를 빼앗은 게 아니야. 실력을 인정받아서 맡게 된 거잖아.”얼마 지나지 않아 혜성 해운의 최종 징계 결과가 공지됐다.정우진은 수석 선장 승진 자격이 취소됐고 6개월간 승선이 정지된 채 재교육을 받은 뒤 해원호에서도 전출됐다.차세린 역시 다이아몬드 세트와 부당하게 받은 지원금, 지난 3년간 가로챈 위문품 상당액까지 모두 반환해야 했고 혜성 해운과 진행하던 항만 협력 사업도 전부 중단됐다.정우진을 통해 손에 넣었던 모든 혜택이 결국 차세린이 갚아야 할 빚으로 돌아온 셈이었다.나는 신혼집을 팔고 항구 근처에 아담한 집을 하나 마련했다. 아침이면 멀리서 뱃고동 소리가 들려왔는데 예전의 나는 그 소리를 좋아하지 않았다.정우진이 먼바다로 떠나는 날에도, 긴 항해를 마치고 돌아오는 날에도 뱃고동이 울릴 때마다 내 마음까지 따라 흔들렸기 때문이다.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뱃고동은 그저 배가 오가며 울리는 소리일 뿐, 더 이상 내 마음을 붙잡아 두지 못했다.더 이상 내 기쁨도 기다림도 괴로움도 그 소리에 매달려 있지 않았다.얼마 전 서지은과 가볍게 술을 마셨는데 서지은은 여전히 주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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