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거실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사람들은 서로 눈치만 살폈고, 조금 전까지 떠들썩하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어색해졌다.송경태가 내 어깨를 짓누르듯 잡고 목소리를 낮췄다.“라희가 버렸어. 오래 두면 김치도 상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 너 생각해서 그런 거야.”나를 생각해서라는 그 말에 어이가 없었다.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송경태를 바라봤다.“당신도 알잖아. 이건 엄마가 남긴 마지막 음식이야. 내가 먹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윤라희 씨한테 먹으라고 한 것도 아닌데, 대체 누구 건강을 생각해서 버렸다는 거야? 왜 남의 물건에 마음대로 손대?”생각해 보면 송경태는 늘 이런 식이었다. 나를 꾸짖고 가르치려 들면서도 정작 아내로서 받아야 할 최소한의 존중조차 해 주지 않았다.내가 무엇을 소중하게 여기는지는 더더욱 관심이 없었다.참으려 해도 눈물이 쉴 새 없이 떨어졌다.송경태는 당황한 듯 잠시 굳어 있다가 내 얼굴로 손을 뻗었다.나는 있는 힘껏 그 손을 쳐 냈다.“소이 씨!”갑자기 윤라희의 목소리가 거실에 울려 퍼졌다.윤라희는 송경태를 보호하기라도 하듯 앞을 가로막더니 화난 얼굴로 나를 노려봤다.“김치는 내가 버렸어요. 화가 나면 나한테 화내요. 왜 경태한테 그래요?”안준호도 못마땅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고작 김치 한 통 가지고 이럴 일이에요? 소이 씨가 이러면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가 불편해지잖아요.”류시우는 아예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라희는 생물학 전공자예요. 그러니 소이 씨보다 훨씬 잘 알겠죠. 소이 씨를 생각해서 버려 줬더니, 고마운 줄을 모르네.”누구 하나 내 입장을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모두가 당연하다는 듯 윤라희의 편을 들었고, 오히려 나를 별것도 아닌 일로 트집을 잡는 사람처럼 몰아갔다.게다가 사람들은 동정 섞인 눈빛으로 송경태를 바라봤다. 마치 어쩌다 저런 여자와 결혼했느냐고 말하는 것 같았다.하지만 상관없었다.송경태의 친구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무슨 말을 하든 이제는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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