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빙의자는 억울한 죽음을 거부한다: Kabanata 31 - Kabanata 40

135 Kabanata

31화: 주식회사 익호의 신입 여직원들 3

"내가 원래는 그냥 보내주려고 했는데, 도저히 안 되겠다. 여자들 눈물 값은 받아야지."우지끈!"끄아아악!"내 손에 힘이 들어가자 놈의 팔뼈가 나뭇가지처럼 꺾였다. 비명이 산채를 울렸다. 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이건 납치죄."우지끈!왼팔이 꺾였다."이건 폭행죄."퍼억!무릎을 밟아 분질렀다."이건 정신적 피해 보상."퍼억!반대쪽 무릎까지 밟았다."끄... 끄윽... 컥..."두목은 사지가 뒤틀린 채 바닥에 널브러졌다. 거품을 문 입에서 신음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죽이지는 않았다.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을 줘야 하니까."최가야. 이 새끼 묶어서 수레에 실어라.""옛? 이놈도 데려갑니까?""그래. 배달 갈 데가 있거든."나는 놈을 짐짝처럼 수레 구석에 던져넣었다."출발한다! 전리품 챙겨서 집으로 간다!""와아아아!"행렬이 다시 움직였다.올 때는 몽둥이 든 장정뿐이었지만, 갈 때는 쇠와 곡식, 새로운 식구들, 그리고 인간 쓰레기 하나까지 한가득이었다.하산하는 길. 우리는 담양 관아 앞을 지나갔다.야밤이라 관아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보초 서는 포졸들은 졸고 있었다."멈춰."나는 수레에서 사지가 꺾인 산적 두목을 끌어내렸다. 놈은 고통에 기절해 축 늘어져 있었다.나는 놈을 들어 올려 관아 대문 앞에 냅다 던졌다.쿠당탕!"누, 누구냐!"졸고 있던 포졸들이 화들짝 놀라 창을 겨눴다. 횃불 아래 드러난 건, 피투성이가 된 채 널브러진 산적 두목과 그 앞에 서 있는 거대한 그림자였다."현감 나으리한테 전해라."나는 포졸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흑산채 두목 배달 왔다고.""흐, 흑산채? 산적 두목?"포졸들이 기겁하며 두목의 얼굴을 확인했다. 수배 전단에 붙어있던 그 흉악한 얼굴이 맞았다."그리고 하나 더 전해."나는 손가락을 까딱거렸다."이놈 목에 걸린 현상금. 내일 아침까지 담양 객주로 보내시라고. 떼먹을 생각 마시라고 해라. 안 그러면..."나는 관아 옆에 서 있던 장승을 주먹으로 툭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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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화: 대장장이 김덕령 1

객주 마당은 아수라장이었다.아니, 활기찬 산업 현장이라고 해두자."야! 거기 돌 똑바로 안 날라? 밥 굶고 싶어?"최가의 호통 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그의 지시를 받고 흙더미를 나르는 녀석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산채에서 칼 좀 쓴다며 폼 잡던 흑산채 산적들이었다. 지금은 칼 대신 삽과 곡괭이를 들고, 죄수복 대신 땀에 쩐 삼베옷을 입은 채 강제 노역에 시달리고 있었다.놈들은 나를 보면 오줌을 지릴 듯이 피했다. 산채에서 두목의 팔다리가 꺾이는 꼴을 라이브로 봤으니 트라우마가 생길 만도 했다."대장님! 안녕하십니까!"작업을 감독하던 최가가 나를 보고 거수경례를 했다. 폼이 제법 그럴싸했다."어, 고생한다. 애들 말은 잘 듣냐?""말입니까? 아주 순한 양이 따로 없습니다. 개기면 고기 국물도 없다고 했더니 죽어라 일만 합니다.""좋아. 밥은 든든히 먹여라. 힘을 써야 철을 녹이지."나는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이것이 바로 자원 재활용이다. 인간 쓰레기들을 잡아다가 산업 역군으로 재탄생시키는 기적의 연금술.부엌 쪽에서는 구수한 밥 냄새가 풍겨왔다. 어제 구조해 온 여인들이 밥을 짓고 있었다. 미령이가 안방마님처럼 지시를 내리고, 다른 여인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서백설이 챙겨준 새 옷을 입으니 다들 때깔이 고와 보였다."대장님! 일어나셨어요?"미령이가 나를 보고 쪼르르 달려왔다. 손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숭늉 대접이 들려 있었다.어제보다 나를 대하는 것이 편해진 듯하다. 처음엔 괴물, 그다음엔 나으리, 오늘은 대장님.'다행이다. 그래, 애는 애다워야지.'"세수하고 드세요. 오늘 아침은 고기반찬이에요.""어, 그래. 고맙다."나는 숭늉을 받아 들었다. 따뜻했다."야! 거기 숭늉 안 내오고 뭐 해!"부엌에서 서백설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네네, 갑니다요!"미령이가 혀를 쏙 내밀고는 후다닥 뛰어갔다. 가다가 작업 감독하던 최가와 부딪칠 뻔했다."어이쿠! 조심해라, 꼬맹이.""꼬맹이 아니라니까요!"미령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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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화: 대장장이 김덕령 2

"이걸로 속도 문제는 해결됐습니까?""해결되다마다! 자네가 이렇게 펴주기만 하면, 모양 잡고 다듬는 건 일도 아니오! 생산 속도가 열 배, 아니 백 배는 빨라질 거요!"나대용은 신이 나서 방방 뛰었다. 천재 기술자에게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좋습니다. 그럼 오늘부터 저는 인간 물방아입니다. 형씨는 집게 잡고 쇠만 대주십쇼."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되었다.화덕은 쉴 새 없이 돌아갔다. 익호군 녀석들이 풀무질을 하고, 나대용이 달궈진 쇠를 올리면, 내가 내려친다.콰앙! 콰앙! 콰앙!일정한 리듬으로 굉음이 울려 퍼졌다.마을 사람들은 또 산에서 천둥이 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내 망치질 한 번에 철판 하나가 뚝딱 만들어졌다. 나대용은 그 철판을 가져다가 규격에 맞춰 자르고, 구멍을 뚫고, 담금질을 했다.분업화.산업혁명의 핵심인 그 시스템이, 1591년 담양의 작은 대장간에서 구현되고 있었다.한참을 두드리고 있는데, 서백설이 간식으로 보리개떡을 가져왔다. 그녀는 산더미처럼 쌓여가는 철판들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와... 이게 다 뭐예요? 쇠를 떡 주무르듯이 하네.""돈이다, 돈. 이게 다 거북선 껍데기가 될 거야."나는 땀을 닦으며 개떡을 집어 먹었다."근데 당신, 괜찮아요? 땀을 비 오듯 흘리는데.""괜찮아. 운동 되고 좋지 뭐."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힘들었다. 금강불괴라고 해서 지치지 않는 건 아니다. 에너지는 질량 보존의 법칙을 따른다. 쓴 만큼 채워야 한다."오늘 저녁은 고기 좀 많이 볶아야겠다. 소 한 마리 잡을까?""미쳤어요? 소가 얼만데!"서백설이 펄쩍 뛰었지만, 그녀의 눈은 웃고 있었다. 쌓여가는 철판을 보며 그녀도 계산이 섰을 것이다. 이 사업, 무조건 된다고.해가 질 무렵.마당에는 얇고 단단한 철판들이 탑처럼 쌓였다.나대용은 그중 하나를 집어 들고 망치로 두드려보았다.탱- 탱-맑고 청아한 소리. 불순물이 없는 순수한 강철만이 낼 수 있는 소리였다."아름답소. 내 평생 이렇게 완벽한 철은 처음 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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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화: 육지 거북선 1

쾅! 쾅! 쾅!대장간의 아침은 요란했다.어제에 이어 오늘도 나는 인간 물방아가 되어 쇠를 두들기고 있었다.어깨 근육이 터질 듯 팽창하고, 등줄기를 타고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내 망치질 한 번에 철판 하나가 나온다. 이건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돈을 찍어내는 조폐공사나 다름없었다."대장! 그만하면 됐소! 철판은 충분하오!"나대용이 다급하게 손을 저었다.나는 마지막으로 내리치려던 망치를 멈추고 땀을 닦았다. 마당에는 얇게 펴진 강철판들이 수백 장이나 쌓여 있었다. 햇빛을 받아 번들거리는 흑빛 금속의 자태가 꽤 섹시했다."그럼 이제 조립만 남았습니까?""그렇소. 밤새 설계를 마쳤소."나대용이 눈밑이 퀭한 얼굴로 도면을 펼쳤다. 잠 한숨 못 잔 얼굴인데, 눈빛만은 갓 잡은 생선처럼 팔팔했다."이것이 '귀차(龜車)'요."그림을 들여다보았다.기본 뼈대는 수레였다. 하지만 바퀴가 일반 수레보다 두 배는 컸고, 바퀴 살도 무쇠로 보강되어 있었다. 수레 위에는 둥근 지붕을 덮었는데, 그 위를 우리가 만든 철판으로 비늘처럼 덮는 구조였다."지붕 위에는 송곳을 박아 적이 올라타지 못하게 하고, 앞뒤좌우에는 총구멍을 뚫어 안에서 밖을 쏘게 만들었소. 그리고..."나대용이 그림의 앞부분을 가리켰다."앞쪽에는 쇠로 만든 뿔을 달아, 적진을 그대로 들이받아 부수게 설계했소. 충각(衝角) 전술을 육지에서 쓰는 거지.""죽이네요. 말 그대로 달리는 성벽 아닙니까.""문제는 무게요."나대용의 표정이 진지해졌다."철판 무게만 해도 엄청난데, 뼈대가 되는 나무도 보통 나무로는 못 버티오. 참나무나 박달나무 같은 단단한 목재를 써야 하는데, 그러면 무게가 더 늘어나지. 대충 계산해 봐도 쌀 오십 가마니 무게는 족히 넘소."300kg 호랑이가 쌀 서너 가마니니까, 쌀 오십 가마니면... 4톤?아니, 그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최소 2~3톤은 나갈 무게였다."소나 말이 끌 수 있겠습니까?""소 네 마리는 붙어야 겨우 움직일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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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 육지 거북선 2

"미령아. 물 한 바가지 줘."미령이가 얼른 물을 떠 왔다. 나는 단숨에 들이켰다."잘 봐라. 이게 조선의 마력이며 토크다."나는 현무의 뒷부분으로 갔다. 뒤쪽에는 사람이 들어가서 밀 수 있도록 문이 달려 있었다.안으로 들어갔다.어두컴컴하고 비좁았다. 쇠 냄새와 나무 냄새가 섞인 공간. 양옆에는 손잡이가 달려 있었고, 바닥에는 발을 디딜 수 있는 지지대가 있었다.나는 손잡이를 꽉 잡았다.두께가 내 손목만 한 참나무 손잡이였다."흡...!"호흡을 골랐다.폐 속에 공기를 가득 채우고 압축시켰다.심장이 펌프질을 시작했다. 전신의 혈액이 근육으로 쏠렸다. 금강불괴의 육체가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다.'움직여라.'나는 발을 지지대에 박고, 온몸의 체중을 실어 손잡이를 밀었다.우드득.내 관절이 아니라, 수레의 뼈대가 비틀리는 소리가 났다.끄응...!전신의 핏줄이 터질 듯 솟아올랐다. 눈앞이 빨개졌다. 소 두 마리가 못 끈 무게다. 마찰력과 관성을 이겨내야 한다.끼기기기긱-!소름 끼치는 쇳소리가 났다. 녹슨 바퀴 축이 비명을 지르며 돌아가기 시작했다."어? 어?!"밖에서 최가의 고함 소리가 들렸다."움직인다! 바퀴가 돈다!"조금 더. 조금만 더.나는 이 악물고 다리에 힘을 주었다. 허벅지 근육이 강철처럼 딱딱해졌다.쿠웅.바퀴가 한 바퀴 돌았다.정지 마찰력을 이겨낸 순간이었다.그다음부터는 가속도였다.쿵, 쿵, 쿵.내 발소리에 맞춰 거대한 철갑 전차가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느릿한 황소걸음이었지만, 점차 속도가 붙었다."우와아아악!"사람들의 함성이 들려왔다."저게 굴러가! 사람이 밀고 있어!""미쳤어! 저게 가능해?"나는 속도를 높였다.관성이 붙자 무게감이 덜해졌다. 아니, 오히려 그 묵직한 중량감이 파괴적인 힘으로 변환되는 게 느껴졌다.나는 밖을 향해 소리쳤다."비켜! 다 비켜! 브레이크 없다!"현무가 객주 마당을 가로질러 달렸다.눈앞에 쌓아둔 땔감 더미가 보였다. 높이가 사람 키만 한 통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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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화: 현감 길들이기 1

​"우와아아!"​익호군 녀석들의 함성 소리가 아직도 귀에 쟁쟁했다.무너진 담벼락과 박살 난 땔감 더미. 그 잔해 위로 우뚝 솟은 검은 강철의 괴물, 현무(玄武).​시운전은 성공적이었다. 아니, 성공을 넘어선 충격이었다. 소도 못 끄는 쇳덩이를 사람이 밀어서 벽을 뚫었다는 사실에, 마을 사람들은 나를 거의 반인반신(半人半神) 취급하기 시작했다.​"대장님! 이 정도면 왜놈들 성벽도 뚫겠습니다!"​최가가 흥분해서 침을 튀겼다.​"그래. 뚫지. 문제는..."​나는 욱신거리는 허벅지를 주물렀다.​"연비가 너무 안 좋아."​한 번 밀고 나니 밥 다섯 공기는 먹어야 체력이 회복될 것 같았다. 게다가 나 혼자 밀면 1인승 전차가 된다. 교대로 밀어줄 '엔진'들이 더 필요했다. 익호군 녀석들 근력을 더 키워야 하나.​그때 서백설이 굳은 표정으로 다가왔다.​"대장님. 잠깐 저 좀 봐요."​그녀의 호칭이 바뀌어 있었다. 평소엔 '당신'이나 '김덕령 씨'라고 부르더니, 심각한 일이 생기면 꼭 대장님이라 불렀다.​"왜? 돈 떨어졌어?"​"돈보다 더 큰일이에요. 방금 정보통한테서 연락이 왔는데..."​그녀가 주위를 살피더니 목소리를 낮췄다.​"관아에서 장계가 올라갔대요."​"장계? 무슨 장계?"​"수신인은 전라감사. 내용은... '담양의 김덕령이 사병을 모으고 병장기를 만들어 역모를 꾀하고 있다'."​순간, 주변의 공기가 싸늘하게 식었다.​역모(逆謀).조선 시대에서 가장 무거운 단어. 살인이나 강도 따위와는 차원이 다르다. 걸리면 당사자는 능지처참이고, 가족과 친척까지 3족이 멸문지화를 당한다.​"현감... 이 쥐새끼 같은 양반이."아... 현감.나랑 '지금 만나러 갑니다.' 영화 한편 찍자는거지?​내가 피식 웃자, 서백설이 내 팔을 찰싹 때렸다.​"지금 웃음이 나와요? 장계가 감영에 도착하면 당장 관군이 들이닥칠 거라고요! 우린 다 죽은 목숨이에요!"​그녀의 손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장사치로서 숱한 위기를 넘겨온 그녀였지만, 역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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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화: 현감 길들이기 2

​"왜? 간만에 운동 좀 하러 가는데."​나는 미숙이를 어깨에 툭 걸쳤다.​"잘못된 보고서가 올라갔으면, 수정하라고 해야지. 결재권자한테 가서."​"결재권자요? 전라감사한테 가게?"​"아니. 기안자한테 가야지."​나는 관아 쪽을 바라보았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서 행수. 오늘 저녁은 좀 늦게 먹을 거니까 상 치우지 말고 기다려."​"어디 가는데요?"​"현감 나으리랑 면담 좀 하고 올게. 이번엔 아주 '깊은' 대화가 될 거야."​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객주를 나섰다.​등 뒤에서 서백설의 한숨 소리가 들렸지만, 내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밤이 깊었다.담양 관아는 고요했다. 정문에는 포졸 둘이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나는 정문으로 가지 않았다.지난번엔 손님으로 갔지만, 오늘은 빚 받으러 온 해결사니까. 예의를 갖출 필요가 없었다.​담장을 넘었다.2미터가 넘는 담장이었지만, 가볍게 점프해서 손을 짚고 훌쩍 넘었다. 착지 소리는 고양이보다 조용했다.​관아 안쪽, 현감이 머무는 내아(內衙) 쪽으로 향했다. 불이 꺼진 방들이 즐비했지만, 안쪽 사랑방에는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가까이 다가가니 말소리가 들렸다.​"흐흐흐... 이제 며칠만 있으면 그놈도 끝장이야."​현감의 목소리였다. 술에 취해 혀가 꼬여 있었다.​"사또, 정말 괜찮겠습니까? 그놈 힘이 워낙 장사라..."​이방의 얍삽한 목소리.​"걱정 마라! 감영에서 토벌대가 내려오면 그놈도 독 안에 든 쥐야. 화약이니 전차니 만들어봤자, 관군 수백 명이 둘러싸고 조총을 쏘아대면 버티겠느냐?"​"그렇긴 합니다만..."​"이번 기회에 그놈 재산도 몰수하고, 그 맹랑한 계집... 서백설인가? 그년도 관비로 만들어서 아주 요절을 내주마. 감히 내 허가증을 뜯어가?"​빠드득.​내 주먹에서 소리가 났다.재산 몰수는 그렇다 쳐도, 서백설을 건드려? 그리고 내 목숨을 노려?​이 양반이 선을 세게 넘네.​나는 더 들을 것도 없다는 듯 방문 앞으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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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화: 현감 길들이기 3

​"썼어! 썼다고! 살려만 주게!"​현감이 울부짖었다. 나는 회전을 멈추고 놈을 다시 바닥에 내려놓았다. 놈은 눈이 핑핑 도는지 비틀거리며 헛구역질을 했다.​"파발마 보냈습니까?"​"보, 보냈다... 오늘 새벽에..."​역시 서백설의 정보가 맞았다.​"그럼 그 파발마, 어디쯤 갔을까요?"​"지금쯤이면... 정읍쯤 갔겠지..."​"그렇군요. 그럼 가서 잡아와야겠네."​나는 현감의 멱살을 다시 잡았다.​"너, 붓 들어."​"부, 붓은 왜..."​"다시 써야지. 정정 보도."​나는 책상 위에 종이를 펼쳤다. 벼루에 먹을 갈아주며 아주 친절하게 말했다.​"받아적어. '전라감사 영감 보시옵소서. 지난번 올린 장계는 제 불찰로 인한 오보였습니다. 김덕령은 역도가 아니라, 충심 깊은 향토 방위군의 대장입니다.'"​현감의 손이 떨렸다.​"이, 이런 걸 쓴다고 감영에서 믿어주겠느냐..."​"믿게 만들어야지. 그게 네가 할 일이야. 안 그러면..."​나는 육모방망이를 들어 책상을 내리쳤다.​파싹!​두꺼운 나무 책상이 반으로 쪼개졌다.​"다음엔 책상이 아니라 네 척추가 될 거야. 알겠어?"​"쓰, 쓰겠네! 쓴다니까!"​현감이 미친 듯이 붓을 놀렸다. 글씨가 지렁이 기어가듯 엉망이었지만, 내용은 확실했다. 김덕령은 충신이고, 익호군에게 관아의 물자를 지원해 줘야 한다는 내용까지 추가시켰다.​"다 썼습니다..."​현감이 종이를 내밀었다. 나는 내용을 훑어보고 고개를 끄덕였다.​"도장 찍어."​쾅.​관인이 찍혔다.​"좋아. 이 편지는 내가 직접 감영에 전달할게. 너는 파발마가 돌아오면 아무 일 없었다고 해. 알겠지?"​"알, 알겠네..."​"그리고 앞으로."​나는 현감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관아 창고 좀 엽시다. 우리 애들 훈련하는데 쇠랑 화약이 좀 모자라서."​"그, 그건 국고를 축내는 일이라..."아아... 드디어 다질 때가 온 것인가.​​"너 미숙이라고 알아?"​내가 불쑥 묻자 현감이 눈을 껌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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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화: 바다를 건너 온 불청객 1

​"길을 비켜라! 관아 물품 들어간다!"​이른 아침부터 객주 앞이 시끌벅적했다.나는 하품을 하며 마당으로 나갔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잠이 확 달아났다.​소달구지 다섯 대.그 위에 가득 실린 쌀가마니와 쇠붙이, 그리고 유황 상자들.​달구지를 끌고 온 포졸들의 표정은 똥 씹은 표정이었지만, 내 눈에는 산타클로스의 선물 꾸러미처럼 보였다.​"이게 다 뭡니까?"​서백설이 눈을 비비며 나왔다가 입을 딱 벌렸다.​"뭐긴. 현감 나으리가 보내주신 후원금이지."​나는 달구지 맨 앞에 있는 포교에게 다가갔다. 어젯밤 내 앞에서 벌벌 떨던 그 친구였다.​"수고 많으십니다. 사또께서는 안녕하시고?"​"......예. 덕분에요."​포교가 내 눈을 피하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답했다.​"이거, 사또께서 향토 방위를 위해 특별히 하사하시는 물품입니다. 잘... 쓰십시오."​"아이고, 감사합니다. 꼭 나라 지키는 데 쓰겠습니다. 사또 나으리 만세!"​내가 짐짓 큰 소리로 외치자, 구경하던 마을 사람들이 웅성거렸다.​"들었어? 사또가 덕령이한테 물자를 보냈대.""관아에서도 인정한 거야? 역시 덕령이는 난놈이여.""그려. 거시기만 봐도 보통놈이 아닌것이여."​여론전 승리.역모니 뭐니 하는 헛소리는 이제 통하지 않는다. 사또가 직접 물자를 대줬는데 역모라면, 사또가 공범이 되는 꼴이니까.​"얘들아! 짐 내려라!"​"와아아아!"​익호군 녀석들이 신나서 달려들었다. 쌀가마니를 나르는 녀석들의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밥 걱정 없이 훈련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그들을 춤추게 했다.​최가가 쌀가마니 두 개를 번쩍 들고 나르며 소리쳤다.​"대장님! 오늘 저녁도 고기입니까?"​"고기? 쌀이 이렇게 많은데 고기만 먹으면 쓰나. 떡도 해 먹고 술도 빚어 먹자!"​"대장님 만세!"​객주 마당은 축제 분위기였다.한쪽에서는 대장간의 불길이 치솟고, 한쪽에서는 여인들이 쌀을 씻고, 한쪽에서는 화약을 배합하는 소리가 들려왔다.​활기.그것은 곧 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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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화: 바다를 건너 온 불청객 2

서백설은 씩씩거리며 내게 눈을 흘겼다.​"당신도 그래요. 애가 저러면 딱 잘라내야지, 헤실거리고 있으면 어떡해요?"​"내가 언제 헤실거렸냐. 물 주니까 마신 거지."​"됐거든요. 그리고 이거 받아요."​서백설이 내 손에 무언가를 쥐여주었다. 삶은 달걀 두 개였다.​"영양 보충하라고요. 힘쓰는 데는 이게 최고라니까."​그녀는 퉁명스럽게 말하고는 홱 돌아섰다. 귀가 빨개져 있었다.​나는 달걀을 까먹으며 피식 웃었다.평화롭다. 이런 소소한 일상들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이 평화는 시한부다. 바다 건너에서는 이미 칼을 갈고 있을 테니까.​그런데.​'이상하네.'​달걀을 씹으며 마당을 둘러보는데, 묘한 위화감이 들었다.​객주 밖, 담장 너머.구경꾼들이 모여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신기하다며 현무를 구경하는 건 흔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틈에 섞여 있는 한 사내.​허름한 베옷을 입고 봇짐을 멘 장사치 차림이었다. 평범했다. 너무 평범해서 오히려 눈에 띄었다.​그의 시선.마을 사람들처럼 "우와, 신기하다" 하는 눈빛이 아니었다.​스캔(Scan).그는 현무의 바퀴 축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덮개의 이음새, 송곳의 배치, 심지어는 나대용이 작업하는 화약 가마솥까지 꼼꼼하게 훑고 있었다.​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다.구조를 파악하고, 약점을 찾으려는 전문가의 눈빛.​'누구냐, 넌.'​나는 짐짓 모른 척하며 망치질을 계속했다.​쾅!​곁눈질로 놈을 살폈다. 놈은 잠시 더 지켜보다가, 슬그머니 군중 뒤로 사라졌다. 발걸음이 묘했다. 땅을 딛는 게 아니라, 스치듯 미끄러지는 보법(步法).​조선 팔도 보부상 중에 저런 걸음걸이를 가진 놈은 없다.​"최가야."​내가 나직하게 부르자 최가가 달려왔다.​"예, 대장님."​"저기 가는 봇짐장수 보이지? 갈색 패랭이 쓴 놈."​"예, 보입니다."​"미행해. 들키지 말고. 어디서 묵는지, 누구랑 만나는지만 보고 와."​"알겠습니다. 쥐도 새도 모르게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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