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나대용이라 하오. 나주 살고. 앞으로 잘 좀 부탁하네, 동업자."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내 등골을 타고 짜릿한 전율이 흘렀다.나대용.임진왜란의 숨은 영웅. 이순신 장군이 바다의 신이라면, 이 사람은 그 신에게 번개를 쥐여준 대장장이다. 역사 교과서 귀퉁이에 작게 실려있지만, 밀덕들 사이에서는 레전드로 통하는 그가 내 손을 잡고 있다.그의 손은 거칠었다. 쇠를 만지고, 나무를 깎고, 화약을 주무르느라 굳은살이 훈장처럼 박혀 있었다."반갑습니다. 김덕령입니다."나는 진심을 담아 고개를 숙였다. 형님 김덕홍이나 담양 현감에게도 보이지 않았던 존경심이었다."거, 자네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네. 인사는 그쯤 하고. 아까 하던 거나 마저 수습합시다. 저 귀한 재료들 다 똥물 되기 전에."나대용은 감상에 젖을 시간도 없다는 듯 내 손을 놓고 솥단지 앞으로 갔다."아궁이 불부터 줄이시오! 은근하게 달여야지, 그렇게 센 불로 하면 다 타버려!"그가 소매를 걷어붙이고 지휘를 시작했다. 엉터리였던 현장이 순식간에 체계를 잡아가기 시작했다.서백설이 내 옆구리를 쿡 찔렀다."저 사람, 진짜 기술자 맞아요? 행색은 영락없는 샌님인데.""샌님은 무슨. 조선 최고의 엔지니어... 아니, 장인이셔. 잘 모셔라. 우리 밥줄이 될 분이니까.""밥줄요? 돈만 까먹게 생겼는데."서백설은 의심스런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지만, 나대용이 익호군 녀석들을 부려먹으며 흙물을 걸러내는 솜씨를 보더니 입을 다물었다. 동작 하나하나에 군더더기가 없었다. 진짜배기였다.한참 후, 작업이 얼추 정리되자 우리는 객주 안채로 자리를 옮겼다.술상이 차려졌다. 서백설이 내온 탁주 한 사발을 나대용이 단숨에 들이켰다."캬아! 이제야 좀 살겠구만."그는 입가에 묻은 술을 소매로 쓱 닦으며 나를 쳐다봤다."그래, 김덕령이라 했나? 자네, 아까 내 배를 띄워주겠다고 했지?""그렇습니다.""내가 어떤 배를 만들려는지 알고나 하는 소린가?
Last Updated : 2026-09-0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