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여자 있었어?” 정시온의 목소리가 현관에 떨어진 순간, 세 사람 사이의 시간이 완벽하게 멎었다. 민유리는 정태준의 단단한 가슴에 손바닥을 댄 채였고, 정태준의 팔은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있었다. 급하게 붙잡은 탓에 손가락이 얇은 잠옷 위로 선명하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심각한 건 정태준의 몸에 걸쳐진 것이 허리의 수건 한 장뿐이라는 사실이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넘어질 뻔한 사람을 구해 준 자세였는데, 현관에서 바라보면 변명의 여지가 없을 만큼 은밀했다. “문부터 닫아.” 먼저 정신을 차린 태준이 낮게 말했다. “아, 응.” 시온은 순순히 문을 닫았다. 하지만 손은 도어록에, 시선은 두 사람에게 고정한 채였다. 무대 위에서 어떤 돌발 상황이 벌어져도 표정을 흐트러뜨리지 않는 아이돌답지 않게 두 눈이 커다랗게 뜨여 있었다. “놓, 놓아 주세요.” 유리가 속삭이자 태준이 팔을 풀었다. 그러나 완전히 물러나지는 않았다. 비틀거리는 유리의 어깨를 한 번 더 붙든 뒤 균형이 잡힌 것을 확인하고서야 손을 거뒀다. “괜찮습니까?” “네. 아주 괜찮으니까 옷부터 좀…….” 유리는 차마 아래를 보지 못하고 고개를 홱 돌렸다. 얼굴이 뜨거워진 정도가 아니었다. 귀와 목덜미까지 모조리 달아올라 당장이라도 김이 날 것 같았다. 반면 태준은 지나치게 침착했다.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긴 그는 소파 위에 벗어 두었던 셔츠를 집어 들었다. 유리는 보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시야 한쪽으로 움직임이 고스란히 들어왔다. 넓은 등 위에서 물방울이 미끄러지고, 셔츠가 단단한 어깨를 덮었다. 길고 곧은 손가락이 단추를 하나씩 채울 때마다 조금 전 손바닥 아래에서 느꼈던 체온이 되살아났다. ‘미쳤어. 그걸 왜 기억해.’ 유리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이제 설명해 봐.” 시온이 신발을 벗으며 말했다. “뭘.” “형이 아침부터 반쯤 벗은 채로 여자를 안고 있었던 이유.” “넘어질 뻔해서 붙잡은 거야.” “그 앞부분 말고. 왜 형 집에 잠옷 입은 여자가 있느냐
Last Updated : 2026-09-0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