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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당신을 선택합니다

Author: 유월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11 13:40:13

그래도 그 사람을 선택할 건가요?

오늘 오후 일곱 시까지 대답하세요.

남기혁이 남긴 질문은 단순한 협박이 아니었다. 민유리가 어떤 선택을 하든 그는 그 대답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할 생각이었다.

정태준을 선택한다고 하면 주변 사람들을 더 공격할 것이고, 선택하지 않겠다고 하면 자신이 유리를 통제하는 데 성공했다고 믿을 것이다. 아무런 답을 하지 않더라도 침묵을 거절로 해석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온리원 계정에 올라온 게시물은 삭제되지 않은 채 계속 퍼지고 있었다. 소속사가 플랫폼 측에 계정 탈취 사실과 불법 촬영 자료임을 알렸지만, 긴급 심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사진은 수천 개의 계정으로 복사됐다. 원본 게시물을 지운다고 이미 저장된 파일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온라인에서는 유리의 정체를 추측하는 일이 놀이처럼 번졌다.

온리원이 과거 행사장에서 착용했던 옷과 사진 속 옷을 비교했고, 카메라 가방에 달려 있던 파란 별 장식을 단서로 예전 영상들을 뒤졌다. 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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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애의 형이 제 정체를 알아버렸다   이름을 돌려주는 문장

    집에 돌아온 유리는 손을 씻은 뒤 침실로 들어갔다. 문을 닫을 힘도 아까워 그대로 두고 침대 끝에 앉았다. 조금 뒤 태준이 마른 수건을 들고 와 그녀의 젖은 머리끝을 감쌌다. 그가 가까이 서자 셔츠에 밴 익숙한 향이 느껴졌다. 유리는 그의 허리 양옆을 잡고 이마를 배에 기댔다. 아까까지 버티고 있던 어깨가 그제야 내려갔다. 태준의 손도 머리 위에서 멈췄다.“잠깐 이러고 있을래?”유리는 얼굴을 묻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태준은 재촉하지 않았다. 수건을 내려놓고 유리의 등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일정한 손길에 호흡이 조금씩 길어졌다. 유리는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오늘 누가 내 이름을 안 쓰겠다고 했을 때, 잠깐 서운했어.”태준이 그녀를 내려다봤다.“공동 정정문에서?”“응. 같이 이름을 돌려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나는 내 이름을 숨기고 싶었던 시간을 잊고 있었더라.”그녀는 그의 셔츠를 손끝으로 만지작거렸다.“내가 괜찮아졌다고 남도 준비됐을 거라고 생각했어.”“말하기 전에 멈췄잖아.”“마음속으로는 못 멈췄는데.”태준은 유리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갰다.“마음속에서 처음 든 생각까지 항상 맞을 수는 없지. 그다음에 뭘 했는지가 중요해.”유리는 그 말을 곱씹다가 고개를 들었다. 태준의 얼굴이 가까웠다. 자신을 향해 내려온 시선에는 오늘의 선택을 평가하려는 기색이 없었다. 그녀는 그의 셔츠 깃을 잡아당겼다.“오늘은 위로도 잘하네.”“보상이 또 구체적이지 않을까 봐 걱정인데.”유리는 대답 대신 그의 입술에 짧게 입을 맞췄다.태준이 물러나지 않자 두 번째 입맞춤은 조금 길어졌다. 그의 손이 유리의 허리를 받치고,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있던 몸이 자연스럽게 안쪽으로 움직였다. 유리는 그의 목 뒤로 팔을 둘렀다. 가까워진 체온에 차갑던 손끝이 녹았다. 태준이 입술을 떼고 그녀의 이마에 자기 이마를 기댔다.“저녁부터 먹을까.”유리는 그의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낮게 웃었다.“지금 그 말을 할 수 있어?”“할 수는 있지. 지킬

  • 최애의 형이 제 정체를 알아버렸다   이름을 돌려주는 문장

    현석은 서류를 두 묶음으로 나누었다. 세은의 촬영물 피해에 관한 항목과, 유리의 신분 자료를 제공한 행위에 관한 항목이었다. 한쪽에 서명한다고 다른 쪽의 책임을 면제받는 것은 아니며, 공동 대응 참여 역시 용서나 화해를 뜻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세은은 두 서류를 번갈아 본 뒤 고개를 끄덕였다.“제 피해 통지는 받겠습니다. 그리고 민유리 씨에게 한 일에 관한 조사도 따로 응하겠습니다.”유리는 그제야 그녀와 눈을 맞췄다.“저도 두 가지를 따로 볼게요.”회의가 끝나자 사람들은 한꺼번에 안도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서류를 바로 제출했고, 누군가는 가족과 상의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 사람은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한 채 접속을 종료했다. 유리는 참석자 목록에서 사라지는 이름들을 바라보았다. 그것을 미완료로 표시하려다 손을 멈췄다. 대신 ‘검토 중’이라고 적었다. 돌아오지 않은 답변을 재촉하기 전에, 질문을 받은 사람의 시간이 있다는 사실부터 기억해야 했다.회의실 밖 복도에는 서한나가 종이컵 두 개를 들고 서 있었다. 유리를 발견한 한나가 하나를 내밀었다.“얼굴이 회의 세 개 한 사람 같아.”“하나밖에 안 했어.”“그 하나에 사람이 열 명 넘었잖아. 곱하면 돼.”유리는 따뜻한 차를 받아 들다가 한나의 뒤편을 보았다. 현석의 사무실 문 앞에 작은 도시락 가방이 놓여 있었다. 한나는 유리의 시선을 따라갔다가 즉시 가방을 발끝으로 밀었다. 너무 늦은 은폐였다.“도시락?”“내 거.”“현석 변호사님 이름표가 붙어 있는데?”“도시락도 가끔 신분을 바꾸잖아.”유리는 웃음이 터질까 봐 종이컵을 입에 가져갔다. 그 순간 사무실 문이 열리고 현석이 나왔다. 그는 도시락 가방을 발견하자 자연스럽게 집어 들었다가, 유리를 보고 손을 멈췄다. 한나와 현석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생겼다. 유리는 두 사람을 한 번씩 보고 차를 마셨다.“저는 아무것도 못 봤어요. 다만 음식은 빨리 드세요.”한나가 눈을 가늘게 뜨자 유리는 덧붙였다.“신분 바꾸느라 상하면 안 되니까.

  • 최애의 형이 제 정체를 알아버렸다   이름을 돌려주는 문장

    ‘그들은 사진의 주인을 알고 있었습니다.’ 유리는 마지막 문장을 지우지 않은 채 문서를 저장했다. 아침 햇빛이 식탁 끝에 걸려 있었고, 옆에 놓인 커피에서는 가느다란 김이 올라왔다. 어젯밤 현상 사진들을 정리하느라 늦게 잠든 탓에 눈꺼풀이 묵직했지만, 화면 속 문장을 보는 동안에는 이상하게 정신이 맑아졌다. 실수였다는 말로 덮을 수 없는 일이 있었다. 누구의 것인지 알고도 가져가고, 누구의 이름인지 알고도 바꾸어 붙인 일. 유리는 그 차이를 끝까지 남기고 싶었다. 주방에서 나온 태준이 커피잔 옆에 접시를 내려놓았다. 토스트 위에 달걀이 조금 삐뚤게 얹혀 있었다. 유리는 접시와 그의 얼굴을 번갈아 보다가 웃었다.“오늘은 계란이 이겼네.”태준은 의자를 당겨 앉으며 태연하게 대꾸했다.“맛에는 영향 없어.”“어제는 모양도 실력이라면서.”“그건 내가 이겼을 때의 기준이고.”유리는 포크로 달걀 끝을 찌르며 고개를 저었다.이런 식으로 기준을 바꾸는 사람이 법정에서는 누구보다 일관된다는 것이 가끔 우스웠다. 태준의 시선이 노트북 화면으로 향했다. 그는 문서를 읽고도 곧바로 고칠 곳을 말하지 않았다. 유리가 먼저 물을 때까지 자기 접시의 토스트를 잘랐다. 그 잠깐의 여유가 유리에게는 배려로 느껴졌다.“마지막 문장, 너무 세?”태준은 다시 화면을 보았다.“세지. 그래서 확인된 범위와 붙여야 해.”그는 문장 아래 빈칸을 가리켰다.“지금 확보한 자료에는 원소유자 정보가 남아 있었다는 설명. 그걸 붙이면 감정이 아니라 사실을 말하는 문장이 돼.” 유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압수된 보관 자료에는 촬영자 이름과 작업 번호가 기록되어 있었고, 일부 파일은 ‘원소유자 확인 완료’라는 폴더 안에 보관되어 있었다. 길어졌지만 문장은 오히려 더 단단해졌다. 태준은 수정된 글을 읽고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이건 현석이가 최종 확인할 거야. 나는 남편으로서 아침을 먹으라는 의견만 내겠습니다.”유리가 포크를 든 채 그를 보았다.“그 의견은 받아들일게.”“드

  • 최애의 형이 제 정체를 알아버렸다   세 번째 카메라

    그날 그 자리에, 유리와 태준 말고도 카메라를 든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오현석이 노트북 화면을 확대했다. 낡은 필름 특유의 입자가 뭉개진 사진 속에서 스무 살의 민유리는 카메라를 눈높이까지 들어 올리고 있었다. 그녀가 바라보는 곳에는 검은 코트를 입은 스물다섯 살의 정태준이 서 있었다. 유리가 직접 찍어 간직했던 사진과 정확히 반대되는 구도였다.태준을 찍은 유리.그리고 그런 유리를 찍은 누군가.유리는 화면 가까이 몸을 숙였다. 오래된 사진은 흐렸지만 기억은 이상하리만큼 선명하게 되살아났다. 찬 바람에 귀가 시렸고, 카메라를 잡은 손가락은 곱아 있었다. 태준은 법학관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고, 유리는 그에게 사진을 찍어도 되느냐고 물었다. 허락을 받은 뒤 셔터를 눌렀다.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했다.“원본 파일의 촬영 정보는?”태준의 질문에 현석이 고개를 저었다.“박소라가 한 번 손댄 파일이라 메타데이터는 믿을 수 없어. 다만 독일 쪽에서 압수한 인쇄물 뒷면에 희미한 표기가 남아 있었어. 유통용으로 새로 출력하면서도 완전히 지우지는 못한 모양이야.”현석이 사진을 뒤집어 촬영한 이미지를 띄웠다. 종이 뒷면 한구석에 연필로 쓴 듯한 글씨가 있었다.MHK. 07-11. 기다림.유리는 세 글자를 보는 순간 숨을 멈췄다.“문하경 선배.”“아는 사람이야?”“대학교 사진 동아리 선배예요. 그날 과제를 지도해 준 사람이기도 하고요.”기억 속의 목소리가 뒤늦게 들려왔다. 유리야, 너무 멀리 가지 마. 필름 아껴. 그리고 동아리 활동을 기록해야 한다며 회원들을 따라다니던 은색 카메라. 하경은 결과물뿐 아니라 사진을 찍는 사람의 모습도 남겨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유리가 천천히 의자에 등을 기댔다.“그날 선배가 있었어요. 아예 잊고 있었어.”“몰래 찍은 겁니까?”태준의 목소리가 단단해졌다. 유리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동아리 기록 촬영은 미리 동의를 받았어요. 저도 찍히는 걸 알고 있었고요. 다만 이 장면이 남았다는 건 몰랐어요.”“그럼

  • 최애의 형이 제 정체를 알아버렸다    내 이름으로 만든 거짓말

    —신분만 확보하면 계약은 제가 만들게요. 나중에 문제가 생겨도 민유리가 직접 넘긴 것처럼 보이면 됩니다.녹음이 끝난 뒤에도 박소라의 목소리는 거실에 남아 있는 듯했다. 유리는 뒤집어 놓은 휴대전화를 바라봤다. 자신의 이름이 선명하게 발음됐는데도, 그 안의 민유리는 자신이 아니었다. 박소라가 범죄를 숨기기 위해 만든 가짜 인물이었다. 남의 사생활을 찍고, 사진을 팔고, 계약서까지 조작하는 사람. 실제 유리와는 아무 관련도 없으면서 이름과 신분만 같은 허수아비였다.“나머지도 들을래?”현석이 전화 너머에서 물었다.“음성 파일이 네 개라고 했죠?”—응. 방금 들은 건 첫 번째 파일의 일부야. 두 번째는 최민규와 판매 가격을 조율하는 내용이고, 세 번째는 독일 유통업체에 보낼 파일의 정보값을 바꾸는 방법에 관한 대화야. 마지막 파일은 박소라 혼자 녹음한 메모로 보여. 위조 계약서에 넣을 항목을 읽어 놓았어.태준이 유리를 살폈다. 지금은 변호사가 아니라 남편으로 곁에 있겠다고 했지만, 그의 눈에는 이미 증거의 구조가 정리되고 있었다. 음성 원본의 생성 시각, 녹음 장치, 편집 여부, 계약서와의 일치점. 묻고 싶은 것이 많을 텐데도 그는 먼저 유리의 선택을 기다렸다.“전부 한 번만 들을게요.”유리가 말했다.태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지금?”“응. 나중으로 미루면 계속 상상할 것 같아요. 실제보다 더 나쁜 말이 들어 있을까 봐.”—그럼 파일을 보내지는 않을게. 내가 필요한 구간만 순서대로 재생하고, 중간에 멈추고 싶으면 바로 말해.“그렇게 해 주세요.”현석은 두 번째 파일부터 재생했다. 최민규의 목소리는 박소라보다 작고 불분명했지만, 대화의 의미는 분명했다.—병원 사진은 빼는 게 낫지 않습니까? 그건 바로 문제 될 텐데.—그래서 값이 붙는 거예요. 얼굴이 잘 나온 것만 고르세요. 가족 사진은 정시온 혼자 있는 것보다 묶어서 팔아야 하고요.—출처 물어보면 뭐라고 합니까?—팬이 찍었다고 하면 돼요. 요즘 팬들은 병원까지 따라가잖아요.유리의 손

  • 최애의 형이 제 정체를 알아버렸다   지우기 전에 지켜야 할 것

    최종 접속 오전 9시 14분.그 한 줄을 확인한 순간 회의실의 공기가 바뀌었다. 조금 전까지는 오 년 전의 거래와 침해를 복원하는 자리였지만, 이제는 누군가가 바로 오늘 증거에 손을 댄 사건이 되었다. 현석은 화면을 닫지 않은 채 포렌식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접속 시각 이후의 활동 기록부터 확인해 주세요. 파일 열람, 이동, 삭제, 다운로드, 공유 링크 생성까지 전부요. 계정에 직접 들어가지는 말고 현재 확보된 토큰과 서버 로그 범위 안에서만 확인하십시오. 동시에 사업자 측에 긴급 보전 요청을 보내고요.”전화를 끊기도 전에 다른 변호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시온의 소속사 법무팀에도 즉시 연락이 들어갔다. 정시온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물었다.“저 사람이 지금 사진을 지우고 있는 거예요?”“아직은 몰라.”태준의 답은 짧았다.“접속만 했을 수도 있고, 내려받거나 다른 계정으로 옮겼을 수도 있어. 확인 전에는 단정하지 마.”“형은 이미 최악의 경우까지 생각하고 있잖아.”“그래서 단정하지 말라는 거야.”시온은 입을 다물었다. 태준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테이블 위에 놓인 손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 오른쪽 검지 마디가 희게 변할 만큼 주먹을 쥐고 있었다. 유리는 테이블 아래에서 그 손목에 가볍게 손을 댔다.태준이 돌아봤다.“당신이 직접 맡으면 안 돼요.”“알아.”대답은 빨랐지만 손의 힘은 풀리지 않았다.“현석 씨가 지휘하게 해요. 당신은 시온이 형이고, 사진에 찍힌 당사자이기도 해요. 이번에는 변호사 자리보다 가족 자리에 있어요.”태준은 몇 초 동안 유리를 바라봤다. 보호해야 할 사람이 둘이나 같은 방에 있고, 침해한 자의 움직임은 화면 속 숫자로만 보이는 상황에서 사건의 지휘권을 내려놓는 것은 그에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결혼식 날 했던 약속은 편안한 순간에만 지키는 문장이 아니었다. 그는 마침내 쥐었던 손을 펴고 자신의 노트를 현석 쪽으로 밀었다.“오현석.”“응.”“내가 이 사건에서 직접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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