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애의 형이 제 정체를 알아버렸다

최애의 형이 제 정체를 알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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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월Updated just now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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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아이돌 정시온을 데뷔 전부터 찍어온 유명 홈마 ‘온리원’. 그 정체는 평범한 출판사 편집자 민유리다. 어느 날 그녀의 사진이 악의적으로 편집되어 시온의 열애설에 이용되고, 원본을 확인하러 온 연예계 전문 변호사 정태준에게 정체를 들킨다. 그런데 태준은 시온의 친형이자 유리의 옆집 남자였다. 최애를 지키기 위해 시작한 두 사람의 비밀 공조. 어느 순간부터 유리의 카메라보다 태준의 시선이 먼저 그녀를 쫓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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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프롤로그. 최애의 형에게 정체를 들켰다

민유리는 사람의 얼굴보다 먼저 빛을 보는 버릇이 있었다.

무대 위로 푸른 조명이 쏟아지는 순간, 그녀는 정시온의 눈가에 번지는 웃음을 보았다. 객석을 가득 채운 함성과 빠르게 움직이는 조명, 귀가 먹먹할 만큼 큰 음악 속에서도 그 표정만은 이상할 정도로 선명했다. 유리는 숨을 짧게 들이마신 뒤 셔터를 눌렀다.

찰칵, 찰칵, 찰칵.

시온이 객석을 향해 손을 흔들 때마다 카메라가 빠르게 움직였다. 고개를 돌리는 각도와 조명이 바뀌는 주기, 다음 동작에서 시선이 머무를 위치까지 이미 알고 있었다. 데뷔 전 작은 야외무대에서부터 그를 찍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정시온이 언제 왼쪽 입꼬리부터 올려 웃는지, 긴장하면 마이크를 쥔 손가락을 한 번씩 움직인다는 것까지 유리는 렌즈 너머에서 오래 지켜봤다.

“온리원 님, 오늘 자리 대박이네요.”

옆에 있던 홈마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유리는 카메라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작게 웃었다.

“그러게요. 조명도 잘 들어오고요.”

“아까 시온이가 이쪽 봤어요. 분명히 온리원 님 카메라 찾은 것 같은데.”

“여기 카메라가 몇 대인데 저를 찾겠어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조금 전 시온과 눈이 마주쳤다고 생각한 순간 심장이 빠르게 뛰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정확히는 시온이 아니라 카메라 렌즈와 마주친 것에 가까웠지만 그래도 좋았다. 유리는 자신을 알아봐 달라고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었다. 무대 위에서 빛나는 순간을 오래 남겨주고 싶었다. 언젠가 시온이 지금보다 더 큰 무대에 서게 되더라도, 아무도 이름을 모르던 시절부터 열심히 달려왔다는 사실을 기억할 수 있도록.

공연은 루미너스의 신곡 무대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멤버들이 취재진과 팬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동안 유리는 카메라 화면을 빠르게 넘겼다. 흔들린 사진과 눈을 감은 사진을 우선 걸러내고, 시온의 표정이 가장 자연스럽게 담긴 장면에 표시를 남겼다.

오늘도 좋은 사진이 많았다.

특히 행사 후반, 시온이 무대 아래로 내려와 광고주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던 순간을 찍은 사진이 마음에 들었다. 시온이 한 여성과 악수하며 웃고 있었지만 주변에는 다른 멤버와 소속사 직원, 광고주 관계자들이 함께 서 있었다. 그중 한 직원이 카메라를 바라보며 어색하게 눈을 감고 있어 공개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유리는 사진에 별 두 개만 표시하고 다음 장면으로 넘어갔다. 공개하지 않을 사진도 원본은 전부 보관하는 편이었다. 지금은 필요 없어 보여도 나중에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쓸 일이 생기곤 했다.

카메라 전원을 끈 유리는 장비를 가방에 정리했다. 무거운 망원렌즈를 분리해 완충재 사이에 넣고 지퍼를 잠그자, 스트랩 끝에 달린 파란 별 장식이 작게 흔들렸다. 대학 시절 사진 동아리 선배에게 받은 물건으로, 그녀가 홈마 활동을 시작할 때부터 줄곧 함께한 장식이었다.

팬들 사이에서는 그것이 온리원의 상징처럼 알려져 있었다. 현장에서 유리의 얼굴을 모르는 사람도 파란 별이 달린 카메라를 보면 슬쩍 자리를 비켜주거나 인사를 건넸다. 그래서 유리는 공연장을 나서기 전에 장식을 스트랩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직장 동료들에게는 출판 기획 자료를 찾으러 간다고 말하고 반차까지 썼다. 여기서 찍힌 사진 한 장 때문에 자신이 온리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기라도 하면 앞으로 회사에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었다.

‘한나가 알면 이번에는 정말 계정 비밀번호부터 바꾸겠지.’

물론 서한나는 이미 유리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입사한 지 한 달 만에 들켰으니 지금까지 5년 넘게 비밀을 지켜준 셈이었다. 다만 최근 마감을 앞둔 원고가 세 편이나 쌓인 상황에서 유리가 반차를 쓰고 공연장에 왔다는 사실까지 알게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유리는 검은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사람들의 흐름을 따라 공연장을 빠져나왔다. 건물 밖에는 아직도 수많은 팬이 머물러 있었다. 누군가는 조금 전의 무대를 이야기했고, 누군가는 휴대전화로 찍은 영상을 확인했다. 유리도 당장 카메라를 열어 사진을 다시 보고 싶었지만 집에 도착할 때까지 참기로 했다.

휴대전화가 울린 것은 택시에 올라탄 직후였다.

화면에는 한나의 이름 대신 루미너스 단체 채팅방 알림이 연달아 떠올랐다. 행사가 끝난 지 십 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취재 사진과 짧은 영상이 쏟아지고 있었다. 유리는 습관처럼 시온의 이름을 검색하려다가 멈칫했다.

평소와 다른 단어가 빠르게 올라오고 있었다.

[정시온 여자 누구야?]

[오늘 행사장에서 여자랑 따로 만났다는 거 진짜야?]

[사진 떴는데 온리원 워터마크 있음.]

유리의 손끝이 굳었다.

잠시 후 채팅방에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화질은 좋지 않았지만 알아보지 못할 수가 없었다. 오늘 행사 후반, 시온이 광고주 관계자와 인사하던 순간이었다. 유리가 조금 전 카메라에서 확인했던 바로 그 사진.

다만 원본과는 구도가 달랐다.

시온과 여성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잘려나가 있었다. 두 사람만 남도록 사진을 좁게 자른 탓에 누가 보아도 은밀한 만남처럼 보였다. 배경에 있던 브랜드 로고마저 흐리게 지워져 공식 행사장이라는 사실도 알아보기 어려웠다.

사진 오른쪽 아래에는 유리의 워터마크가 남아 있었다.

ONLY ONE.

“이게 왜…….”

유리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자신이 올린 사진이 아니었다. 아직 메모리카드에서 꺼내지도 않은 사진이 외부로 퍼질 리도 없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조작에 쓰인 것은 완전히 같은 장면이 아니었다. 유리가 지난달 공개한 다른 공식 행사 사진 위에 오늘 촬영된 시온과 여성의 모습을 합성하고, 워터마크만 남긴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팬들은 그것을 알 수 없었다. 사진의 출처가 온리원이라고 믿은 사람들은 유리의 계정으로 몰려들었다.

[해명해 주세요.]

[공개 스케줄만 찍는다면서 몰래 따라간 거예요?]

[열애설 퍼뜨리고 싶어서 일부러 올린 거 아니야?]

[사진 원본 공개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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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의 형에게 정체를 들켰다
알림 숫자가 눈에 보일 만큼 빠르게 올라갔다. 유리는 계정을 닫는 대신 우선 공지문을 작성했다.[현재 유포 중인 사진은 제가 게시한 사진이 아닙니다. 오늘 행사는 사전에 공지된 공식 일정이며, 사진 속 장소 역시 행사장 내부입니다. 정확한 상황을 확인한 뒤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신상 정보 및 관계자 사진의 재유포는 삼가주시기 바랍니다.]게시 버튼 위에 손가락을 올린 유리는 잠시 망설였다. 성급하게 대응하면 오히려 논란을 키울 수 있었다. 그렇다고 침묵하면 사진을 유포했다는 의심이 굳어질 것이다.결국 유리는 공지문을 올렸다. 곧장 소속사 공식 이메일로 연락하려 했지만 발신인에 본명을 적어야 할지, 온리원이라는 계정명만 써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원본을 보내면 촬영 위치와 시간이 확인되고, 현장에 있던 일반인의 얼굴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온라인에 바로 공개할 수 없는 이유였다.유리는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려고 눈을 감았다. 그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받지 않자 끊어졌다가 다시 울렸다.같은 번호였다.유리는 입술을 깨물며 통화 거절 버튼을 눌렀다. 지금은 누구와도 통화하고 싶지 않았다. 팬인지 기자인지, 아니면 사진을 조작한 사람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전화는 다시 걸려오지 않는 대신 짧은 문자가 도착했다.[사진 원본과 관련해 확인할 사항이 있습니다. 스타웨이 엔터테인먼트의 법률대리인 정태준 변호사입니다.]유리의 눈썹이 가늘게 모였다.정태준.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이름이었다. 잠시 기억을 더듬던 유리는 자신이 사는 오피스텔 옆집 남자가 같은 이름이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택배 상자가 뒤바뀌었을 때 문 앞에 붙어 있던 명함에서 본 적이 있었다.‘설마 같은 사람일 리는 없겠지.’정태준이라는 이름이 드문 편은 아니었다. 더욱이 옆집 남자는 늘 늦게 출근하거나 새벽에 돌아왔다. 직업을 물어본 적은 없지만, 말끔한 정장을 입고 다니는 것을 보면 회사원쯤 될 거라고 생각했다.유리는 답장하지 않고 휴대전화를 뒤집어 놓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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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의 형에게 정체를 들켰다
엘리베이터가 유리가 사는 층에 도착했다. 문이 열렸지만 유리는 내리지 못했다. 먼저 나간 태준이 열린 문을 한 손으로 잡은 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대로 안에 남으면 오히려 대답을 피하는 모양이 될 것 같았다.유리는 카메라 가방을 품에 끌어안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네요.”“그럼 질문을 바꾸죠.”태준이 유리와 보폭을 맞춰 걸었다. 길게 뻗은 복도 끝에는 나란히 붙은 두 집의 문이 보였다. 멀쩡한 옆집 남자와 함께 귀가하는 평범한 상황이어야 했지만, 유리는 취조실로 끌려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오늘 저녁 여덟 시 십칠 분, 한강컨벤션센터 안에서 정시온을 촬영했습니까?”유리의 손가락이 가방끈을 세게 쥐었다.“그 시간에 제가 어디 있었는지까지 말씀드릴 이유는 없어요.”“사진 원본을 가지고 있겠군요.”“대체 누구신데 자꾸 원본을 찾으세요?”태준이 걸음을 멈췄다. 두 사람의 집 사이, 불과 몇 걸음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그가 안주머니에서 명함 한 장을 꺼내 유리에게 내밀었다. 희고 단정한 명함 중앙에 검은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로운 법률사무소 파트너 변호사 정태준.휴대전화로 받은 문자 속 이름과 정확히 같았다.유리는 명함과 그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봤다. 우연이라고 믿고 싶었던 가능성이 깨끗하게 사라졌다.“문자 보내신 분이었어요?”“세 번 전화했습니다.”“모르는 번호라 안 받았어요.”“문자는 확인하셨습니까?”“본인 확인도 되지 않은 사람에게 제 정보를 먼저 줄 수는 없잖아요.”태준의 눈빛이 미세하게 달라졌다. 겁을 먹거나 변명을 늘어놓을 거라고 예상했던 모양이었다. 그러나 유리는 수많은 작가와 계약서를 검토하는 편집자였고, 사진을 공개할 때마다 초상권과 저작권 문제를 확인해왔다. 변호사라는 직함만으로 주눅이 들 생각은 없었다.“스타웨이 엔터테인먼트에 확인하셔도 됩니다.”“확인한 다음에는요?”“사진 원본을 제출해주셔야겠습니다.”“온라인에 공개하지는 않을 거예요. 원본에는 일반인 얼굴과 미성년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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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남자가 최애의 형이라니
정시온의 형입니다. 그 한마디를 들은 뒤로 민유리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눈앞에 서 있는 남자의 얼굴이 조금 전과 완전히 다르게 보였다. 정태준은 그녀가 몇 달 동안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고, 택배 상자가 잘못 배송될 때마다 문 앞에서 짧게 인사를 나누던 옆집 남자였다. 늘 단정한 정장을 입고 다니며 새벽에도 전화로 누군가와 법률 용어를 주고받는, 직업을 굳이 묻지 않아도 바쁘고 까다로운 일을 할 것 같던 사람이었다. 그가 변호사라는 사실까지는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정시온의 친형이라는 말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유리는 자신도 모르게 태준의 얼굴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굵게 자리 잡은 눈썹과 차갑게 뻗은 눈매는 시온과 달랐지만, 입술을 다문 채 상대를 똑바로 응시하는 버릇에는 분명 닮은 구석이 있었다. 시온이 진지한 이야기를 할 때 짓는 표정과도 비슷했다. “그렇게 보시면 닮은 점을 찾을 수 있습니까?” 태준의 질문에 유리는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누가 찾았다고 했어요?” “조금 전부터 제 얼굴을 훑어보고 있지 않습니까.” “사실인지 확인한 것뿐이에요.” “확인됐습니까?” 유리는 대답 대신 입술을 꾹 다물었다. 괜히 아니라고 우기기에는 닮은 점을 이미 찾아버렸다. 무엇보다 태준이 시온의 데뷔 전 무대와 파란 별 장식까지 알고 있었다. 시온 본인이 말해주지 않았다면 알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그렇다고 자신의 정체까지 솔직하게 인정할 수는 없었다. 태준은 스타웨이의 법률대리인이었고, 지금 온리원을 사진 유포자로 의심하고 있었다. 자신이 팬이라는 사실보다 어떤 사진을 가지고 있는지, 어디서 촬영했는지를 먼저 확인하려는 사람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을 이유는 없었다. “형제라는 걸 어떻게 증명하시려고요?” 유리의 물음에 태준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가족관계증명서라도 보여드려야 합니까?” “요즘은 명함도 위조하고 가족도 사칭하는 세상이잖아요.” “의심이 많은 편이군요.” “조금 전까지 저를 사진 유포자로 의심하던 분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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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남자가 최애의 형이라니
문이 닫힌 뒤에도 유리는 복도에 그대로 서 있었다. 조금 전까지는 정체를 들킨 것만으로도 머릿속이 아찔했는데, 이제는 누군가 자신을 의도적으로 노렸을 가능성까지 생겼다.그녀는 황급히 집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이중 잠금장치까지 걸고 나서야 카메라 가방을 내려놓았다. 평소라면 집에 돌아오자마자 렌즈부터 꺼내 닦았겠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노트북을 켜고 메모리카드를 연결하는 동안에도 휴대전화 알림은 쉼 없이 울렸다.온리원 계정에 달린 댓글의 분위기는 빠르게 나빠지고 있었다.[왜 원본을 바로 공개하지 않아요?][찔리는 게 있으니까 시간 끄는 거 아님?][오늘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온리원 얼굴 알지 않아?][예전부터 사생이라는 말 있었잖아.]사실이 아닌 이야기는 출처도 없이 늘어났다. 유리는 비공개 일정을 촬영한 적이 없었고, 사생이라는 의심을 받은 적도 없었다. 그러나 누군가 한 번 그런 말을 던지자 사람들은 확인도 하지 않은 채 과거에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것처럼 동조했다.유리는 댓글창을 닫고 메모리카드의 파일을 불러왔다. 촬영한 사진이 수천 장이었다. 행사 후반부로 시간을 좁힌 뒤 문제의 장면을 찾았다.원본에는 예상대로 시온과 광고주 관계자 주변에 여러 사람이 함께 찍혀 있었다. 루미너스의 멤버 두 명과 매니저, 브랜드 담당자 세 명, 교복을 입은 어린 모델과 보호자까지 있었다. 미성년 모델이 행사 뒤에 시온에게 사인을 부탁했고, 광고주 관계자가 둘을 소개해주는 과정에서 시온과 악수를 나눈 것이었다.열애설이라고 부를 만한 장면이 아니었다.유리는 조작된 사진을 옆에 띄우고 원본과 비교했다. 인물의 자세와 조명 방향은 같았지만 시온의 손 위치가 미세하게 달랐다. 자신이 촬영한 연속 사진 가운데 한 장을 사용한 것은 분명한데, 온라인에 공개한 적 없는 장면이었다.그녀의 손끝이 멈췄다.오늘 행사장에서 노트북으로 사진을 옮긴 적은 없었다. 메모리카드도 계속 카메라 안에 있었다. 그렇다면 자신과 거의 같은 위치에서 같은 순간을 촬영한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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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남자가 최애의 형이라니
화면을 확인하자 예상대로 태준이 서 있었다. 그는 조금 전 입었던 정장 차림 그대로였지만 넥타이는 완전히 풀어 손에 들고 있었다. 흰 셔츠의 단추도 목 아래까지 하나 풀려 있었다. 복도에서 마주쳤을 때보다 훨씬 느슨한 모습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때문에 더 가까이 보여 유리는 한동안 문을 열지 못했다.“누구세요?”알면서도 묻자 화면 속 태준이 고개를 들었다.—누구에게도 열어주지 말라고 한 건 접니다.“본인에게는 열어주라고 안 했잖아요.”—소속사에서 연락받았을 텐데요.“받았어요.”—그럼 문을 열어주시죠.“확인서 검토 중이에요.”—이미 서명하신 것도 확인했습니다.유리는 입술을 삐죽였다. 소속사와 변호사 사이의 정보 전달이 지나치게 빨랐다. 그녀는 안전고리를 건 채 문을 조금 열었다.“저장장치만 드릴게요.”“원본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제가 설명을 적어둘게요.”“조작 흔적과 촬영 순서를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메타데이터를 잘못 건드리면 증거 능력에도 문제가 생깁니다.”태준은 틀린 말을 하지 않았다. 그것이 더 얄미웠다.유리는 잠시 고민하다가 안전고리를 풀었다.“오 분만 기다리세요.”“여기서요?”“설마 들어오려고요?”태준의 시선이 열린 문틈 너머로 향했다. 거실 탁자에는 노트북과 외장 저장장치, 메모리카드가 널려 있었고 소파 위에는 카메라 장비와 겉옷이 아무렇게나 놓여 있었다. 평소에는 제법 정돈하고 살았지만 촬영을 다녀온 날만큼은 집 안이 전쟁터처럼 변했다.“증거를 복도에서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변호사님 집에서 보면 되잖아요.”“그쪽이 제 집에 들어오시겠습니까?”유리는 대답하지 못했다. 자신의 집에 들이는 것도 불편했지만 정체를 안 지 몇 분 되지 않은 최애의 형 집으로 들어가는 것은 더 이상했다.망설이는 사이 태준이 문 가까이 다가왔다. 유리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고, 그의 어깨가 문틀 안으로 들어왔다. 훨씬 큰 체격이 가까워지자 현관이 갑자기 좁아진 것처럼 느껴졌다. 풀어낸 넥타이를 쥔 손과 조금 흐트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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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남자가 최애의 형이라니
태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옆으로 다가왔다. 의자를 하나 더 가져올 줄 알았는데 그는 유리의 뒤에 서서 탁자 위에 한 손을 짚었다. 다른 손으로는 노트북의 터치패드를 움직였다.유리의 어깨 뒤로 그의 가슴이 가까워졌다. 직접 닿지는 않았지만 셔츠에서 묻어나는 희미한 향과 체온이 느껴질 만큼 가까운 거리였다.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얼굴이 맞닿을 것 같았다.유리는 괜히 숨을 얕게 쉬었다.“이 사진과 다음 장면도 보여주십시오.”낮게 울리는 목소리가 바로 귓가에 닿았다.“직접 앉아서 보면 안 돼요?”“화면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옆에 의자 있잖아요.”태준이 유리를 내려다봤다. 가까이에서 마주친 눈빛 때문에 그녀의 말끝이 조금 흐려졌다.“불편합니까?”“아니요.”대답이 지나치게 빨랐다.태준의 눈이 가늘어졌다. 유리는 서둘러 다음 사진을 열었다. 손끝이 긴장한 탓에 같은 파일을 두 번 클릭했고, 화면이 확대됐다가 다시 줄어들었다.“마우스 이쪽으로 주세요.”태준이 손을 뻗는 순간 그의 손등이 유리의 손가락 위로 겹쳐졌다.뜨거운 감촉에 유리가 손을 움찔했다. 태준도 잠시 멈췄지만 바로 떼지는 않았다. 서로의 손이 작은 마우스 위에서 포개진 채 몇 초가 흘렀다.먼저 정신을 차린 것은 유리였다.“제가 할게요.”그녀가 손을 빼자 태준도 한 걸음 물러났다. 그러나 조금 전 닿았던 부분에는 여전히 온기가 남아 있었다.태준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화면을 가리켰다.“조작된 사진은 이 장면과 각도가 같습니다.”“네. 그런데 제가 찍은 것보다 조금 오른쪽이에요. 제 바로 옆이나 뒤쪽에서 촬영한 것 같아요.”“오늘 당신의 위치를 알았던 사람이 있습니까?”“현장에 있던 홈마들은 알았을 거예요. 파란 별 때문에 알아보는 사람이 많으니까.”“사진을 옮기거나 워터마크 파일을 사용한 적은요?”“오늘은 없어요. 원본 워터마크 파일도 한나 외에는…….”유리의 말이 멈췄다.태준이 즉시 물었다.“한나가 누구죠?”“직장 동료예요. 제 정체를 아는 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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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물건만 챙기십시오.” 정태준의 말은 제안이라기보다 이미 정해진 결론에 가까웠다. 민유리는 자신의 손목을 붙잡은 그의 손과 어두워진 거실을 번갈아 바라봤다. 휴대전화 화면에는 여전히 조금 전 도착한 사진이 떠 있었다. 오피스텔 로비로 들어오는 자신의 모습과 파란 별 장식, 그 아래 적힌 짧은 문장. 온리원, 찾았다. 장난이라고 넘기기에는 사진이 지나치게 구체적이었다. 누군가는 공연장에서부터 유리를 따라왔고, 그녀가 사는 건물까지 알아냈다. 어쩌면 지금도 맞은편 건물이나 주차된 차량 안에서 이쪽을 지켜보고 있을지 몰랐다. 그럼에도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남자의 집에서 밤을 보내라는 말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아무리 그가 변호사이고 시온의 형이며 같은 층 옆집에 산다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호텔로 가면 안 돼요?” 유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금 이동하는 동안 다시 노출될 수 있습니다.” “경찰에 신고하면요?” “신고는 할 겁니다. 다만 이 사진 한 장만으로 당장 신변 보호를 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발신자 추적을 요청하고 건물 보안도 강화하겠지만, 적어도 오늘 밤은 안전한 곳에 있어야 합니다.” “변호사님 집이 안전하다는 보장은 있고요?” 유리의 질문에 태준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제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까?”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그냥 옆집 남자였어요. 그런데 갑자기 최애의 형이라고 하더니, 제 집에 들어와서 사진을 확인하고, 이제는 자기 집에서 자라고 하고 있잖아요. 이 상황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게 더 이상하지 않아요?” 태준은 곧바로 반박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손목에서 손을 놓고 반걸음 물러났다. 단단하게 닿아 있던 온기가 사라지자 유리는 자신도 모르게 손목을 다른 손으로 감쌌다. “맞는 말입니다.” 순순히 인정하는 대답이 돌아오자 오히려 유리가 당황했다. “제가 민유리 씨라면 저 역시 경계했을 겁니다. 그러니 선택권을 드리죠. 제 집 현관과 거실에는 보안 카메라가 있습니다. 들어가는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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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가 형의 집에 찾아왔다
얇은 셔츠 아래로 단단한 몸의 감촉이 닿았다가 사라졌다. 유리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움츠렸다. 매일 정장만 입고 있어 말라 보였는데 생각보다 몸이 단단했다.태준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또 확인할 것이 있습니까?”“뭘 확인해요?”“아까는 얼굴을 확인하더니 이번에는 몸입니까?”“제가 언제 몸을 확인했다고 그래요?”“손을 댄 건 민유리 씨입니다.”유리의 얼굴에 열이 올랐다.“가방을 가져오려던 거잖아요.”“그럼 가방은 제가 들겠습니다.”그가 아무렇지 않게 돌아서자 유리는 억울한 얼굴로 등을 노려봤다. 첫인상대로 재수 없는 남자가 맞았다. 잘생겼다는 한나의 말만 아니었다면 조금 전 손끝에 닿은 감촉도 이렇게 의식하지 않았을 것이다.유리는 작은 여행 가방을 꺼내 세면도구와 여벌 옷을 챙겼다. 속옷을 넣으려다 열린 방문 밖으로 태준의 그림자가 보이자 문부터 닫았다. 그가 보려고 한 것도 아닌데 괜히 신경이 쓰였다.짐을 챙겨 거실로 나오자 태준은 현관문의 잠금장치를 확인하고 있었다. 유리가 들어오고 나가는 동안 특별한 흔적이 남았는지 손잡이와 도어록 주변까지 살펴보았다.“누가 문을 건드린 흔적은 없습니까?”“없습니다. 그래도 내일 보안업체를 불러 확인하는 편이 좋겠습니다.”“상대가 제가 사는 집까지 정확히 알고 있을까요? 사진은 로비에서 찍혔잖아요.”“같은 층까지 올라오지 않았다고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태준이 먼저 현관문을 열었다. 그는 복도가 비어 있는지 살핀 뒤 유리에게 나오라는 눈짓을 보냈다. 겨우 몇 걸음 떨어진 옆집으로 이동하는 것뿐인데도 그의 태도는 지나치게 신중했다.유리가 밖으로 나오자 태준은 자연스럽게 그녀와 엘리베이터 사이에 섰다. 누군가 복도 끝에서 나타나더라도 유리보다 자신이 먼저 마주치게 되는 위치였다. 무뚝뚝하게 명령만 내리는 것 같았는데 자세히 보면 모든 행동이 그녀를 보호하는 쪽으로 향해 있었다.도어록이 열리고 태준의 집 안으로 들어선 유리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다.예상대로 지나치게 깔끔한 집이었다. 회색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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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가 형의 집에 찾아왔다
유리는 손에 든 물병을 괜히 세게 쥐었다.“이 정도가 가까운 겁니까?”낮아진 목소리가 두 사람 사이를 천천히 스쳤다.“보통은…… 가깝죠.”“그럼 물러날까요?”그는 그렇게 물으면서도 바로 움직이지 않았다. 유리가 정말로 자신을 밀어낼 것인지 기다리는 듯했다.유리는 대답 대신 의자를 아주 조금 뒤로 밀었다. 바닥과 의자 다리가 마찰하며 생각보다 큰 소리를 냈다. 태준의 입가가 희미하게 올라갔다가 사라졌다.“방금 웃었죠?”“아닙니다.”“분명히 웃었어요.”“잘못 본 겁니다.”“사람을 당황하게 해놓고 웃는 취미도 있어요?”“민유리 씨가 당황했습니까?”유리는 입술을 다물었다. 이번에도 스스로 무덤을 팠다. 태준은 더 추궁하지 않고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지만, 조금 전보다 분위기가 묘하게 달라져 있었다. 사건을 확인하는 변호사와 증인 사이에 있어서는 안 될 긴장감이 조용히 남았다.잠시 후 태준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그는 강 실장에게서 전달받은 건물 보안 영상을 확인했다. 유리가 로비로 들어오기 약 십 분 전, 검은 모자를 쓴 사람이 맞은편 카페 앞에 서 있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유리가 도착하자 휴대전화를 들어 사진을 찍는 모습이 잡혔다.“공연장에서부터 따라온 사람일까요?”“차량 이동 경로를 확인해야 합니다. 관리실에 경찰이 오기 전까지 영상 원본을 보존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제 얼굴은 알고 있는 거네요.”유리의 목소리가 조금 작아졌다. 온라인에서 공격받는 것과 현실에서 누군가 자신을 따라오는 것은 전혀 다른 공포였다. 계정을 닫고 이름을 지운다고 끝날 일이 아닐 수도 있었다.태준은 잠시 유리를 바라보다 노트북을 닫았다.“오늘은 그만 확인하죠.”“아직 사진을 다 보지 않았어요.”“지금 상태로 봐도 집중하지 못합니다.”“괜찮아요.”“손이 떨리고 있습니다.”그의 말에 유리는 물병을 든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태준의 지적대로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깨닫고 나자 오히려 떨림이 더 선명해졌다.태준이 유리의 손에서 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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