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애의 형이 제 정체를 알아버렸다

최애의 형이 제 정체를 알아버렸다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11
作家:  유월たった今更新されました
言語: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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概要

고수위/고자극

로코물

설렘폭발

변호사

존댓말남

츤데레

낮져밤이

비밀연애

금단의 관계/금단의 사랑

인기 아이돌 정시온을 데뷔 전부터 찍어온 유명 홈마 ‘온리원’. 그 정체는 평범한 출판사 편집자 민유리다. 어느 날 그녀의 사진이 악의적으로 편집되어 시온의 열애설에 이용되고, 원본을 확인하러 온 연예계 전문 변호사 정태준에게 정체를 들킨다. 그런데 태준은 시온의 친형이자 유리의 옆집 남자였다. 최애를 지키기 위해 시작한 두 사람의 비밀 공조. 어느 순간부터 유리의 카메라보다 태준의 시선이 먼저 그녀를 쫓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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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1話

프롤로그. 최애의 형에게 정체를 들켰다

민유리는 사람의 얼굴보다 먼저 빛을 보는 버릇이 있었다.

무대 위로 푸른 조명이 쏟아지는 순간, 그녀는 정시온의 눈가에 번지는 웃음을 보았다. 객석을 가득 채운 함성과 빠르게 움직이는 조명, 귀가 먹먹할 만큼 큰 음악 속에서도 그 표정만은 이상할 정도로 선명했다. 유리는 숨을 짧게 들이마신 뒤 셔터를 눌렀다.

찰칵, 찰칵, 찰칵.

시온이 객석을 향해 손을 흔들 때마다 카메라가 빠르게 움직였다. 고개를 돌리는 각도와 조명이 바뀌는 주기, 다음 동작에서 시선이 머무를 위치까지 이미 알고 있었다. 데뷔 전 작은 야외무대에서부터 그를 찍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정시온이 언제 왼쪽 입꼬리부터 올려 웃는지, 긴장하면 마이크를 쥔 손가락을 한 번씩 움직인다는 것까지 유리는 렌즈 너머에서 오래 지켜봤다.

“온리원 님, 오늘 자리 대박이네요.”

옆에 있던 홈마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유리는 카메라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작게 웃었다.

“그러게요. 조명도 잘 들어오고요.”

“아까 시온이가 이쪽 봤어요. 분명히 온리원 님 카메라 찾은 것 같은데.”

“여기 카메라가 몇 대인데 저를 찾겠어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조금 전 시온과 눈이 마주쳤다고 생각한 순간 심장이 빠르게 뛰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정확히는 시온이 아니라 카메라 렌즈와 마주친 것에 가까웠지만 그래도 좋았다. 유리는 자신을 알아봐 달라고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었다. 무대 위에서 빛나는 순간을 오래 남겨주고 싶었다. 언젠가 시온이 지금보다 더 큰 무대에 서게 되더라도, 아무도 이름을 모르던 시절부터 열심히 달려왔다는 사실을 기억할 수 있도록.

공연은 루미너스의 신곡 무대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멤버들이 취재진과 팬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동안 유리는 카메라 화면을 빠르게 넘겼다. 흔들린 사진과 눈을 감은 사진을 우선 걸러내고, 시온의 표정이 가장 자연스럽게 담긴 장면에 표시를 남겼다.

오늘도 좋은 사진이 많았다.

특히 행사 후반, 시온이 무대 아래로 내려와 광고주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던 순간을 찍은 사진이 마음에 들었다. 시온이 한 여성과 악수하며 웃고 있었지만 주변에는 다른 멤버와 소속사 직원, 광고주 관계자들이 함께 서 있었다. 그중 한 직원이 카메라를 바라보며 어색하게 눈을 감고 있어 공개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유리는 사진에 별 두 개만 표시하고 다음 장면으로 넘어갔다. 공개하지 않을 사진도 원본은 전부 보관하는 편이었다. 지금은 필요 없어 보여도 나중에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쓸 일이 생기곤 했다.

카메라 전원을 끈 유리는 장비를 가방에 정리했다. 무거운 망원렌즈를 분리해 완충재 사이에 넣고 지퍼를 잠그자, 스트랩 끝에 달린 파란 별 장식이 작게 흔들렸다. 대학 시절 사진 동아리 선배에게 받은 물건으로, 그녀가 홈마 활동을 시작할 때부터 줄곧 함께한 장식이었다.

팬들 사이에서는 그것이 온리원의 상징처럼 알려져 있었다. 현장에서 유리의 얼굴을 모르는 사람도 파란 별이 달린 카메라를 보면 슬쩍 자리를 비켜주거나 인사를 건넸다. 그래서 유리는 공연장을 나서기 전에 장식을 스트랩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직장 동료들에게는 출판 기획 자료를 찾으러 간다고 말하고 반차까지 썼다. 여기서 찍힌 사진 한 장 때문에 자신이 온리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기라도 하면 앞으로 회사에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었다.

‘한나가 알면 이번에는 정말 계정 비밀번호부터 바꾸겠지.’

물론 서한나는 이미 유리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입사한 지 한 달 만에 들켰으니 지금까지 5년 넘게 비밀을 지켜준 셈이었다. 다만 최근 마감을 앞둔 원고가 세 편이나 쌓인 상황에서 유리가 반차를 쓰고 공연장에 왔다는 사실까지 알게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유리는 검은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사람들의 흐름을 따라 공연장을 빠져나왔다. 건물 밖에는 아직도 수많은 팬이 머물러 있었다. 누군가는 조금 전의 무대를 이야기했고, 누군가는 휴대전화로 찍은 영상을 확인했다. 유리도 당장 카메라를 열어 사진을 다시 보고 싶었지만 집에 도착할 때까지 참기로 했다.

휴대전화가 울린 것은 택시에 올라탄 직후였다.

화면에는 한나의 이름 대신 루미너스 단체 채팅방 알림이 연달아 떠올랐다. 행사가 끝난 지 십 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취재 사진과 짧은 영상이 쏟아지고 있었다. 유리는 습관처럼 시온의 이름을 검색하려다가 멈칫했다.

평소와 다른 단어가 빠르게 올라오고 있었다.

[정시온 여자 누구야?]

[오늘 행사장에서 여자랑 따로 만났다는 거 진짜야?]

[사진 떴는데 온리원 워터마크 있음.]

유리의 손끝이 굳었다.

잠시 후 채팅방에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화질은 좋지 않았지만 알아보지 못할 수가 없었다. 오늘 행사 후반, 시온이 광고주 관계자와 인사하던 순간이었다. 유리가 조금 전 카메라에서 확인했던 바로 그 사진.

다만 원본과는 구도가 달랐다.

시온과 여성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잘려나가 있었다. 두 사람만 남도록 사진을 좁게 자른 탓에 누가 보아도 은밀한 만남처럼 보였다. 배경에 있던 브랜드 로고마저 흐리게 지워져 공식 행사장이라는 사실도 알아보기 어려웠다.

사진 오른쪽 아래에는 유리의 워터마크가 남아 있었다.

ONLY ONE.

“이게 왜…….”

유리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자신이 올린 사진이 아니었다. 아직 메모리카드에서 꺼내지도 않은 사진이 외부로 퍼질 리도 없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조작에 쓰인 것은 완전히 같은 장면이 아니었다. 유리가 지난달 공개한 다른 공식 행사 사진 위에 오늘 촬영된 시온과 여성의 모습을 합성하고, 워터마크만 남긴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팬들은 그것을 알 수 없었다. 사진의 출처가 온리원이라고 믿은 사람들은 유리의 계정으로 몰려들었다.

[해명해 주세요.]

[공개 스케줄만 찍는다면서 몰래 따라간 거예요?]

[열애설 퍼뜨리고 싶어서 일부러 올린 거 아니야?]

[사진 원본 공개하세요.]

알림 숫자가 눈에 보일 만큼 빠르게 올라갔다. 유리는 계정을 닫는 대신 우선 공지문을 작성했다.

[현재 유포 중인 사진은 제가 게시한 사진이 아닙니다. 오늘 행사는 사전에 공지된 공식 일정이며, 사진 속 장소 역시 행사장 내부입니다. 정확한 상황을 확인한 뒤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신상 정보 및 관계자 사진의 재유포는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게시 버튼 위에 손가락을 올린 유리는 잠시 망설였다. 성급하게 대응하면 오히려 논란을 키울 수 있었다. 그렇다고 침묵하면 사진을 유포했다는 의심이 굳어질 것이다.

결국 유리는 공지문을 올렸다. 곧장 소속사 공식 이메일로 연락하려 했지만 발신인에 본명을 적어야 할지, 온리원이라는 계정명만 써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원본을 보내면 촬영 위치와 시간이 확인되고, 현장에 있던 일반인의 얼굴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온라인에 바로 공개할 수 없는 이유였다.

유리는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려고 눈을 감았다. 그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받지 않자 끊어졌다가 다시 울렸다.

같은 번호였다.

유리는 입술을 깨물며 통화 거절 버튼을 눌렀다. 지금은 누구와도 통화하고 싶지 않았다. 팬인지 기자인지, 아니면 사진을 조작한 사람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전화는 다시 걸려오지 않는 대신 짧은 문자가 도착했다.

[사진 원본과 관련해 확인할 사항이 있습니다. 스타웨이 엔터테인먼트의 법률대리인 정태준 변호사입니다.]

유리의 눈썹이 가늘게 모였다.

정태준.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이름이었다. 잠시 기억을 더듬던 유리는 자신이 사는 오피스텔 옆집 남자가 같은 이름이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택배 상자가 뒤바뀌었을 때 문 앞에 붙어 있던 명함에서 본 적이 있었다.

‘설마 같은 사람일 리는 없겠지.’

정태준이라는 이름이 드문 편은 아니었다. 더욱이 옆집 남자는 늘 늦게 출근하거나 새벽에 돌아왔다. 직업을 물어본 적은 없지만, 말끔한 정장을 입고 다니는 것을 보면 회사원쯤 될 거라고 생각했다.

유리는 답장하지 않고 휴대전화를 뒤집어 놓았다. 법률대리인이 맞더라도 곧바로 신분을 밝힐 수는 없었다. 먼저 소속사의 공식 연락처를 통해 본인 확인부터 해야 했다.

한 시간 뒤, 오피스텔에 도착했을 때는 자정이 가까워져 있었다. 택시에서 내린 유리는 어깨를 짓누르는 카메라 가방을 고쳐 멨다. 반대쪽 손에는 노트북이 든 가방까지 들려 있었다. 장시간 촬영한 탓에 손목이 뻐근했고 눈도 따가웠지만, 집에 들어가면 곧바로 원본부터 확인해야 했다.

로비는 조용했다. 경비 직원에게 인사를 건넨 유리는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려는 순간, 누군가의 손이 틈 사이로 들어왔다. 센서가 작동하며 문이 다시 열렸고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올라탔다.

유리는 반사적으로 한쪽으로 비켜섰다가 그의 얼굴을 확인했다.

옆집 남자였다.

정태준.

낮게 내려온 검은 머리 아래로 단정한 이목구비가 드러났다. 차가운 인상과 달리 엘리베이터 문을 잡아줄 때마다 가볍게 고개를 숙이는 사람이었다. 오늘은 피곤한지 넥타이가 조금 느슨하게 풀려 있었고, 한 손에는 검은색 서류 가방을 들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유리가 먼저 인사하자 태준도 짧게 고개를 숙였다.

“늦으셨네요.”

“일이 좀 있었어요.”

평소라면 그 정도로 대화가 끝났을 것이다. 그러나 좁은 공간에 둘만 남자 유리는 이상하게 신경이 쓰였다. 조금 전 받은 문자 속 이름 때문이었다. 그녀는 태준의 옆얼굴을 슬쩍 바라보다가 그와 눈이 마주치자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아닐 거야.’

세상에 정태준이 한 명뿐인 것도 아니었다. 스타웨이의 법률대리인이 하필 같은 층 옆집에 살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는가.

엘리베이터가 출발하자 유리는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그 순간 카메라 가방의 어깨끈이 흘러내렸다. 무게 중심이 기울며 손에 들고 있던 노트북 가방까지 아래로 떨어졌다.

“아……!”

유리가 황급히 몸을 숙였지만 태준이 더 빨랐다. 그는 바닥으로 떨어지려던 카메라 가방을 붙잡았다. 반대쪽 손으로는 유리의 팔꿈치를 받쳐 기울어진 몸을 세웠다.

단단한 손이 팔에 닿았다가 곧 떨어졌다.

“괜찮습니까?”

“네. 감사합니다.”

놀란 유리는 카메라 가방부터 살폈다. 다행히 지퍼는 닫혀 있었고 장비가 부딪친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안으로 밀어 넣었던 파란 별 장식이 밖으로 빠져나와 있었다. 엘리베이터 조명 아래에서 푸른 장식이 선명하게 반짝였다.

유리는 그것을 감추려고 급히 손을 뻗었다.

그보다 먼저 태준의 시선이 움직였다.

파란 별에서 카메라 가방으로, 다시 유리의 얼굴로.

“이거 놓아주세요.”

유리가 손잡이를 당겼지만 태준은 바로 놓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 무심하던 그의 눈빛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피곤함은 사라지고 상대의 작은 반응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날카로운 기색이 자리 잡았다.

“이 장식.”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 울렸다.

“어디서 났습니까?”

“제가 산 거예요.”

“언제부터 사용했죠?”

“그걸 왜 물어보세요?”

태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가방에서 손을 놓은 뒤 휴대전화를 꺼냈다. 화면을 몇 번 누른 그가 유리에게 보여준 것은 온리원의 계정이었다.

유리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화면에는 몇 달 전 시온의 생일 전시회에서 찍힌 사진이 떠 있었다. 시온의 대형 사진 옆으로 카메라를 든 사람의 손이 희미하게 비쳤고, 스트랩 끝에서 파란 별 장식이 흔들리고 있었다. 유리는 사진을 올리기 전 여러 번 확인했지만 그것이 찍힌 줄은 미처 몰랐다.

“팬이세요?”

유리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그럴 수도 있죠. 요즘 루미너스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팬이냐고 물은 게 아닙니다.”

태준의 시선이 그녀의 얼굴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았다.

“민유리 씨가 이 계정의 주인인지 묻는 겁니다.”

엘리베이터가 유리가 사는 층에 도착했다. 문이 열렸지만 유리는 내리지 못했다. 먼저 나간 태준이 열린 문을 한 손으로 잡은 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대로 안에 남으면 오히려 대답을 피하는 모양이 될 것 같았다.

유리는 카메라 가방을 품에 끌어안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네요.”

“그럼 질문을 바꾸죠.”

태준이 유리와 보폭을 맞춰 걸었다. 길게 뻗은 복도 끝에는 나란히 붙은 두 집의 문이 보였다. 멀쩡한 옆집 남자와 함께 귀가하는 평범한 상황이어야 했지만, 유리는 취조실로 끌려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오늘 저녁 여덟 시 십칠 분, 한강컨벤션센터 안에서 정시온을 촬영했습니까?”

유리의 손가락이 가방끈을 세게 쥐었다.

“그 시간에 제가 어디 있었는지까지 말씀드릴 이유는 없어요.”

“사진 원본을 가지고 있겠군요.”

“대체 누구신데 자꾸 원본을 찾으세요?”

태준이 걸음을 멈췄다. 두 사람의 집 사이, 불과 몇 걸음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그가 안주머니에서 명함 한 장을 꺼내 유리에게 내밀었다. 희고 단정한 명함 중앙에 검은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로운 법률사무소 파트너 변호사 정태준.

휴대전화로 받은 문자 속 이름과 정확히 같았다.

유리는 명함과 그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봤다. 우연이라고 믿고 싶었던 가능성이 깨끗하게 사라졌다.

“문자 보내신 분이었어요?”

“세 번 전화했습니다.”

“모르는 번호라 안 받았어요.”

“문자는 확인하셨습니까?”

“본인 확인도 되지 않은 사람에게 제 정보를 먼저 줄 수는 없잖아요.”

태준의 눈빛이 미세하게 달라졌다. 겁을 먹거나 변명을 늘어놓을 거라고 예상했던 모양이었다. 그러나 유리는 수많은 작가와 계약서를 검토하는 편집자였고, 사진을 공개할 때마다 초상권과 저작권 문제를 확인해왔다. 변호사라는 직함만으로 주눅이 들 생각은 없었다.

“스타웨이 엔터테인먼트에 확인하셔도 됩니다.”

“확인한 다음에는요?”

“사진 원본을 제출해주셔야겠습니다.”

“온라인에 공개하지는 않을 거예요. 원본에는 일반인 얼굴과 미성년 연습생도 찍혀 있어요.”

“공개하라는 게 아닙니다. 법률대리인에게 제출해달라는 겁니다.”

“그쪽이 정말 소속사 법률대리인이라는 게 확인되면 필요한 부분만 정리해서 보내드릴게요. 원본 파일 자체를 넘기지는 않겠습니다.”

태준의 눈썹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

“본인이 유포한 게 아니라면 숨길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그 말에 유리의 얼굴에서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예의 바른 미소가 사라졌다.

“지금 저를 의심하는 거예요?”

“가능성을 확인하는 겁니다.”

“워터마크만 보고요?”

“사진은 온리원의 이름으로 퍼졌습니다.”

“제 워터마크를 누군가 도용한 거예요. 저는 그 사진을 게시한 적도 없고, 그런 식으로 잘라서 올릴 이유도 없어요.”

“그걸 증명하려면 원본이 필요합니다.”

“그러니까 정식 절차로 요청하세요. 변호사라는 사람이 한밤중에 옆집 복도에서 상대를 몰아세우는 게 정식 절차는 아닐 텐데요.”

유리의 목소리가 단단해졌다. 하루 종일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있던 손목이 욱신거렸지만 가방을 내려놓지 않았다. 그 안에는 시온의 사진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현장에 있던 수많은 사람의 얼굴과 시간이 함께 담겨 있었다. 유리는 누구에게도 함부로 넘길 수 없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팽팽하게 부딪쳤다.

먼저 입을 연 것은 태준이었다.

“옆집이라는 사실은 저도 방금 알았습니다.”

“믿으라고 하는 말이에요?”

“제가 이 건물에 먼저 살았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일부러 따라 이사 왔다는 뜻인가요?”

“아직 그런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표정은 이미 그렇게 말하고 있는데요.”

유리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흘렸다. 이 남자는 처음부터 자신을 범인으로 정해놓고 질문하는 것 같았다. 스타웨이의 법률대리인이라면 시온을 보호하려는 태도 자체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아무런 증거 없이 자신의 일상과 집까지 의심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내일 소속사에 직접 연락할게요. 필요한 자료도 그쪽을 통해 전달하겠습니다.”

유리는 대화를 끝내려고 현관문에 비밀번호를 눌렀다. 그때 태준이 다시 그녀를 불렀다.

“민유리 씨.”

“또 뭐예요?”

“계속 중요한 질문을 피하고 있습니다.”

유리는 돌아보지 않은 채 대답했다.

“무슨 질문이요?”

“당신이 온리원인지.”

도어록이 잠금 해제음을 냈다. 유리는 손잡이를 잡은 채 잠시 움직이지 않았다. 인정하면 자신의 5년이 한순간에 타인의 손에 넘어갈 것 같았다. 부정하기에는 파란 별 장식과 카메라, 오늘 촬영된 사진까지 너무 많은 증거가 드러나 있었다.

그래도 쉽게 인정할 수는 없었다.

“아니라고 하면요?”

“믿기 어렵겠죠.”

“믿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유리가 문을 열려던 순간 태준이 뜻밖의 말을 꺼냈다.

“시온이가 이 장식을 기억합니다.”

손잡이를 잡은 유리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녀는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태준은 여전히 차분한 얼굴이었지만 조금 전처럼 범인을 추궁하는 눈빛은 아니었다.

“무슨 뜻이에요?”

“데뷔 전 첫 행사부터 같은 파란 별이 달린 카메라가 있었다고 하더군요. 관객이 스무 명도 되지 않았던 무대에서 자신을 끝까지 찍어준 사람이었다고.”

그날을 유리도 기억했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 작은 야외무대. 대부분의 관객은 비를 피해 처마 아래로 들어갔지만 시온은 예정된 곡을 끝까지 불렀다. 고장 난 음향 장비 때문에 반주가 몇 번이나 끊겼는데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유리는 젖은 카메라를 옷으로 감싼 채 마지막 인사까지 찍었다.

그 사진이 온리원의 첫 게시물이었다.

시온이 기억하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 얘기를 변호사님한테 했다고요?”

“했습니다.”

“아무리 담당 변호사라도 그런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합니까?”

태준의 입가에 씁쓸한 기색이 스쳤다. 그는 잠시 유리를 바라보다가 명함을 내밀었던 손을 천천히 내렸다.

“담당 변호사라서 들은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럼요?”

“가족이니까요.”

복도의 센서등이 잠시 어두워졌다가 다시 켜졌다. 희미한 빛이 태준의 얼굴을 훑었다. 그 순간 유리는 그에게서 익숙한 흔적을 발견했다. 눈매와 콧날은 달랐지만 입술을 굳게 다물 때 생기는 선, 상대의 눈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보는 버릇이 시온과 묘하게 닮아 있었다.

설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심장은 이미 답을 알아챈 듯 거세게 뛰었다.

태준이 마침내 말했다.

“정시온의 형입니다.”

유리는 숨 쉬는 법을 잊었다.

가장 오래 좋아해온 최애의 친형이 바로 눈앞에 서 있었다. 그것도 몇 달 동안 택배를 바꿔 받고, 엘리베이터에서 인사를 나누고, 늦은 밤이면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까지 들었던 옆집 남자였다.

더 큰 문제는 그 남자가 연예계 전문 변호사이며, 현재 자신을 사진 유포자로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니까 다시 묻겠습니다.”

태준의 시선이 파란 별을 지나 유리의 눈에 닿았다.

“민유리 씨.”

한 치의 도망갈 틈도 주지 않는 목소리였다.

“당신이 온리원 맞죠?”

유리는 품에 안은 카메라를 내려다봤다. 렌즈 안에는 조금 전까지 환하게 웃던 시온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눈앞을 가득 채운 사람은 시온이 아니었다.

그의 형, 정태준이었다.

최애에게는 5년 동안 들키지 않았던 비밀을.

최애의 형에게는 단 하루 만에 들켜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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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유리는 사람의 얼굴보다 먼저 빛을 보는 버릇이 있었다.무대 위로 푸른 조명이 쏟아지는 순간, 그녀는 정시온의 눈가에 번지는 웃음을 보았다. 객석을 가득 채운 함성과 빠르게 움직이는 조명, 귀가 먹먹할 만큼 큰 음악 속에서도 그 표정만은 이상할 정도로 선명했다. 유리는 숨을 짧게 들이마신 뒤 셔터를 눌렀다.찰칵, 찰칵, 찰칵.시온이 객석을 향해 손을 흔들 때마다 카메라가 빠르게 움직였다. 고개를 돌리는 각도와 조명이 바뀌는 주기, 다음 동작에서 시선이 머무를 위치까지 이미 알고 있었다. 데뷔 전 작은 야외무대에서부터 그를 찍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정시온이 언제 왼쪽 입꼬리부터 올려 웃는지, 긴장하면 마이크를 쥔 손가락을 한 번씩 움직인다는 것까지 유리는 렌즈 너머에서 오래 지켜봤다.“온리원 님, 오늘 자리 대박이네요.”옆에 있던 홈마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유리는 카메라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작게 웃었다.“그러게요. 조명도 잘 들어오고요.”“아까 시온이가 이쪽 봤어요. 분명히 온리원 님 카메라 찾은 것 같은데.”“여기 카메라가 몇 대인데 저를 찾겠어요.”말은 그렇게 했지만, 조금 전 시온과 눈이 마주쳤다고 생각한 순간 심장이 빠르게 뛰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정확히는 시온이 아니라 카메라 렌즈와 마주친 것에 가까웠지만 그래도 좋았다. 유리는 자신을 알아봐 달라고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었다. 무대 위에서 빛나는 순간을 오래 남겨주고 싶었다. 언젠가 시온이 지금보다 더 큰 무대에 서게 되더라도, 아무도 이름을 모르던 시절부터 열심히 달려왔다는 사실을 기억할 수 있도록.공연은 루미너스의 신곡 무대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멤버들이 취재진과 팬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동안 유리는 카메라 화면을 빠르게 넘겼다. 흔들린 사진과 눈을 감은 사진을 우선 걸러내고, 시온의 표정이 가장 자연스럽게 담긴 장면에 표시를 남겼다.오늘도 좋은 사진이 많았다.특히 행사 후반, 시온이 무대 아래로 내려와 광고주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던 순간을 찍은 사진이 마음에 들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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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남자가 최애의 형이라니
정시온의 형입니다.그 한마디를 들은 뒤로 민유리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눈앞에 서 있는 남자의 얼굴이 조금 전과 완전히 다르게 보였다. 정태준은 그녀가 몇 달 동안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고, 택배 상자가 잘못 배송될 때마다 문 앞에서 짧게 인사를 나누던 옆집 남자였다. 늘 단정한 정장을 입고 다니며 새벽에도 전화로 누군가와 법률 용어를 주고받는, 직업을 굳이 묻지 않아도 바쁘고 까다로운 일을 할 것 같던 사람이었다.그가 변호사라는 사실까지는 받아들일 수 있었다.하지만 정시온의 친형이라는 말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유리는 자신도 모르게 태준의 얼굴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굵게 자리 잡은 눈썹과 차갑게 뻗은 눈매는 시온과 달랐지만, 입술을 다문 채 상대를 똑바로 응시하는 버릇에는 분명 닮은 구석이 있었다. 시온이 진지한 이야기를 할 때 짓는 표정과도 비슷했다.“그렇게 보시면 닮은 점을 찾을 수 있습니까?”태준의 질문에 유리는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누가 찾았다고 했어요?”“조금 전부터 제 얼굴을 훑어보고 있지 않습니까.”“사실인지 확인한 것뿐이에요.”“확인됐습니까?”유리는 대답 대신 입술을 꾹 다물었다. 괜히 아니라고 우기기에는 닮은 점을 이미 찾아버렸다. 무엇보다 태준이 시온의 데뷔 전 무대와 파란 별 장식까지 알고 있었다. 시온 본인이 말해주지 않았다면 알기 어려운 내용이었다.그렇다고 자신의 정체까지 솔직하게 인정할 수는 없었다. 태준은 스타웨이의 법률대리인이었고, 지금 온리원을 사진 유포자로 의심하고 있었다. 자신이 팬이라는 사실보다 어떤 사진을 가지고 있는지, 어디서 촬영했는지를 먼저 확인하려는 사람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을 이유는 없었다.“형제라는 걸 어떻게 증명하시려고요?”유리의 물음에 태준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가족관계증명서라도 보여드려야 합니까?”“요즘은 명함도 위조하고 가족도 사칭하는 세상이잖아요.”“의심이 많은 편이군요.”“조금 전까지 저를 사진 유포자로 의심하던 분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요.”유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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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가 형의 집에 찾아왔다
“필요한 물건만 챙기십시오.”정태준의 말은 제안이라기보다 이미 정해진 결론에 가까웠다.민유리는 자신의 손목을 붙잡은 그의 손과 어두워진 거실을 번갈아 바라봤다. 휴대전화 화면에는 여전히 조금 전 도착한 사진이 떠 있었다. 오피스텔 로비로 들어오는 자신의 모습과 파란 별 장식, 그 아래 적힌 짧은 문장.온리원, 찾았다.장난이라고 넘기기에는 사진이 지나치게 구체적이었다. 누군가는 공연장에서부터 유리를 따라왔고, 그녀가 사는 건물까지 알아냈다. 어쩌면 지금도 맞은편 건물이나 주차된 차량 안에서 이쪽을 지켜보고 있을지 몰랐다.그럼에도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남자의 집에서 밤을 보내라는 말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아무리 그가 변호사이고 시온의 형이며 같은 층 옆집에 산다고 해도 마찬가지였다.“호텔로 가면 안 돼요?”유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지금 이동하는 동안 다시 노출될 수 있습니다.”“경찰에 신고하면요?”“신고는 할 겁니다. 다만 이 사진 한 장만으로 당장 신변 보호를 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발신자 추적을 요청하고 건물 보안도 강화하겠지만, 적어도 오늘 밤은 안전한 곳에 있어야 합니다.”“변호사님 집이 안전하다는 보장은 있고요?”유리의 질문에 태준의 눈매가 가늘어졌다.“제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까?”“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그냥 옆집 남자였어요. 그런데 갑자기 최애의 형이라고 하더니, 제 집에 들어와서 사진을 확인하고, 이제는 자기 집에서 자라고 하고 있잖아요. 이 상황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게 더 이상하지 않아요?”태준은 곧바로 반박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손목에서 손을 놓고 반걸음 물러났다. 단단하게 닿아 있던 온기가 사라지자 유리는 자신도 모르게 손목을 다른 손으로 감쌌다.“맞는 말입니다.”순순히 인정하는 대답이 돌아오자 오히려 유리가 당황했다.“제가 민유리 씨라면 저 역시 경계했을 겁니다. 그러니 선택권을 드리죠. 제 집 현관과 거실에는 보안 카메라가 있습니다. 들어가는 순간부터 나올 때까지 영상을 켜두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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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에게 오해받았습니다
“……형. 여자 있었어?”정시온의 목소리가 현관에 떨어진 순간, 세 사람 사이의 시간이 완벽하게 멎었다.민유리는 정태준의 단단한 가슴에 손바닥을 댄 채였고, 정태준의 팔은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있었다. 급하게 붙잡은 탓에 손가락이 얇은 잠옷 위로 선명하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심각한 건 정태준의 몸에 걸쳐진 것이 허리의 수건 한 장뿐이라는 사실이었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넘어질 뻔한 사람을 구해 준 자세였는데, 현관에서 바라보면 변명의 여지가 없을 만큼 은밀했다.“문부터 닫아.”먼저 정신을 차린 태준이 낮게 말했다.“아, 응.”시온은 순순히 문을 닫았다. 하지만 손은 도어록에, 시선은 두 사람에게 고정한 채였다. 무대 위에서 어떤 돌발 상황이 벌어져도 표정을 흐트러뜨리지 않는 아이돌답지 않게 두 눈이 커다랗게 뜨여 있었다.“놓, 놓아 주세요.”유리가 속삭이자 태준이 팔을 풀었다. 그러나 완전히 물러나지는 않았다. 비틀거리는 유리의 어깨를 한 번 더 붙든 뒤 균형이 잡힌 것을 확인하고서야 손을 거뒀다.“괜찮습니까?”“네. 아주 괜찮으니까 옷부터 좀…….”유리는 차마 아래를 보지 못하고 고개를 홱 돌렸다. 얼굴이 뜨거워진 정도가 아니었다. 귀와 목덜미까지 모조리 달아올라 당장이라도 김이 날 것 같았다.반면 태준은 지나치게 침착했다.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긴 그는 소파 위에 벗어 두었던 셔츠를 집어 들었다. 유리는 보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시야 한쪽으로 움직임이 고스란히 들어왔다. 넓은 등 위에서 물방울이 미끄러지고, 셔츠가 단단한 어깨를 덮었다. 길고 곧은 손가락이 단추를 하나씩 채울 때마다 조금 전 손바닥 아래에서 느꼈던 체온이 되살아났다.‘미쳤어. 그걸 왜 기억해.’유리는 눈을 질끈 감았다.“이제 설명해 봐.”시온이 신발을 벗으며 말했다.“뭘.”“형이 아침부터 반쯤 벗은 채로 여자를 안고 있었던 이유.”“넘어질 뻔해서 붙잡은 거야.”“그 앞부분 말고. 왜 형 집에 잠옷 입은 여자가 있느냐고.”“사건 관계자다.”“사건 관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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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에게 정체를 들켰습니다
“민유리 씨가 혹시, 온리원 님입니까?”정시온의 질문이 떨어진 뒤 거실은 숨소리마저 조심스러울 만큼 고요해졌다.민유리는 입술을 열지 못했다. 아니라고 부정해야 했다. 시온은 파란 별 장식을 본 적이 있을 뿐이고, 자신이 확실한 증거를 보여 준 것도 아니었다. 팬 사인회에 참석한 적도 없으니 얼굴을 기억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적당히 둘러대면 아직 넘어갈 수 있었다.그런데 정작 시온과 눈이 마주치자 준비했던 거짓말이 나오지 않았다.수없이 찍어 온 사람이었다. 가장 빛나던 순간뿐 아니라 무대 아래에서 지쳐 있던 얼굴도, 다친 발목을 숨기며 끝까지 웃던 모습도 알고 있었다. 그런 사람을 눈앞에 두고 자신은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이라고 말하려니 묘한 서운함이 가슴 한구석을 찔렀다.동시에 두려웠다. 유리가 사랑했던 것은 시온과 자신 사이에 존재하던 적당한 거리였다. 무대 위의 사람과 객석에 있는 팬. 서로의 삶을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같은 순간을 나눌 수 있는 거리.그 선이 사라지면 모든 것이 달라질 것 같았다.“대답하지 않아도 됩니다.”태준이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았다. 유리는 넓은 등 뒤에 가려졌고, 시온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차단됐다.“형.”“확인할 필요 없는 일이야.”“하지만 이번 사건의 피해자가 온리원 님이라면 나도 알아야 해.”“네 호기심을 충족하는 것보다 피해자의 신원을 보호하는 게 먼저다.”“호기심 때문에 묻는 거 아니야.”시온의 목소리도 낮아졌다.“온리원 님은 내 데뷔 때부터 사진을 찍어 준 사람이야. 이번 일 때문에 그 사람이 협박받고 있다면 모른 척할 수 없어.”“안다고 해서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적어도 사과는 할 수 있잖아.”태준의 어깨 너머로 시온의 굳은 얼굴이 보였다. 유리는 자신도 모르게 태준의 셔츠 자락을 가볍게 잡았다.그가 즉시 뒤를 돌아봤다.“왜 그러십니까?”“괜찮아요.”“뭐가 괜찮다는 겁니까?”“말할게요.”유리는 태준의 등 뒤에서 한 걸음 옆으로 나왔다. 보호받는 것은 고마웠지만 자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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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입자는 문을 부수지 않았다
옷장 안쪽에서 진동음이 다시 울렸다.부우웅―.짧고 낮은 소리가 옷걸이 사이를 비집고 나왔다. 익숙한 휴대전화 진동이었지만, 지금은 누군가 숨죽여 웃는 소리보다 섬뜩했다.정태준은 곧바로 민유리를 자신의 뒤로 밀어냈다. 한 팔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 단단히 붙잡은 채, 다른 손을 들어 옷장 쪽으로 다가가려는 정시온을 막았다.“움직이지 마.”“안에 사람이 있으면 어떡해?”“사람이 들어갈 공간은 아닙니다.”유리의 옷장은 붙박이 형태였지만, 안쪽 깊이는 옷과 수납 상자를 넣을 정도에 불과했다. 성인 한 사람이 몸을 숨기기에는 지나치게 좁았다. 그러나 누군가 없다고 확신하기 전까지는 어느 것 하나 단정할 수 없었다.태준은 휴대전화 카메라를 켠 뒤 옷장 전체와 주변을 촬영했다. 이어 방 안에 있던 긴 옷걸이 봉을 집어 들고 가장 바깥에 걸린 코트를 조심스럽게 밀어 냈다.몇 벌의 옷이 좌우로 흔들렸다.그 사이로 검은 화면이 드러났다.부우웅―.정체불명의 휴대전화가 다시 진동했다.“저거, 제 거 아니에요.”유리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검은색 휴대전화는 겨울 코트 안주머니에 반쯤 들어가 있었다. 카메라가 방 안을 향하도록 렌즈 부분만 교묘하게 드러난 상태였다. 옷장 문을 손바닥 한 뼘 정도 열어 두면 침대와 옷장 사이가 고스란히 촬영되는 각도였다.조금 전 유리가 옷을 챙기던 자리도 정확히 그 안에 들어갔다.태준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유리의 허리를 감싼 손이 뜨겁고 단단했다. 평소라면 지나치게 가까운 거리라고 의식했겠지만, 지금은 그 체온이 아니면 제대로 서 있을 수 없을 것 같았다.“형, 전화가 오는 것 같은데.”시온이 화면을 바라봤다.액정에는 발신자 표시 없이 통화 아이콘만 깜빡이고 있었다. 일반 전화가 아니라 특정 앱의 수신 화면처럼 보였다. 몇 차례 진동하던 휴대전화는 이내 잠잠해졌다.“누가 우리가 찾았는지 확인하려고 전화한 걸까?”“그럴 가능성이 커.”태준은 옷장 가까이 다가가지 않은 채 경찰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이미 출동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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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적은 최애가 아니었다
다음은 친구 차례예요.사진 아래 적힌 한 문장을 확인한 순간, 민유리의 머릿속이 새하얗게 비었다.어두운 차 안의 조수석에는 서한나의 사원증과 휴대전화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은색 입장 팔찌는 휴대전화 위에 일부러 잘 보이도록 펼쳐져 있었고, 사진 오른쪽 위에는 한나가 늘 차에 걸어 두는 작은 토끼 방향제가 찍혀 있었다.한나의 차가 분명했다.“전화해 볼게요.”유리가 자신의 휴대전화로 한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한 번, 두 번 이어졌지만 받지 않았다. 사진 속에 휴대전화가 놓여 있으니 당연한 일이었지만, 통화 연결음이 길어질수록 온몸의 피가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안 받아요.”“회사로 전화하십시오.”정태준은 경찰에게 사진과 발신 번호를 보여 주며 차량 수배와 위치 확인을 요청했다. 조금 전까지 유리를 향해 있던 온기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사건을 다루는 변호사의 냉정한 얼굴만 남아 있었다.유리는 다온북스 대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안내 음성이 흘러나오는 짧은 시간조차 견디기 어려웠다. 연결된 직원에게 한나의 이름을 말하자 잠시 기다려 달라는 대답이 돌아왔다.“지금 자리에 안 계세요. 아침에 잠깐 출근했다가 지하 주차장에 내려간 뒤로…….”직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리는 전화를 끊었다.“주차장에 내려갔대요.”“언제요?”“정확히는 모르겠어요. 잠깐만요. 제가 회사로 가 볼게요.”유리가 현관 쪽으로 몸을 돌리자 태준이 손목을 잡았다.“경찰이 먼저 확인할 겁니다.”“한나가 위험할 수도 있잖아요.”“그러니까 더더욱 혼자 움직이면 안 됩니다.”“혼자 안 가요. 변호사님도 같이 가 주세요.”유리는 태준의 손을 마주 잡았다. 차가운 손끝이 떨리는 것을 감출 수 없었다.“부탁이에요.”태준의 시선이 맞잡힌 손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왔다. 잠시 후 그가 짧게 숨을 내쉬었다.“제 옆에서 떨어지지 않겠다고 약속하십시오.”“약속할게요.”“무슨 일이 생겨도 먼저 뛰어가지 말고요.”“네.”“제가 멈추라고 하면 이유를 묻기 전에 멈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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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찍는 사람
누군가는 아주 오래전부터 무대 위의 정시온이 아니라 렌즈 뒤의 민유리를 지켜보고 있었다.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유리는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는 얇은 잠옷이 견딜 수 없이 불편해졌다. 사진 속 자신은 언제나 무방비했다. 공연장에 들어가기 전 카메라를 점검하거나, 사람 없는 복도에서 렌즈를 교체하고, 촬영이 끝난 뒤 지친 얼굴로 벽에 기대 있는 모습까지 담겨 있었다. 어느 사진에서도 그녀는 자신을 향한 카메라를 알아차리지 못했다.유리에게 사진은 좋아하는 사람을 오래 기억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누군가의 기쁨과 노력, 찬란하게 빛난 한순간을 선명히 남겨 두는 일이었다.그런데 같은 카메라가 자신을 향하자 사진의 의미가 완전히 달라졌다.기억이 아니라 감시였다.애정이 아니라 침범이었다.정태준은 유리의 손에서 휴대전화를 가져갔다. 계속 화면을 넘기던 엄지가 멈추고, 그제야 그녀의 시선도 사진에서 떨어졌다.“더 보지 마십시오.”“사진 속에 단서가 있을지도 몰라요.”“경찰이 확인할 겁니다.”“저도 사진을 오래 찍었어요. 촬영 장소나 각도만 보고 알아볼 수 있는 게 있을 수도 있어요.”“지금은 분석할 상태가 아닙니다.”태준은 휴대전화를 식탁 위에 뒤집어 놓았다. 유리가 다시 가져가려 하자 그의 손이 먼저 그 위를 덮었다.“민유리 씨.”“괜찮아요.”“그 말을 믿으라고요?”낮게 가라앉은 질문에 유리는 입을 다물었다. 괜찮다고 말하는 동안에도 손끝이 떨리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키스를 나누며 뜨겁게 달아올랐던 몸은 차갑게 식었고, 누군가에게 지켜보인 흔적을 발견한 뒤로는 태준 앞에 서 있는 것조차 불안했다.그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과 범인의 시선은 다르다는 걸 안다. 그런데도 사진 속에 갇힌 자신이 계속 떠올랐다.태준은 그런 유리를 잠시 바라보다가 소파에서 얇은 담요를 가져왔다. 맨다리가 가려지도록 허리 아래를 감싸고, 벌어진 옷깃도 손으로 조심스럽게 정리해 주었다.“저 때문에 그러는 거 아니에요.”“알고 있습니다.”“변호사님 시선이 싫다는 뜻도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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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를 아는 사람
“여기 위치도 들켰습니다.”정태준의 말이 떨어지자 민유리는 반사적으로 창밖을 바라봤다. 도시의 불빛이 유리창 너머로 촘촘하게 펼쳐져 있었지만, 수많은 창문 중 어느 곳에서 이쪽을 지켜보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공간이 순식간에 낯설어졌다. 욕실과 옷장을 샅샅이 확인하고, 출입 카드가 있어야만 올라올 수 있는 곳으로 옮겨 왔는데도 범인은 두 사람을 따라왔다. 정확히는 유리가 자신의 손으로 범인의 눈을 이곳까지 데려온 셈이었다.파란 별 장식 속에서 꺼낸 추적기의 불빛이 다시 깜빡였다.“이거 아직 작동하고 있는 거죠?”“네.”“그럼 지금도 우리가 여기 있다는 걸 보고 있을 수 있고요?”태준은 대답하지 않고 자신의 휴대전화부터 비행기 모드로 전환했다. 이어 유리의 휴대전화도 받아 같은 조치를 한 뒤, 침실 서랍에서 은박 포장지와 금속 재질의 아이스 버킷을 꺼냈다. 추적기를 직접 만지지 않도록 장갑을 낀 채 여러 겹으로 감싸 버킷 안에 넣고 뚜껑을 닫았다.“완전히 차단됐을까요?”“장담할 수 없습니다. 기기 종류를 확인해야 합니다.”그는 숙소에 설치된 유선 전화로 오현석에게 연락했다. 추적기가 발견된 경위와 현재 위치가 노출됐을 가능성을 짧고 정확하게 설명한 뒤, 경찰과 건물 보안팀에 동시에 연락해 달라고 요청했다.“숙소로 올라오는 엘리베이터를 전부 막고, 지하 주차장 출입 차량을 확인해. 건물 밖에서 장시간 정차 중인 차량도.”—너희는 바로 이동할 거야?“보안팀이 동선을 확보할 때까지 기다린다. 추적기는 별도로 빼서 반대 방향으로 이동시켜.”—미끼로 쓰려고?“경찰 판단에 맡길 거야. 일단 신호가 갑자기 끊어진 것처럼 보이면 상대가 직접 확인하러 올 수도 있으니 주변부터 잡아야 해.”통화를 끊은 태준이 현관문 잠금장치를 다시 확인했다. 유리는 담요를 두른 채 거실 중앙에 서 있었다. 얇은 티셔츠와 짧은 수면 바지 차림이라 급히 밖으로 나갈 수도 없었다.“옷부터 갈아입을게요.”“지금은 침실에 혼자 들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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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하나를 만든 사람
윤서린.이름이 드러난 순간 민유리는 사진 속 여자의 얼굴을 다시 바라봤다. 공개 일정이 있을 때마다 팬들의 줄을 정리하고, 위험하게 밀치는 사람이 있으면 먼저 달려와 막던 직원이었다. 웃는 모습을 본 적은 거의 없었지만 적어도 맡은 일은 성실하게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칠 주년 전시회 마지막 날에도 윤서린은 소속사 관계자 자격으로 찾아왔다. 루미너스 멤버들에게 전달할 편지와 선물을 확인한다는 이유였고, 유리는 그녀에게 직접 은색 스태프 팔찌를 건넸다.그때 나눈 말은 짧았다.전시회 준비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시온 씨가 좋아해 주시면 좋겠네요.윤서린은 전시장 안을 천천히 둘러본 뒤 방명록에 글을 남겼다. 유리는 촬영 일정 때문에 먼저 자리를 떠났고, 이후 마주친 기억은 없었다.그런데 사진 속 윤서린은 분명 은색 팔찌를 차고 있었다.“시온아.”정태준이 휴대전화를 가까이 당겼다.“윤서린 대리 지금 어디 있지?”—오늘 회사에 안 나왔어. 어젯밤 늦게 몸이 안 좋다면서 연차를 냈대.“연차 신청 시각은?”—열한 시 조금 넘어서. 그런데 형, 그때면 유리 씨 가방에 있던 추적기가 레지던스로 이동하고 있었을 때잖아.회의실 안의 공기가 싸늘하게 굳었다.윤서린이 갑자기 연차를 낸 시각과 추적기의 위치가 새 숙소로 이동한 시각이 겹쳤다. 우연으로 넘기기에는 지나치게 정확했다.“연락은?”—팀장님도 계속 전화 중인데 휴대전화가 꺼져 있어. 경찰이 올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해서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고.“혼자야?”—매니저 형이랑 보안팀 직원도 있어.“윤서린 자리에는 접근하지 마. 개인 물건도 만지지 말고.”—알았어. 그런데 형…….시온이 말을 멈췄다. 망설이는 숨소리 뒤로 낮은 목소리가 이어졌다.—윤 대리가 범인이라면 나 때문일까?“그게 왜 네 탓이지?”—내 팬을 관리하는 직원이었잖아. 팬레터와 일정도 전부 알고 있었고. 온리원 님이 언제 오는지 파악한 것도 결국 나를 통해서였을 테니까.“정시온.”태준은 동생의 말을 단호하게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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