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리는 사람의 얼굴보다 먼저 빛을 보는 버릇이 있었다.무대 위로 푸른 조명이 쏟아지는 순간, 그녀는 정시온의 눈가에 번지는 웃음을 보았다. 객석을 가득 채운 함성과 빠르게 움직이는 조명, 귀가 먹먹할 만큼 큰 음악 속에서도 그 표정만은 이상할 정도로 선명했다. 유리는 숨을 짧게 들이마신 뒤 셔터를 눌렀다.찰칵, 찰칵, 찰칵.시온이 객석을 향해 손을 흔들 때마다 카메라가 빠르게 움직였다. 고개를 돌리는 각도와 조명이 바뀌는 주기, 다음 동작에서 시선이 머무를 위치까지 이미 알고 있었다. 데뷔 전 작은 야외무대에서부터 그를 찍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정시온이 언제 왼쪽 입꼬리부터 올려 웃는지, 긴장하면 마이크를 쥔 손가락을 한 번씩 움직인다는 것까지 유리는 렌즈 너머에서 오래 지켜봤다.“온리원 님, 오늘 자리 대박이네요.”옆에 있던 홈마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유리는 카메라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작게 웃었다.“그러게요. 조명도 잘 들어오고요.”“아까 시온이가 이쪽 봤어요. 분명히 온리원 님 카메라 찾은 것 같은데.”“여기 카메라가 몇 대인데 저를 찾겠어요.”말은 그렇게 했지만, 조금 전 시온과 눈이 마주쳤다고 생각한 순간 심장이 빠르게 뛰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정확히는 시온이 아니라 카메라 렌즈와 마주친 것에 가까웠지만 그래도 좋았다. 유리는 자신을 알아봐 달라고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었다. 무대 위에서 빛나는 순간을 오래 남겨주고 싶었다. 언젠가 시온이 지금보다 더 큰 무대에 서게 되더라도, 아무도 이름을 모르던 시절부터 열심히 달려왔다는 사실을 기억할 수 있도록.공연은 루미너스의 신곡 무대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멤버들이 취재진과 팬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동안 유리는 카메라 화면을 빠르게 넘겼다. 흔들린 사진과 눈을 감은 사진을 우선 걸러내고, 시온의 표정이 가장 자연스럽게 담긴 장면에 표시를 남겼다.오늘도 좋은 사진이 많았다.특히 행사 후반, 시온이 무대 아래로 내려와 광고주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던 순간을 찍은 사진이 마음에 들었
Last Updated : 2026-09-09 Read more